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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3

        

       무리 지어 움직인다.

       밤에 흐르는 강은 물결이 되었고, 물결은 한데 모여 가지를 뻗는다. 모일수록 그 밀도는 점점 높아져 단단하게 변하고, 마침내 그것은 창이 되기에 이른다.

       나무를 깎아 만든 창이 그러하듯 그 끝은 뾰족하기 그지없었으며, 뾰족한 끝은 오직 한 점으로 이루어져 있나니.

         

       그 한점에 자리 잡은 것은 바로 저 개미 중에서도 특별한 개체였다.

       그것은 꽤 빨간 색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왠지 모를 위협적인 느낌을 가득 풍기고 있었다.

       피를 모아다가 굳힌 것처럼 새빨간 몸체에 통통한 엉덩이, 그리고 엉덩이 끝에 솟아나 있는 가시까지.

         

       “Solenopsis invicta?”

         

       Solenopsis invicta.

       붉은불개미, 붉은열마디개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개미.

         

       그 개미가 지금 케네스가 만들어놓은 장막을 뚫고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아니, 저 개미 하나가 아니다.

         

       바스락.

       바스락.

         

       군대개미가 뭉쳐서 만들어진 저 가시의 안쪽.

       독이 지나가는 길이라도 되는 것처럼 만들어진 비어있는 속을 통해 붉은불개미가 하나둘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그리고 장막이 완전히 뚫리기를 기다리며 가시의 위에 점점 자리를 잡은 채, 엉덩이의 독침을 높이 치켜든 채 케네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더듬이를 움찔거리고, 좀이 쑤신다는 듯 다리를 움직이기도 하며.

       그것들은 케네스를 자신의 독침으로 찌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이런.”

         

       케네스는 그 사실에 인상을 팍 찌푸렸다.

         

       저 붉은불개미에게 물리면 그 고통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접 물려본 적은 없으나…. 물려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생생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화석 발굴에 미쳐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던 동료 교수 한 명이 남미에서 저 개미에게 물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어찌나 세세했는지 어렵지 않게 그 고통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저 붉은불개미의 독침에는 솔레놉신(Solenopsin)이 있어서 화상을 입은 것 같은 심한 통증을 겪게 된다고 했던가.

         

       동료 교수가 말하기를 처음 물렸을 때는 벌에게 쏘인 줄 알았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벌 독 알레르기가 없어 아나필락시스 반응(Anaphylaxis reactions)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그냥 나중에 약이나 바르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어갔었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통증이 심해졌다고 한다.

       마치 누군가가 불로 그 자리를 지져버린 것 같은 통증이었다고 할까.

         

       그 고통에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던 동료 교수는 고통이 느껴지는 부분을 걷어 확인하였고, 옷을 걷자마자 잔뜩 부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서 느껴지는 고통이 상당히 범상치가 않아, 동료 교수는 탐사 작업을 멈추고 병원에 가야 하나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그리고 이윽고 몸에 발진이 일어나고, 현기증과 함께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느낌이 같이 찾아오자 빨리 병원에 가야 하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생과 함께 병원으로 질주하듯 달려갔다고 한다. 그리곤 병원에서 에피네프린을 투여받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 경우에는 붉은불개미의 독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서 생긴 일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가벼이 넘어가도 되는 일은 아니었다.

         

       낮은 확률이겠지만 케네스 역시 저 독침을 맞고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었고, 일어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저 개미에게 사정없이 쏘이는 것은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닐 테니까.

         

       듣기로는 화상과 비교할 정도의 고통이었다고 하는데….

       그러한 고통을 겪으며 주술사와 싸운다면, 그것은 분명히 해가 될 것이 분명했다.

         

       ‘이만큼 벌레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것을 보니 벌레술사라 부르는 것이 옳겠지.’

         

       케네스는 자신을 방해한 호텔 안의 주술사에 대해 생각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벌레술사, 벌레술사라….’

         

       계속 싸워야 하는가?

       무리해서라도 호텔 안으로 진입해야 하는 것이 이득일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후퇴해야 하는 것이 옳을 것인가?

         

       케네스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내려진 결론은.

         

       ‘후퇴해야겠군.’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파앙-!

         

       그는 신경질을 내듯 묵주를 다시 휘둘러 그의 몸에 닿기 위해 애를 쓰는 가시를 부숴버렸다. 그러자 가시를 이루고 있던 개미들은 터져나가며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렇게 흩어진 개미들은 빛을 통과하기 위해 몇 번 시도했다가 다시 뭉치기 시작했다.

       자기들이 뭉쳐야만 그가 만든 빛을 뚫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케네스는 그 개미가 가시를 다시 만들기 전.

         

       파앙-!

         

       다시 묵주를 휘둘렀다.

       가시를 정확히 노리던 아까와는 다르게, 그냥 빈 땅을 말이다.

         

       “그분이 아담에게 이르시되 네가 네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너에게 먹지 말라 한 나무 실과를 먹었으니 땅은 너로 인하여 저주받고 너는 종신토록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그리고는 그는 기다렸다는 듯 주언을 내뱉어 빈 땅에 저주를 걸었다.

       그 저주는 땅을 척박하게 만들고 그 위에 있는 생명체들의 생명력을 마르게 하는 저주였다.

       물론 대단한 저주가 아닌데다가, 의식으로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약식으로 한 것이었기에 그 효과는 미미하기 짝이 없었다.

       사람에게 사용하면 피부를 푸석하게 만들기도 힘들 정도였으며, 식물로 따지자면 가물기는커녕 며칠 물을 못 먹어서 시들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 되겠지.

         

       하지만 적어도 지금 상황에는 꽤 쓸만한 방법임이 틀림이 없었다.

         

       이토록 하찮은 효과라고 할지라도, 크기가 작은 미물들에게는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바스락.

         

       이러한 케네스의 생각은 정확히 맞았다.

         

       그가 주술을 사용하자 개미들의 움직임이 굼떠지기 시작한 것이다.

       몇몇 개미는 움직일 힘도 없는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고, 움직이는 개미들도 약이라도 맞은 것처럼 빌빌대기 시작했다.

       가시를 만들기 위하여 애를 쓰던 개미들은 매달릴 힘도 없는지 우수수 땅으로 쏟아졌고, 만들어진 가시 역시 확연히 밀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곳곳에 빈 곳이 생기고 구멍이 송송 뚫리는 것이, 어린아이가 힘을 실어 발로 차기만 해도 부서져 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되어버린 것이다.

         

       케네스는 그것을 확인하고는 재빨리 묵주를 자기 팔목에 다시 걸었다.

       그리곤 호텔을 잠시 바라보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사라졌다.

         

         

         

         

        * * *

         

         

         

       마주친다.

       눈이 마주친다.

       어둠을 끼얹은 유리를 사이에 둔 채 두 사람의 눈길이 스쳐 지나간다.

       호텔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진성의 시선과 호텔의 바깥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을 잠시 바라본 케네스의 눈길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그 잠깐의 스침 동안 수많은 생각이 오갔음이니.

         

       케네스는 호텔 안에 있는 주술사와의 만남을 기약하였고, 자신이 노리고 있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결의로써 표현하였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

       그리하여 그 창밖으로 그 결의가 충분히 드러났나니, 진성은 케네스가 언제고 다시 그를 방문할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진성은 어떤가?

       진성의 눈에서는, 그의 창에서는 무엇이 밖으로 빠져나왔을 것인가?

         

       마주친 시선의 사이에 스쳐 지나간 생각은 무엇인가?

       맑은 물에 시선이라는 휘저음이 스쳐 지나간 뒤, 부유하기 시작한 흙모래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고?

         

       “흐음.”

         

       흙탕물이 되어버린 명경지수 속에서 나타나는 것은 기억이라.

       시간이 뒤틀리기 전 그가 보고 들었던 수많은 기억 중 하나요, 잠시간 보았던 저 주술사에 대한 짐작이라.

         

       그리하여 진성은 먼저 주술로 공격을 한 주술사가 누군지 추측할 수가 있었다.

         

       그래.

       추측이다.

         

       정확하지는 않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저 주술사는 풍문으로 들었던 그 미친 주술사일 가능성이 큰 것 같은데….”

         

       그가 마주하지 않은 주술사였기에 외형으로는 쉬이 그 정체를 깨닫기에 힘들었기 때문이며.

       다른 주술사들처럼 특징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기에 한눈에 알아보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며.

         

       ‘화산과 관련된 그 주술사가 맞는가?’

         

       마지막으로, 진성이 제대로 관심을 보이기도 전에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주술사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 * *

         

         

         

       주술이란 위험한 능력이다.

       정확한 방법만 알고 있다면 그 누구도 사용할 수 있으되, 그 대가는 참으로 무거워 쓰는 이를 갉아먹나니.

       주술을 사용하는 이는 그 대가의 무거움에 몸부림치고, 그 괴로움을 견디는 경우가 참으로 드물었다.

       하지만 그 괴로움과 무거움을 모두 받아들이고 주술을 사용하는 이들 중에서도 멀쩡한 이는 드물었으니.

         

       이는 그 대가라는 것의 끔찍함을 말하는 것이라.

         

       그리하여 주술사 중에는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다.

       품은 대의로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리며, 자신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땅속에 묻히게 되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저 심신의 괴로움뿐이라면 견딜 수 있을지 모르나….

       이 대가라는 것이 참으로 가혹하면서도 무엇이 올지 쉬이 짐작할 수가 없는 것이라.

         

       그래서, 치명적인 부분을 건드리게 된다면 그 대가를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죽음을 맞이하는 까닭이다.

         

       그리고 이러한 죽음 속에서 정신을 건드리는 대가들도 충분히 존재하였으니.

       이것은 뇌와 신경과 관련된 대가가 그러하였고, 그 가볍고 무거운 대가들이 모여 만들어진 병마 때문에도 그러하였다.

         

       그리하여 주술사는 대의와 정신력과는 별개로 미치는 경우가 생겨났으니.

       이것은 육체를 가진 이들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 하겠다.

         

       뇌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는데 어찌 타격을 입지 않겠는가?

       피와 살을 가진 생명체가 어찌 그것에 쉬이 저항할 수 있겠는가?

         

       그것이 괴팍해지는 것을 넘어 정신이 이상해지는 주술사가 있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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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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