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6

       생명의 이야기 – (1)

       

       

       

       신들은 티탄과의 전쟁에서 미래를 읽고 투항한 티탄 신족인 프로메테우스(Prometheus)에게 인간이라는 종족을 창조하게 했다. 

       

       그리고 그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Epimetheus)는 돼지나 말, 새 등 내가 아는 각종 생명체를 창조했다.

       

       이렇게 중요한 세계의 분기점에서 나, 저승의 왕인 하데스는 무엇을 하고 있었냐면..

       

       “요즘 스틱스 강 위로 지나다니는 영혼들이 부쩍 늘었어요.”

       “하데스, 결국 중요한 것은 인간이 아닌가? 다른 생명체들까지 내가 가는 것은 업무가 너무 과중하여..”

       “잠의 신인 휘프노스(Hypnos)한테 조금만 도와달라고 하고, 저승이 안정되면 그때부터 인간만 데리고 오도록 해.”

       

       새롭게 창조된 생명체들의 수많은 죽음 때문에 저승을 정비하기에 바빴다. 

       저승이란 오직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생의 끝에 도달한 수많은 영혼들이 이곳 저승으로 밀려들자 저승의 관리자인 내 일은 심각하게 늘어났다. 

       여태까지 유유자적한 신생을 보냈다면 지금부터는 죽은 자들의 왕으로서 본격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갓 태어난 온갖 생명들은 너무나도 쉽게 죽어나갔다. 

       

       신들에 의해 자연으로 내던져진 생명체들은 치열한 생존 경쟁을 시작했고 사망한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오는 죽음의 신, 타나토스(Thanatos)는 피로를 호소했다. 

       

       하루아침에 저승에서 제일 바쁜 일꾼이 된 그가 수많은 자신의 그림자, 아니 분신을 보내 죽은 영혼들을 데려오기 시작하자 지하는 영혼들로 북적거리게 되었다. 

       한때는 저승에서 환생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영혼이 생길 정도로.

       

       다행히도 이건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다.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면 새롭게 태어난 생명체들은 살아남은 선조로부터 지혜를 배워 지금보다는 오래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하데스, 나는 요즘들어 차라리 크로노스의 편에 붙는 것이 옳은 선택이 아니였는지 고민하고 있네.”

       

       …….나도 힘드니까 참아.

       

       그래도 지금 당장은 일부 신들의 고생길이 활짝 열린 상황.

       의인화된 죽음인 타나토스는 자신의 수많은 분신을 조종하느라 퀭한 눈동자에 초췌한 몰골이 되어 버렸다. 

       

       그의 윤기나는 날개는 푸석푸석해졌고 강철같은 검은 깃털은 하나둘씩 떨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불노불사인 신, 그것도 닉스의 아들이 과중한 업무로 쓰러지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일까?

       

       “저승의 왕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굉장히 무섭군. 농담이라도 제발 하지 말아주게.”

       

       타나토스가 뭐 씹은 듯한 표정을 지음과 동시에 한숨을 내뱉었다.

       

       아차, 내가 또 입으로 생각을 내뱉었구나.

       저승은 너무 적적하다 보니 혼잣말하는 습관이 늘어서 말이지. 

       

       

       

       * * *

       

       

       

       많은 시간이 흐르고 삶과 죽음의 순환이 정상화되어 저승이 평화를 되찾자 우리는 환호성을 터뜨렸다. 

       

       불노불사인 신들의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흐른 건 아니였지만..

       

       드디어 동물들이 환경에 적응하고 인간들이 무리를 이루어 살면서 쉽게 죽는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지옥(타르타로스)같았던 업무도 이제는 끝이 보였다. 

       

       중간에 제우스가 판도라라는 인간을 만들어 온갖 병들이나 유해 물질을 지상에 보내지만 않았어도 일이 좀 더 편해졌을 거다.

       아니면 인간에게 불을 준 대가로 프로메테우스를 저승에서 노예처럼 일하게 만들어 주던가.

       

       솔직히 불 좀 나눠줬다고 독수리한테 간을 뜯어먹히게 만든 건 너무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인간들이 종종 제물도 바쳐주는데..

       

       제우스가 지상에 내버린 판도라의 상자 때문에 저승은 한동안 포화 상태였다고.

       최소한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라도 가끔 파견해줘야 하는 것 아니야?

       

       아무튼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 저승에서 조촐한 파티가 열렸다. 

       그간 고생한 타나토스와 휘프노스, 저승의 업무를 도와준 스틱스 여신과 여러 신들까지 모두 저승의 성채 안으로 들어와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먹었다. 

       

       연회장 한쪽에서는 인간들이 만든 리라를 연주하는 영혼 몇몇이 고생해주고 있었고 시종들은 술과 음식을 나르느라 분주했다. 

       나는 상석에 앉아 넥타르를 홀짝이며 속으로 열심히 제우스 욕을 하는 중이였다.

       

       띠잉. 띠리링~

       

       “꿀꺽꿀꺽. 후우.. 이제는 조금 쉴 수 있겠군.”

       “인간들 사이에서 우리 이야기도 널리 퍼져 영혼을 데려오는 분신의 업무가 쉬워져서 다행이야.”

       “그 말대로, 요즘 죽은 인간들은 내 날개를 보면 대부분 체념하더라고.”

       

       그거 아는가? 신들의 음료인 넥타르는 한가지 맛이 아니다. 

       일단 입에 넣으면 상쾌하고 부드러우며 청량감과 달콤한 맛이 동시에 나는 신기한 느낌이 난다. 

       

       “푸하..! 오늘따라 넥타르가 더 맛있네요.”

       

       잔소리가 심하던 그 스틱스 여신이 미친듯이 들이키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겠지..?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는 더욱 독특하다. 

       이것은 아예 먹는 사람이 현재 제일 먹고 싶어 하는 맛이 나는데. 나 같은 경우는 전생에 먹던 삼겹살의 맛이 나고 있었다. 

       음, 삼겹살이 물리자 이제는 달콤한 초코칩 쿠키 맛이 난다. 

       

       “하데스. 당신에게도 인간들이 제물을 많이 바치나요?”

       

       내 옆에서 넥타르를 마시던 스틱스 여신이 인간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현재 지상에는 인간들의 국가도 생겼다고 들었다. 

       올림포스 신들의 이야기도 널리 퍼졌고 제물을 바칠 때 종종 내 이름을 부르는 인간들도 있었다. 

       

       지금 한번 인간들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볼까?

       잠시 ‘귀’를 기울여보았다.

       

       [하데스! 하데스시여, 왜 저희 어머니를 데려가신 겁니까, 왜!]

       [풍요의 신, 플루토(Pluto)여! 이 짐승들을 받으시고 저에게 당신의 축복 한 줄기를 내려 주소서!]

       [하데스시여.. 제발.. 제발 저를 데려가지 말아주시길..]

       [눈을 감았다 뜨면 하데스께서 네놈 앞에 서 계실 것이다! 죽어라!]

       

       음. 역시 지상은 개판이구나.

       자신이 기른 소 떼 수십 마리를 내게 바치는 기특한 신도의 얼굴을 기억하고는 다시 귀를 닫았다. 

       

       나의 또다른 이름은 플루토, 넉넉하게 하는 자. 부유함의 신이다.

       풍요의 신으로서 나를 숭배하는 인간들도 있는데 역시 지하 세계는 부유한 곳이라는 인간들의 통념이 작용했기 때문일까.

       

       하기야 지하에는 인간들에게 귀한 보석이나 광물이 차고 넘친다. 

       거기에 내게는 이 풍요의 뿔(Cornucopia = 코르누코피아)이 있으니 부유함의 신위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 커다란 뿔 안에 손을 넣으면 소유자가 원하는 음식과 재물을 원하는 만큼 무한정 꺼낼 수 있다. 

       딱 풍요의 신에 어울리는 대단한 물건이지만 그러면 뭐하나.. 나는 인간이 아니라 큰 의미가 없는걸.

       

       “하데스으…”

       

       그만 좀 앵겨붙으시죠. 넥타르를 너무 많이 드신 스틱스 여신이시여.

       당신과 저는 친척입니다. 

       

       “저승의 군주시여.. 보고를..”

       

       창을 들고 경비를 서고 있던 한 영혼이 조용히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대략 30년 정도를 살다가 죽은 남성 영혼인데 저승에서 환생하기를 거부하고 이곳에 머무르길 원한다면 이처럼 역할을 배정받게 된다. 

       

       저승을 택하는 영혼은 굉장히 적을 줄 알았는데 레테 강을 거치며 이승에서의 기억을 망각해서인지 생각보다 많았다. 

       물론 환생의 균형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모두 원하는 대로 들어줄 수는 없지만.

       

       일단 신들도 취하게 만드는 위대한 넥타르의 힘을 몸소 보여주는 스틱스 여신을 밀어내고 영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지금 저승에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 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높으신 분의 명을 전하러 왔다고..”

       

       망령 병사가 그 말을 전하자마자 조촐한 축제가 잠시 멈췄다. 

       술이 완전히 깬 듯한 스틱스 여신, 먹던 암브로시아를 내려놓는 타나토스와 휘프노스 등 모두가 날카로운 표정으로 이쪽을 주목했다. 

       

       “설마.. 이제야 쉬게 되었는데..”

       “아니겠지..? 오 제우스시여.”

       

       연회장의 문이 열리고 곧 아름다운 청은발 머리와 흰 날개를 가진 여신이 들어왔다. 

       그녀는 몸에서 무지개빛의 은은한 후광을 내뿜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제우스도 노리던 아름다운 여신의 자태에 넋을 잃어버린 자들이 나올만도 했건만 이곳에는 오직 긴장감만이 감돌고 있었다. 

       

       “저 이리스, 오랜만에 저승의 주인을 뵙습니다.”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는 제우스와 헤라의 뜻을 전하는 전령신.

       그러나 제우스보다는 주로 헤라의 뜻을 전달하러 다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희망이 있다. 

       

       “제우스 님께서 타락한 인간들을 보다 못해 대홍수를 일으켜 징벌하시기로 결정하셨습니다.”

       

       갑자기..?

       

       타락한 인간 징벌 > 대홍수 > 대부분의 인간 사망 > 저승 인구 급증 > 과로사

       

       이곳에 앉은 신들의 머릿속에 빠르게 사고 회로가 돌아간다. 

       그들이 뛰어난 두뇌로 내린 결론은 이제부터 일복이 터지다 못해 넘친다는 것.

       

       “휘프노스, 나 좀 잠재워 주겠나?”

       “….스틱스 강에 맹세코 자네는 대홍수가 끝나기 전까지 절대로 눈을 붙이지 못하게 해주지.”

       “이번에는 일을 도와드리기 힘들 것 같아요, 하데스. 그럼 저는 이만..”

       “오 제우스시여 제발.”

       

       타르타로스.. 열어야겠지?

       

       나는 쿠데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추천과 선작 감사합니다.

    올림포스 12신 탄생 + 대홍수

    옴니버스 태그를 추가해야 하나…?

    다음화 보기


           


King of Underworld

King of Underworld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Score 3.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ades, the God of the Underworld from Greek and Roman Mythology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