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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8

       

        

        

        

        

        

        

        

        

       “우와, 밖에 사람이 벌써부터 한가득….”

        

       “한가득…도 아니고, 이건 거의 바글바글한 수준이네요. 시선이 닿는 끝까지 거의 인파로 가득찬 것 같은 느낌인데. 여러분들은 섣불리 밖에 나가지 않길 바라요. 자칫하다간 유명인이랍시고 저 인파 사이에 갇힐 수도.”

        

       “에이, 다이스라면 몰라도 저는 사람들이 잘 모르겠죠.”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럼 함 나가보시든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다이스는 절대못나감 ㅋㅋㅋㅋㅋ

       -와 사람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찰들 고생하는게 눈에 선하네 ㅋㅋ

       -팩트)볼드랍이벤트에는 매년 백만명씩 모인다

        

        

        

        하모니가 오늘도 스스로의 인기를 오판하는 중이다.

        

        작년 파이널 챔피언십에 참여한 다이스와 동등한 등수를 거머쥔 건 둘째치고, 여태까지 내 방송에 아바타가 아닌 실물로 나온 횟수가 몇 번인지를 모르고 있는 건가, 이 조그마한 녹껄룩은.

        

        그래도 위기감지능력은 있는 모양인지, 아니면 그냥 말만 그렇게 한 건지는 몰라도 하모니는 이카루스 레지던스에서 나갈 생각은 1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게 굳이 나갈 필요조차 없이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바로 원 타임즈 스퀘어 빌딩의 전면이 보였으니까.

        

        오늘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 다행이었다 – 그리 생각하면서, 나는 두 명이 바깥을 구경하는 동안 전혀 별개의 일에 착수하고 있었다.

        

        

        

       ‘작동 자체는 큰 문제는 없는 모양이고….’

        

        

        

        엉덩이 부분에 구멍이 뚫린 소파에 몸을 깊숙히 파묻음과 동시에 이카루스 기어에 접속, 미리 나를 위해 접속이 할당된 저쪽 세계의 원격조종기를 움직인다.

        

        방법은 간단했다. 그저 WASD로 조종할 필요가 없는 아바타를 상상하면 되었으니까. 그러면서도 가상현실에 접속한 상태는 아니었고…조금 미묘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대충 그런 느낌이었다.

        

        아무튼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 이유는 별 건 아니었고-

        

        

        

       -아아, 아아…잘 들리나요, 막내? 접속하라는 시간에 딱 맞춰서 잘 왔군요. 발성하긴 좀 어려울테니 간단하게 수화로 대화해봅시다.

        

       -….

        

       -좋아요. 기체에 이상은 없는 모양이로군요. 여력이 날 때마다 간간이 저쪽 상황을 말해줄수도 있고, 원한다면 볼드랍 행사장을 찍고 있는 타임즈 스퀘어의 캠에 접속해서 볼 수도 있을 테니.

        

        

        

        그렇다면 지금 한 번 봐야겠다.

        

        다들 바깥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나는 카메라를 후다닥 전환했고, 또 다른 세계의 타임스퀘어를 슬그머니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 현재 시각은 오후 12시 정도였지만, 이미 바글바글하다 못해 사람으로 가득 차버린 이쪽 세상의 타임즈 스퀘어와는 달리 저쪽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마치 몰래카메라라도 찍는 듯한 느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저쪽…그러니까 미국의 인구가 5천만이 채 안 될 테니까. 저 큰 땅덩어리에 말이다. 그마저도 아주 유명한 도시인 뉴욕, 필라델피아, 워싱턴 D.C, 보스턴, 마이애미, 휴스턴…뭐 그런 대도시에 띄엄띄엄 분산된 상태.

        

        지금 뉴욕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대략 백만 명 언저리였으니…하지만 까놓고 말해서 볼드랍 이벤트에 뉴욕 시의 모든 거주자들이 오는 것도 아니고, 이벤트를 보러 오는 사람들의 숫자는 대략적으로 1/8 정도.

        

        고작해야 10만 명이라도 오면 많이 온 게 아닐까.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내 기우를 씻어주려는 듯한 로렌티나의 말이 이어졌다.

        

        

        

       -걱정할 필요 없답니다. 저녁 즈음이 되면 꽤 사람이 많이 올 테니까요.

        

       -[그렇군요. 아무튼 보다시피 저도 접속할 수 있는 것 같고, 이따 뵈어요.]

        

       -그래요. 푹 쉬다 오길.

        

        

        

        수화로 그리 덧붙이며 눈을 깜빡깜빡, 이후 접속을 종료한다.

        

        아까 두 명과 마지막으로 대화한 지 고작해야 5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 따라서 다이스와 하모니의 시선은 여전히 바깥에 못박혀 있었고, 나 역시 옆에 쪼그려앉아 통유리창 바깥으로 보이는 타임즈 스퀘어 광장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혼잡을 막기 위해 곳곳에 설치된 펜스, 타임즈 스퀘어의 중앙광장인 더피 신부의 광장(Father Duffy Square) 안에 벌써부터 빵빵하게 들어찬 사람, 차량 한 대조차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혼잡해지기 시작한 7번가 및 웨스트 46번가 도로까지.

        

        바로 아래에는 이따 오후 11시 즈음 슈퍼스타들의 공연을 위해 미리 지어진 무대가 있었다. 작년에도 본 광경이었지만, 그 날 이후로 벌써 1년이 지났다고 생각하니 실로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는데,

        

        

        

       ‘…분명 아까 저쪽 타임즈 스퀘어를 힐끔 봤을 땐, 무대가 아니라 뭔가 다른 게 설치되어 있었던 것 같았는데….’

        

        

        

        그와 동시에 콘택트 렌즈만을 활성화시켜 재접속.

        

        사람이 거의 지나다니지 않은 타임즈 스퀘어, 그리고 그 한복판에 외로이 서있는…연단. 그리고 그 위, 마이크가 설치되어있는 강연자용 테이블까지. 테이블 중앙에 박혀있는 대통령의 문양, 그리고 그 곁을 원형으로 감싼 ‘미합중국 대통령’이라는 글자까지.

        

        그것을 보자마자 즉시 알 수 있었다. 저쪽은 공연 대신 헨리가 연설하러 오겠구만.

        

        어차피 이쪽 세계에서 공연하는 건 그닥 관심이 있지는 않았고, 과연 저쪽 세상의 헨리가 무어라 말할지가 더 궁금했으니, 이따가 있을 지루한 대기 동안에는 연설을 들어보도록 할까.

        

        

        그리 생각하면서 가만히 보고 있자 뒤에서 이어지는 말.

        

        

        

       “저 무대 위에서 메카 유진 씨가 공연하면 진짜 재밌을 것 같은데.”

        

       “또 이상한 소리를 하시는군요. 대신 두 분을 올려드릴까요?”

        

       “우왁, 저랑 민아는 몸치에 박치라구요! 절대 안 돼요!”

        

        

        

       -그럴거면 왜 깝친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임빼고는 그저 무능한 호좁들wwww

       -소신발언)비얌이 저위에서 차력쇼좀 해주면 12시간도 볼수있을듯

       -?? : 지금부터 건물 뼈대에 들어가는 H빔을 주먹만으로 구부려보겠습니다

       -비얌이 언제 그런말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올라가는 걸 전제로 생각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내가 여태까지 보여준 것들을 생각해보면 얘네 둘이 그렇게 믿어버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 바로 그 때문에 나는 따로 대답하지 않고 그냥 적당히 웃었다. 생각해보니 나중에는 저런 곳에 메카 비얌이나 원격조종 휴머노이드가 올라갈 수도 있지 않을까.

        

        뭐어, 아직은 훗날의 일이겠지. 그리 생각하며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옮겼고, 벽면에 붙은 전광판은 종종 짧은 광고 대신 다크 존 광고를 방영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타임즈 스퀘어 곳곳에 붙은 전광판에서 나오는 광고가 텅 빈 뉴욕을 질주하는 오퍼레이터를 메인으로 한 거라니.

        

        실로 끔찍한 블랙 유머였다.

        

        

        그건 그렇고, 원래는 이 즈음이면 발현자 지인들 중 한 명이라도 옆에서 꿈지럭대면서 장엄한 존재감을 뽐낼 텐데, 오늘은 어디 갔는지 다들 안 보인다.

        

        주변을 둘러봐도 안 보이고. 대충 짐작했겠지만 오늘의 나는 늦잠쟁이였으며, 그 때문에 기상한 지 얼마 안 된 시점. 비교적 늦게 점심식사를 할 예정이었다.

        

        요는 내가 늦게 일어나서 북극곰이나 상어, 부엉이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단 소리. 민아와 예린이도 다른 이들이 어디 갔는지에 대해서 그닥 신경쓰지 않는 걸 보아하니 미리 말을 하고 간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내가 물어볼 차례였다.

        

        그리하여 이어지는 질문.

        

        

        

       “그건 그렇고, 다른 분들은 다 어디 갔나요?”

        

       “굉장히 빨리 물어보시…아니, 아닙니다. 잠깐 다들 산책 나가셨어요.”

        

       “…산책이요? 바깥이 저 모양인데?”

        

       “듣자 하니 적당히 응원봉이랑 응원모자 같은 걸 받아오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비얌지인들도 제정신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신발언)알고도 나갔을 것 같다

       -누가봐도 로렌티나만 신나가지고 나갔을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정신인가…?

        

        아니, 오히려 이 시점에서는 지극히 제정신이기에 할 수 있는 정신나간 선택이겠지. 그건 그렇고 로건이나 올리비아도 따라나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긴 한데….

        

        음. 생각해보니 또 아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까놓고 말해서 결국 발현자들은 과거 성향이 어쨌든 간에 내츄럴 본 관종이 되기 마련이었고, 성향도 그쪽으로 변했으니, 로렌티나가 겉으로 보기에는 이성적인 척하는 북극곰과 수리부엉이의 마음 속 욕망을 살살 긁어버렸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하나 더.

        

        발현자들은 보통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가 유일하게 적용되는 사람이었으며-

        

        

        

       ───철컥!

        

        

        

       “…그럼 그렇지.”

        

       “기어코 나갔다 오셨…우왁, 무슨 일인가요!?”

        

       “전리품이다, 이 자식들아.”

        

        

        

        누가 봐도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하지만 생각보다 개운한 표정으로 방 내부에 돌입한 세 명의 발현자가 여러 개의 모자를 침대에 던졌다. 딱 이번에 뉴욕에 방문한 인원수만큼의 숫자였다.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말.

        

        

        

       “원래는 오후 8시 즈음에나 나눠주는 거라는데, 미리 좀 받아왔다. 다들 이따 심심하면 써. 나중에 집에 갖고 가든지.”

        

       “나중에 가면 분명히 집 구석탱이에 처박히게 될 것 같은데….”

        

       “뭐어, 그런 거 생각하고 사람들이 이런 거 만들겠냐. 아무튼 받아.”

        

        

        

       -‘쿨가이’

       -진짜 로건눈나는 이미지 웃기게 잡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이미지가 아니다

       -개웃기네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너덜너덜해진거봐 ㅋㅋ

        

        

        

        그렇게 손에 모자가 쥐어졌고, 얼떨떨하지만, 어쨌든 올해의 마지막 날을 무사히 보낼 준비가 느닷없이 갖춰졌다.

        

        나중에 남아서 버려지는 건 메카 막내들에게 짬때려야겠다.

        

        알찬 하루가 될 것 같았다.

        

        

        

        

        

        

        

        

        

        

        

        

        

        

        

        

       

        

        

        

        

        

        

       “각하, 시간입니다.”

        

       “…벌써 이렇게 됐나. 가지.”

        

       “…실언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역시 차량을 타고 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예끼, 누굴 걷지도 못하는 노인네로 아는가. 고작해야 2km 가량 걷는 걸 가지고 징징거릴 생각은 없네. 시간에 맞추려면 부지런히 걸어야 하니, 어서 가세나.”

        

        

        

        12월 31일 오후 11시, 센트럴 파크 HQ, 그레이 하우스.

        

        바람이 그치고, 작은 눈송이만이 내리는 어둠 가득한 센트럴 파크의 그레이 하우스로부터 두 명의 인원이 걸어나온 뒤, 그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은 채로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HQ를 가로질러 걷는다.

        

        정갈하게 갖춰진 정장, 훌륭하게 빛나는 가죽 구두, 유사시 언제든지 무기 혹은 방패로 변경될 수 있는 지팡이. 그 모든 것을 갖춘 채, 백발이 성성한 70대 초반 노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힘찬 발걸음으로 걷는다.

        

        물론 외형만 그렇게 보일 뿐, 이카루스 기어의 보조를 받아 신체나이는 20살 즈음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의 인원들 뿐이었지만.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군. 이야기나 좀 하지…자네는 뉴욕 출신인가?”

        

       “아닙니다. 필라델피아에서 왔죠. 켄싱턴에 유통되는 마약을 때려잡으면서 이름을 좀 알렸습니다. 나름 거칠게 살아왔지요.”

        

       “제약회사 로비만큼 골치아픈 친구들이 없지. 못 볼 꼴을 꽤 많이 봤겠어.”

        

       “뭐어, 그렇습니다. 지금 와서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입니다.”

        

        

        

        바닥에 아주 엷게 쌓인 눈이 구둣발에 의해 눌리며 뽀드득 소리를 터뜨리는 사이, 두 명은 주변을 둘러보며 숨을 옅게 내뱉었다.

        

        하얀 김이 공중에 잠깐 어리나 싶더니 허공으로 녹아든다. 버려진 차량들은 진작 수거되었기에 도로 위로 지나다니는 차량은 없었고, 불이 켜져있는 빌딩은 극소수였다.

        

        한숨을 터뜨린 그가 덧붙였다.

        

        

        

       “내가 죽기 전에 뉴욕이 예전의 생기를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앞으로 한참은 더 살아가실 수 있지 않습니까. 더 이상 수명이란 단어에 의미가 없어졌단 사실도 그렇고….”

        

       “바로 그걸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네. 앞으로 100세를 한참 넘어 살더라도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미국을 바라보고 싶지는 않거든.”

        

        

        

        보좌관의 입이 다물렸다.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나오는 반응이었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획기적으로 늘어났음에도, 인간의 연약한 정신은 이 황폐한 세상을 언제까지 바라봐야만 할까 – 아니, 언제까지 바라볼 수 있을까. 종전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더욱….

        

        하지만 그들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더 이상 등화관제가 필요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저 건너편에서부터 번쩍거리는 불빛, 서서히 보이다못해 북적거리는 인파, 경찰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십수 대의 휴머노이드 아래 질서정연하게 모여있는 사람들.

        

        수백일까, 수천일까, 수만일까. 하지만 그 이상 생각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저 건너편에서부터 느껴지는 인파의 열기가 두 명의 몸을 강타하고 있었으니.

        

        

        

       “지금이라도 주변에서 스텔스 모드로 근접 경호를 맡고 있는 친구들도 불러 저 사이 합류시키는 것이 낫지 않겠나?”

        

       “그것만큼은 불가능합니다, 각하.”

        

       “제길, 나도 아네. 하지만 연말에까지 저 친구들을 부려먹게 되면 얼마나 뒤에서 말이 나오겠나.”

        

       “지금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미국노동연맹AFL도 없지 않습니까.”

        

       “…미치겠구만.”

        

        

        

        말을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은 헨리는 멋쩍은 웃음을 터뜨렸고, 이어 얼마나 지났을까.

        

        이 두 명은 수많은 사람들의 사이로 파고들었다 – 라기보단, 유일하게 존재하는 미국 대통령을 향해 어마어마한 인파가 달려든 것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 적어도 그 자리에 모인 인원들은 공사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지 못한 친구들을 위해 보좌관이 펼쳐놓은 이카루스 기어의 쉴드는 길을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하하, 반갑습니다. 다들 이런 추운 날에 여기까지 오셨군요. 감개가 무량합니다.”

        

       “차량을 타고 오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네요.”

        

       “여러분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서지요. 물론 그 외에도, 이렇게 밖에 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세상이 다시 오고 있단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그는 사람들과 몇 번이고 악수를 나눈다.

        

        사전에 준비했던 멘트든 아니든 상관은 없었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능숙한 정치인이었고, 말이라는 것을 통해 이득을 쟁취하고, 사람의 호감을 사는 일에 그 무엇보다도 우수한 사람이었으므로.

        

        그러는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마치 과거, 그 아무런 근심걱정조차 없었던 시대에 벌어졌던 볼드랍 이벤트를 보는 것만 같은 광경이 하늘에서부터 펼쳐진다. 분홍빛 연기가 하늘을 엷게 뒤덮는 것이었다.

        

        손이 아플 때까지 악수를 시행한 헨리가 덧붙였다.

        

        

        

       “자, 신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사적인 말은 여기까지 하지요. 나머지는 제 연설을 통해서 들어볼 수 있을 겁니다. 옷 따뜻하게 갖춰입으시길.”

        

       “각하!”

        

       “대통령 님! 여기도! 여기도 봐주세요!”

        

        

        

        말은 이어질지언정 더 이상 방해를 하는 사람은 없다.

        

        어느덧 사전에 깔아두었던 철제 바리케이드가 헨리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 근방에서는 혹시나 모를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작동 중인 경찰-휴머노이드가 존재했으므로.

        

        2km를 느긋하게 걸어왔기에, 현재 시각은 11시 40분 가량. 헨리는 연신 주변을 둘러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건 틀린 말이었다. 적어도 오늘, 타임즈 스퀘어만큼은 6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있었으니까.

        

        발디딜 틈조차 없이 메워진 주변, 빼곡하게 붙은 수천 개의 의자에 앉아있는 수천 명, 그 뒤에 서있는 수만 명의 사람들. 타임즈 스퀘어 뿐만이 아니라 그 건너편 블록, 그 뒤의 블록까지도 전부 사람들로 가득한 것이었다.

        

        이런 광경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적어도 이번 년도부터는, 그리고 내년부터는 가능할 것이었다.

        

        

        톡톡.

        

        눈 앞에 그만이 볼 수 있는 연설문이 팝업되고, 마이크를 친 순간 건물 벽면에 달린 스피커에서부터 미약한 음파가 터져나왔다. 눈에 장착한 렌즈가 음파의 작용 범위를 시각화한 것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그의 전방에 잡힌 것은 수많은 정부 각료들, 그리고 오늘날 미국을 아직까지 살아있게 해준 수많은 오퍼레이터들-이었으나, 그 사이 보이는 네 기의 UES와 유진과 동일하게 생긴 원격조종기 한 대는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말을 알았고, 저 원격조종기가 다른 세계의 유진이 조종 중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보고받은 상태였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그의 입이 열렸다.

        

        

        

       “서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고, 아직 편히 몸을 뉘이지조차 못한 수많은 미군 장병들을 위해, 여러분들 혹은 누군가의 가족을 위해, 자유와 조국을 위해 죽어간 이들에게, 그리고 불행한 재앙으로 안타까이 스러져간 이들을 위해 묵념의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뭐야. 유진 씨, 울어요?”

        

       “아뇨, 눈을 좀 오래 뜨고 있었나봐요. 꽤 건조하네.”

        

       “생각해보니 조금 그렇긴 하네요. 습도 낮추고 올게요.”

        

        

        

        한편.

        

        건너편의 세상 어딘가, 유진의 한쪽 눈에서부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2036년의 마지막 연설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전쟁 이후의 연설

    +여러분들은 하모니랑 다이스가 비얌이 되면-이라는 IF 스토리에서 보고 싶은 광경이 있나요?
    댓글로 달아주시면 고려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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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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