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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5

    <595 – 맛있는 연계퀘스트(19)>

     

    헤스티아는 작년 2학기에 들었던 조나 와이히엠하이 교수의 <마나연단법 수련> 강의를 떠올렸다.

     

    “마나연공법이 마나를 모아 신체의 압축에 관여한다면 마나연단법은 신체를 단련해 마나의 압축에 관여한다. 어느 분야에서든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마나와 신체는 어느 하나만을 단련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지.”

     

    대마법사는 마나연공법을 익히며 신체가 압축되며 젊음을 되찾고, 소드마스터는 마나연단법을 익히며 마나가 압축되어 모든 마나현상을 베어내는 검강을 구현할 수 있다.

    어느 쪽이건 하나가 경지에 오르면 다른 하나도 자연스럽게 혜택을 얻는다.

    그러니 신장이 작아지며 여성스러운 외모를 얻고 싶었던 헤스티아에게 마나연단법 또한 핵심 수련 강의로 눈독 들일 수밖에 없었다.

     

    “네 목적은 이 강의로 이루지 못할 것이다.”

    “노력이 부족해서입니까?”

    “마나연단법은 신체단련을 통해 신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신체면적대비 마나수용률을 늘린다. 문제는 네 신체로 연단법을 익히면 신체의 성장이 촉발되어 압축속도보다 더 빠르게 신체가 커지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거다.”

     

    마나연단법은 결국 신체를 단련해서 마나에도 부수적인 상승효과를 이루는 수련법.

    마나연공법이 마나를 압축하여 신체를 축소시키고 젊게 만드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효율이 달랐다.

     

    “마나는 본디 인간이 압축할 수 없는 개념이기에 연공법을 익히면 효과가 크게 드러난다. 하지만 모험가로서 이름을 떨칠 정도로 신체를 단련한 네게 연단법은 근골의 압축과 강화에 의한 뼈의 성장만을 촉발하였지, 신장의 압축을 유발하지는 못했다.”

    “…그럼 제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겁니까?”

    “뼈가 더욱 단단해지고, 단단한 뼈에 의지하여 더 강한 근육이 붙을 수 있겠지. 위로든 옆으로든 이는 신체의 성장으로 이어질 뿐이다.”

    “…”

     

    연단법이 자신과 맞지 않음을 알게 된 이후, 헤스티아는 메이드용 마나연공법의 효율을 온몸으로 직접 체감하여 연단법 수련을 중지하였다.

     

    “네게는 자질이 있다. 연단법은 강인한 신체를 지녀야 보다 위력적인 연단법의 비방을 받아들일 수 있으니, 몸과 마나가 모두 강한 자에게 유리하다. 고통에 저항할 수 있는 광전사에게는 최적화된 기술이나 다름없지. 그런데도 연단법을 포기할 건가?”

    “죄송합니다.”

    “알겠다.”

     

    힘보다 아름다움이 절실했던 그녀의 결정을 조나는 존중해주었다.

    그런 자신이 이제야 뻔뻔하게 조나를 찾아가는 것이 수치스럽다는 사실은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필요했다.

    리프 임시교수를 도울 사람은 조나 교수밖에 없다.

    그를 버리고 배움을 청한 자가 자신에게 도움을 바랄 정도로 약한 교수라는 사실이 조나에게 어떻게 인식될지는 상상하기도 두렵다.

    그저 오크노디의 보호자라는 공통분모가 조나의 교육자로서 제자를 빼앗겨 상처 입을 자존심보다 더 크기만을 바랄 뿐.

     

    -가장 높은 곳이란, 연못을 지나 도달한 자리에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높아야 한다. 그 높음이 물리적인 높음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자존심을 넘어서는 이해가 있기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일까?

    헤스티아는 연못을 벗어나 둘러본 주변에서 유독 낮은 분지를 발견했다.

    분지에 자리한 것은 커다란 십자가가 달린 <반성하는 자의 참회실>이었다.

     

    “헤스티아 수강생인가. 여기까지 온 것은 칭찬해주지. 가장 낮은 위치에 있으나 인류의 고난을 짊어지며 나아가는 <희생>과 <봉사>의 마음가짐만큼 마나연단법의 성장에 높은 가치를 지닌 자세는 없다.”

     

    어려움을 무릅쓰면 성장의 길이 열리니, 봉사정신을 잊지 말고 그 몸에 새겨라.

    조나의 이어져야 했을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헤스티아의 얼굴에 절박함이 차오르더니 다급히 말을 잘랐기 때문이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조나 교수님! 리프 임시교수님이 위험합니다. 도와주세요!”

     

    조나는 일순간 머리가 아찔해졌다.

     

    -어리광을 부린 건 아가씨입니다.

    -그렇다고 받아주면 어떡해요. 전 제가 죽을 자리를 골랐을 뿐인데.

    -아가씨는 벌을 받을 겁니다. 당신의 어리광 때문에 집사가 어떤 위험을 감수할지 생각하며 괴로워하십시오. 그것이 아가씨에게 내리는 저의 벌입니다.

     

    소중한 사람의 위기.

    그것을 방관하며 참는 법을 배우라 오만하게 지껄이던 시절이 그에게도 있었다.

     

    -받으십시오. 장학생들의 눈을 피해, 육신을 버리고 의식만이라도 사물에 깃드는 스크롤입니다.

     

    조나의 첫 번째 아가씨 <앨리스>는 집사의 오만함의 대가로 모든 걸 잃고 잠적했다.

     

    -쓰레기 같은 놈. 그 뻔뻔한 낯짝을 내비칠 거면 내가 아니라 전의 아가씨한테 했어야지.

    -당신 따위, 정말 싫어. 재단은 더 싫어. 그래도… 강해지면 더 많은 걸 지킬 수 있는 거지?

    -개소리하지 마. 난 캐시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쓰지 않을 거야.

    -백 명을 지킬 힘을 얻기 위한 한 명의 희생? 그 한 명과 백 명을 왜 너희 멋대로 정하는 거냐고!

    -캐시는 내 친구야. 당신은 더 이상 내 집사가 아니고. 큭큭. 어차피 당신은 재단의 훌륭하신 뜻을 받들기 위해 배신자 하나만 희생하면 될 뿐이잖아?

     

    두 번째 아가씨 <요르>는 자신을 살리려는 조나의 도움조차도 거부하고 완전히 통제 불능이 되었다.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지시를 인지했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학생회와의 결전을 위한 포석으로 <동급생줄이기> 작전을 결행.

    -최우선 목표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 지령 수행 불가능. 집사 조나에게 목표 달성을 위한 경로재설정을 요구합니다.

    -질문. 시이나는 탈옥수가 되었습니다.

    -질문. 시이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합니까?

     

    수많은 동기들의 피로 물든 손을 축 늘어뜨리며, 부러진 팔에 엉성한 부목을 대며 자신의 앞에 선, 추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덜덜 떠는 몸을 이상하게 여길 뿐인 아이.

    세 번째 아가씨 <시이나>는 재단이 바라는 이상적인 아가씨가 되었으나, 가장 참혹한 최후를 맞이했다.

     

    -조나 군. 내 손으로 네 번이나 되는 기회를 베푸는 일은 정말로 드문 일입니다. 당신에게는 그만큼의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지요.

    -세상에 영원한 것이란 없습니다. 젊음, 우정, 아름다움. 모두 시간이 지나며 퇴색되고, 빛을 잃고, 추레하게 변모하지요.

    -당신을 향한 제 기대 또한 언젠가는 시들 겁니다. 그날이 하루라도 더 늦게 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사장은 마지막 기회를 베풀었다.

    네 번째 아가씨 <오크노디>를 통해서.

    그리고 감시역의 암살메이드 <리프>를 붙였다.

     

    오크노디의 메이드를 죽여라.

    오크노디의 친구를 죽여라.

    오크노디를 철저히 고립시켜라.

     

    그녀의 신변을 위협하는 수많은 지령을 무시하고, 그 대가로 고난이도의 보복성 지령을 수행하며 가까스로 균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그 균형에도 마침내 끝을 고하는 사태가 찾아오고야 말았다.

     

    -리프의 처분을 묵인하라.

     

    성녀연합회 출범식을 막기 위한 성녀들의 파견.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성녀라는 이름의 가장 비밀스러운 칼날을 재단에서 뽑은 것이다.

    재단의 처분지령.

    이것을 피한다면, 다음에 올 지령은 명백하다.

     

    -리프를 처분하라. 그러지 못하면 너를 처분한다.

     

    세계를 막후에서 좌지우지하는 재단의 적.

    세계의 적이 된다.

     

    죽음은 두렵지 않았다.

    죽음으로도 속죄할 수 없는 죄가 두려울 뿐.

    비겁했던 자신이 묵인했던 죽음들.

    비겁했던 자신이 지키지 못한 생명들.

    비겁하고 추한 자신에게 기대는 작고 여린 생명이 있음이 손에 박힌 가시처럼 따끔할 뿐이다.

     

    -전 제가 죽을 자리를 골랐을 뿐인데.

    -당신은 더 이상 내 집사가 아니야.

    -질문. 시이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합니까?

     

    책임지지 못한 생명에 대한 죄악감에 고개조차 들지 못했던 그가 지금 교직에 올라 알량한 교수놀이나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래 유능한 캐릭터에게는 그렇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법이에요. 아이린만 해도 어렸을 때에는 미숙한 마법실력 때문에 빙결마법에 병사를 얼려 죽인 경험이 있는걸요?

    -…

    -그래도 성장하면 근사한 쿨뷰티미소녀가 되니까 그런 일도 있었구나 하고 넘길 수 있죠. 차가운 성격을 가지게 된 원인도 알게 되고요. 배경설정이라는 건 이렇게나 훌륭한 일인데 싫어할 리가 없잖아요?

     

    조금은 엉뚱한, 솔직히 많이 기이한 아가씨.

    네 번째이자 마지막 아가씨, 오크노디.

    그분의 용서 아닌 용서가 있기 때문이다.

     

    ‘아가씨께서는 친구를 지키기 위해 제국조차 적으로 돌리고 선황을 실각시켰다. 선신연합의 성녀 셋. 재단의 숨겨진 칼이 그보다 대단한가?’

     

    조나는 답을 알았다.

    그렇지 않다.

    나설 이유는 그것이면 충분했다.

     

    “알겠다. 즉시 출발하지.”

    “다른 교수님에게도 연락을 돌릴까요?!”

    “재단의 교수를 도울 자는 없다. 너는 이곳에 남아서 아가씨가 돌아오기를 기다려라. 그리고 멋대로 떠나지 못하게 붙잡아라.”

    “그런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같은 교수인데도 돕지 않다니…!”

    “사람은 소속과 신분에 따라 얼마든지 동족을 타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불리하다고 비겁하다 외친다면 지금껏 나로 인해 무너진 생명들 또한 비겁하게 스러진 생명이 될 뿐이다.”

    “교수님…”

    “유능한 집사에게는 그렇지 못한 과오가 존재하기도 하지. 이 과오는 누구도 대신 짊어질 수 없다.”

     

    헤스티아가 반박하려는 시도조차 허락하지 않으며 지면에서 금속의 창살이 솟아올라 헤스티아를 강제로 가두었다.

     

    “교수님!!”

    “훨씬 전에 마주해야만 했던 과오였다. 쌓이고 불어난 빚이 리프에게까지 책임을 물으니, 집사로서 어찌 떳떳할 수 있겠는가.”

    “이 창살 당장 푸세요. 이러시면 안 되잖아요. 오크노디가 교수님에게 얼마나 의지하는지 알잖아요!”

     

    알기에 물러날 수 없는 거다.

     

    ‘참 오래 묶여있었군.’

     

    정장 상의로 내려간 시선이 금속 명함에 닿았다.

     

    [조나 와이히엠하이]

     

    금속지배술에 조작당한 금속명함에서 빠른 속도로 글씨가 흩어졌다.

     

    [조나]

     

    조나는 자신의 영혼을 옭아매던 오랜 사슬을 걷어내었다.

    와이히엠하이의 이름으로 살아가느니, 조나로서 죽겠다는 각오를 끝마친 자의 눈은 장대한 어둠을 품은 밤의 호수처럼 결연하게 번뜩였다.

    오늘, 재단은 오랜 충견과 비밀병기를 동시에 잃을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재단의 이름을 버린 조나와 우주최강 공모전 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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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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