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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2

        

       그것은 빠르게 전등을 부수며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라.

       홍수가 일어나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며 땅을 갈아버리고 돌덩이를 밀어붙이고 나무를 부수는 것과 같음이요, 거대한 짐승이 걸어가며 모든 것을 부수는 것과 같음이라. 그것은 방해되는 것을 거침없이 부수며 진격하는 군대와 같음이요, 저 부수는 소리 군데군데에서 들리는 다른 패턴의 소리의 모음은 저들이 군세라는 것을 말하고 있음이니.

         

       과연 저 군세는 무엇인고?

         

       어찌 저리도 빠르게 움직이며 아래로 내려올 수 있는가?

       어찌 전등을 방해물로 여기며 부수면서 내려오는가?

         

       저 군세의 정체가 대관절 무엇이기에 그러한가?

       장벽을 가벼이 뛰어넘으며 작물을 갉아먹고 모든 것을 황폐하게 만드는 황충의 무리가 그러할 것이냐?

       유황불에서 불타다가 밖으로 뛰쳐나온 삿된 것들이 모여 움직이는 것이 감히 그러한 것이냐?

       그것도 아니라면 현세에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사악한 무리가 저들끼리 모여 힘을 과시하기 위하여 행진할 적 저런 모습을 보일 것이냐?

         

       주술사, 케네스는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한 주술을 사용하며 호텔을 바라보았다.

       저 호텔 안에서 무엇이 일어나는 것인지, 호텔 안에 있는 주술사가 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알아내기 위하여.

         

       애애애애앵-!

         

       그리고 마침내 그 증거가 드러났으니.

         

       그것은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그것은 날개를 가지고 있으되 날짐승이 아니었으며, 다리를 가지고 있으되 뭍짐승 또한 아니었으며, 역겨운 액체를 먹고 그 속에서 잠시 살 수는 있으되 물짐승 또한 아니었던 것이라.

       그것은 썩은 고기를 먹으면서 살아가는 더러운 것이었으며, 감히 우상으로 숭배가 되며 사람들에게 음탕한 짓을 벌이게 하였다가 지옥으로 떨어져 버린 사막의 잡신이 기르는 종복임이 분명한 것이라.

         

       파리.

       저 더러운 파리들.

       저 새까만 연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저 수많은 끔찍한 무리라니!

         

       “바알세붑과 관련된 주술인가?”

         

       케네스는 저 보기만 해도 역겨운 것들을 보며 그리 중얼거렸다.

         

       아, 저 검은 파리들.

       그리고 저 파리들이 끌어안고 있거나 항문에 대롱대롱 달고 있는 저 하얀 구더기들!

         

       겪지 않았지만 알 수가 있다.

       저 파리들이 그에게 도달하는 그 순간.

       저 역겨운 것들은 그의 피부를 찢어 자그마한 구멍을 만들고, 저 구더기를 그 구멍 안쪽으로 밀어 넣으려 하겠지.

       마치 그의 몸이 썩은 고기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몸에 산채로 구더기를 집어넣어 생살을 파먹게 만들고 그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을 치게 할 것이 분명하다.

         

       아, 역겹고도 끔찍하다.

         

       “아! 어리석고도 나약한 자야! 너는 마귀 우두머리 바알세붑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마귀를 쫓아내지 못하는구나!”

         

       하지만 저것들이 주는 고통이 고통스럽다고 한들 주님의 말씀을 어긴 것만 하겠느냐?

       저들이 저리 몰려든다 한들 주님의 위대한 권능의 티끌에라도 비견될 수 있겠느냐?

         

       위협적이라 한들 미물이요, 사악하다 한들 그분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라!

       아!

       저는 참으로 알 것 같습니다.

       주님의 권능이 이 자리에 임하사 저 미물에게서 저를 보호하심을 저는 똑똑히 알았습니다!

         

       “בעל זבוב아! 너 오만한 것아! 이 자리에 주님의 권능이 임하사 너는 감히 그 역겨운 손길을 나에게 뻗지는 못할 것이니라!”

         

       퍼어어엉-!

         

       케네스가 주언을 외우자 신성해 보이는 빛이 그의 목걸이에서 솟구치기 시작했다.

       은으로 만든 십자가는 달빛을 받아 그 빛을 발하듯 은은하게 그 빛을 뿜어내며 그의 몸을 감쌌고, 그의 손목에 있는 다이아몬드 묵주(默珠)는 무지개를 연상케 하는 여러 빛깔을 뿜어내며 그의 몸을 맴돌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빛은 방벽이 되었고, 감히 그의 몸을 더럽히기 위해 날아오는 파리들을 티끌로 만들어버리기 시작했다.

         

       퍼어엉-!

       퍼어엉-!

         

       파리는 빛에 닿자마자 터져나간다.

       마치 본래 그러해야 했던 것처럼 먼지로 돌아갔으며, 자그마한 폭발음과 함께 아무것도 아닌 그 하찮은 인생을 마감하였다.

         

       그렇게 파리로 이루어진 거대한 뱀은 사라졌고, 그 아가리는 갈기갈기 찢겨 먼지가 되어 바닥에 수북이 쌓이게 되었다.

         

       아, 저 많은 먼지라니.

       저것은 파리의 유해요, 사악하고 역겨운 뱀의 흔적이라.

         

       케네스는 자신이 호텔 안에서 역공을 가했던 주술사의 술수를 깨부쉈음을 알 수 있었다.

         

         

         

        * * *

         

         

         

       스으으.

         

       “후대에 구전으로 그 기록을 남기나니 나는 밤에 흐르는 강을 보았느니라. 낮에도 새까만 정글 속의 그 어둠이 더더욱 짙어지고 마침내 초록색의 이파리가 새까맣게 변해버리게 되었을 때, 나는 보았느니라.”

         

       스으-으윽.

         

       “벌레의 울음소리가 뚝 끊기고 사뿐히 걸어 다니는 그 맹수의 발자국도 멈추어 섰을 때. 그것은 흘렀다. 나무의 사이를 굽이치며 그것은 흐르며 움직였고, 연약한 것은 찢고 단단한 것은 부수며 그것은 범람하였다. 그것은 물결이었으며 폭력이었으며 물이 아니되 흐르는 강물이었다.”

         

       스으윽.

         

       “그 강은 색이 있었으나 강물의 그것과는 달랐고, 빨갛고 검었으며 물기가 없이 흐르는 것이다. 돌을 타고 오르며 나무를 찢고 부수었고, 동물을 집어삼켜 뼈조차 남기지 아니하였고 곤충은 먼지로 만들며 그것은 계속해서 흐르는 것이었으니. 그것은 밤에 흐르는 강이었으며 감히 발을 디디면 살아남지 못하는 끔찍한 물길이었느니.”

         

       스윽.

         

       “보아라. 저것이 밤에 흐르는 강이다.”

         

       보아라.

       저것은 먼지가 아니다.

         

       두 눈을 똑똑히 뜨고 보아라.

       어둠이 내려앉았음에도 너는 그것을 똑똑히 보아라.

       저 어둠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저것을 어찌 그냥 먼지라 할 수 있겠느냐?

       다른 것들과 괴리된 채 그 자리에 볼록 튀어나와 있는 저것들을 어찌 그냥 평범한 흙더미라 할 수 있겠느냐?

         

       꿈틀.

         

       저것들의 꿈틀거림을 보아라.

       저 먼지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아라.

       밤에 흐르는 강물처럼 저것들은 물결을 치느니.

       물결을 치고 굽이굽이 흐르려 하는 것이니 저것이 어찌 존재하지 아니하는 것이냐?

         

       저것은 그림자이되 입체적이며, 그림자이되 만질 수 있는 것이니.

         

       보아라.

         

       이것이 바로 밤에 흐르는 강이로다.

         

         

        * * *

         

         

       “저건…?”

         

       케네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파리였던 것들을 보았다.

       그의 주술에 의해 파리였던 것들은 먼지가 되어 바닥에 쌓였고, 그렇게 잔해만을 남긴 채 모든 위험 요소가 사라져야 정상이건만….

         

       기이하게도 그 먼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밤바람에 들썩이거나 휘날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옥수수가 부풀어서 팝콘이 되는 것처럼 명백하게 자기 몸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 크기를 논하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로 작았던 티끌은 점점 부풀어 어린아이의 손톱과도 비견될 크기가 되었고, 자신이 오밀조밀한 형상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둠을 두르고 있어 그 형태를 정확히 알아보기는 힘들었으나, 그것은 분명히 아까와는 다른 것임은 알 수가 있었으니.

         

       케네스는 주술사가 파리를 포석으로 삼아 다른 주술을 사용했음을 쉬이 눈치챌 수 있었다.

         

       차르륵.

         

       케네스는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손목에 차고 있던 다이아몬드 묵주를 풀어 한 손에 든 뒤, 고리를 풀어 그것을 길게 늘어뜨렸다. 그리고는 늘어진 묵주를 마치 채찍이라도 되는 것처럼 허공에 들어 올리고는, 십자가를 추로 삼아 바닥에 세게 내리치며 소리쳤다.

         

       파앙-!

         

       “너 사악한 것아! 독사의 태에서 나온 것아! 어찌 그분의 휘광에 오물을 묻히려 하느냐?!”

         

       십자가는 바닥에 닿기 무섭게 거대한 파공성을 만들어내었다.

       건장한 남자가 온 힘을 다해 주먹질이라도 한 것처럼 먼지가 짓이겨졌고, 주위의 것들은 풍압에 이기지 못하고 날아갔다. 거기에 더해 무지갯빛의 궤적이 남아 그 자리에 머물며 감히 그 자리를 다시 침범하지 못하게 막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각.

       사각사각사각.

         

       딱딱한 것들이 저들끼리 문대며 나는 특유의 소리와 함께, 케네스가 내려친 곳이 순식간에 메워졌다.

         

       그리고.

         

       스스스슥.

         

       먼지가 흐르기 시작하였다.

       마치 한 몸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까 전 파리로 이루어졌던 검은 뱀이 허공을 부유하던 것처럼, 이번에는 땅을 기는 검은 뱀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렇게 그것은 기고 흐르고 움직이며 케네스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는 그것은 아까 파리가 감히 이루지 못하였던 위업을 이루었으니.

         

       파지직.

         

       먼지였던 것은 집게와 같은 제 입을 이용해 케네스가 몸에 두른 빛을 뜯어내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뜯어낸 조각을 자기 동료에게 전달하여 잘게 잘게 찢어서 제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게 만들었다.

         

       파지직.

         

       그렇게 빛을 뜯어낸 곳에 흠집이 생겼으니.

         

       그것들은 그 흠집에 몰려들어 제 몸을 욱여넣기 시작하였는데, 그냥 하나로는 쉬이 되지 않음을 깨닫고 저들끼리 모여 서로의 다리를 옭아매고 몸을 단단하게 붙이면서 송곳과 같은 형상을 만들기에 이르렀으니.

         

       케네스는 그 상황이 되자 저것들의 정체를 알 수가 있었다.

         

       그것은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볼 수 있는, 떼로 몰려다니는 개미였다.

       영화에서는 조금 과장되게 표현되기도 하는, 엄청난 숫자로 몰려다니는 개미.

         

       “군대개미(marabunta)…?”

         

       군대개미.

         

       파리가 죽으며 생긴 먼지가, 군대개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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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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