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596

       

        

        

        

        

        

        

        

        

        

        

       “잡일 담당이라더니 진짜 자질구레한 일은 몽땅 시키고 있었군요. 따로 말썽을 부리고 있지는 않죠?”

        

       “말썽을 부리는 순간 진실의 방으로 직행하는데 사고를 칠 일이 있나. 일 못해서 가끔 핀잔 들을 때는 있어도, 아직 그런 쪽으로는 말썽 안 부리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하기야, 어차피 사고쳐도 그 자리에서 찍어누를 것 같고.”

        

       “…그. 저는 언제쯤 풀려날 수 있습니까?”

        

       “어머. 기물에 발언권이 있었을 줄이야.”

        

        

        

        그와 동시에 힉 하고 내 품 안에서 쪼그라드는 미니뱜.

        

        이미 이쪽 뉴욕에서 지내는 인원들이 다 최소 한 번씩 갖고 놀았던 나스티(Nahstee)가 드디어 내 품 안에서 조물딱대기 전용 인형이 되는 순간이자, 동시에 양쪽 세계의 대거 팀이 생애 두 번째로 합방을 하는 시점. 설명이 조금 이상했지만 대충 그런 느낌이었다.

        

        근래엔 이쪽 세계에 그닥 자주 방문하지 않았기에 나스티가 심신 양면으로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품 안에서도 이리 얌전한 걸 보면 교육 하나는 참 잘 시킨 것 같았다. 물론 아까 말한 대로 어차피 반항해봤자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애시당초 상시 상주하는 오퍼레이터 수만 수십에 달하고, 재래식 전력만 합치면 그보다 훨씬 많은 화력이 센트럴 파크 HQ에 모아져있는데, 소체만 강하고 아무런 무기도 안 달렸는데 어떻게 반항을 할 수가 있겠어.

        

        뭐어, 그것도 그렇고….

        

        

        

       “그것도 그렇고, 듣자 하니 그쪽도 기본적으로는 저기 있는 메카 비얌들의 AI 제작 과정이랑 별 차이 없는 형태로 만들어졌다면서요?”

        

       “….”

        

       “뭐어, 원리는 대충 알 것 같고. 아무튼 이제 와선 잡일밖에 할 게 없는 꼬맹이를 괴롭히는 것도 취향은 아니니까요. 앞으로는 계속 마스코트 신세인가요?”

        

       “…저도 잘하는 거 있습니다! 대단위 병력 운용이랑 중앙제어시스템 구축 같은 거!”

        

       “…제가 보기엔, 이카루스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적어도 몇 개월 안에는 우리 막내를 그쪽 업무에 죽어도 안 끼워줄 것 같은데.”

        

        

        

        그나마 가능성 있는 거라면 가상머신에 넣어버린 뒤 특정한 목표와 제반사항을 던져주고, 그걸 토대로 나스티가 결과를 계산해내면 그걸 확인한 이들이 타당성을 평가하여 현실에 적용하거나 할 테지만, 이미 전쟁은 반쯤 끝났단 말이지.

        

        그렇다고 해서 중앙제어시스템 쪽으로 가면…글쎄다. 이미 센트럴 파크를 비롯한 미국의 전반적인 시스템 중에서 제대로 동작 안 하는 게…뭐어, 있긴 하겠지. 근데 있는 것과 나스티를 투입하는 건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

        

        요컨대 현 시점에서 이 꼬맹이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단 이야기였고, 그나마의 기대 효과는…뭐 있나. 그냥 하던 대로 마스코트 노릇이나 하는 거겠지.

        

        그리고 내 품 안의 꼬맹이도 그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뭐어, 그런 건 나중에 시켜줄 때나 하면 되고. 지금은 그냥 잡일만 열심히 하면 되겠죠. 애시당초 당신이 스스로를 어필하든 그러지 않든 상관은 없을 거예요. 완전히 폐기해버리지 않은 건 그쪽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그쪽을 연구하는 것만으로도 얻어가는 게 많기 때문이고요.”

        

       “…그렇습니까?”

        

       “그리고 가만히 하던 일이나 잘 하면 나중엔 좀 더 중요한 일을 시켜줄지도요.”

        

        

        

        스스로도 말하면서 과연 그럴까 싶긴 했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 확신은 있었다.

        

        지금은 쓸모없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소체를 바꿔 끼우는 순간 전투력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기존의 메카 막내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지휘 능력은 나중에는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까도 말했듯 최소 몇 개월, 적당하게 보자면 1년 정도는 여기 틀어박혀 잡일만 해야 할 것이다. 까놓고 말해서, 얘가 전권을 잡게 되는 순간 갑자기 마음을 바꿔 총부리를 아군 쪽으로 돌리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어딨겠는가?

        

        까놓고 스카이넷도 시작은 군사방위를 목적으로 한 인공지능이었단 말이지.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 세계는 적어도 인공지능을 어떻게 자신의 아군으로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을 학습시키면 그만이란 말이지.’

        

        

        

        왜 과거부터 ‘인공지능에 의한 인간의 지배’ 같은 것을 인간이 두려워했겠는가.

        

        똑같은 지성을 가졌지만 인공지능은 리미터가 뭔지도 모르고,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인간이 억 단위로 죽어나가며 차례차례 쌓아올린 도덕성에 구애받지 않으며, 효율이라는 명목 하에 무슨 행동을 할지조차 모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AI는 약점을 잡을 수도 없다. 인간이었더라면, 가령 테러리스트의 경우 – 가족이나 친지를 인질로 잡아 협박하거나 붙잡아 심문이라는 이름의 고문을 하는 등 여러 극단적 방법론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그런 게 안 통한단 말이지.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만들어주면 된다고.

        

        

        

       “그쪽이 인간 사이에 잘 녹아들고, 더 나아가 안전하다고 인정받으면 되는 일이겠지요.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세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습니, 아으. 머리 쓰다듬으면 안 됩니다! 기분이 이상합니다!”

        

       “감정 학습 프로그램이 아주 잘 작동하고 있군요, 후후후후.”

        

        

        

        요는 인공지능에게 있어서 ‘잃어선 안 되는 것’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뭐어, 말이 길었다. 아무튼 보아하니 나스티는 그런 감정을 아-주 잘 배워나가고 있는 것 같았고, 이제 조금 있으면 초보적인 형태의 동지애…라고 해야 할까, 자매애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도 싹트겠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세 메카 비얌들이 도와줄 테니까.

        

        마브가 조금 걸리긴 하지만, 악감정 자체는 지난 번에 거의 다 털어버린 것 같고.

        

        그리하여 내가 할 일이 무어냐 하니-

        

        

        

       “아-앙…아으, 맛있당.”

        

       “의자에 앉아서 먹어라.”

        

       “그치만 신입 교육하느라 바쁜…아아아앙!”

        

       “맞는 말 했구만, 임마. 밥은 식탁 의자에 앉아서 먹는 거야.”

        

        

        

        남이 구워준 고기 얻어먹다가 트윈-로건에게 쌍으로 혼나는 것이었다.

        

        물론 앙숙…은 아니고, 시도때도 없이 북극곰 골려먹기를 좋아하는 따블-상어들은 내 어리광을 아주 적극적으로 받아주었고, 그 증거가 바로 내 머리 위에 상어찌찌를 올려놓고 자기도 한 입만 달라며 깝치는 뉴욕-상어였다.

        

        나와 함께 넘어온 로렌티나는 의외로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말을 붙이는 일이 더 많았다. 대충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면, 이 세계가 이렇게 바뀐 후 식량 공급이 어떻게 되는지가 궁금하다는데…참 기묘하단 말이지.

        

        그마저도 참 상어스러웠기에 그닥 신경은 쓰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슬슬 요 침울한 꼬맹이의 기운을 좀 나게 해줘야겠지.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 그래서. 우리 나스티가 평소에 얼마나 잘 하고 다녔는지도 들어보고 싶단 말이죠.”

        

       “에…아직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요? 제가 들은 건 그 정도는 아닌데 말이죠. 마침 아까 바깥을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들었던 사실에 의하면, 저랑 비슷한데 키가 더 작은 로봇이 가끔 도와주는 게 귀여웠다고 말하는 분들도 간혹 있었던 것 같은데.”

        

       “지, 진짜입니까?”

        

       “제가 어떻게 거짓말을 하겠어요. 듣자 하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하든데, 아까 고기 굽는 것도 그렇고 꽤 잘 하든데요.”

        

       “그렇습니다! 저도 열심히 잘 하고 있습니다!”

        

        

        

        무지 쉬운 꼬맹이로구만.

        

        이렇게 보니 뭔가 그냥 칭찬이 고픈 꼬맹이 같기도 하고…생각해보니 딱히 틀린 말은 아닌가.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던져줄 수 있는 당근이 하나 더 있었고, 그녀에게 살살 달콤한 말을 흘리기 시작했다.

        

        

        

       “우리 첫째와 둘째, 셋째가 가끔 제가 있는 세상으로 넘어간 건 알고 있죠? 앞으로 나스티가 착한 어린이가 되면 제가 그쪽을 데리고 저쪽 세계에 어떤 재미난 게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랄지도 모르겠는데….”

        

       “거, 건너편 세계…제가 뭘 하면 됩니까! 알려주십시오!”

        

       “뭐어, 이대로만 하면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랄지도…사람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많이 예쁨받고, 나스티도 사랑받은 만큼 상대방을 사랑해주면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아주 쉬운 일입니다! 그 정도는 맡겨주면 되는 겁니다!”

        

       “그래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와 동시에 메카 비얌들에게 눈짓.

        

        이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미니뱜을 데리고 조금 밖으로 나가서 산책이라도 시켜주라고 메시지를 적당히 보내놓은 뒤, 진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가는 메카-막내-막내의 등을 바라보며 큭큭 웃었다.

        

        그 꼴을 바라보고 있던 오웬스 역시도 웃었다.

        

        

        

       “아주 달변가가 다 되었군, 유진.”

        

       “크리스마스 이브잖아요. 이런 거룩한 날에는 좋은 이야기만 해줘야죠. 그러고 보니 저 친구, 혹시 산타도 믿나요?”

        

       “질문이 잘못됐어. 저 친구를 포함한 메카 막내들 전원이 산타를 믿느냐고 물어봤어야지.”

        

        

        

        …엄, 그렇군요.

        

        아무튼 우리 메카 몬낸이들이 동심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었다. 게다가 아까 밖에서 적당히 본 결과 센트럴 파크 주변의 고층 건물들까지도 죄다 LED를 둘러놓았으니…걔네들이라면 ‘저렇게 유도등을 많이 켜놨는데 설마 산타가 안 오겠어?’하고 생각할지도.

        

        그렇게 다들 왁자지껄 웃으며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를 즐겼다. 우리는 간만에 – 딱히 간만은 아니긴 했지만 – 고기를 실컷 먹었고, 반대로 여기 있는 사람들은 오랜만에 피자나 초밥처럼 평소 자주 먹기 힘든 음식들을 배가 터질 정도로 먹었으니까.

        

        즐거운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갑자기 궁금해진 내가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저 친구들은 무슨 선물을 원하나요? 이쪽에서 공수할 수 있으면 적당히 줄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

        

       “왜 그래요? 뭔가 이상한 거라도 달라고 했어요? 자동차 같은 거라든가.”

        

       “뭐어, 그런 건 아닌데….”

        

        

        

        짤막한 정적.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

        

        

        

       “…새 테일 웨펀을 가지고 싶다는군. 지난 번에 저 꼬맹이들이 게임 안에서 보았다던 음파병기나 중력조작병기가 꽤 인상깊었던 모양이야.”

        

       “…어우.”

        

       “준비할 수 있으면 준비해보든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아무래도 이번 년도의 산타는 꽤 많이 골머리를 썩일 것 같았다.

        

        우리들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그렇게 지나갔다.

        

        

        

        

        

        

        

        

        

        

        

        

        

        

        

        

        

        

        

        

        

        

        

        

        

       “아, 맞다. 유진 씨, 그러고 보니 오늘 오퍼레이터 기록물 새로 추가된대요. 지난 번에 들어온 미니 비얌 있잖아요. 이름도 밝혀졌대요. 나스티라고. 스펠링이 뭐더라, Nahstee였나. 되게 헷갈리든데….”

        

       “두 분은 좋겠네요, 아주. 맨날 비얌비얌 노래를 불러대더니, 이젠 미니비얌도 나오고. 잘 돌봐주세요.”

        

       “…유진 씨는 가끔 보면 자기를 본따서 만든 애들에게 좀 미지근한 것 같아요.”

        

        

        

       -어차피 자기 거라고 생각해서 별 신경도 안쓰는거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얌쉑 나중에 애낳으면 반쯤 자유방임주의로 키울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 비얌딸랑구…오….

       -소신발언)비얌이랑 결혼할 수 있는 사람 없을거같음

       -대충 북극곰이나 상어한테 뭐 하나 달아주면 되지않을까?

        

        

        

        오늘도 채팅창은 개소리로 가득했고, 맨해튼에는 굵은 눈송이가 슬그머니 내리고 있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니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이번 년도의 미국엔 상당히 눈이 많이 내린다. 그런 것치곤 종종 포근한 날도 있었긴 하지만. 반대로 한국은 느닷없이 한파가 덮친 모양인지 오늘 서울의 기온이 영하 10도를 찍었단다. 솔로들의 한이 상당했나보다.

        

        뭐어, 따지고 보면 나도 솔로니까 그 부분은 크게 문제가 없지 않을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뒤로 한 채 한창 핫하게 뜨고 있는 오퍼레이터 기록물의 내용을 확인했다. 아까 다이스가 말했던 것처럼 새로이 기지를 돌아다니게 된 나스티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퍼레이터 기록물이 뭔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간단하게 설명해주자면, 일종의 대화 및 호감도 시스템 같은 것이었다. 옛날에 발매되었던 핵전쟁 이후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ARPG 게임 같은 거 있잖은가.

        

        어떻게 보면 다른 게임에도 흔히 있는 NPC와의 상호작용 같은 것이었다.

        

        

        

       “그럼 여러분들 말고 메카 막내들한테만 신경쓸까요?”

        

       “엣, 그건 안 돼요.”

        

       “그렇게 말할 걸 알고 있어서 그러는 거예요, 이 땡깡쟁이들아.”

        

        

        

        물론 그리 말한 시점에서 두 명은 쿠웅-하고 충격이라도 받은 것마냥 굴었고, 시청자들의 웃음보따리는 통째로 폭발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제 슬슬 내가 없어도 다들 잘 할 수 있겠구나-하고 평가를 내리던 내 감동을 돌려줘.

        

        아무튼 오늘의 일정은 딱히 없었다. 어제 너무 신나게 놀아제낀 것도 있었고, 발현자들을 제외한 이들이 죄다 위스키 봉봉을 십수 개씩 퍼먹고는 숙취에 쩔어버린 것이었다. 물론 발현자들은 느긋느긋하게 마시는 와중 물질대사능력이 죄다 알코올을 분해해버렸지만.

        

        그렇다고 술에 취하지 않는 건 아니다. 대사능력을 넘어서는 빠르기로 마시면 취한다. 그래서 작년 아시아 예선전 끝나고 다이스랑 술잔을 나눴을 때 취했던 거고.

        

        

        아침부터 숙취 해소를 위해 국밥을 시원하게 말아드신 두 새끼비얌들은 빵빵하게 나온 배를 통통 두드리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던지고, 나는 그것을 큭큭 웃으며 받아준다.

        

        주된 이야기는 아까도 말했듯 메카 비얌과 관련된 이야기였지만, 그 외에 다른 이야기들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올리비아 씨의 스튜디오에 다녀왔다면서요. 재밌으셨나요?”

        

       “남 일하는 걸 보고 재밌다고 느낄 정도로 양심이 없진 않은…농담이에요. 딱히 가서 할 것도 없어서 하루종일 노가리만 까다 한숨 자고 왔지요. 여러분들은 재밌었나요.”

        

       “저희도 뭐…그냥 신나게 놀고, 노래도 부르고, 바에 가서 술도 마시고 그랬죠. 재밌었어요. 저희 돈으로 하는 게 아니라 더 재밌었…앗, 이렇게 말하면 안 되나?”

        

       “그렇게 놀라고 여러분들을 초대한 거예요. 더 즐겁게 노세요. 몇 년 후에는 더 사치를 누리게 해줄 테니.”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얌지갑(두툼함)

       -나중에 더 사치를 누리게 해줄테니 지금 사치를 누리라는 말은 도대체 뭔뜻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사람 돈다발로 때리면서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고싶다 ㅋㅋㅋ

       -압도…압도적인 자금력….

        

        

        

        하모니와 다이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입을 떡 벌리는 사이, 나는 별 생각 없이 덧붙였다.

        

        

        

       “뉴욕 헬기 투어라도 할래요? 소화도 시킬 겸. 자유의 여신상 근처 좀 돌다가 맨해튼 전부 둘러보고 내려오면 점심식사 시간 될 것 같은데.”

        

       “아, 안 돼에, 이젠 유진 쌤이 없는 시간 전으로 못 돌아가버려어….”

        

       “에덴의 비얌은 물러가라! 내 귀에 달콤한 말을 그만 속삭이란 말이야!”

        

        

        

        에덴의 뱀이라니.

        

        하지만 에덴의 뱀과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자는 적당한 개소리로 아담과 이브를 유혹했다면, 나는 압도적인 자금력과 달달한 꿀이 가득 든 항아리를 저 두 명의 지갑에 가득 집어넣어준다는 점이었다. 이리 생각해보니 나는 전혀 잘못한 게 없구만.

        

        그렇게 저 두 명의 뇌리에 ‘뱀은 옳은 동물’이라는 사실을 천천히 주입해주는 동안, 나는 침대에 털썩 주저앉으며 휴대폰을 꺼내들고는 메일을 보았다.

        

        

        

       -[최근에 추가된 기체를 비롯한 모든 UES를 위한 소체 제작 완료. 언제 한 번 ‘공장’에 방문하여 감각 동기화 과정을 거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만약 원하신다면 앞으로 1주일 안에 UES의 완성을 세상에 공표할 수 있고, 한 달 내로 소규모 엑스포를 개최할 수 있을 겁니다.]

        

        

        

        벌써 이렇게 되었나…가 아니라, 결국 이렇게 되었나.

        

        이카루스 다이나믹스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무려 8개월이나 이르게 완성된 물건이다. 공사도 이 정도로 빠르게 하면 오히려 날림이라고 의심을 받을 정도가 아닐까. 그 정도로 어마어마한 단축이었다-만, 이미 방법론을 알고 있었기에 그닥 상관은 없었다.

        

        애시당초 8개월이라는 건 메카 유진을 생산하기 위한 특정 부품을 제작하는 설비까지 몽땅 완성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었고, 지난 번에도 설명받았듯 밀링 머신 같은 걸로 부품을 하나하나 깎아 만들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되려 그 부품의 열처리나 성분비, 열전도성, 전기 전도성, 그 외에도 다양한 재료공학적인 측면을 고려한 뒤 그에 맞는 신소재를 제작하는 과정이 더 오래 걸렸지만, 그 부분은 사실 비율이나 그런 방법만 알면 어느 정도 가능한 부분이 있었다.

        

        아무튼, 중요한 건 결과지.

        

        

        

       ‘…그렇다고 지금 당장 공표하는 건 이르지 않나 싶긴 한데.’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소수의 관계자들에게만 보여주는 건 그닥 문제는 없단 말이지.

        

        더군다나 이 두 명은 한참 전, 그러니까 하와이 여행을 할 즈음 메카 유진 생산 예정에 대해 알려줬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그와 관련된 말을 한 적 없었으니, 이 둘이라면 말해줘도 되지 않을까.

        

        저 둘의 생일은 한참 남았으니,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치자.

        

        

        부유 드론의 단어 검열이 잘 되는지를 확인한 후, 두 명에게 덧붙였다.

        

        

        

       “두 명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뭔가 받고 싶은 거 없어요?”

        

       “우왁, 또 유진 쌤이 우리를 압도적인 자금력으로 사려고 해…!”

        

       “나, 나를 돈으로 살 셈인가…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돈이….”

        

       “자꾸 헛소리하면 있던 것도 뺏어갈 거예요. 대표적으로 두 명이 게임하면서 은근슬쩍 쓰는 그 팬메이드 뱀꼬리 아바타라든가.”

        

       “우왁, 잘못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뭐 꼬리에 꿀발라놨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트루-무친련들 ㅋㅋ

       -비얌은 진지하게 물어본거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두 명은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ㅋㅋㅋㅋㅋ

        

        

        

        ….

        

        이젠 일일이 반응해주기도 지쳤기 때문에, 대충 그렇게 마무리한 뒤 다시금 검열 단어가 무사히 작동하는지를 확인.

        

        내가 진지하게 말한 걸 그제야 깨달은 두 명이 내 눈치를 살살 보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데굴데굴 굴린다. 뭘 받고 싶은지를 고민하고 있다기보단, 그냥 방금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것때문에 내 심기를 거스른 게 아닐까-하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두 명의 머리에 꿀밤을 쥐어박을까 하고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입을 열어 물었다.

        

        

        

       “…두 분은 만약 메카 유진이 좀 더 일찍 나온다면 어떨 것 같나요?”

        

       “무, 뭣…?”

        

       “아유, 그러면 당연히 좋죠! 완전 대박이죠!”

        

       “그래요? 그러면 얼마나 빠르게 나왔으면 좋겠나요?”

        

        

        

        그와 동시에 아까와는 다른 방향으로 굳어버리는 방 내부의 공기.

        

        두 명은 환희인지 뭔지조차 모르겠는 표정을 지으면서 아주 힘겹게 입을 열어 말했다.

        

        

        

       “…유, 유진 씨. 설마…?”

        

       “그, 드론캠 검열 기능 잘 작동되고 있는 거 맞죠?”

        

       “아까 전부터 시험하던 게 검열이었는데 너무 늦게 알아차리셨군요. 아무튼 여러분들에게 말해드릴 선물의 내용은 바로 그거예요.”

        

        

        

        큼 하고 숨을 들이마심과 동시에 이어지는 말.

        

        

        

       “메카 막내들이 현실에 조금 더 일찍 나올 것 같-우왁, 달려들면 어떡해요!?”

        

       “우와아아아아-!”

        

       “이게 크리스마스 선물이지이이!”

        

       “누가 대놓고 들이받으래요, 진짜…!”

        

        

        

        그럴 줄 알았지만, 역시 현실에서 겪게 되면 감각 자체가 다르구만.

        

        나는 그리 생각하며 이 두 명의 머리를 얌전히 쓰다듬었다.

        

        메카 비얌 출시까지 9개월-에서 7~8개월이 감산되어, 대략 1개월 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거한 크리스마스 선물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