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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6

        

         

       리세는 진성에게 방긋 웃는 얼굴로 권유했고, 진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성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진성의 약 한두 걸음 뒤에서 그를 따라오면서 카페까지 말없이 향했고, 카페에 도착해 커피를 주문하고는 자리에 앉자마자 진성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진성과 눈이 마주치자 방긋방긋 웃었다.

         

       “좋은 여행이었는데 뜻밖의 불한당 때문에 분위기가 망쳐져 버리고 말았네요.”

         

       리세는 그렇게 방긋 웃음을 짓다가 따뜻한 커피를 받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좋은 여행’이라고 말할 때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기쁨이 묻어나왔지만, 말이 뒤로 갈수록 아쉬움이 조금씩 묻어나왔다.

         

       그 아쉬움이 점차 짙어지는 것은 어째서일까?

       좋은 여행이었기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재난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니면….

         

       “끝이 아름다우면 모든 것이 아름답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미국 여행은 끝이 그리 좋지 않았네요.”

         

       이 즐거운 여행이 이제 끝을 맞이할 것임을 깨달았기에 그런 것일까?

         

       리세는 ‘미국 여행이 끝이 날 것이다.’라는 말을 하면서 진성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와 리세의 시선이 마주쳤고, 단순히 떠보는 것이 아니라 확신이 섞인 의지가 시선을 통해 전달되고 얽히면서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옛적 여행을 할 때는 도적이 있어 여행을 망칠 위협이 있으나, 현대에는 그런 일이 현저히 적어야 하거늘. 그 적디적은 확률에 당첨이 된 것은 분명히 아쉬움으로 남게 될 것이다.”

         

       진성은 그녀의 확신에 긍정하듯 그렇게 말했다.

         

       너의 생각이 옳다고.

       미국 여행은 여기서 끝날 것이라고 말이다.

         

       리세는 예상했다는 듯 진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양손으로 커피잔을 잡고는 가만히 커피를 바라보았다.

       까만 커피의 표면이 살짝 흔들리고, 따뜻한 커피의 향기와 김이 그녀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뭐,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괜찮아요.”

         

       리세는 아쉬움이 담긴 한숨을 속으로 삼키고는, 커피잔을 살짝 흔들었다.

       이 아쉬움을 털어내기라도 하려는 듯이, 저 따뜻한 커피의 안에 녹여버린 뒤 없애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는 눈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아쉬움이 다음 여행을 더 즐겁게 만들어줄 테니까요.”

         

       리세는 그렇게 말하곤 진성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다시 한번 진성과 리세의 시선이 얽혔다.

       특히나 이번의 것은 아까의 것과는 달라서.

       확신이 담긴 것이 아닌 의문이 담긴 떠보기에 가까운 것이라서.

       그래서 이번에 보내는 리세의 시선은 더더욱 집요하면서도 뭔가 간절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것 같았다.

         

       진성은 그러한 시선을 받으며 살짝 미소를 지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음은…. 유럽이나 남미도 괜찮겠구나.”

         

       그 끄덕임은 다음에도 리세와 여행을 갈 생각이 있음을 알려주는 긍정의 표시이기도 하였으며.

         

       “아니면 성장을 원한다면, 일본이나 한국도 나쁘지 않을 것이로다.”

         

       자신에 대해서 조금 더 알려줄 생각이 있다는 진성의 숨은 뜻이 담겨있기도 한 것이었다.

         

       “…네.”

         

       그렇기에 리세는 진성의 그 말에서 느껴지는 뜻을, 진성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그 뜻을 깨닫고는 바로 반응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진성을 바라보았다가, 이내 환하게 웃음을 짓고는 작게 ‘네’라고 말을 했다.

         

       하지만 네라고 말했음에도 리세는 목에서 쥐어짜듯 나온 듯한 ‘네’라는 그 짧은 한마디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신주님과 함께라면, 즐겁겠네요.”

         

       그래서 다시 한번 목을 쥐어짜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 * *

         

         

         

       미국 여행은 리세에게 있어선 좋은 경험이 되었다.

       외국 여행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으며, ‘다른 것’에 대한 이해도가 넓어지게 되었다. 한 우물에만 틀어박힌 개구리가 세상을 이해할 수가 없듯, 사람 역시 한 곳에만 틀어박힌 이가 자유로운 생각을 하기에는 힘이 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니, 이번 여행 경험은 리세의 인생에 있어서 좋은 양분이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견문을 넓힌 것과는 별개로 리세의 정신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진성의 조금 과격한 가르침 때문에 리세의 정신은 그리 건강하다고만은 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특히나 진성이 말하길 리세는 ‘구도자 같은 면모가 있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구도자와 같은 면모를 가졌다는 것은 참오와 참선을 통하여 화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였으며, 커다란 하나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기질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거나 뒤틀리지만 않으면 참으로 좋은 기질이라 할 수 있으나, 반대로 뒤틀려버리는 순간 사람을 한없이 갉아먹게도 하는 기질이기도 했다.

         

       거기에 비밀스러운 곳에서 주물과 주술 기록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면서 리세의 정신은 알게 모르게 그것들에 악영향을 받고 있기까지 했다.

       아무리 진성의 도움을 받아 그것들의 영향을 차단했다고는 해도, 완벽을 자신할 수는 없는 법이 아니던가. 물론 저주나 오염 같은 것들은 당연히 다 막아냈지만…. 분류하는 과정에서 보는 그것들의 편린만 하더라도 사람의 정신에 조금씩 타격을 주기에 충분한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주술 외적인 요소로 따지더라도 말이다.

         

       사람의 태아를 재료로 만든 저주용 주물이라거나, 사람의 피부를 산 채로 벗겨내서 종이처럼 사용해서 만든 책이라거나-

       하나같이 혐오감이 들고, 역겨운 느낌이 들게 만드는 것들은 주술 같은 요소가 없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피곤하고 짜증 나게 만들기 충분한 물건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여행은 시기적절한 것이었다고 표현해도 좋으리라.

       알게 모르게 쌓인 정신의 독을 모조리 풀어버렸으니까 말이다.

       그 증거로 리세의 얼굴이 밝아졌으며, 말투 역시 좀 더 활발해졌다.

       마치 자신이 좋아했던 드라마를 주제로 수다를 떨 때처럼 말이다.

         

       그런데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라고 했던가.

         

       리세가 좋아진 것과는 정반대로, 상태가 안 좋아진 사람이 존재했다.

         

       대마녀 오딜리아.

         

       “….”

         

       오딜리아는 이불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녀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뒤, 둥글게 몸을 만 채로 그 안에 숨어 있었다.

         

       이불이 얇아서 그런지 그녀가 이불 안에서 취하고 있는 자세가 밖에서도 그대로 보이고 있었는데, 오딜리아는 마치 새우가 웅크린 것처럼 옆으로 누운 채 한껏 웅크리고 있었다.

       다만 새우와 조금 다른 것은- 그녀의 손이 이불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것이 확연히 보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오딜리아는 이불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자신을 이 안락한 보금자리에서 쫓아내려는 시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담고 있는 것 같았고, 자신은 인간이 아닌 새우이며 이곳은 자신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작고 소중한 공간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간절함.

       그래, 간절함마저 보이고 있었다.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를, 수치를, 공포를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간절하게 무언으로 소리치는 것 같은 그런 행동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

         

       아니, 이 최악의 경험과 최악의 인상만을 가득 남겨버린 이 미국이라는 곳에서 잠시나마 안식을 취하고픈 욕망 때문일지도 모르고.

         

       오딜리아에게 있어서 이번 미국 여행은 정말 최악이었다.

         

       그냥 최악이 아니다.

       ‘정말’ 최악이었다.

         

       농장에서 겪은 일은 말할 필요도 없이 최악이었고, 가는 곳마다 찾아오는 트러블은 그녀의 기분을 지하로 처박아버리기 충분한 것이었다. 거기에 진성을 만난 것은 나쁜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으나-

         

       “….”

         

       진성의 옆에 붙어있는 여자, 리세와 만난 것은 그리 좋은 만남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아니, 단언컨대 좋은 만남이 아니었다.

         

       여우를 보는 것 같은 인상도 그렇고, 방긋방긋 웃고 있음에도 기가 세다는 것이 느껴지는 태도도 그렇고.

       거기에 더해 광기를 그대로 담은 듯한 눈깔이라니.

         

       광기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오딜리아는, 그런 눈을 하는 사람과 얽히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특히나 행동거지 하나하나에서 묻어나오는 그런 절제된 광기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거기다가 농장을 엿을 먹이는 일은- 특히 페어리 흉내를 내는 것은 최악이라는 말로도 부족하기는 했다. 남들 재롱잔치를 보고 손뼉을 치는 것도 아니고, 직접 재롱잔치를 벌이는 꼴이라니.

       특히 그 재롱잔치를 진성이 보는 앞에서 했다는 것이 정말 최악이었다.

         

       음- 왜 최악이냐고 묻는다면….

       글쎄.

       박진성의 연배가 그녀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엘라와 비슷하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어린 핏덩이들 앞에서 어린아이를 흉내를 낸, 주책이나 다름없는 행동이라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겠지.

         

       어쩌면 대단한 주술사이자 예언자인 진성의 앞에서 그런 짓을 했다는 것도 부끄러움을 느끼는 이유일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그나마 거기서 끝나기라도 했으면 좋았으련만.

       한계에 다다른 정신 상태에서 어찌어찌 버틸 수 있을까 싶은 그 상태에서 쐐기를 박는 일까지 일어나버렸다.

         

       의문의 주술사가 습격한 것이다.

         

       호텔의 불이 일제히 꺼지고, 공간 자체가 적대적으로 변하고, 기괴한 소리가 퍼지고….

         

       최악.

       이것을 최악이 아니고 무어라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오딜리아는 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안식을 원했다.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뜨면 마법같이 스트레스가 사라져버리는 그런 안식을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 여러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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