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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7

        

         

       하지만 어디 그런 안식이 그리 쉽게 올 수 있는 것이던가.

       본래 방향이라는 것은 관성이 붙으면 쉽게 틀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던가.

         

       불행 역시 그러했다.

         

       그래.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딜리아의 불운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가엾게도.

         

       “어서 일어나거라.”

         

       미국에서의 마지막 불운은 토끼 같은 인상의 남자의 모습으로 찾아왔다.

       최후의 안식처, 세간에서는 침대라고 부르는 곳에서 안식을 취하려 하는 오딜리아를 방해하려는 듯 진성은 불쑥 튀어나와 오딜리아에게 그렇게 선고했다.

         

       어서 일어나라고.

       여기서 잘 시간이 없다고 말이다.

         

       그리고는 말로만 끝낼 생각이 없다는 듯, 이불을 잡고 걷어내려 했다.

         

       꽈악.

         

       오딜리아는 그 끔찍한 선고에 저항하듯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이불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고, 자기 몸을 감싸고 있는 이불을 더더욱 끌어모아서 자신을 번데기처럼 만들려고 했다. 이불이 하얀색이니 어쩌면 미라라는 비유가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

         

       침대에서 벗어나기 싫다는 무언의 행동.

         

       진성은 오딜리아의 그 행동에 다시 한번 이불을 붙잡았다.

       그리곤 힘을 줘서 확 벗겨버리고는, 웅크린 자세를 취하고 있는 오딜리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어서 미국을 벗어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좋지 않은 일이 닥칠 것인즉.”

         

       좋지 않은 일이 닥칠 것이다.

         

       침대에서 벗어나기 싫어하던 오딜리아라고 할지라도 그 말을 무시하기는 힘들었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진성이 걷어낸 이불을 다리로 슬쩍 끌어당긴 뒤 하반신에 덮었다. 짧은 치마를 가리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좋지 않은 일이라니요…?”

         

       진성이 누구이던가.

       과거와 미래를 볼 줄 아는 사람이 아니던가.

       그런 사람이 좋지 않은 일이 닥친다고 경고할 정도라면, 대체 무슨 일이 닥치는 것인가.

         

       오딜리아는 불안한 표정으로 진성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진성은 그녀의 의문에 대답해줄 생각이 없다는 듯 슬쩍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러한 진성의 태도를 본 오딜리아는, 진성의 태도를 자신 마음대로 해석했다.

         

       ‘천기누설?’

         

       말을 하지 않는 것도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직접 소리를 내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저렇게 살짝 저어서 안 된다고 표현하는 것도 전부 다 뜻이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오딜리아는 진성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에게 알리면 무언가 일이 틀어지게 되기에 저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한국에서 ‘천기누설’이라고 불리는 그러한 것을 막기 위해 저렇게 고개를 저은 것이라고 말이다.

         

       오딜리아는 그렇게 해석하자마자 침대에서 빠르게 내려왔다.

       그리고는 옷매무새를 가볍게 정돈하고는, 자신이 가져온 짐을 빠르게 챙긴 뒤 진성에게 물었다.

         

       “지금 당장 미국 밖으로 나가면 되나요?”

         

       “그러하다.”

         

       “어느 나라로 가는 것이 좋나요?”

         

       어느 나라로 가면 좋냐….

         

       진성은 그 물음에 잠시 고민했다.

         

       “일단 유럽으로는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떠오르는 나라가 있느냐?”

         

       “음. 아, 우리 네스가 러시아에 볼일이 있어서 갔는데. 거긴 괜찮을까요?”

         

       “러시아라. 괜찮겠구나.”

         

       “네. 그럼….”

         

       오딜리아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슬쩍 진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 몇 가닥을 검지로 비비 꼬며 말했다.

         

       “…도착하면 연락하겠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빠르게 방을 빠져나갔다.

       진성이 말한 ‘좋지 않은 일’이 닥치기 전 빠르게 미국을 벗어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호텔에는 오로지 진성만이 남게 되었다.

       오딜리아는 방금 호텔을 빠져나갔고, 리세는 커피를 마신 뒤 여권과 지갑을 쥐여주고는 일본으로 돌아가도록 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둘은 미국을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에 남아있는 것은 진성뿐이겠지.

         

       “보자….”

         

       진성 역시 그 둘을 따라서 미국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 행선지는 아마 한국이나 일본 둘 중 하나가 될 것이 분명했으나.

         

       다만 둘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진성은 쫓기듯 미국 밖으로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아직 진성에게는 할 일이 있었고, 그 일을 하고 나서야 미국을 나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대접받고 싶은 만큼 대접하였으니, 마땅히 받은 대접만큼 대접함이 미덕이라.”

         

       그 할 일은 어쩌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황금률이란 이토록 심오한 것이니, 너희 땅에 발 디딘 창조물은 마땅히 그것에 따라 행동하여 손님 대접하도록 하여라….”

         

       물론 그것은 순탄하거나 순탄하지 않거나를 따져본다면 전자에 가까울 것이지만.

         

       아, 하지만 황금률과 은률에서 비롯된 이 찬란한 가치가 이끌고 있거늘.

       어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가 있으랴?

         

       그것은 마땅히 행해질 것이니.

         

       이제 찾아가는 이와 맞이하는 이의 위치가 바뀌게 되리라.

         

         

         

        * * *

         

         

         

         

       [ 4984-120-A에 위치한 요원들에게 알린다. 이웃 기관에서 전 프로페서 D(professor D)와 스튜던트 K-B(student K-B)의 마찰을 확인하였음을 공유하였다. ]

         

       [ 해당 기관에서는 현 마이크(M) 부로 incantation noise 속에서 브라보 유니폼 델타를 추출, 확인하였다고 알렸으며- ]

         

       “Asshole. 현 시간부로 확인은 무슨. 딱 봐도 미리 감시하고 있다가 늦게 공유한 게 분명한데.”

         

       [ -해당 기관에서는 4984-120-A에 위치한 요원들에게 모종의 주술적 오염으로 인해 몇몇 감시체계가 무력화되었다는 정보를 보냈으며, 이에….]

         

       “자기들이 혼자 감당하기 힘들 것 같으니까 그제야 풀었구먼. 뻔하지.”

         

       미국에는 많은 기관이 존재한다.

       일반적인 정부 기관은 물론이고, 정보 기관들도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악명인지 명성인지 모를 것을 떨치는 CIA나 FBI 같은 전통 있는 기관에서부터,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기관, 비밀스럽게 존재하고 있다가 양지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는 기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면서 수면 위로 한 번도 드러난 적이 없는 비밀스러운 기관, 대통령만이 알고 있는 첩보 기관 등등….

         

       이 거대한 땅덩어리에 세워진 미국이라는 나라는 정말로 많은 정보 기관을 가지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고, 필연적인 일이기도 했다.

       어지간한 나라 하나와 비견되는 크기의 주가 여럿 뭉쳐서 만들어진 이 미국이라는 나라는 소수의 정보 기관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컸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주에서도 따로 운용하는 정보 기관이 필요하기까지 했으니-

       이렇게 많은 정보 기관이 난무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필연적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으리라.

         

       하지만 이렇게 많은 정보 기관이 존재한다는 것은, 필시 부작용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그 부작용이란 바로 이것.

         

       정보 공유를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능력도 없으면서 실적에 미쳐서는…. 쯧.”

         

       어느 단체에 속한 이들이라면 필히 겪게 되는 일.

         

       실적과 예산.

         

       정말 축복이라도 받지 않는 한, 모든 단체는 실적과 예산에 허덕이게 된다.

       한정된 예산 속에서 더 많은, 더 큰 파이를 가져오기를 갈망하며, 예산을 끌어오고 단체를 키우기 위하여 실적을 원한다.

         

       이는 정보 기관도 다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일반적인 곳보다도 더 심했다.

         

       정보 기관에 있어서 실적이라는 것은 자신들의 존재 가치나 다름이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곤 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단독으로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다른 기관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거나, 혼자 먹기에는 큰 사이즈인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부득부득 아가리를 쩍 벌려서 삼키려고 하다가 탈이 난 뒤에서야 다른 기관들에 도움을 요청한다거나,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무리한 작전을 벌여서 일을 악화시킨다거나 하는 그러한 일 말이다.

         

       ‘이러니까 기관 통폐합 같은 소리가 나오지. 제기랄.’

         

       특히 얼마 전 고위공무원들이 모인 회의에서 정보 기관의 통폐합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는 이야기까지 도는 상황.

       그런 상황이니만큼 더더욱 실적에 목을 매는 것은 이해할 수 있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문제가 생기고, 그것을 감당하기 힘들 것 같으면 공유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주술 노이즈에서 컷 몇 개밖에 못 건졌으면 바로 연락을 돌렸어야지. 그래야 감시 공백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하…. 무능한 새끼들.’

         

       실적을 올리겠다고 정보 공유를 늦춘 덕분에 감시 공백이 생기고 말았다.

       물론 감시 장비나 시설이 한두 개가 아니니만큼 찾아보면 그 공백도 채울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료들을 뒤적거리는 불필요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것은 조직 전체의 능률을 떨어뜨리는 짓거리나 다름이 없었다.

         

       ‘CIA에서 조직을 망치기 위해 투입하는 스파이가 이렇게 무능하게 행동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럼 저 기관은 빌어먹을 적국의 스파이들로 가득한 곳이겠군. 제기랄.’

         

       아니, 그냥 능률만 떨어뜨리면 다행이겠지.

         

       때로는 조직들에 혼란을 주기도 한다.

         

       [ 잠깐. 당 기관에 묻는다. 스튜던트 K-B(student K-B)와 충돌했다고 했는지? ]

         

       [ 그렇다고 알린다. 정보를 잘못 받은 것이 아닌지 다시 한번 확인 바란다. 스튜던트 K-B(student K-B)가 맞는지? ]

         

       [ 맞는다고 알림. 무슨 문제가 있는가? ]

         

       [ 아, 양키스가 있는 곳에서 말한다. 스튜던트 K-B(student K-B)는 M point에 있다. 다시 한번 말한다. 스튜던트 K-B(student K-B)는 M point에서 의식을 행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

         

       [ …M point? ]

         

       [ 그렇다. 양키스가 있는 곳의 M point라고 알린다. 해당 정보에 접근 가능한지? ]

         

       [ …확인하였다. 지금도 M point에 스튜던트 K-B(student K-B)가 있는가? ]

         

       [ M point의 3층에 있음을 확인하였다. 스캔 후 3차원 지도로 만들어 확인하였으며, 열화상 카메라로 더미가 아니라는 것도 확인하였다. 근접 촬영은 하지 못했으나 고배율 카메라로 얼굴을 확인까지 하였다. ]

         

       [ 오, Fuu-uuuu….]

         

       바로 이런 혼란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낮에 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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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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