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93

    뒤늦게 합류한 루크의 환영을 겸한 바베큐파티.

    그 특별한 소란은, 마치 적막만이 어울릴 법한 숲 속의 소박한 오두막을 떠들썩하게 울리고 있었다.

    “어머나,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니?”

    “그래서 진짜, 어휴……. 제가 그땐 얼마나 식겁했는지 아세요?”

    예르나의 어머니, 미르나는 다이튼이 루크가 이마에 반창고를 붙인 이유와, 어째서 이렇게 늦게 돌아왔는가에 대한 설명으로 오늘 낮에 공항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 것들을 들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경험, 다신 겪고 싶지 않아요.”

    자신을 보는 주변 사람들의 혐오감 어린 시선, 자기 손으로 가족을 해쳤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변명의 여지조차 없이 연행될 때의 당혹감…….

    그런데 그 모든 일들이, 고작 장난스러운 딱밤 하나로 벌어진 일이라니.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럼이 없는 삶을 살아왔다고 말하긴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떳떳하게는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자신이 겪기엔 너무나도 가혹한 취급이 아닌가.

    그나마 다행인건, 사건이 발생하는 그 상황에 예르나는 자리에 없었다는 점이다.

    예르나는 이 일을 루크도 깨어나고 어느정도 상황이 수습된 뒤에 알게 되어서 망정이지, 만약 예르나도 루크가 맥없이 쓰러지는 충격적인 장면을 직접 봤다면 뱃속의 아이에게 어떤 영향이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랬으면 이건 그냥 우스꽝스러운 해프닝 정도로 끝나진 않았겠지.

    “크음…….”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있던 루크도, 새삼 얼굴이 화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기절하고 난 이후의 상황이 어쩔 수 없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공항의 의무실에 이송된 이후 금방 정신을 차린 루크는, 이후 자신이 다이튼의 ‘딸’이며, 추가로, 그가 자신에게 폭력을 상습적으로 휘두르는 가정폭력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경비대원들에게 증명하기 위해서 무던히도 애를 써야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했느냐면, 다이튼과 평소에 사이가 좋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그의 팔에 매달려서 사랑스러운 딸처럼 아양떠는 모습을 연기하는 것이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다이튼은 꼼짝없이 가정폭력범이나 아동학대범으로 잡혀들어갈 기세였으니 말이다.

    그 때 자신이 어찌나 열연을 펼쳤는지, 마지막에 ‘아빠를 잡아가지 마세요’라고 할 때엔 직원 몇명이 눈물마저 훔쳤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공항 직원들은 마지막까지 다이튼에게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빛을 거둬주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그렇게 별 일 없이 공항에서의 소동은 잘 마무리 됐다.

    그나저나 다이튼이 ‘아빠’라니.

    물론 행정상으로는 분명 그것이 참이기는 하지만, 루크는 아무래도 평소엔 허물없이 서로 장난이나 치고 놀리기나 하던 다이튼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걸 여전히 심리상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이튼은, 또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다이튼은 루크를 원망하기보다는 걱정하고 있었다.

    “하아 진짜, 내가 너 정말 어디 잘못된 줄 알고 얼마나 놀란줄 알아? 정말 피로때문인거 맞아?”

    그에 루크는 조용히 그의 시선을 피하며 얼버무렸다.

    “그, 말 했잖나. 피로해서 그랬다고.”

    피로해서 그랬다, 실제로 틀린 말도 아니었다.

    아무리 만들어지다 만 신체를 사용하느라 약해진 지금의 몸이라지만, 만약 자신이 처음부터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제대로 그에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면 고작 딱밤 따위로 이런 일은 절대 없었을 테니까.

    뭣보다, 컨디션이 나빴다.

    아무리 병약해졌다한들, 마나가 있는 마법사가 고작 그정도 충격에 대비하지 못할리가 없잖은가?

    그러니까, 자신은 정말로 피곤해서 쓰러진 셈이다.

    하필이면 딱밤의 위치가 인챈트로 보호되는 의상을 입은 부위도 아닌 이마라서 문제가 된 것도 있고.

    아무래도 임시로 취하게 된 미완성품인지라 어쩔 수 없는 결함이 있을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고작 그정도의 충격만으로도 작동이 멈춰버릴 줄이야…….

    역시 도플갱어로만 이뤄진 신체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루크는 본래 자신이 사용할 신체를 만들 때엔, 생체파츠 외에도 인챈트된 강화파츠를 꼭 삽입하여 제작한다.

    도플갱어가 아무리 완벽하게 원본을 복제한다해도, 결국 자신과 같은 이격의 존재가 그 몸을 다루기에는 근본적으로 신체의 밸런스라던가, 마나의 출력량같은 부분은 물론이고, 조작성 측면에서도 상당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신체는 미처 그런 것들을 조정할 여건이 되지 못했다.

    사용할만한 재료도 부족했던 데다가, 당장 일정 때문에 급하게 빚어낸 것이기도 했고.

    하지만, 공항 직원들은 몰라도 다이튼이 그런 핑계에 넘어갈 정도로 루크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진짜 그게 다야? 우리한테 뭔가 따로 숨기는 건 없고? 시에나하고 있을 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다이튼은 루크가 일부러 말하지 않는 것이 분명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루크와 함께 산 것이 이제 일년정도 되었는데, 그 특유의 화법은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루크는 직접 거짓말은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말하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런 느낌이 든단 말이지.

    솔직히 루크가 고작 딱밤 정도로 쓰러진 것도 그렇고, 넘어져서 바닥에 머리 좀 찧었다고 까지는 것도 그렇고…….

    그동안 보여준 루크의 모습과는 상당히 이질적인 모습이다.

    “그, 그건…….”

    루크가 그렇게 말문이 막혀 곤란해하고 있을 때, 다이튼의 의심의 불씨를 짓밟아 꺼버린 것은 다름아닌 예르나였다.

    “다이튼, 피곤해서 그랬다는데 애한테 너무 그러지 마. 정말 피곤했겠지.”

    의무실에서도 사실 별 문제가 없었으니 머리에 반창고나 붙여주고 깨어나길 기다린것 아닌가?

    실제로 루크는 쓰러지면서 바닥에 이마를 찧는 바람에 발생한 찰과상 말곤 아무런 외상도 없었고.

    “하지만, 걱정되니까 그러지. 이녀석, 정작 자기 힘든 얘기는 매번 아무한테도 안 하려고 하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런 건 나중에 말해도 되잖아. 밥 먹는데 그렇게 물어보면 체할라.”

    “예르나…….”

    그런 예르나의 모습은, 다이튼에겐 꽤나 의외의 면모였다.

    그동안 루크를 가장 앞장서서 걱정하던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예르나 본인이었으니까.

    다이튼은 어느새 자신이 더 루크를 걱정하는 역할이 된 건지 낯설었다.

    그 때, 미르나도 나서서 예르나의 의견에 동참했다.

    “그래, 예르나의 말이 맞다. 걱정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이가 피곤해서 그랬다니 믿어주렴.”

    원래 애들은 체력이 무한한 것 같다가도, 금세 떨어지곤한다.

    비록 에이레스에서 베리튼으로 오는 비행시간이 그렇게 아주 긴 편은 아니라곤 해도, 혼자서 이것저것 준비해서 비행기에 오르는 과정 자체는 많이 피곤했겠지.

    뭣보다, 베리튼에 온 걸 환영하는 의미로 하는 바베큐파티에서, 아이를 쓰러졌다고 다그칠 필요도 없지 않은가?

    “뭐어, 그렇긴 하지만요…….”

    다이튼은 여전히 루크가 미심쩍긴 했지만, 다들 저렇게 말하니 그도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아무튼, 오늘은 잘 먹으렴. 저번에 봤을 때보다 상당히 야윈 것 같은데, 그게 다 식사가 부실해서 그런거란다.”

    “으, 음……. 그럴게요.”

    루크는 자신의 접시 위에 막 구워진 꼬치를 연신 올려주는 미르나의 호의에 멋쩍게 감사를 표하며 고개를 꾸벅였다.

    그 모습에 미르나는 흐뭇하다는 듯 자신도 구워진 떡을 집어들며 웃었다.

    나이를 먹으면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법이었으니까.

    마치, 저 아이들처럼.

    “아앗, 파이! 그거 내 접시에 있던거잖아! 가져가지 마!”

    “음, 몰라! 원래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야!”

    “이익…! 너어, 진짜!”

    “…….”

    아닌가…?

    생각해보니 너무 먹성이 좋은 것도 걱정거리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한바탕의 소란스럽던 바베큐파티가 끝난 후, 루크는 아이들과 함께 누운 방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역시, 이 모든 일들의 뒤에는 아타나시스가 있었어.’

    시가르마타의 배우자이자 드래곤로드였던 아타나시스는 5000년 전, 신성모독이라는 금기를 저지른 한 마법사를 심판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지만 참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한낱 인간에 불과한 존재에게 패배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그는, 결국 조율자로서 해서는 안될 금기를 어기고 말았다.

    바로, 그의 운명에 개입한 것이다.

    운명을 다루는 권한은 여신과 그녀를 보좌하는 최고 조율자 이외엔 아무에게도 주어지지 않았기에, 한낱 인간 마법사로서는 그에 전혀 대응할 수 없을 테니까.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신기조차 없이 마법만으로 마왕을 물리친 그 인간 마법사는 그 불가해한 규칙과 권능조차 이미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었으며, 자신을 향한 운명적 공격조차도 막아낼 수 있는 지식이 있었던 것이다.

    아타나시스는 당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권능과 수단을 전부 동원하였지만, 그저 한낱 인간이라고는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권능앞에 결국은 주문이 틀어지며 역으로 자신을 향한 운명적인 말소가 발생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 뒤틀림의 영향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모든 드래곤의 구심점으로서 존재하던 ‘로드’가 말소되어버렸으니, 당시의 모든 드래곤 종족또한 그 운명적 사건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결국 모든 용종은 그들과 얽힌 전설, 일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이제는 그 강대한 시신의 잔해만이 사람들에게 그 존재를 어렴품이 증거할 뿐으로 남았다.

    허나 그러한 참상 속에서도, 아타나시스는 오랜기간 자아를 유지한 채 세계의 틈새에서 끈질기게 본질을 재구성하여 세계로 돌아오게 되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용이자, 운명을 잃은 무명자인 아타나시스는 그렇게 존재하게 되었고, 머지않아 자신의 지난 과오를 되돌리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바로, 무명자에게 부여된 모든 운명적 실패를 회피하고 ‘운명의 신’이 되기 위한 계획을.

    ‘신의 권좌. 그걸 위해 그동안 갈등과 전쟁 속에서 운명을 수집하고 있었던게야.’

    운명을 취하기 위해 아타나시스가 일으킨 만행들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세계 전반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기근, 심지어 대륙을 불바다로 만들고 세계수를 갈라놓은 그 대륙전쟁마저, 아타나시스의 협작질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었으니까.

    ‘반드시 그를 막아야만한다.’

    본인의 목적을 위해 세계를 좀먹고 많은 이들을 불행의 구렁텅이에 던져넣은 아타나시스는, 이미 현대에 도래한 마왕과 같다.

    그가 신좌를 찬탈하게된다면 발생할 참상을, 루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그의 목적을 알기도 전에 자신이 이미 베리튼에 있다는 것은 어쩌면 아직 운명의 인도가 자신과 함께하고 있는 것임을 증명하는 것일수도 있다.

    신의 권좌가 목표라면, 그 계획은 끝은 결국 ‘세계수’로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 전, 이름없는 덩쿨이 최초로 탑의 끝을 정복한 이후 모두가 그 본질에 대해 망각하고 말았지만, 백색 탑의 역할은 본래 신의 권좌에 오르기 위한 계단이었다.

    따라서 만일 그가 새로운 신이 되고자 한다면, 반드시 ‘세계수’로 향해야만한다.

    “…그러면 내일은 오랜만에 백색마탑 학회에 들러봐야겠군.”

    1년 전, 경시대회때 봤던 얼굴들이 아직 남아있으려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말도 없이 이렇게나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최근 또 글을 쓰려하면 막막하고 공황증세가 도져서, 그대로 손이 멈춰버리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다음화는 되도록 빨리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