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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9

    <599 – 맛있는 연계퀘스트(23)>

     

    평화의 신 <트란퀼로>는 자신의 그릇에 가해지는 어마어마한 압력에 경악했다.

     

    ‘신성의 기둥이 끊어지려고 한다!!’

     

    성녀 셰실리가 기특하게도 스스로 제 몸을 바쳤으나, 그 몸을 다룰 수 없게 되는 조건이 있다.

    셰실리의 그릇이 파괴되어 더 이상 신성력을 받아들일 수 없거나, 셰실리와 이어진 신성력이 일순간 모두 단절되어 연결이 종료되는 것이다.

     

    ‘어느 쪽도 허용해서는 아니 된다!’

     

    트란퀼로는 즉시 <본신강림>을 사용하여 셰실리의 육신을 전폭 강화하고 자신을 짓누르는 힘을 들어올리려 애를 썼다.

    제아무리 성녀의 육신이라 하더라도 본신강림을 저지른 지금은 시시각각 육체가 마모되고 있으나, 그 속도는 세계영역에 짓눌려 그릇이 파손되는 속도보다는 느렸다.

    이런 짓을 저질렀으니, 셰실리의 그릇을 다룰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고 그녀가 신의 장난감에서 진정한 충복으로 인정받아 신격을 이룰 확률은 사라졌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그래도 이득이다. 이 일격만 버텨낸다면 어째서인지 사라진 그랜디오스를 대신하여 내가 저 몸을 독점할 수 있다!’

     

    버텨내면 된다.

    그때는 믿음 없이도 신성술을 다룰 수 있는 다크프린세스의 몸을 차지할 수 있다.

    신의 힘과 사악한 암흑마나를 동시에 다룰 수 있는 희대의 존재.

    선황.

    마왕.

    중간계의 강력한 존재들을 동시에 합친 것처럼 대단한 그릇이 내 것이 된다.

    12선신과 12악신, 주류 24신격의 오랜 연합을 끝마치고 유일신 태양의 소페미아에게 도전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곧이다.’

     

    세상은 내 거다.

     

    ‘곧 끝나겠지.’

     

    나, 최강.

     

    ‘조금만 더 기다리면 끝날 거다.’

     

    중간계가 <평화>라는 이름 밑으로 복종한다.

     

    ‘이제 좀 끝날 때도 되지 않았나…?’

     

    수많은 차원계를 정복하며 우주최강의 신화를 이룰 수도 있다.

     

    ‘……왜 끝이 안 나지?’

     

    이게 끝나야 말이다.

    그런데 절대로 끝나지가 않았다.

     

    “???”

     

    그런데도 다크프린세스가 버텨내고 있다.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평화의 신 트란퀼로는 기겁하며 외쳤다.

     

    “사도계약도 없이 이 정도의 신성술을?! 이것이 대체 어찌 된 일이냐. 설마 계약하지도 않은 자에게 힘의 손실을 각오하며 혜택을 퍼주는 미친 인간박이 신이 있단 말인가?!”

     

    트란퀼로의 눈에 그랜디오스는 인간에게 무상급식마냥 신성력을 퍼주는 미치광이 복지가였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랜디오스는 무언가에 소스라치게 놀라 달아난 지 오래였다.

     

    그랜디오스의 소행이 아니다.

     

    상식적이지 않은 사태.

    불가해한 변수.

    트란퀼로의 눈에서 성광이 번뜩였다.

    그랜디오스의 막대한 신성력이 담긴 거대한 발의 한 걸음 너머, 살인적인 신성력의 저편을 투과하는 시선이 그 비밀을 깨우쳤다.

     

    쪼오옥

     

    신의 관심에 따라 대기에 현현한 신성한 힘이, 그랜디오스의 성녀인 맹인성녀의 몸에 깃든 신성력이 완성된 술식을 따라 강제로 끌려와 주문을 완성했다.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는 맹인성녀를 매개체로 삼아서 계속해서 신성력을 보급받는 것이다.

     

    “이런 비겁한 녀석! 정정당당하게 암흑마나로 상대해라. 성녀의 힘을 빼앗아 대신 사용하다니, 네가 그러고도 다크프린세스냐!”

     

    트란퀼로가 분통을 터뜨렸으나 다크프린세스는 더욱 뻔뻔한 얼굴로 옷 안에서 포션을 꺼냈다.

     

    <원기회복의 유니크 엑기스>

     

    “흥. 그러게 리프를 건드리지 말았어야죠. 투덜대봤자 이미 늦었어요. 진심모드의 고인물은 컨셉 따위 신경 쓰지 않아요!”

     

    다크프린세스의 주변을 배회하던 투명암흑무음모기들이 모기침을 꽂아 용액을 쪽 빨아먹고는 막대한 힘의 유출에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버텨선 맹인성녀의 몸에 침을 꽂아 용액을 주입했다.

    즉석에서 에너지를 보급해서 더 많은 신성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유니크 요리를 먹여버리는 극악무도한 공중보급!

     

    ‘아직은 버틸 수 있다. 아슬아슬하게 내 힘이 더 오래 지속된다!’

     

    위대한 자의 걸음은 그 한 걸음이 지면에 가까워질수록 위력이 더욱 강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버티기는 더 힘드나, 그렇기에 구현하는 쪽도 걸음의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소모되는 힘이 더욱 커진다.

    신의 진체가 발휘하는 세계영역은 필살기나 다름없으니, 이런 힘은 아무리 편법을 동원하더라도 끝까지 펼쳐낼 수 없다.

    다크프린세스가 기지를 발휘한 건 인정한다.

    하지만 그랜디오스는 이미 떠났다.

    이제 남은 에너지원은 그랜디오스의 성녀뿐.

    신의 웅장한 정신력을 인간의 납작한 신성력 생산량이 버텨낼 리가 없다.

     

    <고대의 피주머니>

     

    갑자기 오크노디의 주머니에서 튀어나온 언더월드의 고대종족 뱀파이어들이 빚어낸 종족비전의 원기회복의 혈청이 나타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끼야아아악!!’

    ‘지랄하지마라, 진짜!!!’

    ‘고대뱀파이어의 혈청이 왜 인간의 주머니에서 나오냔 말이다!!!!’

     

    더는 한계다.

    트란퀼로는 거대한 한 걸음을 막고 있던 두 손 중에서 한 손을 떼었다.

    왼손이 순식간에 금이 가며 주저앉았으나, 오른손은 신속하게 셰실리의 가슴팍에 들어갔다.

     

    <축성받은 성수>

     

    성녀들에게 있는 비장의 회복포션.

    매달 한 방울씩 생산되는 성수를 모아 병을 채우기까지 아득한 시간이 지난 결과물.

    각 교단에 전해지는 비장의 성수를 원샷 때리자는 눈물겨운 결심을 맺었다.

    그런데 막 집어든 성수병이 갑자기 손아귀 밖으로 스르륵 빠져나갔다.

     

    <유령군집체 : 린Lin>

     

    황당하게도 성수와 닿으면 즉시 소멸할 원령덩어리들이 지척까지 다가와 성수병을 빼앗아간 것이다.

     

    ‘어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원령덩어리들은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원혼들이 생존을 위해 힘을 합쳐 하나의 형체를 이루어 존속하는 찌꺼기와도 같은 존재.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으나, 형편이 어려워지면 뿔뿔이 흩어져 달아날 겁쟁이들이 일심동체로 뭉친 까닭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평화의 성광>

     

    다시금 안력을 발휘한 트란퀼로는 비결을 알아챘다.

     

    <버프 : 그랜디오스의 성스러운 장막>

     

    이 원령군집체는 전신의 테두리를 신의 권능으로 감싸여지고 있었다.

    사실상 권능으로 봉인이 되었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의 상태.

    권능이 움직이는대로 똑같이 움직이지 않으면 성스러운 힘에 닿아 해당 부위의 원령이 소멸하니, 살고 싶으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 격전 도중에 어찌 이만큼의 신성력을 따로 모을 수 있단 말인가!!’

     

    힘을 보급할 기회를 놓친 트란퀼로의 몸이 서서히 무너졌다.

    억울함에 씩씩거리면서도 트란퀼로는 두 눈을 부릅 뜨며 무엇이 저 버프를 걸 수 있도록 만들었는지 관찰하였다.

    그리고 알아차리고야 말았다.

     

    “끼루루루룩…”

    “끼유우우웅…”

     

    바닥에 떨어져 죽어가는 악에 물든 존재, 투명암흑무음모기들의 존재와 그들의 옆에 굴러다니는 텅 빈 성수포션병의 존재를.

     

    ‘그랜디오스의 장대탐기교단에서 축성해온 성수를 암흑모기가 빨아먹어 힘을 주입시키고, 그 힘으로 원령체의 테두리에 버프이자 속박을 걸었구나!’

     

    같은 그랜디오스의 신성력을 두른 존재이기에 위대한 자의 한 걸음 속에서도 다가올 수 있었고, 속수무책으로 성수 병을 빼앗기고야 말았다.

     

    “고마워, 모기들아! 너희들의 몫까지 사악한 신들에게 복수해줄게!”

     

    마나에 의해 영성이 트인 모기들이 지독한 년이라고 욕하며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트란퀼로의 입장에서는 저런 극악무도하고도 뻔뻔한 년이 따로 없었지만, 그 또한 모기들과 다를 바 없는 신세였다.

    끝끝내 그가 버틸 수 없는 수준의 위력으로 강도가 올라간 <위대한 자의 한 걸음>이 신성의 기둥을 절단하였고, 트란퀼로의 의지는 셰실리의 그릇과 단절되며 신계로 튕겨나갔다.

    다크프린세스의 하수인의 생명조차 아끼지 않는 사악한 의지가 신의 강림을 끊어내고야 말았다.

     

    “으아아아!!! 다크프린세스!!!”

     

    신의 완패였다.

     

     

    * * *

     

     

    “휴! 이겼다!”

     

    맹인성녀라는 인간형 보조배터리가 있는 한, 나는 노코스트로 신성마법을 무제한 난사할 수 있다.

    심지어 재단파파에게 받고 남았던 유니크 식음료, 뱀파이어들이 리프를 시켜 배달해준 도시락에 들어있던 피주머니, 맹인성녀의 허리춤에서 빼낸 성수까지!

    맹인성녀에게 냅다 3단 도핑까지 박아버리니 단기결전을 버티지 못한 트란퀼로의 진체와 검객성녀의 그릇의 연결이 끊어졌다.

    신에게서 거둔 승리.

    이 영광스러운 순간에 내가 할 일은?

     

    “빅토리!”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폴짝 뛰어오른다.

    그리고 스크린샷을 누르기에 최적화된 각도로 시선을 움직인다.

    아참.

    근데 여긴 게임이 아니라 스크린샷 기능이 없었지?

    시무룩해져서 바닥에 그대로 엎어졌다.

    데굴데굴.

    일어나기도 귀찮아서 바닥을 구르며 큰 힘을 사용한 반동으로 찾아오는 피로감에 끙끙 앓고 있는데 수많은 기척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도망치십시오, 아가씨.”

    “리프?”

    “방금 다룬 그 힘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아가씨는 방금 세계영역을 다루었습니다. 졸업생들도 감히 몇이나 다룰 수 있을지를 논할 수 없는, 교수클래스에서도 보기 드문 강자의 힘입니다.”

    “앗차!”

    “이제야 깨달으셨군요. 아카데미에서 아가씨의 성장세를 보고 재단의 위험을 두려워하며 제거할 수도 있는 위기…”

    “대학원생의 위기!!”

    “…?”

    “성장속도가 너무 빠르면 교수들 눈이 뒤집히는 걸 깜빡했어요!! 이를 어쩌죠?!”

     

    납치감금피폐가 가득한 랩실생활은 이제 싫어.

    그런 회차는 이제 질렸어!

    공포에 덜덜 떠는 내 눈에 사방에서 다가오는 교관들의 기척을 향해 급히 독연을 터뜨려 접근을 막는 리프의 모습이 보였다.

    저런다고 소용이 있을까?

    누가 봐도 일을 저지를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울상을 짓는 그때, 독연을 가르고 교수클래스의 강자가 하나 접근했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현장에 나타난, 나를 랩실에 가둘 확률이 가장 높은 교수!

    절망어린 눈으로 고개를 든 나와 눈을 마주친 사람은 놀라울 정도로 익숙한 사람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아가씨. 뒤는 제가 맡겠습니다.”

    “조나!”

     

    충성도 100.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내 편.

    아군이 나타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었지만 늦지 않은 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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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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