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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4

    <594 – 맛있는 연계퀘스트(18)>

     

    헤스티아는 조나 와이히엠하이 교수의 강의실을 향해 달렸다.

    직접 듣는 강의는 아니지만 모든 학생이 착용한 마법시계에는 ‘수강생 한정’의 제약을 교수가 별도로 설정하지 않는 한, 누구나 강의계획표를 열람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역시 교수직에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조나 와이히엠하이는 이 기능을 다룰 줄 몰랐다.

     

    ━━━

    [마나연단법의 심화]

    -금요일 3교시 14시~16시

    -교수 : 조나 와이히엠하이

    -모험학부, 교양

    -오는 길 : 모험의 광장 좌측대로 세 갈래 길에서 연못을 지나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도달할 수 있는 강의장.

    ━━━

     

    오는 길이 있으니 길만 따라서 가면 되겠군.

    달리기를 시작했던 헤스티아는 빠르게도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5번 모험의 광장]

     

    “?”

     

    광장이면 광장이지 번호는 왜 붙는 걸까?

    기사학부 소속의 헤스티아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는 요소였다.

    이는 모험학부의 <광장으로 가는 길>에 접어들고 광장대로를 달리면서 금방 깨닫게 되었다.

     

    [7번 모험의 광장]

    [13번 모험의 광장]

    [22번 모험의 광장]

     

    “아니 미친.”

     

    광장이 더럽게 많았다.

    광장, 공방거리, 광장, 목욕탕, 광장, 극장, 광장, 동물원 가는 길, 광장, 도적들의 은신처, 광장.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광장미로를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헤스티아는 걸음을 돌려 도적들의 은신처로 돌아왔다.

     

    똑똑똑.

     

    근처의 민가에 노크하자 창살이 우편수납함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금속장갑을 장착한 손으로 창살을 부러뜨리고 창문 안을 들여다보니 창살 하나에서 사출구가 열리더니 초소형 독침이 마구 분사되었다.

     

    파앙

     

    앞치마를 휘둘러 독침을 걷어내자, 민가 안 주방에서 차를 마시던 인자한 노인이 손 인사를 건넸다.

    노인의 손가락에서 빛이 반짝이기 무섭게 고개를 트니 창문을 뚫고 튀어나온 레어메탈 금속실이 머리가 있던 자리를 지나갔다.

     

    “홀홀홀. 오랜만에 재미있는 아이가 찾아왔구나. 들어오려무나.”

     

    노인의 허락을 받고 나서야 민가에 헤스티아가 들어왔다.

     

    “민가에 왜 이리 함정이 많습니까?”

    “미안하구나. 직업병 때문에 심심풀이 삼아 만든 함정이 조금 많단다. 그러니 갈색 나무블록은 밟지 말고 다갈색 나무블록만 밟거라.”

    “…”

     

    그게 뭐가 다른 거지…

    헤스티아는 이건가? 하고 발을 내디뎠고 천장에서 쏟아지는 물을 앞치마 위에 마력을 실어 받아내어 바닥에 철퍽 쏟아내었다.

     

    “에잉 쯧쯧. 생긴 것처럼 무식한 메이드 같으니라고. 색맹도 아니고 그걸 몰라서 집안 바닥을 물바다로 만들어?”

    “죄, 죄송합니다, 어르신…”

    “됐다, 욘석아. 모험학부도 아닌 아해가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는 주제에 기사학부 녀석들처럼 남의 집을 박살내고 들이닥치지 않는 공손함을 보아 내 한 번만 봐주마.”

     

    <인식강화의 색안경>

    <효과 : 이 색안경을 착용하는 동안 색상 구분 능력이 향상된다.>

     

    노인이 던져준 색안경의 힘을 빌려 헤스티아는 간신히 다갈색 나무블록을 건너뛰며 노인의 주방식탁에 도달하였다.

     

    “몸놀림이 제법이구나. 기사학부의 가르침은 아닌 듯한데 누구의 배움을 받고 있느냐.”

    “리프 임시교수님이십니다.”

    “리프? 오호라. 교장이 재단과 다크프린세스의 결속을 끊고자 기용한 다크프린세스의 측근이구나.”

     

    헤스티아는 교수들이 교장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조심스러워하는 태도를 알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교수들을 수집해오는 미친 드래곤이니 태도가 신중한 것도 이해가 갔다.

    헌데 노인에게서는 그런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평범한 교수와도 다른 여유를 지닐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어르신께서도 교수직에 오르셨습니까?”

    “지금은 아니다.”

    “전에는 그러셨단 말이시군요.”

    “벌써 20년도 더 전에 은퇴한 몸이지. 헌데 늙은이의 호구조사로 귀한 시간을 허비해도 되겠느냐? 몹시 바빠 보이던데.”

    “헛…! 실은 제가 가려는 곳이 있는데, 광장이 반복되고 끝이 보이질 않아서 애를 먹고 있습니다. 광장 좌측대로 세 갈래 길에서 연못을 지나 가장 높은 곳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너는 너희 기사학부 기숙사의 갑옷장신구가 있는 방을 지나 검을 든 석상을 지나 훈련소의 가장 깊은 곳에 뭐가 있냐고 물으면 기억이 나느냐?”

    “…아니요?”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 해괴한 방법으로 지형을 설명하는 것들은 시험을 하는 것이지. 강의냐?”

    “예. 조나 와이히엠하이 교수님의 강의실입니다.”

     

    노인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지어졌다.

     

    “재단출신의 금속술사. 외모와 체형을 바꾸었을지언정 그 실력마저 바꿀 수는 없지. 수수께끼에도 능통한 것을 보아 내가 아는 그 아이가 맞구나.”

    “조나 교수님을 아십니까?”

    “10년 전에 우연히 도적들의 은신처에 발을 들여서 내 가르침을 받았지.”

     

    현역 교수의 과거와 그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수수께끼의 은둔 노인의 이야기는 흡사 말로만 듣던 기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헤스티아는 이미 자신에게 메이드용 마나연공법이라는 분에 넘치는 기연이 있음을 떠올렸다.

     

    ‘현역 교수의 과거이야기와 그의 비밀스승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둔다면 어떻게든 도움은 되겠지.’

     

    하지만 그 대가로 치러야 할 것이 자신의 스승인 리프에게 닥칠 사고가 된다면 또 하나의 기연에 눈이 멀어서 이미 누리고 있는 기연마저 잃는 어리석은 결말이 될지도 모른다.

     

    “저는 리프 교수님을 돕기 위해 도움을 청하고자 조나 교수님을 만나러 가야 합니다. 부디 광장을 돌파해서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내 옛날이야기가 궁금하지도 않더냐?”

    “리프 임시교수님은 제 스승이십니다.”

    “지금이 너를 조나만큼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들을 기회라고는 생각하지 않느냐?”

    “생각하지 않고 바라지도 않습니다.”

     

    헤스티아의 욕망이 없는 올곧은 발언에 노인은 몹시 흡족해하였다.

     

    “이미 누리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아는 바람직한 삶의 자세이지. 길을 찾는 법을 알려주마.”

    “감사합니다!”

    “이것이 <광장구역> 전역의 지도이다. 모험의 광장 좌측에 세 갈래 길이 있는 광장을 추리면 후보는 크게 줄어들지.”

    “오오!”

    “다음으로 연못을 지나 가장 높은 곳에 오른다. 여기서 연못을 지나라는 말을 너는 어떻게 이해했느냐.”

    “말 그대로 연못을 지나쳐서 고지대가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틀렸다. 그것의 어디에 <모험>이 있느냐.”

    “설마… 연못의 아래를?”

    “기본은 되었구나. 그렇다. 올바른 길을 찾으려면 지도를 구하는 것이 첫째요, 연못의 아래를 지날 지혜와 용기, 신체능력을 갖추는 것이 둘째다.”

    “연못 아래의 길은 얼마나 깊고 깁니까?”

    “도전하는 자만이 알겠지.”

     

    헤스티아는 질문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지금의 그녀는 그 길이 얼마나 깊고 길든 반드시 지나쳐야만 했다.

     

    “하면 가장 높은 곳은 어떻게 찾아야 할지 지혜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너는 황량한 바위산의 꼭대기와 만인을 부리는 권력의 옥좌 사이에서 어디가 더 높다고 여기느냐.”

    “맙소사. 그런 시각이…!”

    “가장 높은 곳이란, 연못을 지나 도달한 자리에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높아야 한다. 그 높음이 물리적인 높음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감사합니다. 충분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헤스티아는 급히 노인의 집 밖으로 달려 나갔다.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노인은 다시금 찻잔을 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이 성급하기는 똑같구나.”

     

    전송마법으로 연못 앞까지는 보내주려고 했던 노인이 잎사귀를 띄운 차만큼 쓰디쓴 웃음을 지었다.

    조나 와이히엠하이.

    이름을 바꾸었으나 잊을 수 없는 그 아이의 과거 또한 지금의 헤스티아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조나에게는 운이 없었다.

    그를 둘러싼 환경은 더욱 가혹했고, 그는 끝내 재단의 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하지만 조나가 ‘아가씨’들을 지키기 위해 벌인 소란들은 재단 소속이 아닌 노인의 귀에도 들려올 정도로 적지 않았다.

     

    ‘밝게 빛나는 꽃은 아무리 깊고 어두운 음지에 머물러도 그 빛이 가시지 않지.’

     

    조나가 불러들인 재단의 메이드이자 그의 마지막 아가씨 <오크노디>의 또 다른 보호자인 리프, 그리고 그녀의 제자 헤스티아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들은 어둠에 머물러도 그 빛을 잃어버리지 않을 선한 존재들이다.

     

    ‘그런 이들이기에 다크프린세스라 불릴 정도로 어긋난 아이를 지켜주는 건가?’

     

    노인은 조나가 자신에게 배운 <도적의 속임수>를 강의실에도 써먹고 있다는 사실이 마치 자신을 향한 부름처럼 느껴졌다.

    수제자가 재단의 집사가 되어 참혹한 테러를 일으켰음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입장에선 그 부름에는 더욱 응할 수 없었지만.

    노인이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조나의 동료인 리프를 돕겠다는 수강생 헤스티아를 그의 곁으로 보내주는 것뿐이었다.

     

    호로록.

     

    찻잔을 비운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돌아갔다.

    침대에 누우려던 시선이 멈칫했다.

     

    “?”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조명을 세운 탁상 서랍에 시선이 향했다.

    탁상을 열자, 어째서인지 그 안에 있어야 할 보물이 보이지 않았다.

     

    <프로그노시스 아이Prognosis Eye>

     

    노인의 눈에서 안광이 번뜩였다.

    서치아이, 피어스아이, 스파이아이.

    견문안, 관조안, 염탐안.

    흔히 알려진 안목 기능의 안법단계의 최종단계에 자리한 안법계 최고봉 기술.

    <예지안銳智眼>으로도 불리는 이 기술은 자연마나의 흐름을 계산하여 미래를 계산하거나 과거에 벌어진 흐름을 감지한다.

    노인의 눈은 이곳에 대단히 정밀한 마나제어술로 자연마나의 이동이 축소되었으며, 경지에 달한 숨기 능력으로 은신마법 없이 자연스럽게 침입한 도둑이 있었음을 알렸다.

    그 도둑은 헤스티아가 걸린 함정보다 월등히 고난이도의 함정이 설치된 천장과 벽을 통과하여 서랍장 앞에 도달했다는 사실도 알아차렸다.

    도둑의 체구가 130cm가량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노인은 이미 마나보드를 펼쳐서 전교생 신장목록을 낮은 순으로 정렬했다.

     

    ━━━

    [아카데미 전교생 신장 낮은순 정렬]

    1. 오크노디, 133cm(변동없음)

    2. 즈앙, 138cm(6cm 감소)

    3. 티토소가, 139cm(3cm 감소)

    4. 매스각키, 140cm(5cm 감소)

    5. 카시아, 148cm(3cm 감소)

    ━━━

     

    마나연공법의 성취로 인해 신체압축률이 높아져 키가 작아진 학생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으로 낮은 키를 지녔으며, 그럼에도 더 이상 신체가 작아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 압축률의 성취를 이룬 자.

    뛰어난 숨기와 훔치기, 감쪽같이 속일 마나제어술을 겸비하고 노인이 지닌 특별한 보물의 존재를 알아차릴 정보력을 지니고 있던 자.

    노인의 은신처를 알만한 인물이 교장과 디스트로이어, 조나 와이히엠하이뿐임을 감안하면 예상되는 인물은 하나밖에 없었다.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내게 복수라도 저지른 것이냐.

    그녀에게는 스승이자 집사인 조나를 대신해서.

    제자의 편이 되어주지 못했던 스승의 스승, 비겁했던 노인을 탓하기 위해?

    정보의 출처는 조나 와이히엠하이.

    그에게 들은 보물을 훔치러 찾아왔는가?

     

    아니, 그건 얕은 생각이다.

     

    노인의 은신처를 아는 인물은 둘이 더 있다.

    교장과 디스트로이어.

    그리고 이 둘과 연관된, 133cm의 다크프린세스에 필적하는 존재를 노인은 알고 있다.

     

    ━━━

    [아카데미 교직원 신장 낮은순 정렬]

    1. 핑크베리 교수, 144cm

    2. 소피아 교수, 150cm

    3. 노농노노농 교수, 152cm

    ━━━

     

    144cm의 핑크베리 교수.

    전문분야는 변신술.

    그 경지는 자신의 신장조차 속일 수 있으니.

     

    “교장의 사주를 받았는가, 최강의 도적 디스트로이어의 사주를 받았는가.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늙은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구나.”

     

    노인은 오랜 칩거 생활을 끝마치고 은신처의 문을 열었다.

    개강도 하지 않고 은둔생활 중인 핑크베리 교수에게는 영문도 모르고 날벼락을 맞을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성장할수록 키가 줄어드는 학생들과 우주최강 공모전 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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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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