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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처음에 물 위로 올라온 생명체는 가슴 지느러미를 앞발처럼 사용해 물 위로 올라온 망둥어 같은 물고기였다.

       

       물 속에서의 치열한 생존경쟁에 밀려서 물 위로 도망친 녀석들.

       

       그들은 처음에는 위기상황일때 단시간동안 물 위로 도망치는 방향으로 진화하기 시작했었다.

       

       그러다가 뭐, 물 위가 생각보다 지내기에 좋다는 것을 알았는지 아가미 대신 폐를 진화시키기 시작하더니, 아가미 뒤에 있는 지느러미를 변화시켜서 앞발을 만드는게 아닌가.

       

       정말이지, 돌연변이나 진화를 잘 하도록 만들긴 했지만, 단시간에 앞발을 만드는 것을 보고 정말 기겁했단 말이지.

       

       그렇게 진화한 놈들이 이런저런 식물이나 슬라임을 뜯어먹으며 성장하고, 숫자를 늘리고, 진화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시간이 좀 지나니 뒷다리도 만들어내고. 도마뱀 같은 모습으로도 진화하는 놈도 나오고, 왠지 양서류 같은 놈들도 나오고….

       

       진화의 잡탕 도가니는 정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니까.

       

       뭐 아무튼. 그렇게 땅 위로 올라온 놈들은 점점 다양하게 진화하고 변화하더니….

       

       

       어째서인지 덩치가 커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문을 몰랐는데, 이리저리 살펴보다 보니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문제는 마력에서 시작되었다.

       

       마력이란 기묘한 힘은, 다른 이의 의지에 따라 변화를 가져오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특성과 생물체의 의지가 결합되자 기묘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변화까지 일으키는 것은 정말로 예상치 못한 일이었단 말이지.

       

       자그마한 도마뱀이 덩치가 쑥쑥 커지더니 커다란 공룡이 되지를 않나, 하늘을 바라보던 도마뱀의 앞발이 자그마한 날개로 변해서 날개짓을 하지 않나.

       

       뭐, 덕분에 다양한 진화를 볼 수 있는건 좋지만…. 조금 빠르지 않나 이거?

       

       내가 생각하던 진화 속도보다 훨씬 빠른걸. 이러한 형태로 진화하지 않을까 생각하긴 했지만, 수천년은 가뿐이 걸릴거라 생각한 진화를 고작 수십년 사이에 끝냈으니까!

       

       벌써 공룡이 튀어나왔다고! 공룡이!

       

       원래는 다리가 붙은 망둥어들이 작은 동물들로 변화하는걸 지켜볼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공룡이 튀어나와버리다니. 상상도 못한 일이라고 이거.

       

       

       「하지만 구경하는 재미는 있는걸요.」

       

       “그건 그렇다만.”

       

       

       덩치 큰 공룡들이 이리저리 날뛰거나 싸우거나 하는걸 보니 재밌긴 재밌으니까.

       

       게다가 전부 다 다른 방향으로 진화를 하다보니, 제각각 다른 무기로 싸우는 것을 보는 맛도 있고.

       

       큰 턱과 날카로운 이빨로 싸우는 놈들도 있고, 발톱과 민첩함을 무기로 삼는 놈들도 있고, 뿔이나 단단한 피부로 버티는 놈들고 있고.

       

       덕분에 요즘은 싸움 구경하는 재미로 살고있단 말이지.

       

       

       「저렇게 치열하게 싸우며 살아가는걸 보면, 저도 육체를 가지고 싶어지긴 한단 말이죠.」

       

       “육체라…. 자연현상인 너희들이 육체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구나.”

       

       「다른 애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특히 에레보스가요. 육체를 가져야 엄마의 짝이 될 수 있다나 뭐라나.」

       

       “그 아이는 아직도 미련을 못버린거니? 어휴.”

       

       

       내가 한숨을 내쉬자 실피드는 작게 웃으며 덧붙였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저희들도 남성이었으면 엄마의 짝이 되고 싶어했을테니까요.」

       

       “이프리트도 남성이지 않느냐.”

       

       「걔는 꼬맹이인걸요. 수십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어린아이 같다니까요.」

       

       

       실피드의 말에 나 역시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는 영 성장하질 않는 것 같다니까.

       

       예전에 생명을 불태우는 것을 혼낸것도…. 불타버린 생명이 아까운 것도 있지만, 함부로 생명을 불태우는 이프리트를 교육시키기 위함도 있었으니까.

       

       생명이 아까웠던게 전부라면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 살리면 되지 않았겠는가.

       

       아니, 그냥 시간을 되감아서 생명을 불태우기 전에 멈춰서 혼낼껄 그랬나? 하지만 그래선 혼내는 의미가 줄어드는걸!

       

       뭐, 어쩔 수 없다고 치자. 응.

       

       

       「저희도 저런 육체를 가지면 저렇게 치열하게 살 수 있을까요?」

       

       “글쎄다. 너희들이 육체를 가진다고 하여 저렇게 살 것 같진 않다만….”

       

       

       애초에 거대한 자연현상인 아이들이니까, 저런 덩치만 큰 도마뱀들과는 전혀 다른 위치에 있는걸.

       

       실피드만 하더라도 거대한 바람으로 산을 깎아낼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이 아이들이 육체를 얻는다면…. 여러가지로 굉장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뭐, 나만큼은 아니겠지만!

       

       

       – – – – – – – – – – – – – – – – – – – –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엄마! 에레보스가 육체를 만드는 방법을 찾았대요!」

       

       “그 아이가 결국 방법을 찾았더냐.”

       

       「네! 다만 그 방법에는 엄마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하니, 같이 가보시겠어요?」

       

       “내 협력이?”

       

       

       아이들이 육체를 만드는데 내 도움이 필요하다니, 도대체 무슨 도움인걸까?

       

       나는 의아해하면서도, 실피드와 함께 에레보스가 있는 동굴로 향했다.

       

       

       땅 속 깊은 곳으로 이어진 길고 긴 동굴. 한점의 빛조차 비춰지지 않는 어둠 그 자체의 공간.

       

       그곳에, 지성을 가진 어둠인 에레보스가 존재하고 있었다.

       

       

       「오셨군요. 어머니.」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엄마라고 부르더니, 이제는 어머니라고 부르는구나. 계속 엄마라고 불러도 괜찮은데.”

       

       「저도 언제까지고 어리진 않으니까요.」

       

       「나도 왔어! 에레보스! 엄마 데리고 왔으니 칭찬해줘!」

       

       「음. 수고했다. 실피드.」

       

       

       묘하게 품위있는 목소리의 에레보스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래서, 어떻게 육체를 만드는거야?」

       

       「정확하게는 육체를 만드는게 아니다. 육체를 빌리는 것에 가깝지.」

       

       “육체를 빌리다니?”

       

       

       그 순간.

       

       

       저벅.

       

       

       어둠의 저편에서 자그마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음? 발소리? 에레보스. 도마뱀 한 마리가 들어온 것 같은데?」

       

       「도마뱀이 아니다.」

       

       

       무언가가 다가온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속에서 무언가가 이쪽으로 걸어온다.

       

       

       “에레보스. 미안하지만 불을 좀 켜도록 하마.”

       

       

       나는 마력을 끌어모아 빛을 만들어낸다. 그러자 어두컴컴한 동굴의 저편에서 걸어오는 무언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 공룡들과 달리, 새까만 피부를 가진 자그마한 공룡이었다.

       

       하지만, 그 공룡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한 없이 깊은 어둠. 즉 에레보스의 것과 동일했으니.

       

       

       “에레보스?”

       

       “역시 어머니. 한눈에 알아보시는군요.”

       

       「으왓? 뭐야? 어떻게 한거야? 육체를 빼앗은거야?? 신기해! 어떻게 한거야???」

       

       “빼앗다니, 그렇게 야만적인 일을 할 리 없지 않나. 그냥 동굴 속을 헤메이다가 굶어 죽은 녀석의 몸을 빌린 것 뿐이다.”

       

       

       굶어 죽은 녀석의 몸을 빼앗다니…. 이거 사령술 같은거 아닌가?

       

       

       “물론 이미 죽은 녀석이기에 육체의 부패를 막을 순 없고, 내 힘을 온전히 견딜 수 없기에 오래 버틸 순 없겠지만…. 그래도 임시의 육체로는 쓸 수 있었지.”

       

       “부패라…. 그러고보니 조금 썩어가는 냄새가 나는 것 같구만.”

       

       

       피부가 새까만 색으로 물들어 있는건…. 에레보스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려나?

       

       

       “아무튼, 이 육체를 빌린 경험 덕분에 조금의 실마리가 잡혔습니다. 육체의 손실을 제 힘으로 메꾸는 과정에서, 제 힘을 이용해 원하는 형태의 육체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냈으니까요.”

       

       

       이 아이들의 힘이라면 마력이 대부분이니까, 마력을 이용해 육체를 만드는건…. 불가능하진 않겠지.

       

       마력은 의지를 실현시키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까. 육체를 원하는 아이들의 의지에 작용한 것일지도.

       

       

       “하지만 저희들의 힘이 너무 강한 탓에 어지간한 육체로는 오래 버틸 순 없겠지요. 그렇기에 특별한 재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아,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게…. 내 육체를 빌린다는 말인게니?”

       

       

       안그래도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생물들의 균형을 유지하느라 할 일이 많은데, 아이들에게 육체를 빌려주는건 좀 힘들지도.

       

       

       「어머니의 육체를 빌려야 한다면 반대! 난 어머니랑 같이 날고 싶은거지! 어머니가 되어서 날고 싶은게 아니라고!」

       

       “애초에 그럴 생각은 없었다만.”

       

       “내 육체를 빌리는게 아닌거니?”

       

       

       에레보스가 깃든 검은 공룡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했다.

       

       

       “어머니의 육체 전부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어머니의 비늘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되지요.”

       

       “내 비늘 하나?”

       

       “네. 어머니의 비늘을 핵으로 삼고, 저희들의 힘을 사용해 구현한다면 어머니와 흡사한 육체를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나와 흡사한 육체라…. 공룡과는 다른, 드래곤의 육체를 말하는걸까?

       

       

       “비늘 하나를 주는거야 어렵지 않지만, 그걸로 충분한거니?”

       

       “네. 어머니의 비늘이라면 저희들의 힘을 다 담고도 충분할테니까요.”

       

       

       음. 비늘 하나 주는거야 어렵지 않은데. 어차피 다시 자라는 비늘이니까.

       

       나는 목 아래에서 비늘 하나를 떼어내어 새까만 공룡 모습인 에레보스에게 건네주었다.

       

       

       “이것으로 충분한거니?”

       

       “네. 충분할겁니다.”

       

       「엄마! 저도 주세요! 저도!」

       

       

       나는 비늘 하나를 더 떼어내 실피드에게도 주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되는거야? 그냥 여기에 힘을 담으면 되는거야?」

       

       “힘을 담는다기보다, 깃든다는 느낌으로. 네 모든걸 여기에 넣는다는 느낌으로 하고 육체가 만들어지길 바라면 될거다.”

       

       

       그렇게 말한 에레보스는 비늘을 손에 쥐었다. 그러자 새까만 기운이 스멀스멀 나오더니 비늘에 조금씩 깃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새까만 색이었던 공룡의 몸이 점점 색이 옅어지기 시작하고, 은색이었던 내 비늘은 새까만 색으로 변해간다.

       

       그렇게 공룡의 검은색이 완전히 사라지고, 내 비늘이 완전히 검게 물들자 공룡은 풀썩.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진다.

       

       

       「흐음…. 어머니의 비늘은, 제 모든 것을 담고도 한참이나 남는군요. 하지만 충분히 가능 할 것 같습니다.」

       

       

       에레보스의 말과 함께 검은 비늘에서 새까만 안개 같은 것이 스멀스멀 새어나오기 시작하더니, 나와 무척이나 닮은 육체의 형상을 이루어가기 시작했다.

       

       긴 목과 비늘로 덮힌 피부. 길다란 입과 날카로운 이빨. 그리고 머리 여기저기에 튀어나온 뿔까지.

       

       약간 짧은 앞다리와 커다란 날개. 그리고 튼튼한 뒷다리와 길다란 꼬리까지.

       

       

       「와! 신기해! 엄마 닮은 에레보스다!」

       

       “크기는 훨씬 작지만 말이다.”

       

       

       전체적인 형상은 나와 닮은, 드래곤의 형상…. 크기는 상당히 작고 세부적인 모양새도 조금씩 차이가 나고 있었지만….

       

       에레보스는 검은 드래곤의 육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성공이에요. 어머니. 이제 저는 어머니와 같은 육체를 손에 넣었어요.”

       

       

       그런 검은 드래곤이 된 에레보스의 목 아래에는, 은색으로 되돌아간 내 비늘이 거꾸로 붙어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르링님 5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직 몇편 되지 않는데 500코인이나 주시다니…! 그것도 메시지 없는 쿨 후원…!

    아차…. 후원이 들어올거라 생각하지 않아서 후원 답장 메세지도 비워진 상태인데…!

    이젠 열심히 쓸 수 밖에 없어…!!!

    공룡과 드래곤은 완전히 다른 생물이지만, 인간들의 눈에는 거기서 거기로 보이는듯 합니다.

    뭐, 화석만 보고 판단하면 그렇겠죠. 둘 다 크고! 둘 다 도마뱀이고!

    주인공은 창조신을 제외하면 거의 전지전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창조신은 이 세계에 더 이상 관여를 하지 않는 모양이니, 사실상 유일신 수준이지요.

    전지(이세계 위키백과).

    전능(창조와 시간조작).

    거기에 마력 관련으로 읍읍읍! 읍읍읍읍!!!

    그러고보니 아직 인간도 없는데, 수호룡이 되지도 않았는데. 이건 제목 사기가 아닌가…?

    이렇게 된 이상 빨리 인간을 출현시키는 수 밖에…!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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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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