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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옆 사람이 침 삼키는 소리가 귀에 울릴 정도였다.

       

       마법사들은 괴한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침착하기로 유명한 9장로도 괴한을 보면서 연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괴한의 정체는 도도한 눈매를 가진 미녀였다. 솔직히 미녀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푸른 눈동자를 쳐다보고 있노라면 마법에 걸린 것처럼 넋을 놓고 보게 된다.

       

       머리카락은 또 어떠한가. 한 번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청정의 바다 같았다.

       

       하지만, 하지만…….

       

       그녀를 쳐다보고 있자니 원인을 알 수 없는 분노가 피어오른다. 분노는 점차 크기를 키워나가, 소용돌이처럼 정신을 잠식하려 든다.

       

       그들이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하물며 마음을 다스리기로 유명한 백마법사가 아니었더라면, 유혈사태가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아니, 아마 그리 되었을 것이다.

       

       백탑의 장로인 그조차도 감정을 다스리기 힘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인가?’

       

       괴한은 다른 곳도 아니고, 드래곤의 등에서 나타났다. 살면서 드래곤을 대면한 경험은 딱 한 번 뿐이었지만, 드래곤의 등에 탑승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았다.

       

       ‘등을 내어줄 정도로 친한 친구, 혹은 주인.’

       

       친우라면 기절하여 널브러진 드래곤에게 달려갔으면 달려갔지, 뜻을 알 수 없는 모호한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후자다.

       

       하늘을 활공하던 드래곤이 다짜고짜 마탑을 들이받은 것도 괴한이 그렇게 명령했다고 생각하니 말이 됐다.

       

       ‘하는 짓이 마녀나 다름 없구나.’

       

       마법사가 자연으로부터 마력을 얻는다면, 마녀는 섬기는 악마로부터 마력을 얻는다.

       

        악마의 마력은 파괴적이고, 밀도도 훨씬 높지만, 그를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인간의 목숨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

       

       괜히 마녀들이 인간을 배신한 변절자들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그리고 마녀는 백색 마탑의 주적이기도 했다.

       

       ‘자, 정체를 드러내라!’

       

       9장로는 마력을 얕게 퍼뜨려 괴한에게 쏘아보냈다. 웬만한 경지에 이르지 않고서야 느낄 수도 없는 미세한 마력 가닥이 괴한을 감쌌다.

       

       괴한은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다.

       

       ‘됐다!’

       

       9장로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서열은 낮았지만, 마력의 통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이제 곧 결과가 나올 것이다. 

       

       저놈이 사악한 마녀라는 증거가…….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응?’

       

       9장로는 다시 한 번 마력 가닥을 쏘아냈다. 역시나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믿을 수 없는 결과에 9장로가 눈을 부릅떴다.

       

       ‘색깔이 변하지 않는다고?’

       

       빛의 마력은 악에 대적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괴한이 정말로 사악한 마녀가 맞다면, 마력 가닥이 검게 바뀌어야 했다.

       

       이런 경우는 딱 두 가지 뿐이었다.

       

       첫째, 마력이 자연에 비견될 정도로 정순할 경우.

       

       자연과 한 몸이 된 하이엘프들이 이 경우다. 하이엘프의 근처에 있으면 그곳이 어디든 숲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쳐다보기만 해도 공격적인 감정이 피어오르는 저놈과는 그 본질부터 다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제 마력을 읽지 못하도록 접근을 차단했을 경우……뿐인데.

       

       이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나보다 강하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섵불리 공격했다간 모두가 죽는다.

       

       그렇다면 일단 대화를…….

       

       그 순간이었다.

       

       “마, 마녀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마법사가 괴한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 말에 미처 마음을 추스리지 못했던 마법사들이 화들짝 놀라 마법을 전개했다.

       

       “빛이여!”

       “정의의 심판을…….”

       

       그 수만 물경 수십 명.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영창은 9장로의 대응을 흐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당장 멈춰라!”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소리쳐봤지만, 이미 몇몇 마법이 괴한을 향해 쏘아진 뒤였다.

       

       ‘빌어먹을!’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 뿐이다.

       

       9장로는 스태프를 꺼내 바닥을 내리찍었다.

       

       라이트 스피어.

       

       넘쳐나는 빛의 마력이 거대한 창의 형태를 이룬다.

       

       원래는 예티 같은 대형종을 상대할 때나 사용하는 마법이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수백 개의 마법이 한 방향으로 쏟아지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콰과과과광!

       

       상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저 폭발 속에서 조금의 피해도 입지 않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하다 못해 잠깐의 빈틈은 생기겠지.

       

       그 정도면 충분했다.

       

       다음 마법을 준비할 시간만 벌면…….

       

       그 순간이었다.

       

       “너희들이 먼저 선빵 친거다?”

       

       연기 너머에서 건들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푸른빛이 번쩍였다.

       

       파지지지지직-!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괴한의 손 끝에서 푸른 전류가 휘몰아쳤다.

       

       썬더볼트.

       

       “끄아아아악!”

       

       감전된 마법사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전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뱀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한 가닥은 두 가닥이 되고, 두 가닥은 네 가닥이 된다.

       

       어느새 푸른 전류가 공동 내부를 가득 채웠다.

       

       “이, 이게 무슨…….”

       

       9장로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전류가 그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

       

       

       ‘확실히 초반부라 그런지 약하네.’

       

       올리비아는 기절한 9장로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평균 레벨이 20대인 평마법사들은 그렇다고 쳐도, 50레벨 초반인 장로가 한 방에 쓰러진 건 조금 의외였다.

       

       생각보다 딜 계산이 훨씬 힘들다. 그나마 마법 저항력이 어느정도 있는 마법사여서 망정이지, 평범한 마을주민에게 사용했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올리비아는 슬쩍 고개를 들어 박살난 계단을 쳐다봤다. 무너진 기둥이 위층으로 올라가는 길을 완벽하게 틀어막고 있었다.

       

       전부 글레이시아의 작품이었다.

       

       덕분에 위에서 지원병력이 내려오지 못하고 있기는 했지만, 올라가지 못하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계단 쪽이 시끄러운 걸로 보아하니, 기둥을 치우고 내려올 준비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그 반대 방향으로 간다.

       

       올리비아는 계단과 정반대 지점까지 간 다음 멈춰 섰다. 다음 순간 전류를 머금은 주먹이 1층 천장을 그대로 올려쳤다. 

       

       쾅!

       

       천장이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파편이 위로 솟구쳤다.

       

       “저, 적이다!”

       

       위층으로 올라온 올리비아는 빠르게 주변을 스캔했다. 

       

       [케이시]

       [로난]

       

       안타깝게도 찾는 사람은 여기 없었다.

       

       그러면?

       

       파지지지직.

       

       “끄아아아악!”

       

       전부 기절시키고 다음 층으로 올라가면 그만이다.

       

       다음 층도.

       

       “침입자다!”

       

       파지지지직!

       

       그 다음 층도.

       

       “침입……!”

       

       파지지지직!

       

       다음 다음층도.

       

       “잠……!”

       

       파지지지직!

       

       오, 아까보다 빨라졌어.

       

       어느새 적응해버린 올리비아였다.

       

       그렇게 총 다섯 개의 층을 더 부수고 올라가자, 이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사람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았다. 남은 마법사 전원이 여기에 모인 것 같았다.

       

       “패악질도 여기까지다. 마녀여.”

       

       인파 속에서 익숙한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백탑주, 로이드 클레이시안. 

       

       동네 할아버지 같은 인상으로 악마를 개 패듯이 때려잡는 갭차이 때문에 커뮤니티에서도 한 인기 했었던 인물이다.

       

       플레이어가 정도(正道)를 걸을 때는 인자한 미소를 지어주며 앞길을 응원하지만, 변절 루트를 탈 때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플레이어의 모가지를 태워버리는 인물이다.

       

       – 허허, 딱 대시게. 그 버르장머리를 고쳐줄테니.

       

       한 때 참 좋아했었지.

       

       로이드 때문에라도 백색 마탑에 들어가 백마법을 꾸역꾸역 배웠던 시절이 있었을 정도였다.

       

       백탑에서 손 뗀지는 꽤 됐지만.

       

       올리비아는 회상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로이드 클레이시안]

       – 레벨 : 66

       – 호감도 : -80

       

       상태창에 드러난 정보와는 다르게 로이드는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다. 로이드가 매우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그가 무표정으로 일관한다는건 올리비아를 악마, 혹은 악마에 준하는 변절자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마법사들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증오, 환멸.

       

       온갖 부정적인 시선들이 쏘아졌다.

       

       백탑의 마법사들에게, 자신은 이미 원수였고, 죽여야 할 적이었다.

       

       뭐, 어찌보면 당연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쓰러뜨린 백마법사가 한 둘이 아니었으니까.

       

       “죽이진 않았어.”

       “그렇기에 잠시나마 어울려주는게다.”

       

       사실 처음에는 말로 해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처음 눈을 마주친 순간 깨달았다. 

       

       ‘이건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백탑의 마법사들이 이 정도라면, 다른 사람들은 볼 것도 없었다.

       

       다시금 온 세상의 적이 되었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올리비아에게는 목표가 있다. 이 빌어먹을 세계의 엔딩을 보고야 말겠다는 목표가.

       

       그러려면 반드시 조력자가 필요했다.

       

       설령 그 방법이 잘못됐다고 해도.

       

       올리비아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제 와서 사람 셋만 넘겨주면 돌아간다고 해도……. 안 믿을거지?”

       “잘 아는군.”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마나에 맹세한다고 해도?”

       “악마에게 영혼을 판 변절자의 맹세 따위, 들어줄 가치도 없다.”

       “난 마녀가 아닌데?”

       “그렇게 변명하고들 하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

       

       로이드 클레이시안이 원래 이런 인간이었나? 아니다. 로이드의 성격은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았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 

       

       빌어먹을 호감도가 그의 사고를 틀어막은 것이다.

       

       올리비아가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웃었다.

       

       “하, 하하. 하하하하.”

       

       이 미친 게임사 새끼들. 나가기만 해봐라.

       

       “하하…….”

       

       올리비아의 웃음소리가 중간에 뚝 멈췄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난 분명 경고했어.”

       

       올리비아의 주변에서 짙은 냉기가 피어올랐다. 

       

       다음 순간, 빛과 얼음이 충돌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7.20 수정했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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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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