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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 ***

         

       “여일예에게 찍히고도 밤샘 도박을 하고 왔다는군.”

         

       “호 형이 대단한 것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정말…”

         

       “에잉, 나도 도박은 끊어야지. 호형을 보니 참 겁이 나는구만.”

         

       낭인객잔의 호천안 레전드가 갱신되었다. 나는 이제 앞으로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밤샘도박에 매진하는 병신새끼로 통하겠지. 평소라면 걱정도 해 줄 겸 날 놀리기도 할 겸 나에게 다가올 동기 두 놈은 내가 진짜로 창피한지 내 시선을 피해 도망쳤다. 

       

       도망친 동기와 다시 한번 박살난 평판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하아…”

         

       미쳐버리겠군.

         

       나는 한숨을 푹푹 쉬며 소면을 입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 머저리 도박사 놈, 도귀라는 자식을 결국 내 흐름으로 유인하지 못했다. 나는 당연히 그 정도의 도박사니까 대항사위의 주사위 눈을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뭐 모든 경우에 10할을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안 했지만 어느 기회에는 분명 주사위를 짐작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거든.

         

       아니 그게 뭐 그렇게 어려워? 반 정도는 맞출 법도 하잖아?

         

       차라리 항아리를 열 다섯 개씩이나 꺼내는 짓을 안 했다면 덜 혼란스러웠겠지. 그 정도로 자기 기술에 자신감이 있는 거라고 여겼다.

         

       그 도귀놈만큼 경험치를 많이 주는 도박사를 만난 적이 처음인지라 수준을 착각했다.

         

       도귀놈에게 돈을 잃어주며 흐름을 가져오려고 했는데 직감 발동에 다 운을 쏟아부었는지 아니면 그 도귀놈이 뇌사가 온 것인지 정말 운빨 싸움이 되어버렸다.

         

       심리전을 너무 먹여서 도귀를 완전히 보내버린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 덕에 도귀의 심리를 조작하는 것도 완전히 물 건너가 버렸고 도무지 그 속을 알 수 없는 상태로 날밤을 새 버리고 말았다.

         

       결국 날이 샐 때까지 도귀와 나의 판돈은 큰 변화가 없었고 나는 도박장에 모든 돈을 담보로 맡기고 다음 날 승부를 이어 가자고 선언한 뒤에 도박장을 나섰다.

         

       [직감의 숙련도 98.84%]

         

       이게 어젯밤의 결과였다. 어제에 비해 대략 1.8퍼센트 오른 숙련도. 오직 직감을 위해 3개월이 넘는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어젯밤의 성장은 엄청난 것이었다.

         

       문제라면 내가 원하던 것은 모든 도박 기술을 마스터하며 얻을 수 있는 [특성]이다.

         

       그 특성이야말로 내가 어제 낭인객잔이라는 은신처를 빠져 나가는 위험을 감수하며 밤샘 도박을 감행한 이유였는데…

         

       “에휴.”

         

       어젯 밤은 몰라도 지금쯤이면 여일예도 깨달음을 다 갈무리 했을 터. 이제부터 여일예가 어떤 행동을 벌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에 대한 일은 그냥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고 본산으로 돌아가 버릴 수도 있지만 고작해야 낭인에게 인생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실에 분노해서 날 잡아 죽이는 것을 제 1목표로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오늘 밤 도박장으로 향하는 것은 어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할 것이 뻔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지금 내가 비빌 수 있는 언덕이라고는 특성 뿐이니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나가는 수 밖에.

         

       그렇게 생각하며 남은 국물을 쭈욱 들이키고 있을 때였다.

         

       낭인객잔에 들어오던 여일예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여일예! 여기가 어디라고!”

         

       “이놈!”

         

       촤자자자장!

         

       낭인들이 여일예를 포위했지만 여일예는 그저 그런 낭인들을 힐끗 바라본 뒤에 나를 향해 걸어왔다. 반사적으로 검을 뽑긴 했지만 그래도 점창파 대표고수를 그것도 낭인객잔에서 공격한다는 일은 대사건 중의 대사건이다.

         

       낭인들 전체의 총의가 반영되었다고 치더라도 공격하기가 힘든데 지금처럼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앞뒤 안 재고 공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것도 기습의 효과라고 해야 할까.

         

       낭인들의 혼란이 가시기 전, 구체적으로 행동을 옮겨지기 전에 이미 여일예는 내 앞에 서 있었다.

         

       물론 나는 이미 엉덩이를 떼고 다리를 뺀 채 도망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은공.”

         

       ….뭐?

         

       내가 벙쪄 있는 사이에 여일예는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포권했다.

         

       “전일 던져주신 무학의 이치에 힘입어 이 여모,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건 내 예상에 전혀 없던 일이었다.

         

       어린 시절 낭인에게 일가가 모조리 몰살당하고 지인의 손을 거처 점창파에 입문한 어느 아이가 있었다.

         

       짐작했다시피 그 아이는 여일예이고 그녀가 낭인분쇄기가 된 이유가 유년기 시절 낭인들에게 일가가 모조리 박살났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미 게임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여일예의 과거사와 성격을 고려해 보면 혀 깨물고 죽었으면 죽었지 낭인에게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이게 눈앞에서 이러고 있으니 뭐라고 할 말이 없네.

         

       “여 대협의 소문을 들었을 때는 일개 낭인에게 고개를 숙일 자가 아니라고 판단되오만.”

         

       그래 너 낭인만 보면 썰어버리고 싶어서 안달나는 낭인분쇄마 아니냐를 살짝 돌려 말했다. 그러나 여일예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다.

         

       “은인께서는 낭인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심마에 걸린 모양이다. 나는 슬슬 엉덩이를 더 뒤로 빼며 도망칠 준비를 했다. 가끔 깨달음을 소화하지 못하고 심마에 잡혀버리는 경우가 생기는데 인지부조화가 생긴 것을 보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그저 은인이실 뿐이지요.”

         

       ….여일예 나름의 심리적 타협인가? 아무튼 엉덩이를 원위치 시켰다.

         

       “이 여모의 은원패입니다. 그리고, 은인께 이런 말을 드리는 것이 염치 없다 여기실 수 있으시겠지만…문파의 일은 문파의 일이지요. 혹여 어제 일에 대한 일을 함구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알겠소.”

         

       광양문과 점창파가 손을 잡았다는 것은 꽤 쏠쏠한 정보지만 그림의 떡이다. 내가 그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점창파도 알고 있는 상황인데 지금 광양문과 점창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돌면? 대번에 내가 그 정보를 떠벌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계산을 모두 차치하고 나서라도 저런 큰 일에 엮이면 어떤 식으로든 명성수치에 변화가 일어난다. 거대문파와 강소문파 사이에 끼어서 새우등 터지는 꼴을 겪게 되겠지.

         

       내가 입을 열 이유가 없는 셈이다.

         

       “때와 장소가 좋지 않아 은인을 두고도 이렇게 물러감을 용서해 주시길…언젠가 본파에 방문해 주실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여일예는 마지막으로 예의를 갖추며 물러났다.

         

       “멈춰라.”

         

       아니 물러 나려고 했다.

         

       여일예는 분명 나에게 이성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은원패를 주었다는 것은 은원관계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무슨 요구를 하더라도 진짜 도의적으로 말도 안 되는 것이 아닌 이상 무조건 들어주겠다고 외부에 선언한 것이다.

         

       그녀는 분명 이성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이 낭인객잔을 방문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낭인들에게 쌓아온 업보라는 것이 어디 가겠는가.

         

       그 원한을 가슴에 품은 자들이 이 낭인객잔에 있다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지금 여일예의 앞을 막아선 낭인 셋이 그런 이들이었다.

         

       이 자리에서 점창파 제자인 여일예를 습격하면 이들은 무림공적이 될 터였다.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싸움을 각오한 원한이 골수에 사무친 이들.

         

       그러나 그들이 제 원한을 입에 담기도 전에.

         

       쉬익!

         

       빛무리가 허공을 갈랐다.

         

       털그렁!

         

       낭인들은 경악했다. 심지에 단번에 도가 두동강난 낭인조차도 입을 떡 벌렸다.

         

       검을 감싸고 있는 영롱한 빛무리.

         

       검강(劍罡)!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낭인들은 검강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그저 말로만 듣던 것과는 전혀 다른 실감이 나를 감쌌다. 화면으로는 숱하게 본 검강이었지만 사진을 통해 바라보는 호랑이와 눈 앞에 서 있는 호랑이가 같을까. 절로 등골을 울리고 혼백을 흔드는 그 파괴의 총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여일예는 여일예였다.

         

       한 번만 더 앞을 가로막았다가는 무사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여일예가 풍기는 기세만 봐도 명백했다.

         

       “네놈들의 잡다한 원한으로 내 귀를 더럽히지 말라.”

         

       낭인들은 그 서슬 퍼런 기세에 조금씩 물러났다.

         

       “네놈들이 지금 사천무림에서 하는 짓거리들을 보아라. 어디 누가 강제로 떠밀었기에 그런 짓거리를 했는가? 네놈들 스스로 피와 오물을 뒤집어 쓰고는 감히 은원과 의리라는 인도(人道)를 논하는가!

         

       여일예의 호통소리는 이미 충격파나 마찬가지였다. 낭인객잔이 흔들리며 대들보에 있는 먼지들을 쏟아냈다.

         

       “내가 오늘 이곳에서 예의를 견지하는 것은 오직 은인을 위한 것. 잡스러운 것들은 꺼져라.”

         

       그녀는 거침없이 걸었다. 낭인들은 무기를 뽑아 들었음에 분분히 뒤로 물러섰다.

         

       여일예의 등 뒤를 노리는 낭인은 없었다.

         

       별무리 같은 검강은 둘째 문제였다. 초절정이라는 경지 그 자체. 지금의 나로써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기의 와류를 모든 낭인이 느끼고 있었을 테니까. 깊은 물과 같이 심장을 압박하고 보잘것없는 내 내공을 가닥가닥 끊어버리는, 여일예가 내뿜는 기공의 강대함을 느끼고 있었을 테니까. 그 강대함은 뇌리에 간신히 기습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낭인들의 머릿 속에서 성공이라는 단어를 지워버렸다.

         

       여일예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눈 인사를 보낸 뒤 사라졌다.

         

       그리고.

         

       남은 것은 낭인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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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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