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

       “아. 으아.”

         

        큰일 났다.

         

        어떻게 하지.

         

        큰일 났다.

         

        정말 큰일 났다.

         

        “아, 안 되는데…”

         

        허리에서 뜨거운 피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하지?

         

        큰일 났다.

         

        어떻게 하지?

         

        내 피는 아니었다.

         

        서아의 피였다.

         

        괴물이 서아의 허벅지를 문 것이었다.

         

        “어디로 가, 가야 되지…! 어, 어쩌지…”

         

        내 등에 업힌 서아가 무거웠다.

         

        저질적인 체력 때문에 너무나도 지쳤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어디로든 가야 했다.

         

        어디로든 가서 서아의 피를 멈출 무언가를 구해야 했다.

         

        [아파… 아파… 무서운데…]

         

        서아의 생각이 머릿속에 들려오며 나를 다급하게 만들었다.

         

        힘들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나는 계속 발을 놀렸다.

         

        괴물은 순식간에 우리를 덮쳤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서아를 먼저 덮치고 서아의 허벅지를 깨물었다.

         

        서아가 아파하고 있을 때, 나는 고통에 겨워하는 서아의 모습을 보고는 망설임 없이 늑대에게 칼을 꽂아 넣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하는 살생.

         

        하지만, 그에 대한 감상을 느끼는 것보다 서아를 구하는 게 더 급했다.

         

        또 다른 괴물이 올지도 몰랐다.

         

        우선은 이곳을 벗어나는 게 맞았다.

         

        그렇게 지금까지 계속.

         

        계속.

         

        서아를 엎고 어디론가 향했다.

         

        괴물을 피해서.

         

        서아를 피를 멎게 해줄 무언가를 찾으면서.

         

        끝자락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오, 오빠…”

         

        “어, 어?”

         

        “나, 내려줘.”

         

        [힘들어… 조금만 쉬고 싶어…]

         

        나는 서아의 말을 듣고는 곧장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지… 어, 어…”

         

        “오빠…”

         

        “으, 응…?”

         

        “나 크게 다친 거 아니야… 그니까 조금만 진정해…”

         

        “그, 그치만 피가…”

         

        “번져서 많이 나와 보이는 거야… 오히려 오빠가 먼저 그 괴물을 무찔러줘서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다친거야…”

         

        “그, 그래도…!”

         

        “오빠…”

       

       “어, 응…”

         

        “일단, 내 옷으로 피나는데 묶어줄 수 있어? 나, 유튜브에서 봤어. 천으로 피 막으면 살 수 있대.”

         

        “오, 옷? 어떻게.”

         

        “내, 내 치마 있잖아… 조금만 찢어서 묶어 줘…”

         

        나는 그녀의 치마를 바라봤다.

         

        하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치마.

         

        피에 물들어 일부가 붉어진 치마.

         

        “아, 알겠어…!”

         

        나는 다급하게 그녀의 치마의 끝자락을 찢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힘이 빠져서 그런지 옷이 잘 안 찢어졌다.

         

        찌지익!

         

        찢는다고 해도 반듯하게 찢기지 않고 이리저리 찢길 뿐이었다.

         

        “빠, 빨리. 빨리.”

         

        “천, 천천히 해…”

         

        [아으… 조금 졸린데…]

         

        서아의 생각이 나를 더 급하게 만들었다.

         

        찌직.

         

        찍.

         

        “거의, 거의 다 됐어…!”

         

        “…”

         

        어떻게든 서아의 치마를 찢어 묶을만한 무언가를 얻어 내는데 성공했다.

         

        그때였다.

         

        [뭐야.]

         

        [지금 무슨 상황이야?]

         

        [시발?]

         

        [어?]

         

        “어?”

         

        “아.”

         

        퍽!

         

        고개가 확 돌아갔다.

         

        몸이 휘청거리면 넘어졌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방금 사람들 아니었나?

         

        근데 나를 때렸는데?

         

        왜지?

         

        얼른 서아 피 막아줘야 되는데?

         

        “와… 미 미친새끼… 이 상황에서도…”

         

        “이쪽으로 오길 잘했네요… 조금만 늦었으면…”

         

        “이, 미친… 치마 찢어 놓은 것 봐.”

         

        “이, 씨발새끼…!!!”

         

        퍽!

         

        “커헥…!!”

         

        명치에 발이 들어왔다.

         

        숨이 잘 안 쉬어졌다.

         

        뭐지.

         

        왜지?

         

        아.

         

        다들 오해하고 있는 건가?

         

        “이, 이 씨발!! 이 어린애한테!!”

         

        퍽!!

         

        퍽!

         

        퍽퍽!!

         

        “커… 헥…!!”

         

        숨이 안 쉬어진다.

         

        너무나도 아파서 정신이 멍해졌다.

         

        그래도.

         

        그래도 다행이다.

         

        서아는 살 수 있잖아.

         

        이 사람들이 분명 도와줄 거야.

         

        퍽!

         

        퍽!

         

        “이, 이! 개씨발!!”

         

        “지원아! 이제, 이제 그만해! 죽겠어!”

         

        “그냥 뒤지라고 해 이 씨발!!”

         

        “그, 그래도…!”

         

        “이 새낀 지금 어린애한테 손을 대고 있었어!!! 그냥 가만히 납 둬?!!”

         

        퍽!

         

        아.

         

        또 얼굴 맞았다.

         

        어.

         

        근데 이상하네.

         

        왜 오른쪽 눈이 안 보이지?

         

        잘.

         

        모르겠네.

         

        퍽!

         

        아.

         

        다시 명치.

         

        어라.

         

        나 뭐하고 있었지?

         

        아, 맞아.

         

        맞고 있었지.

         

        이 사람들은 그래도 착한 사람들인가 보다.

         

        오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서아를 생각해 주니까.

         

        하하.

         

        퍽!

         

        ***

         

        “지원아… 이제 그만하자… 이미 기절했어…”

         

        “그래도…!”

         

        “일단 저 아이 치료부터 하자… 다친 것 같은데…”

         

        “…”

         

        “제발…”

         

        “씨발!!”

         

        퍽!

         

        박지원은 이미 피떡이 된 채로 기절한 이 설을 걷어차며 아이가 있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치마가 과격하게 찢어진 그 아이는 허벅지에서 피를 흘리며 아파하고 있었다.

         

        “하…”

         

        그 모습을 바라보자, 다시 이 설에 대한 분노가 차올랐다.

         

        겨우 중학생도 안 돼 보이는 저 작은 어린아이에게 또 끔찍한 짓을 저지르려 했다.

         

        그 생각에 일순 죽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서는 안 됐다.

         

        저 새끼는 끝까지 고통 받아야 하니까.

         

        오히려 다행이었다.

         

        이곳에 소환되기 일주일 전, 이 설이 출소했다는 소리를 들은 그는 다른 민중들과 다름 없이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감옥에서 평생을 썩으며 고문 받다 뒤져도 모자랄 판에 저딴 것이 사회에 풀려난다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이 설은 이곳에 소환됐다.

         

        아마 모두가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저 새끼를 그냥 죽게 둬서는 안 된다.

         

        최대한 고통을 주며 최대로 속죄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빨간 머리 여자, 강아현이라는 여자가 이 설을 죽이려는 남자를 막을 때도 가장 먼저 호응한 것이 그녀였다.

         

        다행이었다.

         

        이 새끼가 살아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이 새끼가 또 한 번의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다.

         

        그리 생각하며 그녀는 아파하고 있는 소녀에게 관심을 돌렸다.

         

        “일단 ‘포션’으로 치료하자.”

         

        “어? 하지만 그건…”

         

        “또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일단 그것부터 쓰자. 아직 모자란 것도 아니고. 어차피 너는 마력 부족하잖아.”

         

        “응…”

         

        가장 먼저 아이에게 달려가 상태를 살폈던 여자, 이세린이 포션을 꺼내 들었다.

         

        피와 같은 붉은 회복약이 들어있는 유리병, 그 뚜껑을 따서 아이의 입에 포션을 들이부었다.

         

        그 결과.

         

        부글부글부글부글.

         

        아이의 상처 부위에선 증기가 올라오며 다시 살이 차오르고 있었다.

         

        “으으윽… 으으으윽…!”

         

        의식을 잃은 아이가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회복하려면 이 수밖에 없었다.

         

        ‘나도 처음에 상처를 치료할 때 되게 아팠지..,’

         

        박지원은 그리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일단.

         

        다시 쉘터로 돌아가야 했다.

         

        미로에는 몬스터들이 꽤나 남아 있었고, 더 이상 돌아다니다간 아이가 다칠 수도 있었다.

         

        “이야… 지원 씨 보기보다 화끈하네?”

         

        “그러게요. 엄청 무서웠네요.”

         

        옆에서 이세린이 치료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두 남자가 서로 맞장구를 치듯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자신에게 다가와 스킨쉽을 유도하는 것이 눈에 뻔히 보였다.

         

        박지원은 그 모숩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어떻게 남자들이란.’

         

        이리도 흑심을 품은 새끼들이 많을까.

         

        이런 상황에서라도 이성을 앞세워 살아나갈 생강을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뭐, 그래도.’

         

        지금 기절해 있는 저 새끼보단 훨씬 나으려나.

         

        적어도 저 남자들은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남자들에게 말했다.

         

        “강원 씨, 태현 씨 일단 저 새끼 좀 깨워 주실 수 있나요?”

         

        “데려가시게?”

         

        “네.”

         

        “오케이 지원 씨가 부탁한 거면 말 들어야지.”

         

        ***

         

        “어! 오빠 나 저기 부모님 인 거 같아!”

         

        “아, 아민아… 뛰, 뛰지 말고 처, 천, 천히…!”

         

        “오빠 오늘 맛있는 것두 사주고 정말 고마워…!”

         

        “어, 어?”

         

        “나 이제 빨리 가볼게…!”

         

        “어, 으응…! 조, 조심히 가…!”

         

        [11세 강모 양이 씨씨티비 하나 없는 곳에서 끔찍하게 살해된 채 발견이 되었습니다.]

         

        [발견 당시 강모 양은 신체가…]

         

        [강 모…]

         

        [강…]

         

        [‘가장 어리고 순수한 신’이 그대에게 관심을 표합니다!]

         

        볼이 따가웠다.

         

        쫙!

         

        쫙!

         

        “아.”

         

        정신이 어지럽다.

         

        나 뭐하고 있었더라.

         

        쫙!

         

        그래.

         

        서아가 다쳐서 분명히 피를 막으려고…

         

        쫙!

         

        그리고.

         

        어떻게 했더라?

         

        쫙!

         

        맞아.

         

        사람들을 만났지.

         

        다들 검이랑 신기한 갑옷들을 입고 있었는데.

         

        쫙!

         

        서아는 괜찮으려나?

         

        그 사람들 나빠 보이지는 않았는데, 서아는 치료해 줬으려나?

         

        쫙!

         

        잘 모르겠다.

         

        쫙!

         

        볼이.

         

        따갑다.

         

        쫙!

         

        볼이.

         

        쫙!

         

        따갑다.

         

        “으, 아…”

         

        나는 눈을 떴다.

         

        남자 두 명이 나를 보고 낄낄대고 있다.

         

        “와… 몇… 일어… 거야…”

         

        “그… 생긴 건… 좆… 서…”

         

        귀가 잘 안 들렸다.

         

        왼쪽 눈은 흐릿했다.

         

        오른쪽 눈은 깜깜했다.

         

        뭐지?

         

        뭐가 가린 건가?

         

        눈을 더듬어 봤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 어…?”

         

        쫙!

         

        얼굴이 거세게 돌아갔다.

         

        동시에, 귀가 회복됐다.

         

        “이 새끼.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네.”

         

        “그러게요. 얼른 일어나야 우리가 출발하는데.”

         

        “야. 들었으면 빨리 일어나 새꺄. 니 업고 갈 생각 없으니까.”

         

        “아, 으. 네, 넷…!”

         

        나는 그 말을 들은 즉시 몸을 일으켰다.

         

        휘청거려 다시 꼴사납게 넘어졌다.

         

        “와… 이딴 새끼가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고? 안 믿기는데?”

         

        “그러게요. 근데 방금 봤잖아요. 애 치마 찢던 거.”

         

        “그건 그렇지. 에이 씨발 기분만 좆같아졌네.”

         

        넘어진 나에게 다가와 내 몸에 무언가를 묶었다.

         

        갑자기 느껴지는 구속감.

         

        밧줄이었다.

         

        팔이 고정돼서 아무것도 할 수 있었다.

         

        아니.

         

        걸을 수는 있겠다.

         

        정신이 멍하다.

         

        퍼억!

         

        “으극…!”

         

        등 뒤에서 남자가 나를 발로 찼다.

         

        “일어나 씨발. 시간 없어.”

         

        “네, 넷…!”

         

        멍한 정신을 붙들어 잡고 몸을 일으켰다.

         

        팔이 묶여 힘들었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일어날 수 있었다.

         

        몸을 일으키자 시야에는 네 명 정도가 들어왔다.

         

        키가 비교적 작고 온순하게 생긴 여자, 나를 묶은 남자 둘.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은 서아를 공주님 안기 하고 있는 키 크고 예쁜 여자 하나.

         

        서아.

         

        서아는 괜찮은 건가?

         

        “와. 이 미친 새끼. 애부터 보는 것 봐.”

         

        쫙!!

         

        얼굴에 다시 충격이 가해졌다.

         

        아팠다.

         

        넘어질 뻔했다.

         

        “정신 차려 이 짐승만도 못한 쓰레기야.”

         

        “강원 형. 차라리 이거 포대를 머리에 씌우는 게 어때요? 아까 빵 담고 좀 남아서 가져온 건데.”

         

        “오 야 잘했다. 그거 씌워.”

         

        “네.”

         

        얼굴에 뭔가가 씌워졌다.

         

        많이 무겁지는 않았지만 답답했다.

         

        모양이 우리가 빵이 있는 곳에서 본 포대랑 똑같았다.

         

        “야. 너 지금부터 바닥만 쳐다보고 가라. 아무것도 안 보여도 바닥만 쳐다보고 가. 멈추면 뒤진다.”

         

        “네, 네…!”

         

        강원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그리 속삭였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최대한 숙였다.

         

        더 맞기 싫었다.

         

        많이 아팠다.

         

        그래도 서아는 멀쩡해 보여서 다행이다.

         

        “뭐해 안 가고.”

         

        퍽!

         

        “윽…”

         

        뒤에서 나를 걷어찼다.

         

        나보고 빨리 걸어가라는 것 같다.

         

        아.

         

        얼른 가야지.

         

        안 가면 죽는다니까.

         

        하하.

         

        “오오 간다. 지원 씨 세린 씨 이제 우리도 출발해야지?”

         

        “알겠어요.”

         

        “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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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t of the Regressor Who Killed Me 523 Times

The Regret of the Regressor Who Killed Me 523 Times

나를 523번 죽인 회귀자가 후회한다
Status: Ongoing Author:
After being falsely accused of being a sex crime murderer and serving time, I was summoned to another world. There, I awakened the ability to read minds and found out there was a regressor. But that regressor was regretting something about me. Why is he acting this way towards me? I don't under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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