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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9

        

         

       만약 테러와 관련지을 수 있다면, 즉시 총을 든 공무원들이 출동하게 되리라.

       아니, 오딜리아가 대마녀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단순히 총을 든 수준이 아니라, 반쯤 중무장을 한 공무원들이 출동할 수도 있겠지. 어쩌면 주 방위군이나, 외골격을 착용한 특수부대가 출동할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그 후는?

       뻔한 일이다.

         

       조금 강도 높게 ‘테러 계획’을 캐내려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마도 과학이나 연금술, 마법, 초능력 등의 온갖 수단들이 다채롭게 사용이 될 것이다. 사이코메트리가 사용되는 것은 기본일 것이고, 몸에서 거짓말의 징후를 찾아내기 위해 심장박동이나 호르몬이나 뇌파를 측정하기도 하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테러 계획은 낱낱이 파헤쳐지게 될 것이고, 미국의 안보가 지켜지게 되리라.

         

       미국의 안보라는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이고,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이니까!

         

       자유라는 것이 드높은 위치에 있는 것이고 침해당해선 안 될 소중한 가치라고는 하지만, 안보의 위협이라는 중대한 위협 아래에서는 잠시나마 침해당해도 된다고 시민들이 인정했을 정도로 아주 중대한 사안이었으니까 말이다!

         

       뭐? 동의하지 않았다고?

       그럴 리가 없다.

         

       미국 시민들은 분명히 동의했다.

       테러에 대한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이 자유의 나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렇다면 ‘조금의 자유’는 침해되어도 된다고,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고 분명히 동의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테러방지법이 지금까지 멀쩡히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미국 시민들은 자유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 자유를 구가할 수 있는 안보를 더더욱 사랑했다.

         

       단지 그뿐인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테러방지법이 존재했고, 그 테러방지법을 중심으로 삼아 수많은 법률이 가지처럼 뻗어나갔고, 그 가지가 거미줄처럼 변했으며, 거미줄 사이에 맺힌 이슬처럼 수많은 정보기관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이렇게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시민의 선택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겠지.

       미국은 민주주의의 나라니까.

       이미 망해버린 빨갱이들의 국가도 아니고, 독재 국가도 아니고, 시민 한 명 한 명이 한 표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역사상 최고의 선진국이었으니까.

         

       [ 오딜리아를 테러 특별법과 얽히게 해서 잡아 올 수 있는지? ]

         

       그렇기에 테러와 연관이 있어 보이는 오딜리아를 잡아다가 수사를 하는 것 역시 합법이다.

         

       [ 가능은 하다고 알림. ]

         

       [ 오딜리아의 출국이 확인되었음. 약 10 마이크 전에 러시아로 출국하였다고 알림. ]

         

       [ 이런, 아깝군. ]

         

       하지만 정보기관들에는 아쉽게도, 그리고 오딜리아에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오딜리아가 비행기를 타고 러시아로 향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오딜리아에 대한 처우를 논하기 10분 전에 말이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였다고밖에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정보기관들에는 정말 아쉽게도.

       그리고 정보기관들이 자신을 잡아갈 궁리를 하고 있음을 알고 있지 않은 오딜리아로서는- 천운이나 다름이 없게도 말이다.

         

       [ 사이고 리세 역시 그러한지? ]

         

       [ 사이고 리세 역시 같은 공항에서 출국하였음을 확인. 오딜리아보다 10분 더 일찍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음을 알린다. ]

         

       [ 쯧. ]

         

       그리고 리세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마녀만큼의 위험이 아니기에 대마녀보다는 더 정중하게 잡혀 올 수 있었던 리세 역시 비행기를 타고 밖으로 나가버리게 된 것이다.

         

       이제 목적지로 날아가기 시작한 비행기를 되돌리지 않는 이상에야 둘을 붙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뭐, 증거가 확실하다면 비행기가 도착하는 나라에 협조 요청해서 그 나라와 공조해서 체포하는 방안도 있기는 했는데….

       지금은 증거는커녕 심증조차도 애매한 상황이었으니 그게 될 리가 없었고.

         

       정보기관은 아쉬움을 삼키고 ‘스킨워커 K-B’에게 접촉하기로 했다.

         

       미국의 소중한 주술사와 충돌을 일으킨 장본인.

       동맹국인 한국의 어린 주술사의 얼굴을 훔쳐서 누명을 씌우려 했던 음흉한 자.

       대체 미국에 와서 무슨 짓거리를 벌이려 했는지 모를 수상한 주술사.

         

       그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

         

       물론 그 질문은—조금은 마초다운 느낌이 될 것이다.

         

       스킨워커 K-B는 지금 소중하고 소중한 미국의 안보와 얽혀있었으니까.

       심지어 ‘외국인’이기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 * *

         

         

         

       요원들이 호텔에 들어섰을 때 보인 장면은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흠. 한차례 격돌이 있었던 장소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멀쩡하군.’

         

       호텔에는 그 어떤 이상도 보이지 않았다.

       창가 쪽에 앉아 밖을 바라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도 있었고, 짐을 들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벨보이들도 있었다. 깔끔하게 복장을 차려입고 손님을 응대하는 호텔리어도 있었고, 호텔을 이용하는 커플들도 많이 보였다. 어디 부잣집 아들딸로 보이는 젊은 커플, 딱 봐도 불륜 커플로 보이는 중년 등….

         

       그야말로 일상에서 보는 평범한 호텔의 모습 그 자체였다.

         

       어제 정전이 일어나고, 주술로 무언가가 행해졌던 장소라고는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요원은 이 평화로움을 수상하게 여기며 자연스럽게 방 하나를 빌렸다.

       관광객들을 타겟으로 하는 호텔이라서 그런지 가격이 좀 나가는 편이기는 했는데- 뭐 필요하면 써야지, 어쩌겠는가?

         

       그렇게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빌린 방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자마자 문을 단단히 잠갔고, 슈트케이스에 넣어온 장비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배터리에 안테나가 붙어있는 것 같은 투박한 형상의 기계를 작동시켜 도청을 차단했고, 열화상 카메라같이 생긴 장비를 꺼내 방을 한 번 스캔했다. 그리고는 가이거 계수기같이 생긴 물건을 꺼냈는데, 이는 주술을 사용할 때 특유의 여러 에너지가 뒤섞여서 생기는 파장을 감지할 수 있는 기계였다.

       일종의 간이 주술 탐지기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에너지가 뒤섞이기만 하면 울리기 때문에 그 정확도나 신뢰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오케이. 이 정도면 가만히 앉아있다가 죽지는 않겠지.”

         

       “빨리 드론이나 날리자고.”

         

       하지만 현장이라는 게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조금은 열악하고, 위험하고 뭐 그런 것.

         

       요원들은 그나마 이 정도라도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지덕지하며 다음 장비를 꺼냈다.

         

       그 장비라는 것은 바로 소형 드론이었다.

         

       성인 손바닥보다도 작은 크기의 드론.

       심지어 빛이 반사되지 않는 투명한 재질의 프레임으로 만들어지기까지 해서, 얼핏 보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녀석이었다. 게다가 크기가 작은데도 고해상도의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기까지 했다.

         

       위잉.

         

       요원이 리모컨을 조작하자 드론은 작은 기계음과 함께 작동했다.

       그리고는 밖에서 나는 수많은 소음보다도 월등히 작은 소리와 함께 허공에 떠올랐고, 열어둔 창문 밖으로 휙 빠져나가더니 천천히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드론은 ‘스킨워커 K-B’가 머무는 방까지 도달.

       성공적으로 그 방의 모습을 찍기 시작했다.

         

       “hmmm…”

         

       드론에 찍히는 방의 모습은 평범했다.

       스위트룸이기에 조금 화려하기는 했지만, 그것 말고는 특이한 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직원이 들어와서 정리라도 한 것처럼 깔끔했으며, 사람이 머무는 게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흔적이 제대로 남아있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오딜리아와 사이고 리세가 저기에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요원들은 이 너무나도 깔끔한 방의 모습에 ‘저기에 스킨워커 K-B가 있는 게 맞나?’하는 의심을 떠올렸다.

         

       스킨워커 K-B 역시 오딜리아나 사이고 리세처럼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로 향한 것이 아닌가 하는, 혹은 몰래 호텔을 빠져나온 뒤 무언가를 하기 위해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합리적인 의심을 떠올린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심은 금방 거두어졌다.

         

       드론 카메라에 스킨워커 K-B가 찍혔으니까.

         

       “Wow.”

         

       카메라에 찍힌 스킨워커 K-B는…음산한 느낌이었다.

       그는 양복을 입은 채 묘하게 그늘진 곳에 서 있었는데, 그늘 때문인지 유리가 빛을 반사해서 생긴 것인지 목 위쪽이 제대로 찍히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은 좀 기괴하면서도 사람을 섬찟하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어서, 한밤중에 하는 공포영화에서 나오는 살인마나 괴물을 연상케 만드는 기묘함이 있었다.

         

       “얼굴 찍을 수 있나?”

         

       “시도해보자고.”

         

       게다가 그 기묘함은 카메라의 모드를 계속 바꾸었음에도 얼굴이 찍히지 않자 더더욱 증폭되었다.

         

       기이하다.

         

       적외선이니 무슨 소자니 하는 기술들을 사용해서 어두운 곳을 가볍게 꿰뚫어 볼 수 있는 카메라일 텐데.

         

       어째서 저깟 그늘진 곳에 있을 사람의 얼굴 하나를 제대로 찍지를 못한단 말인가?

         

       정말 얼굴이 없는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쯧.”

         

       요원 중 한 명은 거기까지 생각이 이어지자 살짝 혀를 찼다.

       그리고는 내가 요새 야근을 너무 많이 해서 이상한 생각이 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른 요원들이 어디에 가냐고 눈짓으로 묻자 화장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조용히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서 세수했다.

         

       차가운 물로 세수해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말이다.

         

       쏴아아아-

         

       차가운 물이 쏟아지고, 그 차가운 물이 얼굴을 휩쓸고 지나간다.

       요원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을 들어 거울을 바라보았고,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에 피곤함이 묻어나오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소리 없이 한숨을 쉬었다.

         

       그는 면도를 안 해서 지저분해진 자기 턱을 한차례 쓰다듬기도 하고, 괜히 거울 속의 자신과 눈을 마주치기도 한 뒤 다시 고개를 숙였다.

         

       다시 한 차례 세수하기 위해서 말이다.

         

       거울 속의 요원 역시 요원이 그러하듯, 똑같이 그 행동을 따라 했다.

       고개를 숙이고,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에 손을 모아서 가져가고, 손에 모은 물을 힐끗 바라보고, 손의 각도를 살짝 조절해서 손에 모은 물이 거울처럼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고, 그 물로 만든 거울이 거울 너머로 향하도록 각도를 살짝 틀고, 눈동자를 슬쩍 위로 올리고, 거칠게 물로 자기 얼굴을 문지르는 요원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얼굴에서 손을 치우고 눈을 크게 뜬 요원과 눈이 마주치고.

         

       “…어?”

         

       오.

       이런.

         

       들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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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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