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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4

       

        

        

        

        

        

        

        

       “살다살다 이제는 차 대신 비행기 비슷한 걸 타고 맨해튼으로 가게 될 줄이야.”

        

       “그게 더 편하잖아요. 게다가 빠르면 오늘 저녁, 늦으면 내일 즈음부터 이 근방에서 머물던 50만 명 가량의 관광객들이 일제히 근방의 모든 도로로 빠져나갈 텐데, 그 꼴을 겪고 싶은 건 아니죠?”

        

       “앗…생각해보니 그도 그렇긴 하네요.”

        

        

        

        12월 20일의 밤.

        

        시속 600km라는 어마어마한 속도의 틸트제트기 한 대가 뉴욕 주를 가로질러 맨해튼으로 향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군인들이 작전을 나가기 위해서나 탑승했을 법했음을 연상시키는 딱딱한 내부 구조와는 다르게, 소파를 연상하게 만드는 시트가 대략 스무 개 정도 장착된 물건이었다.

        

        그래서 이게 뭐냐 하니, 언제나 그렇듯 이카루스제 물건이었다.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르지만, 임원들이 급하게 국내 – 미국 기준 – 를 이동할 때 간간이 쓰는 기체라고 한다. 듣자 하니 과거 중형수직이착륙기 사업에서 코스트 문제로 나가리된 걸 싸게 업어왔다고 하는데….

        

        뭐, 그 이후의 일이야 지난 번에 이카루스가 보내준 전용기랑 비슷하게 전개되었다. 연료 라인이 통째로 날아가고, 거기에 대신 핵융합로를 박아넣었지. 요컨대 우리가 타고 있는 건 항속거리가 무한이지만 좀 작은 전용기란 소리였다.

        

        

        날아오른 지 고작해야 2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맨해튼까지 십수 분밖에 남지 않았다.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금빛의 혈관, 다르게 말하면 차량이 지나다니는 고속도로.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 지면을 서로 누비고 연결하는 듯한 광경. 그리고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저 멀리에서부터 여전히 찬란히 빛나는 맨해튼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JFK 국제공항. 1년 전에도 왔던 곳이었다. AP 경기장이 로체스터 인근으로 옮겨감에 따라 앞으로 이곳에 들릴 일은…이런 식의 방법이 아니라면 없겠지.

        

         

        바깥을 힐끔힐끔 구경하던 와중 들려오는 말. 올리비아였다.

        

        

        

       “나랑 로건 차량은 내일 아침 즈음에 도착할 것 같다고 하니…스튜디오도 한 번 들려야겠네. 딱히 호텔에서 할 거 없지, 막내들? 잠시 좀 다녀와야겠어.”

        

       “후후, 구경하러 가야겠네요…고 말할 뻔.”

        

       “네가 막내야? 네가 막내냐고!”

        

       “아으, 뭐가 문제인가요!”

        

       “그만 좀 투닥거려, 너희들이 초등학생이냐?”

        

        

        

        은근슬쩍 올리비아의 스튜디오를 가보려고 시도한 로렌티나가 사정없이 잘려나갔다.

        

        눈동자만을 도로록 굴려 반응을 확인. 물론 저렇게 말해도 정석적인 츤데레 그 자체인 수리부엉이였으므로, 간절하게 부탁하면 데려가줄 확률이 높았…지만, 까놓고 말해 상어가 진지하게 방문을 요청할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저 사람은 그냥 남이 버럭버럭 화내는 걸 보고 낄낄대는 게 취미니까.

        

        

        건물이 성냥갑처럼 보일 정도의 높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낮지는 않은 고도 수천 미터 위에 있는 틸트제트기 한 대.

        

        그 아래에서 번쩍거리며 빛을 뿜어대는 빅 애플이 아주 느릿느릿하게 지나가고, 고도가 점차 낮아지며 케네디 국제공항이 보인다. 그와 동시에 엔진 각도가 느릿하게 변경, 고도가 빠르게 낮아지며 속도 역시 그에 비례하여 줄어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기체가 공항 한 켠에 내려앉는다. 기체 특성 상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았기에 공간적 여유가 있다면 바로 그곳이 착륙 지점이 되었다.

        

        

        하부 램프가 열리고, 직원들 혹은 사전에 허가받은 사람들이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공항의 한쪽 구석탱이가 보인다.

        

        같이 온 내 스트리머 지인들, 프로게이머들, 그리고 매니저들이 다들 내게 감사인사를 표하며 내리는 가운데, 로건이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돈과 권위가 양립하면 이런 일도 간단하구만.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너 때문에 참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단 말이지.”

        

       “…여기 있었던 사람들 아니면 전 이 자리에 서있지도 못했을 거예요. 후불로 군사지식을 가르쳐준 대가를 지금 정산한다고 생각하시고, 제공 가능한 사치를 즐기세요. 몇 년쯤 지나면 더한 사치를 누리게 해드릴테니.”

        

       “망할, 진지하게 혹하는데.”

        

        

        

        그리 말하자, 로건조차 고개를 돌리며 큭큭댄다.

        

        사실 내심 ‘됐어, 이 자식아.’하고 적당하게 흘려넘기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돈은 로건조차 흥미가 동하게 만드는구만. 물론 방금 했던 말들은 전부 내 진심이자 사실이었다. 싱크탱크도 이제 월 단위로 순이익을 1억 달러씩 뽑아내고 있었으니, 앞으로 자금 문제는 없겠지.

        

        그렇게 나를 마지막으로 모두가 내리고, 얼마쯤 지나 틸트제트기가 그 자리에서 이륙함과 동시에 저 멀리에서부터 버스 한 대가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틸트제트기와 마찬가지로 이카루스 로고가 새겨진 대형 버스. 여길 어떻게 들어왔을까 싶긴 했지만, 애시당초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의 본사가 JFK 국제공항과 매우 가까운 맨해튼 투 브리지스에 있는데 이런 게 아예 없지는 않겠지.

        

        버스에 하나둘씩 탑승하고, 마지막 한 명까지 올라탐과 동시에 덧붙였다.

        

        

        

       “오후 7시 즈음의 맨해튼의 교통은 서울 이상으로 끔찍할 거예요. 거기까지 가는 데만도 1시간 정도 걸릴 수 있으니,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시길.”

        

       “…호텔 옥상에 헬리포트 같은 거 하나 지어주세요.”

        

       “건의해볼게요. 근데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마 내년 즈음일지도.”

        

       “끼야아앙-!”

        

        

        

        그럼 헬리포트가 벽돌 몇 개 쌓고 콘크리트 치덕치덕 바르면 적당히 완성되는 건줄 알았니.

        

        그런 말을 적당히 삼키며 느긋하게 공항을 빠져나가는 무인 대형 버스의 의자에 몸을 기댔다. 500kg 이상도 버틸 수 있는 의자가 실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동안, 마치 한계치 이상으로 살이 찐 비만 환자의 혈관처럼 생겨먹은 도로들이 서서히 우리 앞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로 다행스럽게도, 우리로서는 그 사실을 그닥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오늘은 파이널 챔피언십이 끝난 당일이었고, 다시 말해 이야기할 거리가 차고 넘친다는 소리였다.

        

        처음엔 한두 명씩, 그것이 대여섯으로 변하고, 종국에는 10명 가량 되는 인원들이 차량에 비치된 간식과 음료수과 함께하는 토론의 장을 열어버렸다.

        

        

        물론 등수와 관련된 이야기였기에, 토론이 순식간에 말싸움의 장으로 변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후, 내가 거기서 실수만 안 했으면 다이스 대가리를 거기서 꺾어버리는 건데….”

        

       “하지만 못했지? 후후, 세상에 IF가 어딨어.”

        

       “그치만 다이스 씨, 저한테 로켓런처 박고도 못 이겼잖아요.”

        

       “왜 갑자기 때려요!?”

        

        

        

        주요 공격대상은 다이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무적의 방어수단이 있었다.

        

        

        

       “소신발언 좀 할게요. 1등도 못 한 사람들한테 발언권은 사치 아닌지?”

        

       “뭐라고오? 이 새끼….”

        

       “후, 안 되겠다. 야. 재갈 가져와, 재갈.”

        

       “그거 물려도 내가 1등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죠? 오호호호홋-!”

        

       “와, 저 웃음소리 진짜 재수없는데 왜 이렇게 잘 어울리냐.”

        

        

        

        객관적인 사실 1, 다이스는 이번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1등을 거머쥐었다.

        

        단지 그것만으로 다이스는 ‘그래서 님들 본선 몇 위함?’하고 전방위로 어그로를 끌어댈 수 있었고, 의자에서 신나게 부들대는 다른 선수들을 열심히 놀려제끼기 시작했다.

        

        듣고 있던 로건이 고개를 휙 돌아보며 웃음기 가득한 표정을 입을 열기 전까지는.

        

        

        

       “흠, 그렇게 따지면 나도 2등인데. 내 발언권도 회수해가면 되겠어. 안 그러냐?”

        

       “에, 어, 에엑….”

        

       “…겁먹으라고 한 말 아니거든! 너무 그렇게 무서워하는 반응 보이면 내가 더 미안해진다고!”

        

       “기어코 본선 1위를 말로 후드려팼군요, 로건. 살살 좀 갈궈요.”

        

       “내가 뭘!?”

        

        

        

        물론 그녀는 농담 한 마디에 상응하는 본전조차 찾지 못한 채 그대로 여론에 밀려 쭈그러들었고, 다이스 역시도 한순간에 쪼그라들어 의자에 붙박이가 되었다.

        

        그 이후 이어진 일은 간단했다. 로건-PTSD가 온 주사위를 다들 쓰담쓰담해준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내 신체부위 중 한 곳이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 여론으로 두들겨맞은 로건 역시도 치유해주었다 – .

        

        그렇게 이리저리 떠들다 보니 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우리는 어느덧 타임스퀘어 인근에 도달했다. 다행히도 건물에 주차장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어렵잖게 그 안으로 들어갔고, 이어 별 문제 없이 하차할 수 있었다.

        

        

        호텔 스태프들이 캐리어를 들고 사전에 예약된 방으로 옮겨주는 사이, 우리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발현자가 꽤 많았지만 엘리베이터 자체가 특주품이라 3톤 가량을 감당 가능했고, 다행히도 스태프를 제외한 대략 10명 가량의 인원이 전부 탈 수 있었다.

        

        그리하여 이어지는 말.

        

        

        

       “생각해보니 저희들 저녁을 안 먹었네요. 배고프다.”

        

       “작년의 레스토랑 기억하시나요. 거기가 아직도 영업하고 있으니, 큰 문제만 없으면 거기 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에, 근데 그런 덴 보통 예약해야 하지 않나요?”

        

       “뭐어, 이도저도 안 된다면 룸서비스나 다른 방법들을 찾아보죠.”

        

        

        

        그리 말하면서도 조금 의아하긴 했다.

        

        본래라면 부모님이 따로 말을 해주든지, 아니면 간단하게라도 메시지를 보내거나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단 걸 생각해보면 아예 우리들의 선택에 맡기든지, 아니면-

        

        잠깐.

        

        

        

       ───띵!

        

        

        

        그러나 내 생각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고, 엘리베이터가 32층 로비에 멈춰선다.

        

        그와 동시에 우리 눈 앞에 서있는…부모님.

        

        내가 도대체 이걸 왜 지금 생각해낸거지. 그런 생각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쳐지나갔지만, 안타깝게도 그 말보다도 먼저 머리를 거치지 않고 튀어나간 말이 공간을 먼저 점유했다.

        

        

        

       “…엄마랑 아빠가 왜 여기 있어요!?”

        

       “오랜만에 보자마자 하는 말이 그거라니. 아빠 서운하다, 진아.”

        

       “간만에 만나는 얼굴도 있고, 처음 보는 분들도 있군요. 이제 다들 구면이 될 테니…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겠지요. 다들 저녁식사를 안 한 걸로 아는데, 준비한 게 꽤 있으니 이동하십시다. 맛은 보장할 수 있으니 좋은 저녁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그와 동시에 두 분이 슬그머니 돌아서고, 앞서 걷기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 몇 명은 내 어깨를 툭툭 두들기며 가자고 덧붙였다.

        

        헛웃음을 터뜨리며 덧붙였다.

        

        

        

       “저녁식사라도 한 번 하자고 하신 건 알지만, 이렇게 빨리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리 말하긴 좀 그렇지만, 네 악질적인 부분은 유전이 아닐까.”

        

       “에으….”

        

        

        

        부정할 수가 없어서 슬펐다.

        

        저녁식사는 그렇게 갑작스레 시작되었다.

        

        

        

        

        

        

        

        

        

        

        

        

        

        

        

        

        

        

        

        

        

       “그, 그, 처음 뵙겠습니다, 게임에서는 카토그래퍼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입니다…!”

        

       “으음.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닉네임이다 싶더니, 얼마 전 보고로 올라왔을 때 본 기억이 있군요. 안건 자체가 좀 미묘한 탓에 보류로 결정되었지만…뭐, 이 부분은 외부에는 굳이 발설할 필요가 없단 점만 이해하면 됩니다.”

        

       “어, 보류요…? 혹시 제가 뭔가 잘못한 거라도….”

        

       “뭔 잘못 타령이에요. 그냥 비즈니스 이야기니 쫄지 마요.”

        

        

        

        마지막 말은 내가 했다.

        

        부모님 하위 부서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아니고, 왜 내 발현자 지인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엄마랑 아빠를 만나면 이렇게 긴장하는 거야, 이러다가 밥이 코로 들어가겠어.

        

        등을 툭툭 쳐서 – 아주 살짝 쳤다 – 긴장을 풀어주었다. 물론 엄-밀하게 따지면…부모님과 연관이 없지 않은 건 아니지. 찍히기라도 했다간 트리키에서 방송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는 것도 그렇고. 트리키가 이카루스 산하 기업이니 이 부분은 어쩔 수 없긴 했다.

        

        부모님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있겠냐만은.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덧붙인 아빠가 허허로이 웃으며 덧붙였다.

        

        

        

       “아, 별 건 아니니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엔 마음이 불편할 테니 말해드리자면, 아바타 마켓 상품 판매량을 근거로 산출된 4분기 인지도 데이터에서 귀하의 아바타가 3위에 올랐습니다.”

        

       “아하. 그러면 얼마 전에 온 굿즈 콜라보레이션 관련 메일이 이것 때문에….”

        

       “그건 이카루스 측에서 기본적으로 제공 가능한 수많은 예시 중 하나지요. 조금 더 다른 방면을 생각했지만, 상기 귀하가 언급했던 콜라보레이션 이상의 마케팅을 펼치기에는 아직까진 인지도가 부족할 거라고 예상되었기 때문에 보류했던 겁니다.”

        

       “그 이상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요.”

        

        

        

        그와 동시에 삑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카토를 비롯하여 그 근처의 두세 명 정도만이 볼 수 있는 작은 크기의 홀로그램 화면이 펼쳐진다.

        

        아까 카토의 등을 쓰다듬을 수 있었던 것처럼, 나는 그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었기에 영상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아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내용은 비교적 간단했다. 다크 존 특유의 완전히 박살나다 못해 깨강정에 한없이 수렴하는 뉴욕이 보이는 가운데, 그 사이에서 힘겹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사이로 갑자기 들려오는…노래?

        

        자연스럽게 카메라 줌이 소리의 근원지로 나아가고, 거기엔 적당히 무장한 오퍼레이터 카토의 아바타가 기타를 멘 채, 세이렌을 연상하게 만드는 부드럽고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

        

        

        

       “푸크흡, 콜록, 케흑…!”

        

       “뭐야, 뭐야?”

        

       “왜 혼자서만 재밌는 거 봐요!?”

        

       “다들 식사 중이니 얌전히 앉아계시길.”

        

        

        

        이게 뭐야!

        

        보류된 프로젝트라고 하기에는 쓸데없이 너무나도 잘 만든 영상. 이 세계가 이전에 비해서 이런 영상 작업이 월등히 편해졌다는 사실은 나 역시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미 영상 시놉시스와 설정까지 죄다 짜놨구만!

        

        내 격렬한 반응으로 인해 다들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는 한편 영상을 보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들썩했지만, 로렌티나의 서늘한 목소리에 그 이상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힘겹게 숨을 가다듬고 덧붙였다.

        

        

        

       “…옛날에 저런 시도 비스무리한 걸 해서 성공한 게임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뭐였더라, AOS 게임 중 하나였나…아무튼 엄마랑 아빠는 그런 걸 생각했던 건가요?”

        

       “화제성은 있겠지만, 그만큼의 리스크도 있거든. 만약 프로젝트가 입안된다면, 일단은 BGM과 세계관 내의 곡을 새로이 작곡하는 것부터 시작할 예정이야.”

        

        

        

        …생각보다 뭔가 진전이 많이 된 상태인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그리 생각하던 와중 민아가 입을 열어 덧붙였다.

        

        

        

       “그,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나 모르겠긴 한데…굉장히 오픈 마인드시네요.”

        

       “하하, 안 그랬으면 진이를 게임에 넣는다는 선택도 안 했지요.”

        

        

        

        그, 그도 그렇긴 한데….

        

        부모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탄탄한 논리를 기반으로 대답을 이어나갔다.

        

        

        

       “물론, 우리 딸내미가 게임에 성공적으로 데뷔할 수 있었고, 다크 존에 있어서 반쯤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요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스스로가 쌓아올린 인과 때문입니다. 메인 미션을 전부 오메가 랭크로 돌파했고, 인커젼 역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지요.”

        

       “만약 그 자리에 진이가 아닌 다른 유저가 있었다면, 그리고 지금만큼의 화제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 우리는 그 유저를 진지하게 게임 세상 내부로 편입하는 것을 고려했을 겁니다. 다크 존에 충분한 오픈월드-메타를 반영한만큼, 유저는 그에 걸맞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여태까지는 그런 일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긴 한데….”

        

       “그건 우리 딸만큼 화제성을 이끌어낸 유저가 없어서 그런 거 아니겠니?”

        

        

        

        그보다 진지한 이야기 하는 와중에 왜 내 호칭은 딸내미 아니면 진이야, 미치겠네 증말.

        

        아무튼 카토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거리며 납득했다. 요컨대 쉽게 말하자면 ‘서사의 부여’라는 것이었으니까. 충분한 이유와 자본의 뒷받침이 있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물론, 그럴싸하게 말하긴 했지만….

        

        

        

       “…결론은 카토를 전장의 아이돌로 만들겠단 소리 아닌가요?”

        

       “본인이 거절한다면 잿더미가 될 프로젝트기도 하지.”

        

       “하지만 본인이 승낙한다면요?”

        

       “그건 우리 딸이 더 잘 알지 않겠니?”

        

        

        

        …하기야 그도 그렇긴 하지. 부모님은 프로젝트를 승인하고, 그로 인해 나타날 결과물이 앞으로 가져다줄 손익을 계산하는 입장이었으며, 그걸 구체화하는 일은 부모님 아래의 사람들이 할 일이었으니까.

        

        한순간에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이 눈알만을 데굴데굴 굴리며 이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에, 이거 지금 결정해야만 하는 거였어요?”

        

       “아뇨, 그건 아닌데…도대체 왜 밥 먹다가 이런 이야기로 넘어간 거예요?”

        

       “흠, 생각해보니 식사 와중에 할 말은 아니었군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 그런 건 아니긴 한데, 조금 당황해서, 어….”

        

        

        

        당황 만땅의 카토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내가 어처구니없는 말투로 덧붙였다.

        

        역시 밥 먹는 와중 일 이야기는 하는 게 아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인의 부모님이 자기를 아이돌로 데뷔시키려고 하는 건에 대하여
    -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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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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