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96

       

       

       

       신의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방을 보며 신의가 인상을 찌푸린다.

       

       “방 꼴이 말이 아니구나….”

       

       그 말을 듣고 내가 머쓱하게 웃었다.

       신의의 말마따나 방 상태가 개판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있는 등은 왠지 모르게 부서져 있었고.

       그나마 있는 가구인 탁상은 반으로 쪼개져 있었다.

       

       어젯밤.

       

       내가 화를 못 이겨 이것저것 부숴버린 탓이다.

       나갈 때 시종을 불러 치워달라고 했음 되는 일이지만.

       

       구태여 그러지 않았다. 

       이런 것까지 치워달라 하기는 좀 껄끄러웠다.

       

       손을 뻗었다.

       

       우웅-! 손끝에서 기운이 분출되며 널브러진 잔해들을 하나씩 허공에 띄웠다.

       

       당장 어제 모용희아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허공섭물을 뭐 이런 곳에 쓰냐고 했던가.’

       

       남이 보면 어처구니없어 할 행동이지만.

       직접 해보면 이보다 편한 게 없었다.

       

       내기를 말도 안 되게 잡아먹어 효율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대충 방을 치우니, 신의가 빈자리에 털썩 앉고선 말했다.

       

       “차는 필요 없다.”

       

       “내드릴 차도 올릴 탁상도 없는데요.”

       

       “…”

       

       내 방에 차 같은 게 있을 리가 있나.

       

       여기저기서 선물 받는 건 많은데, 굳이 그런 걸 들고 다니진 않았다.

       즐기지도 않을뿐더러 귀찮았다.

       

       “물은 있는데. 그거라도 드릴까요.”

       

       “…그래.”

       

       “아, 죄송합니다. 생각해보니 물도 없네요.”

       

       “…”

       

       멋쩍게 대답했다. 

       방 안에 마실 물도 안 가져다 놨더라고.

       

       “되었다…. 뭘 마시러 온 건 아니니까.”

       

       “예.”

       

       뭐라도 찾아볼까 하다가 신의의 말에 나도 바닥에 대충 앉았다.

       

       이후 뭘 더 할 필요는 없기에, 곧장 본론에 들어갔다.

       

       “그래서, 아까 하시던 말씀은?”

       

       “…”

       

       물음을 건네자 신의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그걸 보며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남에 큰일이 있을 거라고 했지.’

       

       이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말이었다.

       

       “하남에 일이 있을 거라 하셨습니까?”

       

       “그래…. 언제일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신의가 잠깐 침묵을 거치고 내게 말을 잇는다.

       

       “어떠한 이들이 하남에 큰 사고를 일으킬 것이다.”

       

       어떠한 이들이라.

       

       “그걸 어찌 아시는지요.”

       

       “그들이 내게 직접 했던 말이다.”

       

       신의에게 이를 직접 말했다고?

       

       그걸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어제 잠깐 나갔다 온다더니.’

       

       신의가 어제 했던 외출.

       더불어.

       

       ‘하남에서 만날 사람이 있다고 하더니.’

       

       그게 이것과 연관이 있던 건가.

       맹주도 쉬이 못 부르는 신의가 하남까지 직접 와서 만날 존재.

       

       그런 존재가….

       

       “어찌 어르신을 찾아 그런 얘기를 한 겁니까?”

       

       의문을 담아 묻자 신의의 눈이 차게 잠긴다.

       

       신의는 의원이다. 

       

       그런 신의를 불러내 왜 습격에 관한 얘기를 한 걸까.

       도대체 누구기에, 또한 어떤 목적을 가졌기에?

       

       그런 의문이 끊이질 않았다.

       묘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신의가 내게 답한다.

       

       “내가, 그들과 같은 혈통이기 때문에 그랬을 게다.”

       

       “…”

       

       대답을 듣고 내가 눈을 키웠다.

       같은 혈통?

       

       그 말은….

       

       ‘제갈세가의 후인들이란 말인가?’

       

       말로 표현하지 않고 머릿속으로만 떠올린다.

       아직 신의는 자신의 성씨에 대해 내가 아는 걸 모르고 있을 터였다.

       

       ‘제갈세가의 후인들이 하남에 사고 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을 듣고 머리가 아파진다.

       

       ‘이것도 전생에 없던 일이잖아.’

       

       전생에 뜬금없이 제갈세가가 뭔가 하겠다며 나타난 일은 없다.

       

       제갈혁이라는 천재가 마교의 책사자리에 앉아 중원을 휩쓸기 시작할 때도.

       

       또 다른 제갈 성씨의 인물이 제 세가의 누명을 벗기겠다며 제갈혁을 막아섰을 때도.

       

       그들을 제외한 다른 제갈가의 후인이 나타났다는 정보는 전무했다.

       

       나야 전생을 경험했기에 신의도 제갈혁도, 하물며 지선이 놈도 제갈가의 혈통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자신의 핏줄을 숨기고 성씨를 가린 채 살아가는 이들이다.

       지금으로선 그런 성씨가 있었냐 하는 것조차 흐릿해진 시점이었다.

       

       분명 그런 상황이건만.

       

       “…잊혀진 망령들이 제 자리를 되찾겠다며 검을 뽑아 들었다.”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신의에게 물었다.

       

       “대체…. 어르신이 말씀하신 혈통의 정체가 무엇인지요.”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그가 대답을 과연 내놓을까에 대한 의문을 담아 물은 말이었다.

       

       그러자.

       

       “한때는 제갈 성을 쓰던 곳.”

       

       “…!”

       

       “나는 그곳의 후인이다.”

       

       놀랍게도 신의는 제 성씨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내놓더라.

       

       적어도 조금은 숨길 줄 알았는데. 이걸 이렇게 쉽게 내뱉을 줄이야.

       

       “제갈…이라면, 설마.”

       

       다른 의미로 놀란 것이지만, 그 덕에 놀란 척하긴 어렵지 않았다.

       

       “그래. 네가 아는 그곳이다.”

       

       “…”

       

       제갈세가.

       

       과거 오대세가라 불릴 적 진법과 기관에 한해선 절대적인 위치에 있던 가문.

       

       당대 중원의 진법이나 여타 기관은 대부분 제갈세가가 담당하고 있다 봐도 무방했다.

       

       그만큼 입지가 단단했으며 유일했기에, 중원의 이들은 다른 곳이 무너져도 제갈세가만큼은 유지되리라 보고있었으나.

       

       우습게도 가장 먼저 몰락하게 되는 곳은 제갈세가가 되었다.

       

       그리된 이유 또한 잘 알려져 있다.

       

       ‘혈마를 숭배했다.’

       

       혈겁을 일으켜 피바람을 몰아왔던 혈마.

       

       제갈세가는 무림맹 몰래 혈마를 숭배했고.

       

       그의 힘을 탐하려 들었다는 걸 무림맹이 밝혀내며 순식간에 몰락하게 된다.

       가문이 쑥대밭이 된 건 물론.

       

       제갈 성씨를 지닌 이들에겐 척살령이 내려졌다.

       

       직계 혈족은 모두 죽게 되어 남은 이가 없고.

       그나마 살아남은 방계들은 제 성씨를 가리고 살아가기 일쑤라 하였다.

       

       그게 지금의 제갈세가다.

       아니, 이젠 세가라 부르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전부 와해되어 사라졌는데, 어찌 세가라 부르겠는가.

       이런 사실을 떠올리며, 신의를 보고 내가 물었다.

       

       “…그런 사실을, 제게 알려주셔도 괜찮으십니까?”

       

       “왜, 맹에 일러바치기라도 할 생각이더냐?”

       

       “아니, 뭐 굳이 그럴 건 아닌데. 나중에 돈 급해지면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허허. 이유가 참 네놈 같구나.”

       

       신의가 웃으며 그리 말한다.

       뭔가 상당히 욕 같은 느낌이었다.

       

       “되었다. 이 늙은이를 팔아 이득을 취할 수 있다면 그리 하거라.”

       

       “…굳이 하겠다는 말은 아니구요.”

       

       “다만, 그리된다면. 혁이만큼은 챙겨주었으면 하는구나.”

       

       “…”

       

       가장 어려운 걸 시키시네. 귀찮게.

       차라리 말하지 말라 협박을 하는 게 편했을 텐데.

       

       한숨을 참으며 신의에게 말했다.

       

       “그래서…. 제갈세가의 후인들이 뭔가 하려고 하는데. 신의께서 이 일에 동참 해 달라. 대충 그런 의도로 말했다는 겁니까?”

       

       “그렇겠지.”

       

       “어르신께선 어찌 답하셨습니까?”

       

       “어찌했을 것 같으냐.”

       

       이 노인네. 자꾸 물음에 물음으로 답하시네.

       

       “안 한다 하셨겠지요.”

       

       그래도 대답은 해주었다.

       

       “왜?”

       

       “어르신 성질…. 아니, 성격상 그랬을 것 같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성질머리라 할 뻔했다.

       

       이 노인네가 어지간히 까칠해야지.

       간신히 성격이라 돌려 대답하니, 신의가 살짝 웃는다.

       

       “그래…. 맞다. 거절했지. 분명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예.”

       

       “관여하지 않겠다. 분명 그리 말하고 나왔건만.”

       

       말을 내뱉던 신의의 눈이 점점 더 어두워진다.

       

       “그게 쉽지가 않더구나.”

       

       “하여, 이리 말을 꺼내시는 겁니까.”

       

       “맞다.”

       

       “그렇다면, 하필 제게 오셨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신의는 분명, 내게 부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꺼낸 얘기가 이 말이었다.

       

       그게 이해가 가질 않았다.

       

       ‘주변에 사람이 많을 텐데.’

       

       당장, 믿음직하진 않으나 일장로도 있고.

       지금 같은 처소에 있을 패존도 있을 것이며.

       

       그들이 아니더라도 신의를 위해 움직일 이들이 더 있을 텐데.

       

       왜 하필 나였을까.

       나는 그게 의문이었다.

       

       이런 내 의문을 들은 신의는.

       

       “나도 잘 모르겠구나.”

       

       더 이상한 대답을 꺼내 들었다.

       

       “…예?”

       

       “왜 하필 네게 왔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신의는 정말 스스로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왠지 모르게 너여야 할 것 같았단다.”

       

       “그게 이유의 전붑니까…?”

       

       “그래. 싫다면 말 하거라. 구태여 억지를 부릴 생각은 없으니.”

       

       “…”

       

       이유가 참 어처구니가 없다.

       그냥 내게 부탁해야 할 것 같아서 왔다니.

       

       뭐 저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이런 큰일을 내뱉는 걸까.

       신의도 노망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아니…. 예.”

       

       그래도 상관없었다.

       

       “…일단, 얘기는 들어보구요.”

       

       어차피 거절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제갈가가 하남에서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다.

       이 말을 어찌 지나칠 수 있을까.

       

       난 그럴 수 없었다.

       

       안 그래도 하남에서 사고를 터트리려고 했던 건 다름 아닌 나다.

       그런 상황에 제갈가가 나타나 일을 벌이려 한다? 

       

       ‘이것 참.’

       

       딱 좋은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신의는 내게 이를 막아 달라 부탁한 것 같지만.

       

       나는 이를 들으며 생각했다.

       

       ‘내가 왜?’

       

       이 좋은 기회를 왜 막아?

       어림도 없었다.

       

       이건 좋은 기회다.

       

       하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선 더욱이 말이다.

       천천히 이야길 꺼내 드는 신의.

       

       그의 말을 들으며 머릿속에서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내게 더 유리하게 써먹을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생각해야 할 건.

       

       오로지 그것뿐이었다.

       

       

       

       

       

       ****************

       

       

       

       

       점차 밤이 되어가고 있을 시간.

       

       하남에서 조금 거리가 떨어진 지역.

       그보다 훨씬 아래로 내려가서야 있는 공간.

       

       아무도 모를 비밀스러운 위치에서, 노인이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또르륵.

       

       술이 잔에 가득 따라지고.

       노인이 이를 움켜잡아 입에 털어 넣는다.

       

       주예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는 모습.

       예전엔 지켰을지 모르나, 이제 와 그럴 필요는 없었다.

       

       지켜보는 이가 아무도 없었으니 말이다.

       

       한잔 그리고 두잔. 또 세잔.

       계속해서 삼키다 보니 병이 점점 비워진다.

       

       네 번째 잔을 따르려던 노인은, 문득 술병을 든 채 생각했다.

       

       ‘얼마나 남았을까.’

       

       이 병 안에 든 술은 얼마나 남았을까.

        

       또.

       

       앞으로 족쇄를 벗어나기까지 얼마나 남았을까.

       

       “아마, 비슷하겠지.”

       

       병에든 술만큼,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마저.

       

       쪼르륵-.

       

       이렇게 전부 따라내기까지 찰나가 남았겠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털어내고 나니, 병이 완전히 빈 게 느껴진다.

       안주는 필요 없었다.

       

       지난 세월을 곱씹고 또 씹으면, 그게 안주가 될 것이다.

       

       빈 병을 두고, 노인이 천천히 잔을 들어 올렸다.

       

       잔에 가득 차오른 술.

       이는 마치 시간과 같다.

       

       혹, 이를 다 마시면 고대하던 시간이 찾아올까?

       하찮은 생각이다. 노인이 웃음을 머금었다.

       

       가득 찬 술 잔을 서서히 입으려 가져가려는 데.

       

       “…”

       

       노인은 움직이던 손을 멈춰야 했다.

       공허하던 눈에 생기가 돌고, 눈매가 매섭게 변한다.

       

       노인이 술잔을 노려보듯 쳐다본다.

       

       잔에 차오른 술이 미세하게 찰랑이고 있었다.

       

       이를 노인이 확인한 순간.

       

       “대, 대주님!”

       

       바깥에서 누군가 뛰어 들어왔다.

       

       “습격입니다…! 누군가 이곳을 습격했습니다…!!”

       

       “…”

       

       다급한 소리의 노인은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손님이 온 모양이구나.”

       

       급박한 말에도 노인의 눈은 담담했다. 

       

       “입구에 둘려 있던 진법이 해제 됐습니다…! 이에 대원들이 급히 나갔으나…. 상대의 전력이…!”

       

       “경거망동하지 말라.”

       

       노인의 서늘한 말에 일순 사내의 입이 닫힌다.

       

       “손님께 보이기 껄끄럽구나.”

       

       “대주님…?”

       

       “술을 더 준비하거라.”

       

       그 말에 사내가 이해를 못 했는지 눈동자가 떨린다.

       습격을 해왔다는데 갑자기 무슨 술이란 말인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대주에게 감히 그리 전하려던 찰나.

       

       “귀한 손님께서 오신 모양이니까.”

       

       뚜벅-.

       

       “…!”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사내의 몸이 딱딱하게 굳는다.

       

       동시에.

       

       후우우우-!

       

       통로를 통해 잔잔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게 뭐가 문제냐 하면.

       이곳은 사방이 다 막혀있는 곳이다. 

       

       바람이 불어선 안 되는 지형이란 뜻이었다.

       그렇다면, 이 바람은 대체 무엇일까.

       

       뚜벅.

       

       발소리가 점차 가까워진다.

       느긋하고 차분한 걸음걸이.

       

       뚜벅.

       

       유달리 크게 들렸다.

       

       후우우.

       

       바람이 사내의 어깨를 스친다.

       착각일까? 사내는 어쩐지 바람이 무겁다 느꼈다.

       

       굳은 몸에선 점차 식은땀이 흐른다.

       

       후우욱-!

       

       픽-!

       

       불어온 바람은 벽면에 붙어있던 불을 모두 꺼버린다.

       갑자기 찾아온 어둠.

       

       하지만, 어둠은 그리 길게 머물지 않았다.

       

       화악-!

       

       불이 꺼진 등에 다시 불꽃이 타오른다.

       다만, 원래 피어있던 불꽃과는 사뭇 달랐다.

       

       자색 빛이다.

       

       불꽃은 어째서인지 자색 빛을 띠고 있었다.

       

       게다가, 불꽃이 피었거늘. 어째서인지 어둠은 더 짙어진 느낌이다.

       

       그 속에서.

       

       “반갑구나.”

       

       공간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딱딱딱딱-!

       

       사내의 입이 떨리며 치아가 빠르게 부딪친다.

       목소리를 듣자 몸이 제멋대로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이 지닌 기본적인 본능이었다.

       

       공포.

       

       사내가 느끼는 감정은 분명 그러했다.

       

       그런 사내를 뒤로하고.

       노인은 갑자기 나타난 인물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짙은 묵색의 무복을 입고, 이질적인 하얀 가면을 쓰고 있다.

       

       뒷짐을 진 채 차분히 걸어오는 모습.

       그걸 보며 노인이 물었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구려. 이곳엔 어인 일로 찾아오셨소?”

       

       노인이 묻는 말에 상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노인을 바라볼 뿐이다.

       

       “대답을 안 할생….”

       

       “제갈가주.”

       

       “…!”

       

       “그리 부르면 충분한가?”

       

       그 말에 노인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이곳을 급습한 걸로 모자라 자신의 정체까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귀하는 대체 누구시오.”

       

       “본좌가 누구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여기서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지.”

       

       뚜벅.

       

       멈췄던 걸음을 걸어 천천히 노인에게 다가간다.

       

       “대, 대주님–!!”

       

       그 모습에 굳어있던 사내가 소리치며 달려들려 하니.

       노인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뭔가 목적이 있으신 모양이군.”

       

       “있지. 아주 중요한 목적 말이야.”

       

       다가온 인물이 노인의 앞에 선다.

       노인은 그를 보며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가면 너머로 보이는 눈동자.

       저게 너무나 거슬렸다.

       

       “네놈과 나눌 말이 있어 이리 본좌가 직접 왔다.”

       

       “…”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하대.

       노인은 그게 귀에 거슬리나, 상대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이라 생각했다.

       

       본부에 걸려있던 진법을 뚫은 것도 모자라, 홀로 이곳에 온 인물이다.

       

       절대 방심해선 안 됐다.

       

       속내를 숨기고 노인이 물었다.

       

       “나눌 말이라…. 그게 무엇이오?”

       

       “그 전에. 지금 네놈을 뭐라 불러야 하지?”

       

       “…”

       

       제갈 가주. 그리 부르면 되냐는 물음.

       

       노인은 일순 고민하지만, 대답을 찾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애당초 여기까지 와서 제갈가를 언급하는 걸로 보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인물일 터.

       

       쓸데없는 탐색전은 필요 없다는 의미리라.

       

       “이젠 그리 불리지 않소.”

       

       “그럼?”

       

       “천라흑망대.”

       

       노인이 인물에게 말한다.

       

       “그것이 내가 이끄는 부대의 이름이오. 하니, 천라 대주. 나는 그거면 충분하오.”

       

       그리 소개하고 난 다음.

       

       노인은 뭔가 묘한 기색을 느껴야 했다.

       

       “흐음.”

       

       이름을 듣고 내뱉는 상대의 목소리엔.

       

       “나쁘지 않군.”

       

       이상하게도 즐겁다는 듯한 감정이 스며있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다음화 보기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