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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6

    <596 – 맛있는 연계퀘스트(20)>

    -암살메이드로서 너의 재능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메이드로서 완벽함을 추구했기에 재능한계를 맞이하고 성장을 허비했지.

    -차기직속3장의 자리는 포기해라. 지금 선 자리가 네가 올라설 최고의 자리이자 한계이니.

    리프는 떠올렸다.

    현 메이드장이 자신에게 선언했던 잔인한 현실을.

    “재단의 암살메이드도 별것도 아니군요. 셰실리의 검조차도 넘어서지 못하다니.”

    저격총을 든 성녀의 빈정거림에 대꾸할 여력조차도 없었다.

    세 자루의 검을 든 성녀가 진즉에 흥미를 잃은 눈으로 한 손으로 휘두르는 검조차도 받아내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그녀로서는 재능의 한계라는 말을 지금처럼 실감하는 순간이 없었다.

    -용독술. 제조술. 은신술. 변장술. 암살술. 투척술 등 교전 기술과 함께 가사 전반과 제작, 보조 업무를 모두 탐내고도 모자라 메이드의 역할까지 수행하고자 들인 집착이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 이제 느껴져?

    -암살메이드란 암살기회를 얻기 위해 메이드의 탈을 썼을 뿐인 존재. 그 본질을 망각한 어리석음의 대가를 치르는 거야.

    -후훗. 네가 올라가지 못한 차기직속삼장의 자리, 덕분에 고맙게 받겠어.

    검객성녀가 휘두르는 한 자루의 검 사이로 간간이 날아드는 성서페이지가 리프의 옷을 베었다.

    팔과 다리의 의복이 앞으로 뜯어져 속살이 드러나고 옆구리도 크게 갈라진 옷은 몸을 가를 수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희롱하려는 목적을 드러냈다.

    자존심을 꺾는 잔인한 유린 앞에서 리프는 메이드양성소의 라이벌이 보였던 비웃음을 떠올렸다.

    -저는 당신의 희생과 봉사를 누구보다 높이 평가합니다. 제게 거두어진 생명을 보답하기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충실하게 보필하는 정통메이드의 길을 걷는다. 그 각오에는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훌륭한 메이드에게는 일선에서 나서는 암살자보다는 후방인재양성이 더욱 적절하겠군요. 당신이 배운 메이드의 기술은 비록 자신의 선에서 개화하지는 못하겠으나, 교육을 받을 후대의 메이드들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될 겁니다.

    -자신의 노력과 성취에 실망하지 마십시오. 누군가는 당신이 이루지 못한 몫까지 훌륭한 암살메이드가 되어 이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줄 겁니다.

    이사장은 그녀의 길을 부정하지 않았다.

    일선에서 물러나 교육자의 길을 걸으라고 직접 권하기까지 했다.

    덕분에 오크노디 아가씨를 만나게 된 점은 감사한다.

    오직 그뿐이다.

    리프는 더 이상 철없는 전투 병기가 아니기에.

    뛰어난 신체능력치와 전투기능, 교단의 가르침으로 인해 한눈에 알아보지는 못했으나, 저들의 호흡과 동작에는 <기본기>가 있다.

    아무리 대단한 실력자라도 가장 처음 배운 기본 무공은 오래도록 각인되어 버릇으로 남거나 무의식적인 행로를 결정짓는다.

    그런 기본기가 메이드의 소양, <관찰>에 걸렸다.

    저것은 낯선 기본기가 아니라고.

    메이드양성소를 나온 암살메이드라면 결코 모를 수 없는 기술이라고.

    ‘선점했군요. 재단은 성녀의 자질조차도.’

    기프트 아카데미와는 다른 방면으로 재단의 지원을 받은 아가씨들이 있었다.

    그녀들은 교단의 성녀수행을 받았고, 견습성녀의 신분을 벗어나 정식 성녀가 되었다.

    그런 대단한 ‘비장의 아가씨’들이 나타났다면 이들에게 지령을 내릴만한 인물은 하나뿐이다.

    ‘이사장님. 당신에게 거두어진 목숨을 여기서 내려놓으라는 뜻입니까?’

    따라가기도 벅찬 검속.

    거듭되는 농락에 잘려 나가는 옷가지.

    성녀들이 가하는 굴욕과 수치보다도 리프는 더욱 쓰라린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조나 교수의 강의실에 가면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를 만날 수 있다고 하여 찾아왔습니다.

    -별건 아닙니다. 성녀연합회의 출범식에 앞서 연합결성에 주요한 역할을 한 다크프린세스의 목적이 무엇인지 직접 여쭙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순순히 조나 교수와 다크프린세스의 소재지를 알려주지 않겠다면 우리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

    이사장이 아니었다.

    차라리 그랬다면, 이 목숨을 거두어도 좋다고 체념하며 눈을 감았을지도 모른다.

    이들에게 자신은 그저 심심풀이였다.

    성녀연합회를 막기 위해서.

    출범식을 선언한 아가씨에게 접근하고자.

    집사 조나를 붙잡아 아가씨의 행동을 강제하기까지, 잠깐의 여흥을 보낼 뿐인 심심풀이.

    자신은.

    암살메이드는.

    리프라는 인간의 가치는.

    고작 그 정도에 불과했다.

    ‘웃기지 마십시오.’

    리프는 독연을 터뜨렸다.

    피부에 닿기만 해도 영향을 미치는 독이 한눈에 보기에도 유해한 녹색 연기와 함께 피어오르자, 맹인성녀의 성서페이지가 회전속도를 올렸다.

    압도적인 회전력으로 연기의 침범 자체를 막으며 독연을 흐트러뜨리는 방어기술.

    그것이 리프의 노림수였다.

    완벽한 방어란, 때로는 자신의 시야를 가리며 적의 모습을 놓치게 만든다.

    ‘능력치에서도 기능에서도 앞서는 상대. 암살자에게는 모든 순간, 상대보다 뛰어날 필요는 없습니다.’

    지배자라면 언제나 남보다 강해야 한다.

    전사라면 한 호흡만 남보다 강해도 된다.

    암살자는 한순간이면 충분했다.

    <투척술>

    회전하는 성서페이지를 돌파할 정도의 위력을 실은 마나세침이 일제히 날아들었다.

    “가소로운 저항이군요.”

    <사선의 시간>

    <고속연사>

    <초집중>

    <마법탄 연속장전>

    <강제조준>

    회전하는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로 연달아 울리는 마나가 실린 마법탄의 총성들.

    대기가 얼어붙으며 수십의 세침이 묶이고, 공기가 밀려나며 다시금 수십의 세침을 튕겨내었으며, 마나를 폭발시켜 강제로 세침을 터뜨렸다.

    그렇기에 저격성녀의 총구는 빗자루세침포broomstick needlestrom에서 쏘아지는 세침을 막느라 리프의 위치를 놓쳤다.

    “!”

    <고속질주>

    <기관진식 발동>

    완벽한 방어술로 날아드는 독연을 막아내던 성서페이지들이 일순간 기울어지는 지면을 따라 각도가 올라왔다.

    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마련된 지형조작기술이 맹인성녀의 완벽한 방어술에 순간의 틈을 만들었다.

    ‘메이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주인의 미래를 위해 하루하루 성실하게 일터를 지키며 안전에 대비하는 것뿐입니다.’

    수수하고 빛나지 않는, 일상 속의 너무나 당연해서 의식하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노력들.

    암살자로서의 가치를 깎고, 이사장의 차기직속삼장의 자리에서까지 밀려나면서 고수하기에는 너무나도 하찮고 덧없는 시간들.

    그런 노력과 시간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성실하게 아껴왔기에 리프는 기회를 얻었다.

    ‘두 명의 성녀에게서 순간의 틈을 만들어 내고, 방심하는 마지막 성녀를 돌파할 기회를.’

    기울어진 성서페이지의 회전범위 아래로 리프는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강의 <투척>을 가했다.

    회전서빙트레이Rolling Serving Tray.

    빗자루 세침포격술에 이어 찻잔을 떠받치던 서빙트레이를 집어던져 날리니, 절묘한 각도로 휘어지며 파고든 트레이가 검객성녀의 발목으로 향했다.

    <초집중>

    <명경지수>

    <영역전개>

    물론, 일정한 경지를 넘어선 검객은 마법사처럼 다양한 마법을 발휘하지는 못해도 마나연공법을 자신의 감각과 연동시켜 <내기>를 외부로 발산한다.

    그것이 검기나 검강, 마나소드, 오라소드와 같이 파괴와 절삭에 치중된 공격기술이 아니라 세밀하고 촘촘하게 펼쳐진 기감의 영역이 되는 순간, 검사는 일정범위 내의 모든 종류의 침입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자신만의 영역을 손에 넣는다.

    <일격기 : 헤비 스트라이크>

    접근을 불허하는 강력한 파괴력이 담긴 일검이 서빙트레이를 박살 냈다.

    그와 동시에 서빙트레이의 안에 담긴 수많은 독이 일제히 흩날렸다.

    “!!”

    생물독. 광물독. 화학독.

    버섯독. 해양독. 세균독.

    신경독. 심장독. 피부독.

    온갖 종류의 독들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각기 다른 속도와 위력으로 폭발적인 확산을 벌이려는 징조를 드러내는 순간, 검객성녀의 검이 번뜩였다.

    검객성녀의 영역은 삼중으로 펼쳐진 동심원으로 만드는 벤 다이어그램Benn diagram.

    원이 겹치는 집합영역에서 검객성녀의 검은 두 배 이상 빠르게 움직였다.

    <중검영역 + 쾌검영역>

    <상급검술 : 검압전개>

    거대한 면을 강타하듯이 내지르며 검로를 따라 공기 전체를 밀어낸다.

    수많은 독이 이 일격에 밀려나가거나 흩어졌으나, 혼합과정에서 상승작용을 일으킨 복합독의 일부는 역으로 검로를 타고 올라갔다.

    이에 세 개의 영역이 모두 겹치는 교집영역에서 검객성녀의 검이 마지막으로 초가속을 일으켰다.

    <중검영역 + 쾌검영역 + 참검영역>

    <절명기 : 트리니티 포스Trinity Force>

    세 영역이 합쳐진 삼검합일三劍合一의 검은 리프의 투척무기보다 무겁고, 리프의 독의 확산보다 빨랐으며, 한치의 여백도 없이 모든 공간을 밀어냈다.

    분명, 검객성녀의 경지는 리프보다 월등히 위에 속했고 모든 독을 밀어내었다.

    그렇기에 비로소 리프의 심리전이 빛을 보았다.

    ‘공기가 모두 밀려났어?!’

    세침을 모두 막아내고 리프를 조준하여 발사한 총알은 검이 공기를 밀어내며 생성된 일시적인 진공영역에서 휘어지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가 조준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얕보았던 암살메이드에게 한 방 먹어 열받아 반격을 시도하였던 맹인성녀의 성서 페이지들은 독을 몰아내려고 펼친 검압에 밀려 흩어졌다.

    ‘아뿔싸, 내 검격이 모두를 방해하다니’

    자신의 공격이 다른 성녀 둘을 방해했음을 깨달은 검객성녀마저 정신적인 혼란에 빠졌다.

    심리를 읽고 마음에 틈을 만드는, 타인의 손으로 암살루트를 완성시키는 오직 메이드에게만 가능한 정교한 심리전!

    상대의 허를 찔러 위기 감각을 고조시키고 완벽한 대응을 펼치도록 유도한 모든 수계산이 하나도 빗나가지 않고 모두 성공한 결과였다.

     

    그 결과.

    3인의 성녀, 모두의 공격 태세가 풀렸다.

    존재하지 않았던 빈틈이 강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개개인으로는 누구라도 리프를 능가할 수 있지만, 암살메이드의 기습 앞에서 수적 우위를 상실한 세 성녀의 영역 사이로 한 알의 사탕이 날아들었다.

    <응축폭탄>

    <절명독>

    가장 적절한 순간에 가장 완벽하게 중앙까지 날아가서 폭발하는 독사탕.

    세 성녀는 심상치 않은 마력이 들끓는 독사탕을 바라보았고, 그들의 <안법>은 사탕의 진가를 즉석에서 해석하였다.

     

    [분류 : 마나독]

    [위험등급 : 즉사]

    [추정효과 : 마나를 타고 인체 주요 장기로 침투하여 전신의 기능을 파괴]

     

    어떤 독은 성장을 포기하고 꾸준히 마나를 부여하며 위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이미 성장한계를 맞이한 암살자가 아니라면 도전할 수 없고, 경지가 너무 낮다면 충분히 위력적인 독을 증폭할 수도 없는 극독 제조술.

    세상에서 오직 리프만이 만들 수 있는 독은 성녀클래스의 강자들도 섣불리 정화를 도전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극독이었다.

     

    ‘저것이 내게 닿으면 안 돼!’

     

    세 성녀는 일제히 영역을 전개하였으며, 동시에 그들의 영역 중 한 명이라도 영역전개에서 힘이 밀리면 그 사람은 절명독에 노출될 처지에 놓였다.

    이것이 리프의 노림수임을 알더라도 성녀들은 힘을 풀지 않았고,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성녀들을 향해 극독을 밀어냈다.

    성녀들의 연합은 순식간에 깨졌고 서로가 생존을 위해 죽기 살기로 영역을 전개한 결과, 범위기에 가장 취약한 저격 성녀가 쓰러졌다.

    “네가, 네가 감히 주제도 모르고 손대중을 해준 우리에게 수작을 부려?!”

    “오만한 자의 어리석음을 징벌하라. 단죄 3장 9.”

    한 번뿐인 기회는 지나갔다.

    허나 후회는 없다.

    재단과 교단, 양측의 훈련을 모두 받은 비밀병기를 자신의 지혜로 한 명이나마 쓰러뜨렸다.

    리프는 증명했다.

    이사장의 눈에는 더 이상 자신이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미약한 존재가 되었고 버려졌을지라도, 자신의 성실함이 저들의 실력 앞에 서기에 부족하지 않았노라고.

    자신을 몰라본 이사장은 틀렸지만, 중요시 해주었던 조나와 아가씨는 옳았다고.

     

    ‘조나, 아가씨의 안전은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뒤를 부탁합니다.’

    다가오는 죽음 앞에 뒤돌아 비겁하게 죽는 대신, 당당하게 앞을 바라보며 쓰러지겠다며 남은 리프.

    그런 그녀였기에 무엇이 자신에게 날아드는 검객성녀 셰실리의 검격을 쳐냈는지 목격할 수 있었다.

    “표창…?”

    멀리서 날아온 표창에 마나가 불어넣어지더니 작은 신형이 허공에서 뿅 하고 나타났다.

    “잘 싸워놓고 멋대로 포기하면 어떡해요?”

    “아가씨?! 어째서 여기에…!”

    “통신교관님이 알려줬어요. 성녀들이 절 찾으려고 교내를 들쑤시고 있다고.”

    언제나처럼 방실방실 웃는 얼굴의 아가씨가 진심으로 화가 난 성녀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쟤들이 왜 화를 내요? 내 사람을 건드려서 화가 난건 난데!”

    아가씨의 수많은 모습을 보았으나, 이런 웃으면서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리프는 깨달았다.

    지금 자신은 아가씨가 진심으로 화난 모습을 처음으로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웃으면서 화를 내는 저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이사장과 똑같다는 사실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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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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