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93

    <593 – 맛있는 연계퀘스트(17)>

     

    흔히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기술로 사람들은 억까기술을 손에 꼽는다.

    폭발적인 마나증폭력으로 예측 불가능한 딜을 꽂아 돌연사를 유발하는 <폭심결>.

    졸렬하게 도트뎀과 상태이상을 꽂는 <모기술>.

    이런 기술들이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억까력이 있는 기술들이다.

    하지만 암살메이드 리프는 정말로 강력한 억까 기술은 따로 있음을 알고 있었다.

     

    “헤스티아. 만일 지나가는 1학년이 당신에게 메이드복이 크고 잘 어울린다고 하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어… 고맙다?”

    “틀렸습니다. 이건 칭찬이 아닙니다. 여자어에 따르면 직전의 발언은 ‘그런 덩치 큰 몸으로 잘도 수치도 모르고 메이드복이나 입고 다니는군요.’라는 비꼼의 의미입니다.”

    “…”

     

    바로 <여자어> 구사하기 및 해독하기!

    헤스티아는 리프의 살인적인 여자어 구사실력에 눈물을 찔끔 흘렸다.

     

    “육신의 크기를 줄이기 위한 메이드용 마나연공법 숙달에 여자어 해독기술이 왜 필요합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메이드는 주인을 모시는 몸. 주인을 향한 여자들의 모욕을 인지하지 못하는 메이드는 그 무지함만으로도 주인을 욕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문제가 있었다니…!”

    “그러니 숙달하십시오. 다음 질문입니다. 헤스티아가 따른 차를 인심이 넉넉해서 마시지 않아도 배가 부른다고 하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차를 거지같이 따른다고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어찌 대응하실 겁니까?”

    “찻주전자로 머리통을 내리칩니다.”

     

    리프가 곧장 찻주전자를 들어 헤스티아의 머리를 꽝 내리쳤다.

     

    “윽!”

    “멍청한 소리 마십시오. 여자어는 먼저 도발에 넘어가 행동하는 쪽이 지는 겁니다.”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여자어에 대한 합리적인 반격은 같은 여자어를 구사하여 상대의 멘탈을 뒤흔들고 자존심을 짓뭉개는 화술에 달려있습니다.”

    “으으.”

    “그래도 전투의지 자체는 높이 평가하겠습니다. 그 호전성을 말로도 발휘하는 재주도 겸비할 수 있도록 정진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여자어의 깊고도 심오한 가르침을 되새기며 가상의 적에게 찻주전자 대신 일침을 날리는 아싸스러운 상상수련을 하던 헤스티아는 문득 무시할 수 없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다가옴을 감지했다.

    메이드암살술과 상급메이드기술 여자어 해독술을 전수하던 리프 또한 그 기척을 느꼈는지 이미 여분의 찻주전자를 둘이나 꺼냈다.

     

    “저희 둘이 하나씩 손님을 접대하는 용도입니까?”

    “아닙니다. 하나는 차가 든 찻주전자이고 하나는 암기가 든 암기주전자입니다.”

    “…여자어를 가르치면서 찻주전자로 공격을 하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상대가 여자어로 덤빌 때의 규칙입니다. 힘으로 맞서는 적은 메이드전투술로 대응하는 것이 합당한 손님대접입니다.”

     

    암살메이드의 세계는 정말 심오하고 어렵구나.

    헤스티아가 골머리를 앓는 사이, 기척의 주인들이 정문을 넘고 나타났다.

    저격총과 세 자루의 검, 주변을 회전하는 종이쪼가리를 무기로 지닌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수녀복을 입은 3인조의 등장!

     

    “선배님들, 죄송하지만 이곳은 4학년 강의실이 아닙니다.”

     

    길 잃은 4학년이구나 생각하며 안도한 헤스티아였지만 안도하기엔 너무 일렀다.

     

    “여기가 올해부터 <암살메이드가 되어보자> 강의를 맡은 모험학부 교양강의 리프교수의 강의실이라고 들었습니다. 제대로 찾아왔습니까?”

    “…예. 말씀하신 강의실이 맞습니다. 무슨 일로 교수님을 찾아오셨습니까?”

     

    헤스티아는 긴장했다.

    이 강의는 리프가 헤스티아와 티토소가, 그리고 티토소가의 친구들을 겸사겸사 같이 가르치면서 아가씨를 보필할 인재를 수급하기 위해 열어둔 강의.

    다른 인원이 수강신청을 하러 찾아오면 갑자기 난이도가 훌쩍 뛰어오른 초고난이도의 시련을 던져서 수강생을 쫓아버렸다.

     

    ‘리프 씨는 똑똑하고 강하면서 가르치는 실력도 대단하지만 손속에 자비가 너무 없어. 그 독사탕을 제조한 당사자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기 강의 듣겠다고 찾아온 수강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가혹했다.

    아니나 다를까, 암기가 담긴 암기주전자를 연 리프가 냉큼 새카만 액체를 콸콸 붓는 모습이 암만 봐도 독코팅을 하는 모양새였다.

     

    “조나 와이히엠하이 교수와 리프 교수는 같은 재단 출신 교수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희는 조나 교수를 찾아가는 길인데 아무리 길을 걸어도 같은 길이 반복되고 강의실이 나오질 않아서 리프 교수의 도움을 구하려 찾아왔습니다.”

     

    다행히도 수강생은 아니었다.

    헤스티아는 안도했지만, 리프는 주전자를 열고 녹색 액체를 콸콸 들이부었다.

     

    ‘혼합독?! 이유는 모르겠지만 두 배로 빡치셨구나!’

     

    이러다 시체라도 치우면 강의가 폐쇄되고, 헤스티아의 압축근육으로 여리여리한 신체를 얻기 프로젝트는 도중에 무산될지도 모른다.

    나날이 체구가 줄어드는 기쁨을 누리던 그녀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리프 교수님. 잠시만 진정해 주시지요. 혹여나 좋은 목적으로 조나 교수님을 찾는 걸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제가 너무 성급했습니다. 조나 교수를 찾는 이유를 들려주시겠습니까?”

    “조나 교수의 강의실에 가면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를 만날 수 있다고 하여 찾아왔습니다.”

    “…다크프린세스를 찾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별건 아닙니다. 성녀연합회의 출범식에 앞서 연합결성에 주요한 역할을 한 다크프린세스의 목적이 무엇인지 직접 여쭙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리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찻주전자의 손잡이를 잡아 암기를 발사했다.

    공손하게 대답하던 성녀가 등 뒤에 맨 저격총을 뽑아들어 암기를 후려쳤다.

    헤스티아의 입이 쩍 벌어졌다.

     

    “리프 교수님! 어째서 저분들을 공격하는 겁니까!”

    “성녀연합회의 출범식에 의문을 가질 조직은 선신연합에 소속된 교단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정말로 온건한 대화를 원했다면 힘은 없으나 지위는 높은 인물을 파견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들은 교단의 비밀병기로 육성된 <성녀>입니다.”

    “아니, 성녀는 그런 이미지가 아니지 않습니까! 좀 더 온화하고 자애로운 클래스 아니었습니까?!”

     

    리프는 가볍게 반박했다.

     

    “당대 용사파티의 십자가를 들고 다니는 성녀 유피가 온화하고 자애롭습니까?”

     

    용사 이슈타르의 껌딱지.

    속 좁은 용사의 동료답게 성녀주머니도 껌딱지.

    사람 하나만 한 십자가를 들고 다니는 별종.

     

    ‘저번에 지나가면서 유피를 보았을 때가…’

     

    헤스티아는 기억을 더듬었다.

     

    -저, 저기 성녀님… 혹시 괜찮다면 불쌍한 하급반 생도들에게 포인트 한 푼만 적선해주시면 안 되나요?

    -저런. 포인트가 부족하셨군요.

    -네에, 정말 너무 힘듭니다. 보충강의를 듣느라 수련할 시간은 부족하고, 수련할 시간이 부족하니까 강의는 따라가기 버겁고, 포인트가 걸린 보상을 얻지 못해 재료를 돈 주고 살 여유도 없고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부디 포인트라도 적선을…

    -그럼 포인트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훈련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예? 아니, 십자가는 갑자기 왜 드시죠?

    -맷집을 기르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됩니다. 동급생의 방해는 몸으로 맞으면서 달려가서 재료를 채집하면 되고, 교수님의 과제는 몸으로 벌을 받는 걸로 때우면 됩니다.

    -그, 그런 겁니까?

    -이리 와서 제 십자가에 맞아보세요!

     

    유피의 십자가가 부웅 허공을 강타했다.

    십자가의 돌출부가 바닥을 훑으며 콘크리트를 작살내는 광경에 하급반 수강생이 식은땀을 흘렸다.

     

    -저 그거 맞으면 죽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24시간 기절일 겁니다.

    -기절?!

    -하지만 두 번째에는 23시간, 세 번째에는 22시간, 점차 기절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종래에는 제 십자가에 맞고도 쓰러지지 않는 맷집과 인내력을 갖추게 될 겁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제 십자가에 맞으십시오!

    -아니 시발 그걸로 강해지기 전에 강의진도 다 날려먹고 유급부터 하겠다! 사람 살려!!

     

    불쌍한 수강생은 끝내 십자가에 치이고 무려 48시간을 기절했다.

     

    “설마 저는 교단의 성녀마케팅 가스라이팅에 속았던 겁니까?!”

    “그렇습니다. 성녀라는 이미지에 속지 마십시오.”

     

    성녀들이 칫 하고 혀를 찼다.

     

    “순순히 조나 교수와 다크프린세스의 소재지를 알려주지 않겠다면 우리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

     

    저격총을 든 성녀가 스르륵 뒤로 물러나자 수많은 성서 페이지를 주변으로 회전시키는 성녀가 대신하여 앞으로 나섰다.

     

    ━파바방!

     

    회전범위가 배는 넓어진 성서 페이지들이 리프의 암기주전자의 맹독암기들을 모조리 튕겨내며 견고한 방어력을 드러냈다.

    그 틈을 이용해 한 발의 마법탄이 리프의 암기주전자에 틀어박혔다.

     

    콰앙━

    ━쨍강!

     

    주전자가 깨지며 사방으로 암기가 비산하자 헤스티아는 급히 테이블보를 뽑아 휘둘러 자신의 주변을 보호하기 바빴으나 검객성녀는 몸을 낮추며 앞으로 빠르게 달려들었다.

     

    경지에 달한 마법사의 비행은 구름조차 가른다.

    이는 경지에 달한 검객의 검도 마찬가지였다.

    헤스티아는 보았다.

    하늘을 가르듯이 암기의 벽이 갈라지는 광경을.

    그 검이 멈추지 않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인질로 삼을 셈이구나.’

     

    우직하게 광전사의 길만을 고집했던 그녀라면 저 검을 당해내지 못하고 붙잡혔을 것이다.

    하지만 메이드용 마나연공법으로 신체를 압축하고 메이드에 어울리는 몸가짐과 각종 기술을 배운 헤스티아는 예전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대응을 골랐다.

     

    “꺄아악!”

     

    무해한 메이드마냥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기!

    이에 체구가 줄어들고 있어도 아직 어지간한 성인남자보다 건장한 헤스티아를 이 정도는 버틸 수 있는 강자라고 여겼던 검객성녀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손목이 무리하게 틀어지며 검로를 뒤틀고, 하늘조차 가를 수 있는 검이 강의실 바닥에 깊은 상흔을 새기며 지나갔다.

     

    ‘티토소가의 무해해서 전의조차 생기지 않는 약자의 행동을 모방한 무해한 메이드 위장술!’

     

    그 실전효과가 완벽하게 성공한 것이다.

     

    “가서 조나와 오크노디를 불러오세요.”

    “괜찮겠습니까?”

    “무방비하게 맞이하는 것과 만전을 기하여 대적하는 것은 다릅니다.”

     

    리프의 말에 헤스티아가 강의실 밖으로 달아났다.

    저격총이 불을 뿜으며 헤스티아의 다리를 노렸으나 리프가 날린 암기가 탄환을 허공에서 튕겼다.

    성녀 3인조의 얼굴에 호기심이 떠올랐다.

     

    “제 수강생은 건드릴 수 없습니다. 비록 정식교수가 아닌 임시교수라 한들, 세계제일의 기프트 아카데미에 교수직으로 인정받은 몸. 여러분은 제 대접을 받아주셔야겠습니다.”

    “역시 대화란 모두가 선 채로는 성립할 수 없겠지. 올바른 자세로 교정해주지.”

     

    검객성녀가 리프를 향해 돌진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우주최강 공모전 D-3!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