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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8

        

       스튜던트 K-B.

       직관적인 이 코드네임이 지칭하는 존재는 바로 박진성이었다.

         

       대학생의 나이이기에 스튜던트.

       한국인(Korean)이라는 의미의 K.

       박진성의 성인 박(Bak)을 뜻하는 B.

         

       코드네임을 만든 사람이 별생각 없이 만들었음을 엿볼 수 있는, 너무나도 단순하기 짝이 없는 과정으로 만들어진 코드네임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단순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박진성을 그리 중요한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했다.

         

       코드네임까지 만들어주었으면서 그리 중요한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진짜 박진성을 위협으로 여기거나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저런 단순한 코드네임이 아니라 위험 등급을 나타나는 ‘색’, 다른 나라의 첩보 기관에 노출되어도 바로 특정 당하지 않을 박진성과 완전히 동떨어진 단어와 숫자의 나열로 이루어진 코드명이 부여가 되었을 테지.

         

       그리고 지금처럼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일어나는 일 또한 없었을 것이다.

         

       이는 박진성이 동맹국인 한국 출신이기에 그러한 것도 있었고, 박진성의 나이가 어린 것도 있었다. 그리고 주술 불모지로 알려진 한국에서 나타난 주술사가 뭐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갖췄을까 하는 안이한 생각도 들어있기도 했고 말이다.

         

       [ 브라보 유니폼 델타를 확인하기를 바람. 프로페서 D와 충돌한 것은 분명히 스튜던트 K-B라고 알린다. ]

         

       [ AI 분석하였는지? 다시 말하지만 스튜던트 K-B는 양키스가 있는 곳의 M point에 있다. 공백 없이 감시하였고, 계속 빌딩에 머무르고 있음 역시 확인하였다. 사건 발생 시간에 그곳에 있을 방법은 공간이동을 하거나, 분신이 있어야만 한다. ]

         

       [ AI 분석 결과 스튜던트 K-B와 90% 이상 일치율을 확인하였다. 남은 10%가 노이즈나 화질 때문에 감소한 확률임을 생각해본다면 거의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

         

       [ 인피면구(人皮面具)나 스피리추얼 페이스, 홀로그램 스킨, 분장 등의 가능성은 고려했는지? ]

         

       [ 주술의 특성상 에너지가 다채롭게 검출되어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었음을 알린다. ]

         

       [ 얼굴 부근에서의 에너지 파장은 어떠한지? ]

         

       [ 브라보 유니폼 델타로 찍힌 자료에서 확인 결과, 프로페서 D와 스튜던트 K-B의 온몸에서 온갖 에너지가 불규칙적으로 발산되었음을 알린다. 규칙성은 찾아보기가 힘들며, 얼굴 역시 다른 에너지가 섞이거나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였다. 이 패턴으로 어떠한 수단이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알린다. ]

         

       그렇기에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만 것이겠지.

         

       코드네임 스튜던트 K-B, 박진성이 월 스트리트의 빌딩에 있음을 확신하는 정보 기관.

       코드네임 프로페서 D, 케네스와 부딪친 것이 박진성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정보 기관.

       자신이 확인한 게 오류투성이 정보였음을 확인하고 크게 당황하는 정보 기관.

         

       이 셋이 벌이는 환장의 하모니가 말이다.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폐쇄적인 정보 기관들이 자아내는 이 빌어먹을 대화라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 정보 기관의 사람들은 꽤 유능한 편이었다는 것이다.

         

       [ 그럼 프로페서 D와 충돌한 것이 스튜던트 K-B가 아니라, 스튜던트 K-B인 척을 한 스킨워커일 가능성도 있지 않은지? ]

         

       그들은 평행선을 달리는 서로의 주장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였다.

       그리고 케네스와 충돌한 주술사를 ‘박진성’이라고 단언하는 대신에, 다른 사람 흉내를 내며 활동하는 첩자를 뜻하는 은어인 ‘스킨워커’라는 칭호를 붙여서 ‘스킨워커 K-B’라고 부르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이 스킨워커 K-B의 행적을 역추적하기 위해 자료들을 확인하는 한편, 스킨워커 K-B와 같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도 시선을 보냈다.

         

       스킨워커 K-B와 동행한 두 여자의 신상만 알아내더라도, 이 의문의 주술사의 정체가 정말 박진성인지, 아니면 정말로 박진성의 흉내를 낸 다른 주술사인지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둘에게도 정보 기관의 마수가 뻗어갔다.

         

       그리고 그 마수는 너무나 크고 빨라서, 순식간에 둘의 신원을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 사이고 리세. 일본 국적. B-1. 』

         

       『 오딜리아 A 라이히(Odilia A Reich). 독일 국적. B-1. 』

         

       그들은 미리 확보해놓은 여행객들에 대한 데이터와 대조하여 ‘스킨워커’와 같이 있던 것이 리세와 오딜리아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둘이 관광비자로 불리는 B-1을 들고 미국에 방문했다는 것을 알아내었고, 실제로 발급받은 비자에 걸맞은 활동을 미국에서 했음을 확인하였다.

         

       리세는 미국 곳곳의 관광지를 돌아다녔고, 오딜리아는 계약과 관련된 협상을 하기 위해 농장에 방문했음을 알아낸 것이다.

         

       그렇게 정보 기관은 점점 진실에 다가가고 있었다.

         

       미국에 여행을 온 여행객을 불법으로 사찰하고 감시해서 얻은 데이터를 사용해서 말이다.

         

       [ 음성 데이터를 확보하였다. 사이고 리세가 스킨워커 K-B에게 ‘kannushisama’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일본어에서 Sama가 Mr와 비슷한 뜻이라고 생각했을 때, 스킨워커 K-B의 이름은 Kannushi일 가능성이 크다고 알린다. ]

         

       [ 아아, 당 기관에 알린다. Kannushi는 직책이니 이름은 될 수 없다. 신원을 특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확실한 단서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니 코드네임은 그대로 스킨워커 K-B로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알림. ]

         

       [ 아, 데이터를 조회해본 결과 비행기에 탑승한 인원 중 Kagehito Narano라는 이름이 두 개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한 명은 40대의 사업가로 미국에 여행목적으로 방문하였으며, 한 명은 20대의 남성으로 여행목적으로 방문한다고 답하였음을 확인하였다. 위조여권이 아니며, 정부의 보증을 받은 확실한 신분이다. 이것이 스킨워커 K-B의 신원이 아닐지? ]

         

       [ 일본어로 Kage는 Shadow, hito는 man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둘을 합치면 Shadow man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 이름이 위장 신분이라는 뜻이라는 것이 아닌지? ]

         

       [ 아. 지금 말한 사람 누구인지? 동양에서는 한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음이 같더라도 뜻이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위장 신분이라면 저렇게 이름을 지을 리가 없지 않은지? ]

         

       그리고 마침내 정보 기관은 ‘스킨워커 K-B’의 정체를 알아내었다.

         

       Kagehito Narano라는 이름을 가진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만 것이다!

         

       외부에서 올 수 있는 불순분자를 철저하게 감시하는 미국의 탄탄한 첩보망이 만들어낸 쾌거라고 할 수 있었다!

         

       아마도 물 샐 틈 없는 내부의 감시망과 첩보망이 없었다면 이렇게 빠르게 ‘스킨워커 K-B’의 정체를 알아내기는 힘들었겠지.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속도는 경이로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반대급부로 외국에 대한 이해도나, 외국의 첩보망이 허술해졌지만 말이다.

         

       [ 한국과 일본은 영국과 아일랜드만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스킨워커 K-B가 스튜던트 K-B의 얼굴로 다닌 것은 사이가 좋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이 아닐지? ]

         

       [ 일리가 있는 추측이라고 알린다. 정체를 숨길 수 있는 데다가, 덤으로 적국에 피해를 주고 수사에 혼선까지 줄 수 있으니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

         

       [ 혹시 스킨워커 K-B와 스튜던트 K-B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있는지? ]

         

       [ 있기는 하나 그리 가능성이 크지 않으리라고 추측된다. 둘이 접선을 한 행적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둘은 각자 다른 신분으로 입국하였다. 또한 둘의 신분 역시 각 국가에서 보증하고 있으며, 여권 역시 위조된 것이 아님 역시 확인하였다. 그렇기에 스튜던트 K-B가 스킨워커 K-B의 분신일 가능성과 스킨워커 K-B가 스튜던트 K-B의 분신일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알린다. ]

         

       [ 양키스가 있는 곳에서 알린다. 정보에 따르면 M point에 있는 스튜던트 K-B는 M point에 나타난 귀신을 없애기 위해 계속 의식을 진행하고 있음을 알린다. ‘전문가’에게 접촉하여 문의한 결과, 귀신을 없애는 의식이 이렇게 길어지는 것은 귀신이 매우 강하거나 혹은 의식을 진행하는 주술사의 실력이 미숙하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는 자문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료를 보여준 결과 실제 의식일 가능성이 크다고 들었으니, 더미일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알린다. ]

         

       [ 한국과 일본은 최근 전쟁 직전까지 갔으며, 두 국가에 심어놓은 휴민트와 현지 협력자들에게서는 주술사 둘이 협력하는 그 어떠한 징조도 보이지 않았음을 알린다. 두 주술사가 손을 잡고 무언가를 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알린다. ]

         

       [ 행적 확인 결과 스킨워커 K-B가 월 스트리트에 방문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때 스튜던트 K-B의 얼굴을 모방하는 주술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 월 스트리트의 방문 말고 교집합은 없는지? ]

         

       [ 없다고 알린다. ]

         

       [ 오케이. ]

         

       그렇게 정보 기관은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

       코드네임 ‘스킨워커 K-B’, 신주 Kagehito Narano가 박진성의 얼굴을 훔쳐서 누명을 씌우려 했다고 말이다.

         

       [ 오딜리아와의 접촉은 계획적인지? ]

         

       [ 확인하고 있다고 알린다. ]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의 가능성이 더해졌다.

       독일의 대마녀, 오딜리아와 접촉해서 미국에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테러와도 관련을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저녁에 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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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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