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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7

       

        

        

        

        

        

        

        

        

        

       “그, 유진 씨. 저희 너무…으슥한 곳으로 들어가는 거 아닌가요? 주변에 산이랑 나무랑 낙엽밖에 없는데요?”

        

       “유, 유진 쌤이 우리를 어디 팔아넘기려고 해…!”

        

       “바보같은 소리 마시고. 지금부터 여러분이 가는 곳은 그 정도의 엄중한 보안을 요구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외진 곳에 지은 거예요. 두 분을 데려온 것도 오늘 본 것들을 그 어디에도 발설하지 않을 것 같아서였고.”

        

       “엑, 그렇게 말하니 더 무서운데요.”

        

       “그럼 메카 막내들을 한참이나 일찍 보는데 이 정도의 일도 없을 줄 아셨나요?”

        

        

        

        그와 동시에 백미러로 두 명의 표정을 힐끔 쳐다본다.

        

        마치 비얌, 그리고 메카라는 단어에 꿀이라도 발라놓은 것마냥 실로 알기 쉬운 표정을 짓는다. 물론 딱히 하루이틀도 아니었던 만큼 나는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 애시당초 이 정도의 반응은 예상을 했었단 말이지.

        

        그리 생각하는 와중 차량은 이래저래 덜컹거리면서도 산 사이에 난 비포장도로를 잘도 달린다. 아까 얼추 암시하긴 했지만, 현 시점에서 우리는 메카 비얌들을 보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달려 다시금 로체스터 인근으로 왔다.

        

        사실 그리 많이 달리지는 않았고, 헬기를 타고 다크 존 타운에서 내린 후 차량으로 갈아탄 거긴 하지만.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누가 봐도 그닥 정돈되지 않은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덜컹거리는 느낌이 제로로 수렴했다.

        

        조수석에 탄 다이스와 뒷좌석에 타고 있는 하모니는 별 생각도 없는 듯했지만, 나는 이게 왜 그런지를 대충 알고 있었다 – 현 시점부터 보이는 비포장도로는 전부 잘 정돈된 아스팔트 길 위에 덧씌워진 홀로그램이었다.

        

        다시 말해 이 즈음부터는 ‘공장’의 영역이라는 소리.

        

        머잖아 푸르게 빛나는 지향성 전류장이 우리를 맞이하고, 드론 한 대가 이 근처로 날아와 차량을 스캔하더니, 전류장을 완전히 열어젖혔다. 허공을 뒤덮는 푸른 빛이 좌우로 갈라지는 것은 상당한 장관이었다.

        

        

        

       “…우와.”

        

       “진짜 무슨 비밀기지 온 것 같네요.”

        

       “실제로 딱히 다르지도 않죠. 조금만 더 가면 공장이니 느긋하게 가봅시다. 가면서 기지개도 좀 펴고, 맑은 자연의 공기도 좀 즐기고, 푸릇푸릇한 전경도 눈에 담고 그래야죠.”

        

       “겨울이라 주변에 낙엽밖에 없는데요, 유진 씨.”

        

       “그냥 해본 소리예요.”

        

        

        

        2분 가량을 차량으로 더 이동한 후 하차.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비포장도로처럼 보였던 곳에 발을 내딛자마자 파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아스팔트 도로로 바뀐다. 흡사 공사를 며칠 전에 마친 도로마냥 노면이 깔끔하기 그지없었다.

        

        겨울이었기에 딱히 우거지지는 않은 수목 건너편으로 작은 건물 한 채가 보인다. 지난 번에도 느꼈긴 하지만 참 쥐똥만한 건물이었다. 물론 저 안에 무엇이 잠들어있는지를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닥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 두 명은 지난 번 공장에 처음 방문한 나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오늘은 내가 설명을 해주면 된다는 것 정도일까.

        

        

        

       “생산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만 갖다 박아놓은 거라 작은 거고, 지하는 저거보단 훨씬 커요.”

        

       “아, 역시 그렇죠? 원래 만화나 영화에서도 그렇잖아요. 건물 입구는 작은데 지하가 무지막지하게 크다거나 뭐 그런.”

        

       “대충 그렇게 생각하시길. 내부 시설 자체는 그닥 크지 않으니 간단하게 설명을 하고, 그 후 지하로 내려가봅시다.”

        

        

        

        불과 몇 주일 전에 있었던 일이건만, 벌써 생각보다 오래 된 것처럼 느껴진단 말이지.

        

        그리 생각하며 공장의 코앞에 도달. 오늘은 안내인 역할을 하는 직원이 따로 나오지는 않았다. 듣자 하니 시설통제용 알고리즘을 따로 짜둔 덕분에 궁금한 게 있거나 하면 물어볼 필요 없이 그냥 검색해서 확인하면 된다고 하는데….

        

        아무튼 내부로 들어가자, 영업을 종료한 것처럼 생겨먹은 조용한 내부가 나타났다. 오른쪽에는 지난 번에도 보았던 진공 챔버이자 부품 조립실, 그리고 왼쪽에는 부품 제작과 조립을 담당하는 기기를 제어하는 서버실이 있었으나, 현재는 더 이상 생산할 필요가 없었기에 작동을 중단했다.

        

        이 두 명이 물어보기 전에 먼저 덧붙였다.

        

        

        

       “대량생산을 위한 기반 건설이었다면 몰라도, 시제기 몇 대 정도만을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모든 부품을 직접 제작해서 조립하는 게 비용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훨씬 이득이지요. 이 시설들은 부품의 생산과 조립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고,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 작동을 중지했고요.”

        

       “…어째 유진 씨는 이 시설에 꽤 익숙한 것처럼 말하시네요.”

        

       “딱히 틀린 것도 아니죠. 여러분들이 파이널 챔피언십을 준비하는 동안 한 번 정도 방문했던 적이 있었으니. 지금은 여러분들에게만이라도 엠바고가 풀린 덕분이고요.”

        

       “아항….”

        

       “아직 작동하고 있었다면 몰라도 지금은 딱히 볼 필요는 없는 곳입니다. 내려갑시다.”

        

        

        

        그와 동시에 서버실 뒤켠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호출, 아래로 내려간다.

        

        그닥 많이 내려가지는 않는다. 대략적으로 27미터, 건물로 따지면 대략 9층 정도일까. 생각해보니 그 정도면 많이 내려간 걸지도 모르겠다 – 아무튼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순간, 흡사 다크 존에 존재하는 사격장의 크기를 뻥튀기시켜놓은 것만 같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공간감을 주기 위해 층고가 거의 7m에 달하고, 가로는 그보다 훨씬 넓었으며, 세로는 킬로미터 단위로 세야 했다. 어쩌자고 이렇게까지 길게 뚫어놓았나 싶긴 한데, 뭐어. 한 번 만들어놓으면 나름 다 쓸모가 있겠지.

        

        

        그리 생각하며 두 명을 데리고 걷는다. 목적지는 지난 번 원격조종용 트레드밀 비슷한 시스템이 놓여있던 바로 거기였다. 물론 한참 전에 철거되었다고 듣긴 했지만.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트레드밀이 있던 자리에 존재하는 네 대의 코핀 – 하나는 좀 더 작았다 – 이 우리의 눈에 들어왔다.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 부분은 확인 가능하도록 투명 재질로 되어있었다.

        

        그 안에서 얌전히 잠들어있는 메카 비얌을 본 하모니와 다이스의 표정이 기쁨인지 뭔지의 표정으로 바뀌더니, 내부를 힐끔힐끔 들여다보며 덧붙였다.

        

        

        

       “우와, 진짜 게임이랑 똑같이 생겼다아…!”

        

       “대박…이거 지금 작동시킬 수 있어요?”

        

       “커넥터를 연결해야 해요. 지금은 그냥 빈 껍데기 같은 거니까.”

        

       “아아.”

        

        

        

        요컨대 이건 말 그대로의 소체.

        

        다행스럽게도 코핀에는 진과 레인, 마브, 그리고 나스티라는 이름이 써있었고, 각 기체의 퍼스널 컬러와 동일하게 생긴 커넥터 라인이 그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다이스와 하모니를 데려오기 전에 들은 설명에 의하면, 저 커넥터에는 딱히 특별한 기능은 없었다. 단지 꽂는 순간 내 이카루스 기어와 연동하여 진과 레인, 마브에게 신호가 가는 식. 나스티는 아쉽게도 이카루스 기어를 못 받았기에 신호를 못 받는다.

        

        아무튼 신호를 받은 세 명은 여차저차해서 다크 존을 경유하여 코핀에 접속,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형식이었다.

        

        

        커넥터를 꽂자마자 은은하게 들어오는 불빛.

        

        코핀 내부에 들어있는 소체에 시동을 거는 순간 가슴에 심어진 소형 핵융합로가 동작하며 신체에 동력을 공급하는 사이, 진과 레인, 마브가 차례대로 게임에 로그인한 후 소체의 포트를 찾아 접속을 시도한다.

        

        접속이 완전히 됐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는 각 소체가 눈을 뜨는지에 대한 여부였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각각 진과 레인을 확인하고 있던 다이스와 하모니가 흥분에 찬 목소리로 덧붙였다.

        

        

        

       “유, 유진 씨! 진이 눈을 떴어요!”

        

       “레인도!”

        

       “좀 있으면 코핀이 열릴 거니까 미리 나와있으세요.”

        

       “에, 그런데 나스티는….”

        

       “걔는 아직 못 나와요. 나중에 서프라이즈 형식으로 공개할 거라서 지금은 그닥 신경쓰지 마시길. 아직 안정화 중이기도 하고.”

        

        

        

        명백히 아쉬워하는 표정이었지만, 이어 코핀에서부터 들려오는 치이익-소리가 이 둘의 잔여 아쉬움을 완벽히 날려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몇 초나 지났을까, 마치 게임처럼 원기둥 모양의 코핀이 서서히 옆으로 열리더니, 그 안에서부터 세 기의 메카 비얌들이 차례로 걸어나온다. 지난 번처럼 홀로그램 – 이라고 속였긴 하지만 – 을 덧씌운 휴머노이드가 아닌 진짜 메카 비얌들.

        

        특수 금속성 소재를 사용한 덕분에 자유롭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진짜 꼬리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메카 막내들의 꼬리. 재현률이 무척 훌륭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지만 – 그렇게 생각하며 찰나의 정적을 즐기고 있었을까.

        

        무기질적이던 세 명의 표정이 개별적인 개성을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뭐야, 다이스랑 하모니잖아. 이 두 명이랑도 합의가 된 거야, 주인?”

        

       “오랜만입니다, 아키타입. 그리고 두 분도. 여기까지 나와있었을 줄 몰랐습니다.”

        

       “우와, 얘네 표정이 무슨…아키타입, 얘네 금방이라도 우릴 잡아먹을 것 같은 얼굴인데! 좀 말려줘!”

        

       “지…진짜 메카 비얌이다.”

        

       “난 여기서 죽어도 여한이 없어…나중에 스트리밍으로 제 부고 소식을 알려주세요오….”

        

        

        

        말 그대로의 아무말 대잔치.

        

        민아와 예린이는 옆의 소파에 주저앉아 흐물흐물 녹아내렸으나, 힘 하나는 장사인 메탈-비얌들에게 이끌려 악수와 포옹을 나누었다. 당연하게도 그 이후는 촉감 테스트였다. 물론 하모니와 다이스가 시행하는 쪽이었고 세 명은 당하는 쪽이었다.

        

        이 둘은 손가락으로 팔뚝, 손바닥, 볼, 허벅지, 꼬리 등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찔러보고, 실제 인간의 머리카락과 재질만 다르지 크게 다르지 않은 은빛의 머리카락도 만져본다. 물론 머리카락은 잘못 만지다 다칠 수도 있었기에 내가 제지하긴 했지만.

        

        그렇게 어느 정도 서로 안면을 텄을까, 진이 덧붙였다.

        

        

        

       “아키타입의 제자들은 귀엽습니다. 데려가도 됩니까?”

        

       “안 돼요.”

        

       “카토는 안 왔어? 현실에서는 남자라면서. 엄청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쉽네.”

        

       “…그건 여러 사정이 있기 때문에.”

        

        

        

        아마 트리플-꼬리 어택에 당하는 순간 카토는 좋아서 승천해버리지 않을까.

        

        물론 다른 의미로 승천해버릴 수도 있지만, 이미 이 세 명은 나랑 같이 다니면서 힘조절은 아주 능숙히 해내니까.

        

        아무튼 그렇게 상황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와중, 레인이 입을 열었다.

        

        

        

       “뭐어, 아무튼. 음식 같은 건 못 먹지만, 여기서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게 되서 좋네. 조금 일찍 나왔지만 반가워. 주인이 말하길 대략 2개월 정도 남았다고 하니, 그 전엔 이 정도로 참아줘.”

        

       “…당연히 얼마든지 참을 수 있죠, 히히.”

        

       “다들 참…비얌 좋아하네요. 이쯤 되면 제가 다 부담스러워질 정도인데.”

        

        

        

        아무리 나와는 다른, 요컨대 개별적인 서사를 쌓아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참…아니다.

        

        이미 그런 생각을 하기엔 꽤 멀리 왔으니, 나는 그냥 즐기기로 했다.

        

        다들 좋아하면 됐지, 뭐.

        

        

        

        

        

        

        

        

        

        

        

        

        

        

        

        

        

        

        

        

        

        

        

        

        

        

        

       “…그런 일이 있었어요.”

        

       “누가 봐도 막내 탓이구만. 너도 옛날엔 우리 졸졸 따라다니고 그랬잖아. 지금 메카 막내들 하는 건 옛날에 네가 그랬던 거에 비하면 약과지.”

        

       “그, 그땐 어쩔 수 없었다고요.”

        

       “후후, 그때 막내는 귀여웠죠. 하루가 멀다하고 로건이랑 올리비아, 그리고 제 가슴팍에서 부모님이 보고 싶다고 울음을 터뜨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우와악! 아아아악!”

        

        

        

        그걸 왜 대놓고 말해, 이 화상아!

        

        하지만 내가 그리 반응할 거라는 걸 진즉 알고 있었는지, 이 망할 상어는 대놓고 지형지물을 유령처럼 피해다니면서 나를 놀려댔다. 움직이기 힘든 좁은 실내도 아니고 하필이면 타임즈 스퀘어 근방이었기에 신나게 도망다닐 수도 있었고, 그녀는 단순 각력만으로 대형 트럭 위로 뛰어올라 날 놀려댄다.

        

        한참 힘을 빼고 나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저 말들이 틀린 게 아니었기에 더더욱. 잘 대해주는 사람만 만나면 어리광쟁이가 됐었지. 근데 그땐 어쩔 수가 없었다. 다행이었던 건 발현자 세 명이서 그런 나도 잘 받아들여줬단 점 정도일까.

        

        

        아무튼, 지금 나는 한창 타임즈 스퀘어에 와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다이스랑 하모니가 있는 그 세계가 아니라, 내가 6년 동안 누비고 다녔던 이전 세계의 뉴욕 말이다.

        

        그래서, 왜 새끼 비얌 두 명을 버려놓고 뜬금없이 이곳에 왔느냐 하면…메카 막내들과 했던 약속 아닌 약속 때문이었다. 메카 막내들과 만난 덕에 충분히 흐물흐물해진 다이스와 하모니를 얌전히 차에다가 실은 후 잠깐 이야기를 나눴고, 그때 오간 내용 중 하나.

        

        이번 년도는 저쪽 세상에서 나도 함께 신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라는 것. 크리스마스 선물이자 신년 선물로는 그걸 받고 싶다나 뭐라나. 하지만 그것까진 조금 어려울지도 몰랐기에, 일단 선불로서 선물 비슷한 것을 지급하러 왔다.

        

        요컨대, 타임스퀘어 보수 및 개조 작업이었다.

        

        

        

       “여기 산화제 더 필요해요!”

        

       “나무는 삭아버렸고, 철골은 녹슬어 부서졌다네. 광고판은 부서졌으며 사람 없이 텅 빈 건물만이 뉴욕의 전부라네….”

        

       “망할, 저 재수없는 노래는 누가 부르는 거야?”

        

       “집중해요, 집중. 지금 네 명이서 나눠 들고 있는 프레임 3톤짜리라구요.”

        

        

        

        엄청난 무게의 프레임이 네 명의 발현자에 의해 조금씩 이동한다.

        

        녹슬고 부서진 잔해를 떼어내고, 한참 전에 망가져버린 스크린을 떼어 부순 후 새 전광판을 달며, 수만 명에 달하는 인파를 수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건물을 건축하며 자재를 옮긴다.

        

        말 그대로의 막노동. 수백 대의 물자 운반용 드론이 컨테이너 크기의 플랫폼을 쌓아 가건물을 건축하는 한편, 수천 개의 의자를 놓고, 주변에 아직도 남아있는 과거의 잔해들을 치운다. 대표적인 잔해들이란 바로 차량들이었다. 정확하겐 차량이었던 쇳덩어리들.

        

        물자운반용 대형 드론 네 대 가량이 차량 잔해들 여러 대를 겹쳐 쌓은 것을 저 멀리 인디언포인트 원자력발전소 부속 제철소로 실어나른다. 그런 것이 한 번에 수십 번씩 반복되고 있었다.

        

        그 꼴을 바라보면서 힘겹게 이동, 3톤 가량의 프레임을 지정 위치에 쿵 하고 내려놓으며 덧붙였다.

        

        

        

       “이제 슬슬 맨해튼 미화 작업도 할 때가 됐죠. 87평방킬로미터의 빌딩 숲 사이에 있는 수십만 대의 차량을 언제 다 고철로 바꿔먹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긴 한데….”

        

       “한 3년 정도 후에는 맨해튼 근방에 제철소밖에 없을지도 모르지. 1100평방마일 안에 있는 버려진 자동차들만 회수해도 앞으로 30년 정도는 제철소 불이 꺼질 일이 없을 걸.”

        

       “저 아래에 필라델피아랑 볼티모어까지 있는 거 잊지 마시구요.”

        

       “…이 거대한 나라가 언제쯤 다시 제 궤도에 올라설지.”

        

        

        

        뭐어, 그래도 앞으로 별 걱정 없이, 그리고 잔병치레 없이 놀고먹으며 느긋하게 살 수 있게 됐단 것만으로도 그닥 나쁘지 않은 게 아닐까.

        

        물론 이런 말을 내가 직접 입으로 내기에는 배불러 터진 소리였으므로, 목구멍 안으로 꾹꾹 눌러담은 채 올리비아가 건넨 음료수를 받아마셨다. 몸에서 김이 피어오른다. 현재 날씨는 영하 3도 정도. 하지만 무거운 걸 옮긴 탓에 열이 확확 올라온다.

        

        그 와중 저 멀리에서는 우리 메카-몬낸이들이 한 사람당 대략 1.2톤 가량을 짊어진 채 무난무난하게 옮기고 있는 것이 보인다. 뭐어, 기계니까 그럴 만도 했다. 물론 쟤네들 말고도 근방에는 휴머노이드 수백 대 가량이 열심히 작업 중이었다.

        

        

        부서지거나 고장난 전광판을 떼어낸 드론이 새 전광판을 달고, 전선을 연결한다. 그래도 작동이 안 되는 것들은 대부분 건물 내부에 있는 계전기를 고치면 해결되었다.

        

        하나, 둘, 셋, 넷…그렇게 열 개, 스무 개 가량의 전광판이 몽땅 교체되고, 작동이 잘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가 곳곳에서 이어진다. 광고도 있었고, 6년 전 발생했던 판데믹에 대해 취재를 나간 뉴스기자들의 사건 브리핑 영상도 있었다.

        

        그걸 보던 내가 중얼거렸다.

        

        

        

       “저 기자는 죽었을까요?”

        

       “아마 그럴 확률이 높겠지.”

        

       “저게 벌써 6년 전이라니, 제법 감회가 새롭군요. 그닥 좋은 뜻으로 한 말은 아니고.”

        

       “그렇지. 사람의 시간이 아니라 현대인의 시간을 기준으로 했다면, 6년 동안 시간이 멈춰있던 거나 다를 바 없는 거야.”

        

        

        

        그 말대로.

        

        다크 윈터 사태가 터진 순간 SNS는 가장 먼저 혼란에 휩싸였고, 그 어떤 때보다도 많은 메시지를 한두 달 동안 네트워크 상에 토해낸 뒤, 그대로 멈춰버렸다.

        

        그 다음으로 뉴스가 멈추었다.

        

        그 후 사람이 향유 가능한 문화가 멈추었다.

        

        그리하여 사태가 발발한 지 3개월 가량이 지났을 즈음, 간간이 들리는 라디오 교신 정도만을 제외한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그렇게 뉴욕은, 미국은, 그리고 전 세계는 과거로 회귀하였다.

        

        

        힐끔 주변을 둘러본다.

        

        동시에-는 아니었지만, 작업을 진행 중이던 사람들은 가끔씩 묘한 눈길로 타임즈 스퀘어 주변을 바라보며 과거의 추억에 잠겼다. 그러나 그것이 꼭 절망의 단초는 아니었다. 적어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살아남았고,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긴 시간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세상이 다시 일어서는 것도 지켜보게 되겠지.

        

        그리고 그런 우울한 생각을 눈녹듯 없애주는 것도 있었다.

        

        

        

       “…앗, 맛있는 냄새.”

        

       “뭐야. 어디서 갑자기 고기 냄새가…아니, 잠깐만. 푸드트럭들 언제 온 거야?”

        

       “요즘 뉴욕에서는 시도때도 없이 바베큐를 즐기는 문화가 새로 생겼나보네요.”

        

       “그럴 리가 있겠냐.”

        

        

        

        그렇게 말하면서 불 피워진 드럼통으로 호다닥 달려가는 로건.

        

        아무튼 우리가 짐작하는 것이 맞았고, 때마침 지금 시간도 오후 7시. 저녁을 먹기엔 최고의 시간이었다. 그리하여 타임즈 스퀘어 근방에서 일하는 수백 명 가량의 사람들이 일제히 공짜 식사를 받아들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음식을 받아든 후 우리가 방금 설치해놓은 의자에 앉아 야금야금. 식사 시간이 되자마자 근방을 부유하던 드론에서부터 에너지 필드가 펼쳐지더니 타임즈 스퀘어 전체를 감싸는 돔을 형성한다.

        

        영하 3도였던 바깥 온도가 삽시간에 영상으로 치솟는 것을 확인하며 음식이 식을 걱정을 더는 와중, 전방에 보이는 빌딩인 원 타임즈 스퀘어에 설치된 전광판이 반짝반짝거리며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폭죽 퍼레이드?

        

        

        

       ───피이이잉! 펑!

        

        

        

       “…아니, 밥 먹는데 무슨.”

        

       “작동 테스트라는데. 나름 볼 만하네.”

        

       “옛날 생각나고 좋네요.”

        

        

        

        며칠 일찍 열리는 볼드랍 이벤트라.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조금은 이른 신년 행사 비스무리한 것을 즐기고 있었을까, 저 건너편에서부터 크리스마스 모자를 아직도 쓰고 있는 세 기의 메카 유진이 우리를 보더니 손을 마구 흔들었다.

        

        적당히 인사를 받아주었을까, 저 세 명이 슬금슬금 이쪽으로 다가온다. 다행히 프레임 강도가 매우 뛰어난 탓에 무너질 일은 없었고, 세 몬낸이들은 내 옆자리에 앉아서 히죽 웃었다.

        

        

        

       “이젠 저희들이랑 같이 볼드랍 이벤트를 볼 생각이 생겼습니까, 아키타입?”

        

       “…아유, 방법을 좀 찾아볼테니 그만 보채요.”

        

       “히히.”

        

       “막내는 결혼도 안 했는데 딸만 넷이네. 기분이 좀 어때?”

        

       “폭죽 터지는 광경 보면서 이런 소리 듣고 있으니 더 묘하네요.”

        

        

        

        번쩍거리는 불꽃, 맛있는 밥, 오메가 바이러스라는 사태를 견뎌내고 살아남은 모든 지인들까지.

        

        더 이상은 등화관제를 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오는구나. 그리 생각하면서 아직 따끈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는 음식을 크게 베어물었다.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한 해가 오고 있었다.

        

        피식 웃으면서 덧붙였다.

        

        

        

       “내년에도 다들 몸 건강하고, 별 일 없길 바라요.”

        

       “너도 마찬가지야.”

        

       “며칠 있다 있을 볼드랍 이벤트 때나 말해, 이 자식들아. 너무 일러.”

        

       “뭐 어떤가요, 지금 말해서 닳는 것도 아니고.”

        

        

        

        참 한결같은 사람들.

        

        이들을 만난 것은, 그리고 지금 이 광경을 볼 수 있는 것은…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축복일지도 몰랐다.

        

        아름다운 저녁이었다.

        

        

        

        

        

        

        

        

        

        

       “우왓, 음식 냄새! 또 저희 빼고 뭔가 맛있는 거 드셨죠!?”

        

       “아, 괜찮아요. 먹으려면 더 먹을 수 있으니까.”

        

       “아이씨, 다른 길로 그만 새고 저희랑도 좀 놀아줘요!”

        

       “질투가 나는군요, 흐음흐음.”

        

       “우와아악…!”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돌아오자마자 각계각층으로부터 온갖 질투를 받게 되었다.

        

        진짜 내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

        

        환장하겠구만, 진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주면 외전도 끝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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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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