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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5

        

       주술이란 그런 힘이다.

       당장 진성만 하더라도 수많은 대가 때문에 고생하다가 끝을 맞이하지 않았던가.

       감당하기 힘든 끔찍한 대가에 죽음을 맞이하거나 정신이 미쳐버리는 것이야 주술사가 흔히 맞이하는 최후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화산에 몸을 던져서 죽은 것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진성의 뇌리에 그 주술사의 죽음이 박혔던 까닭은, 그 주술사가 마지막에 행한 것이 주술이 아니라 주술 비스름한 무언가였다는 사실이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해 마지막에 행한 대계를 망쳐버리고 만 주술사라….

       자신의 생명마저 거리낌 없이 바치며 행할 목적이었거늘, 그것을 정신이 온전치 못하여 제대로 하지도 못한 죽음이라니. 이러한 비극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주술이 제대로 행해지지 않아 그 이후에 수많은 파리가 꼬이기까지 했다.

         

       제대로 화산을 진정시키는 주술을 썼다면 모를까, 그냥 혼자서 난리를 치고 화산에 뛰어든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당연히 화산이 제대로 진정되었을 리는 만무했겠지. 그 결과 화산은 인간의 손에 의해 망쳐진 환경의 영향을 받아 신나게 날뛰기 시작했고, 시도 때도 없이 ‘나 터진다? 나 터진다!’라며 고래고래 자신의 존재감을 표출했다.

       심지어 그 화산이 그냥 화산이어도 무서울 정도인데, 제대로 터지면 전 세계의 인류가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슈퍼 화산이기까지 하다.

         

       과학자들은 옐로스톤 슈퍼 화산이 터지면 마그마와 화산재가 1,000㎦ 이상 분출이 되고, 화산재가 태양을 가려 겨울이 계속되게 만들어 식량난에 시달리게 만든다는 시나리오를 발표한 바가 있다.

       물론 그 인류멸망 시나리오와 함께 해결책과 예방법을 같이 발표하기는 했지만…. 그 예방법이라는 것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맙시다.’, ‘탄소 배출을 줄입시다.’는 그리 대단한 것 없는 환경오염 대책이 대부분이었으며, 슈퍼 화산에 10km 이상의 깊이의 구멍을 뚫은 뒤 높은 압력으로 물을 붓는 계획이 있기는 했지만- 이는 잘못 건드리면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만 못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사람들의 반대에 실행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해결책이라는 것도 대주술이나 마도 과학을 이용해서 하늘을 가득 메운 화산재를 걷어내거나 사라지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한마디로 말해, 화산 폭발로 지속될 겨울을 막아내서 식량난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방법이지, 화산의 폭발로 인해 생기는 직접적인 피해를 막는 해결책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뭐, 솔직히 말해서 그걸 막아내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기는 했다.

       그냥 화산 폭발조차도 막아낼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인데, 슈퍼 화산의 폭발을 어떻게 사람의 힘으로 막아낼 수 있겠는가? 오히려 화산 폭발 그 자체보다 무서운 그 이후의 피해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냈다는 것에 칭찬을 보내야 하리라.

         

       하지만 이러한 ‘해결책’에 만족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이들도 존재하긴 했다.

         

       바로 미국인들이었다.

         

       화산 폭발이 터지면 높은 확률로 나라가 망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의 피해?

       나라가 망하고 사람이 잔뜩 죽어 나갈 텐데 화산재를 걷어내느니 뭐니 하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당장 마그마 속에 빠지거나, 저 멀리서 날아오는 돌덩이에 맞고 죽거나, 화산쇄설류에 파묻혀서 폼페이의 시민처럼 석상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심지어 어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화산이 터지면 일단 미국의 3분의 2는 초토화가 된다는 말까지 있었으니, 미국인들의 입장에서 이 옐로스톤 화산의 준동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화산에 몸을 바친 주술사의 죽음 이후, 수많은 이들이 이 옐로스톤 화산에 왔다.

       먼저 시범을 보였던 주술사와 비슷한 방법을 사용해서 화산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그들은 폴리아후(Pol’iahu) 여신의 이름을 목놓아 외치면서 앞서 주술사가 행했던 것과 비슷한 의식을 행하고- 그리고 사람을 화산 안으로 집어 던졌다. 주술사가 자신을 제물로 바쳐서 화산을 진정시키려고 하였듯, 어디서 데려온 제물을 화산에 잔뜩 바쳐서 화산을 진정시키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는 점점 기괴해졌다.

       주술사가 맨 처음 행한 주술 의식이 제대로 된 것도 아니었으니 사람을 바쳐봤자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이 당연했고, 거기에 더해 점차 빠지고 변형되어가며 사악한 인신 공양 의식 그 자체가 되어버린 뒤틀린 의식의 형태가 되기까지 했으니….

       그것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겠지.

         

       그렇게 화산 안으로 수많은 사람이 쏟아져 내렸다.

       고압으로 물을 부어서 화산을 진정시키려 했던 과학자들이 팠던 구멍 안으로 사람을 떨구기도 하고, 끔찍할 정도의 증기가 솟구쳐 오르는 온천수 안에 사람을 잔뜩 집어넣기도 했다. 지하까지 땅을 파서 마그마가 있는 곳까지 도달한 뒤 사람을 100단위로 쏟아붓기도 했고, 옐로스톤 국립공원 인근에서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호들갑을 떨면서 사람을 생매장해서 바치기도 했다.

         

       태양을 유지해야 한다며 사람을 바치던 아즈텍의 광기가 현대로 넘어오면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어질 정도였다.

         

       이러한 광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국립공원 인근의 지진이 멈추고 화산이 좀 잠잠해질 때까지 말이다.

         

       뭐, 어쩌면 화산이 진정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때쯤엔 수많은 커다란 사건들이 잔뜩 터졌으니, 그 여파 때문에 화산에까지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지.

         

       어쨌든 그렇게 광기는 멈췄다.

       정신을 놓아버린 주술사에 의해 시작된 그 광기는…. 그렇게 막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뒤틀린 지금.

         

       그 광기는 다시금 재현되리라.

         

       선로를 따라 나아가는 기차가 그러하듯이.

       미래가 나비가 펄럭이는 날갯짓으로 바뀌지 아니한다면, 필시 그러할 것이다.

         

         

         

         

        * * *

         

         

         

         

       “Do unto others as you would have them do unto you.”

         

       대접받았으니 어찌 이를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그것은 손님의 도리가 아니다.

         

       그리하여 진성은 이번에는 자신이 대접하기 위하여 주술사를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무얼.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자신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고, 자기 얼굴조차 보이지 않으려 한 부끄럼쟁이이건만.

       동화 속 신데렐라가 다소곳이 자신의 유리구두를 놓고 갔듯이, 여기 수많은 흔적을 남기고 가지 않았던가?

         

       어찌 이것을 보고도 찾아가지 못할까?

         

       “가르침을 내린다. 스무 걸음을 걸을 때마다 나무에 새의 깃털을 그려라. 새는 현명한 동물로 가장 추운 곳에서부터 가장 더운 곳까지, 매번 길을 잃지 않고 무리를 데리고 여행을 떠난다. 그러한 새의 방향감각을 본받는 기술을 알려주는 것이다. 새의 깃털을 세심하게 나무에 새기면 그 깃털에서 풍기는 향기가 너를 길을 잃지 않고 원하는 곳까지 향할 수 있도록 데려다줄 것이다.”

         

       호텔 밖으로 나온 진성은 바닥에 새의 깃털과 닮은 그림을 그렸다.

       슥슥 그리는 것이었지만 그 솜씨가 매우 훌륭해서, 음영이 드리워지고 입체감이 뛰어난 것이 정말로 바닥에 깃털이 떨어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그려진 깃털은 진성이 주언을 외우는 과정이 더해지자 자신이 정말로 깃털이라는 듯 존재감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종국에는 새의 몸에서 나는 그 특유의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은은하지만 코에 강렬하게 찌르는, 그런 냄새였다.

         

       그리고 그 냄새는 천천히 어디론가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 방향은 아까 그를 습격한 주술사가 사라진 방향이었고, 저 멀리 시야의 밖에까지 이어지며 진성을 어디론가로 인도하고 있었다.

         

       그 끝에는 분명 그 주술사가 있으리라.

       외국인이 자신의 나라에 방문하자 감격하면서 이런 성대한 대접을 해준 주술사가 말이다.

         

       진성은 그를 생각하며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잠시 주술사가 있을 방향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그리곤 방으로 돌아가 오딜리아와 리세를 찾았다.

         

       둘은 방 안에서 얌전히 있었다.

       진성이 말했던 대로 말이다.

         

       하지만 둘의 태도에는 조금 차이가 있기는 했다.

         

       오딜리아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이상한 부적을 들고 눈을 꼬옥 감고 있었고, 리세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었다. 그 태도는 마치 어디 참선하는 스님을 보는 것만 같아서, 오딜리아의 겁을 집어먹은 태도와 너무나 상반되게 보이는 것이었다.

         

       “오셨군요.”

         

       리세는 그렇게 기도하다가, 인기척을 느끼자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곤 진성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배시시 웃더니, 스윽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마나 무릎을 꿇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다리가 저리지도 않는지 그녀의 표정은 태평했다.

         

       그녀는 이제 나가도 되냐는 듯 무언으로 진성에게 질문을 던졌고, 진성은 그녀의 눈길을 받자 방긋 웃었다. 그리고는 주술사의 공격에서 피하려고 해두었던 조치를 하나하나 해체하고는, 오딜리아와 리세에게 이제 모든 것이 끝났고 편히 쉬어도 된다고 말했다.

         

       “후우우….”

         

       그러자 오딜리아는 피곤한 얼굴로 크게 한숨을 쉬더니, 그대로 침대 위에 몸을 던져버렸다.

       공중에 그대로 몸을 던진 채 대(大)자로 침대에 폭 안기는 그 모습은 침대 광고나 영화의 한 장면을 생각하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런 멋진 연출도 잠시.

       오딜리아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짧은 치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는 퍼뜩 놀라 다리를 확 모으고는 몸을 데구루루 굴린 뒤 이불 안으로 숨어들어 갔다. 그리곤 나는 살아있는 이불이고 이 상태로 잠을 자겠다고 주장하는 듯 이불 밖에서 나오지를 않으며 그렇게 침대 하나를 점령했다.

         

       리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표정으로 오딜리아를 바라보았다가.

         

       “신주님. 커피라도 마실까요?”

         

       방긋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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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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