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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아피스에 입문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안녕하십니까. 아피스 공략 마이튜브를 운영 중인 방송인 류단이라고 합니다.

       

       요즘 봄 세일 기간을 맞이해 아피스에 입문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피스가 유명한 게임이기도 하고. 또 주변 분들이 많이 하시다 보니 유입이 많은 거겠죠.

       

       하지만 워낙 아피스가 고일 대로 고인 게임이다 보니 유입이 되려다 다시 거슬러 올라가시는 분도 많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게임 제대로 하려면 알아야 할 게 어디 한 두 개 입니까?

       

       배우고 나면 이만큼 재밌는 게임도 없는데 맛도 못 보고 돌아가시면 너무 아깝잖아요. 그래서 입문자 분들을 위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아시겠지만 아피스는 VR시대에 맞춰 발매된 대전격투게임입니다.

       

       이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당신의 캐릭터를 움직여서 상대 캐릭터의 체력을 모두 깎아내면 끝입니다.

       

       다른 여러 가지 요소들도 있지만 결국은 이게 아피스의 근본이자 모든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배울 모든 건 상대의 체력을 깎아내기 위한 방법일 뿐이죠.

       

       이 글에선 게임을 잘하기 위한 방법을 가르쳐드리진 않을 겁니다.

       

       기술 연계니 뭐니 하는 걸 듣고 있으면 접고 싶단 생각밖에 안 들 테니까요.

       

       그리고 그런 글은 정리된 게 정말 많아요. 흥미를 붙이고 난 후 찾아보셔도 됩니다.

       

       그럼 제가 알려드릴 게 뭐냐고요? 바로 아피스에 재미를 붙이는 방법입니다.

       

       자. 일단 게임을 켭시다. 그럼 VR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인정하는 멋진 프롤로그가 나올 겁니다.

       

       그게 끝나고 나면 이제 캐릭터를 선택할 시간입니다.

       

        50개가 넘는 캐릭터를 보며 뇌정지가 오겠지만 걱정 마십시오. 그런 사람이 어디 한 둘 이겠습니까. 뉴비 여러분들을 위한 매뉴얼이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보통 초보자 분들에게 추천 드리는 캐릭터는…

       

       캐릭터를 고르셨다면 이제 튜토리얼에 들어갈 차례입니다.

       

       아피스의 튜토리얼은 3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보정을 이용해 캐릭터의 기술을 사용해보기.

       2. 앞서 써 본 기술을 활용해 AI와의 실전 경험하기.

       3. 이길 수 없는 강적상대로 죽음을 경험하기.

       

       보통 1이나 2는 여느 게임에나 있는 요소입니디만 3은 익숙하지 않을 겁니다.

       

       간단히 말해 3은 패배이벤트입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여러분을 죽이러 올 예정이거든요.

       

       무력감도 느끼실 테고. 죽음의 공포도 느끼실 겁니다. 고통 수치를 잘 조절하지 않으셨다면 비명도 나오겠네요.

       

       이딴 걸 왜 넣어 둔걸까 싶으실 겁니다만 다 이유가 있습니다.

       

       아피스에서 패배는 곧 죽음입니다. 그리고 패배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옵니다.

       

       뉴비도. 고인물도. 프로게이머도. 게임을 하며 수도 없이 죽음을 겪게 됩니다.

       

       튜토리얼은 여러분에게 예방주사를 놓아주는 겁니다. VR 속 죽음이 두려워 할 게 아님을 알려주는 거죠.

       

       처음엔 많이 당혹스럽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실 겁니다.

       

       죽지 않을 수는 없나고요? 방법이 있긴 합니다.

       

       여러분에게 튜토리얼의 강적을 쓰러트릴 실력만 있다면 말이죠.

       

       어쨌건 강적의 공격은 대처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피하고 막아낼 수 있죠.

       

       그리고 또 강적의 체력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다 깎아 내는 게 가능하단 소리입니다.

       

       고인물들이 흔히 하는 말입니다만 다 피하고 다 때리면 여러분은 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최소한 챌린저 급의 실력이 필요하겠지만요.

       

       말해 두지만 최소입니다. 현직 프로 분들도 힘들어 하는 게 강적을 쓰러트리는 일이에요. 뉴비 분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특히 천마의 강적인 삼장로는 수십 년에 달하는 아피스 역사상 쓰러트린 사람이 단 셋 뿐입니다.

       

       살아있는 천마라 불리는 한국의 프로게이머 한서우. 아피스 출시부터 지금까지 랭킹 1위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전설 그 자체 파이스 스코비아. 전 UFC챔피언인 마이크 핸슨.

       

       이 세 사람만이 클리어 한 말도 안 되는 괴물입니다.

       

       알겠죠? 천마를 고르셨다면 얌전히 죽고 다음 튜토리얼을 진행하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캐릭터 튜토리얼이 끝나면 이제 여러 모드에 관한 튜토리얼이 이어집니다. 아피스의 근본인 1:1. 그리고 3:3과 5;5 모드에 관한 설명이 시작될 텐데요…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켜보던 프롤로그가 글자와 끝나자 커스터마이징 창이 나왔다.

       

       외모니 성별이니 하는 걸 조정할 수 있는 듯 했지만 난 그런데 전혀 관심이 없었다. 싸움을 하는 데 외견이 뭐가 필요하단 말인가.

       

       아무 설정도 건드리지 않고 넘겨버리자 내 현실의 외모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경고가 떠올랐다.

       

       그게 뭐가 문제지?

       

       경고를 가볍게 무시하고 나니 이름을 정하라는 창이 나왔다.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지금부터 내가 할 캐릭터는 무림에서의 나이니 이름도 무림에서 쓰던 것을 써야 하지 않겠는가.

       

       [화령]

       

       다행히 이 이름을 사용하는 이는 없었다.

       

       그 후에 캐릭터를 선택하는 창이 떠올랐다. 튜토리얼을 진행할 캐릭터를 고르세요. 인가.

       

       아피스의 캐릭터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많았다. 대충 보아도 오십 개는 가벼이 넘길 것 같았다.

       

       한참을 헤맨 끝에 결국 찾아낸 천마의 얼굴은 역시 나의 것이었다.

       

       삶에 찌든 눈도. 증오로 가득한 눈동자도. 숨기지 않고 풀풀 풍겨대는 살의도. 제멋대로 짜른 삐죽거리는 단발도.

       

       막 서른을 넘겼을 즈음의 내가 저러했지. 감정에 몸을 맡기던 바보 같은 시절이었는데.

       

       이 게임을 만든 이가 누군지는 모르겠다만 굳이 저 시절의 나를 이 안에 넣었어야 했나. 현대의 말로 하자면 저때는 흑역사에 가까운 시절이다만.

       

       더 좋은 때가 많지 않은가. 당장 오 년만 지나도 훨씬 완숙해질 터이거늘.

       

       불평을 해봐야 바뀌는 것은 없었다. 캐릭터를 선택하자 풍경이 바뀌었다.

       

       이번에 펼쳐진 것은 내게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었다.

       

       현대가 내 전생의 고향이었다면 이곳은 내 무림의 고향이라 할만한 장소였으니.

       

       천마신교의 본관. 내 악몽의 중심지. 내 친히 가루로 만들었던 장소를 다시 보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거기에 더해 내 눈 앞에 있는 이를 보라.

       

       마교의 장로 중 하나. 나를 완전무결한 천마로 키워내는 데 집착하던 노인. 내게 살해당하던 그 날에도 웃으며 드디어 완전해졌다 웃던 광인.

       

       삼장로 한영걸.

       

       이 노친네의 얼굴을 다시 볼 날이 올 줄이야.

       

       삼장로는 내게 정중히 예를 표했다.

       

       “소천마시여. 어제 배웠던 것들은 기억 하십니까?”

       

       [기본 전투 튜토리얼을 진행하시겠습니까?]

       

       삼장로의 입에서 나온 것은 내가 무림에서 쓰던 언어였다.

       

       

       다행이군. 여기서도 언어로 고통 받을 일은 없겠어.

       

       “괜찮다.”

       

       [기본 전투 튜토리얼을 스킵합니다.]

       

       내 더 이상 네게 배울 것이 있겠느냐. 영걸아.

       

       네 놈을 뛰어넘은 지가 벌써 육십 년이 흘렀다. 너는 더 이상 나에게 악몽도. 적수도 아니다. 그저 내 아래에 머무르는 많고 많은 무인 중 하나 일 뿐.

       

       거절의 말에 삼장로는 그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대신 박수를 쳐서 수련장 안으로 사람을 불러들였다.

       

       “오늘의 수업은 실전입니다. 제가 데려 온 교인들을 상대해 보시지요. 쉽지 않을 겁니다.”

       

       이건 분명. 하. 제기랄.

       

       수련장의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두 명의 어린 수련생이었다.

       

       열 살을 갓 넘어 아직 눈에 순수를 담은 어린아이들. 나와 함께 무공을 수련하던 이들. 그리고 내 악몽의 한 자리를 차지한 이들.

       

       이걸 만든 이가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성격이 좋지는 않은 모양이야.

       

       하필이면 내가 처음으로 살인을 저질렀을 때의 풍광을 맨 처음에 그려 놓다니.

       

       저 아이들의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다. 몇 마디 나눠보지도 않은 녀석들이니까.

       

       다만 내 기억에 남은 것은 저 아이들이 나를 만나고는.

       

       “안녕하십니까! 소천마시여!”

       “안녕하십니까!”

       

       밝게 웃었다는 것이고. 내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너무도 기뻐했다는 사실이다.

       

       내 손에 죽기 전까지는 그러했지.

       

       여전히 기억한다. 죽어가며 비명을 지르던 저들을. 삶을 갈구하며 무의미한 사과를 빌던 목소리를. 결국 그 끝에 내뱉던 원망을.

       

       머리가 아팠다.

       

       내 손으로 그 광경을 재현하라고?

       

       헛소리 마라.

       

       비참하고 허약하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다르다.

       

       나는 천마다. 천하의 삼존이 내 아래에 스러졌으며 정과 사를 가리지 않는 모든 고수들이 내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런데 그 누가 나에게 강요를 할 수 있단 말이더냐.

       

       그 누구도. 나의 뜻을 꺾을 수는 없다.

       

       만일 이 게임이 내 행동을 강제한다면. 하. 그래. 게임을 만든 곳이라도 뒤집어 엎어 볼까.

       

       “비키거라.”

       “예?”

       

       순진한 얼굴로 되묻는 이들을 밀쳐내고서 삼장로의 앞에 섰다. 그는 무심한 얼굴로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이게 인공지능이라니. 아무리 보아도 지금 이것은 삼장로 그 자체거늘.

       

       “삼장로.”

       “예. 소천마시여.”

       “진정 저들이 내 상대가 되리라 생각해서 데려온 건가? 불쾌하군.”

       

       일부러 공격적인 어투를 사용했음에도 삼장로의 얼굴엔 변화가 없었다.

       

       내 평생 이 작자의 얼굴에 흠집을 내 보는 것이 소원이었지. 그건 이 녀석이 죽기 직전에나 이루어 졌었는데 지금은 어떨까.

       

       이 인공지능도 그러할까?

       

       “죄송합니다. 다른 상대를.”

       “그럴 필요 없네.”

       “예?”

       “지금 내 앞에 아주 적당한 상대가 있잖은가.”

       

       삼장로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하하! 그래. 내가 기대하던 반응은 이런 것이었지.

       

       “장난이 과하십니다.”

       “장난이라 생각하는가?”

       

       그의 눈가가 굳었다.

       

       이 자는 인성과는 별개로 유능한 자다. 내가 하는 말이 단순한 농이 아니라는 걸 눈치챘을 터.

       

       무표정한 얼굴 위로 자그마한 감정이 스쳐갔다. 내가 보기에 그건 한심함이었다.

       

       “소천마시여. 당신은 분명 무재를 타고났습니다.”

       

       아이를 타이르듯 삼장로가 말했다.

       

       “허나 세상은 높고. 하늘은 더 드높지요. 분수를 아십시오.”

       

       지겹도록 들은 말이었다.

       

       무림의 늙은이들은 항시 분수란 단어를 달고 살았다. 무림초출에게 자비를 베풀겠다는 오만은 덤이었다.

       

       난 그런 걸 싫어했다.

       

       나이가 많은 게 뭐가 대수인가. 나이와 강함은 비례하지 않는 것을.

       

       무인이 존중해야 할 것은 강자 뿐. 타인의 존경을 사고 싶다면 자신의 강함을 입증하면 된다.

       

       “두려운가?”

       “무어라 하셨습니까?”

       “나이가 들어 귀가 멀기라도 했느냐? 두렵냐고 물었다.”

       

       삼장로가 아무리 감정이 희미한 자라 하나 결국 그도 무인이다. 한참은 어린 이에게. 그것도 자신보다 부족해 보이는 이에게 이런 소리를 듣고 가만있을 수는 없다.

       

       무인에게 자존심이란 곧 생명보다도 중한 것이니.

       

       “제가 두려워하는 이는 천마뿐입니다.”

       “그럼 대련을 거절할 이유가 없겠구나.”

       “후회하지 않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후회라. 그럴 일은 없다.

       

       내 평생이 후회로 가득 차 있는데 거기에 더할 것이 무어가 있겠느냐.

       

       고개를 돌리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두 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저 아해들도 결국은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하겠지.

       

       

       알고는 있다. 하지만 도저히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구나.

       

       “돌아가거라. 내 미안하다만 도움은 다음에 구하마.”

       “그치만.”

       “어허. 소천마의 명이다. 어길 셈이더냐?”

       

       분위기를 잡고 살짝 살기를 보였더니 아이들이 겁을 먹고 허겁지겁 수련장에서 빠져 나갔다.

       

       그래. 이랬어야 했어.

       

       그 때도 이랬어야 했어.

       

       “오늘이 지나면 많은 교육이 필요할 것 같군요.”

       

       삼장로의 어투에 짜증이 섞여 있었다.

       

       저 자는 자비를 싫어했다. 천마란 잔악하고 무도하며 냉정한 이여야 한다 생각했기에.

       

       나이가 들며 깨친 것이지만 이는 개소리였다.

       

       누구라도 상관없다. 어떤 성격이건. 어떤 외모건. 어떤 무공을 쓰건.

       

       하늘에 서서 만마의 위에 군림할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천마다. 거기에 부가적인 조건 따위는 필요치 않다.

       

       “글쎄다. 교육이 필요한 쪽은 어느 쪽일까.”

       

       아무래도 오늘은 내 깨달음을 삼장로에게 전해주어야 할 듯 싶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상현실 내에서는 자동으로 번역기가 돌아간다는 설정입니다.
    천마도 가상현실에선 위엄을 보일 수 있을 겁니다. 아마도?

    # 후기의 닉네님이 닉네임으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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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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