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

       

        ‘지옥의 이수아팀’

       

        슬금슬금 다가오는 메두사를 보자 저절로 머리 속에서 다시금 단어가 떠올랐다.

       

        ‘이래서 지옥이라고 했던 건가?’

       

        분명 다른 헌터들이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호흡을 탁 멈추게 하는 불안감.

       

        ‘하 시발.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메두사는 한 번도 처리해본 적 없는데.’

        ‘채수현 이 시발 년 때문에.’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분명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 채수현의 S급 1위를 축하하고는 폭풍 야스를 하며 그간의 고생을 떨쳐버렸어야 하는 것인데.

       

        뒤통수를 거하게 맞아버리는 바람에 계획에도 없었던 블루길드에 가입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이런 상황에 놓여지게 된 것이니까.

       

        ‘아 진짜. 존나 열받네.’

        ‘좆같다.’

       

        인생 계획이 틀어진 것도 짜증 났지만 채수현이 나를 사지로 직접 몰아넣은 것 같아 더욱 열받았다.

       

        꺄르르 대며 이진혁의 손을 잡던 기자회견장 속 채수현의 모습이 떠올랐다.

       

        ‘시발’

        ‘나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나간다.’

       

        이를 악 물었다.

        메두사를 향해 나가려고 움찔거렸다.

       

        “가만히 있으세요. E급으론 택도 없어요.”

       

        이수아 헌터는 재빠르게 내 가슴에 손을 대고는 막아서는 것이었다.

       

        쉬이이익.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재빠르게 메두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디 보자. 일단 정보를 확인해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살짝 달랐다.

        눈을 마주치면 돌이 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던전 속 메두사는 그렇지는 않았다.

        대신 굉장히 재빠른 데에다가 근처 범위 안에서 스킬을 당하면 곧바로 돌이 되어버리고 만다는 것이었다.

       

        메두사 처리 하려면 어케 함?

        ㄴ 걔 꼭 내성 스킬 찍어야 됌. 존나 빨라서 그냥 잡는거 불가능임. 쓸데 없는 객기로 도전해봤다가 뒈지는 새끼들 여럿 봤음.

        ㄴ 그 년 존나 빨라. 절대로 못 잡음. 걔 잡으려고 민첩에 찍으려면 몇 천 포인트는 꼬라박아야 될 듯? 그냥 내성 포인트 찍으셈.

        ㄴ 좆같은게 내가 공격하면 공격할 수록 더 빨라짐. 그래서 속도로는 절대 못 따라잡으니까 꼭 내성 스킬 찍으셈. 괜히 좆 되지 말고.

       

        인터넷에 있는 정보로는 다들 무조건 내성 스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아예 그것이 없이는 해결이 안된다는 듯한 분위기.

       

        ‘이거 봐. 이거 내가 나서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스킬을 곧바로 찍고는 어떻게 해야할지 상황을 보기 시작했다.

        분명히 내가 나서지 않으면 모두 돌이 되어버릴 것이다.

        여기 있는 이수아 헌터 까지도.

       

        나는 슬쩍 이수아를 쳐다봤다.

        그녀는 무척 고통스럽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분위기 상 자신이 직접 나설 수는 없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뒤에서 지휘만 하는 건가?’

       

        얼핏 들었던 얘기로는 대부분의 S급 헌터들은 정신적 이상 때문에 더 이상 던전에서는 크게 활동하지 못한다고 그랬다.

       

        ‘뭐 없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겠군.’

       

        쉬이익.

       

        이것저것 생각하고 준비하던 와중에 메두사가 드디어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번쩍.

       

        기분 나쁜 녹색 빛이 퍼져나갔다.

        그리고는 그 근처에 있던 헌터들은 곧바로 돌이 되어버렸다.

       

        “아이 시발!!!! 다… 다들. 피해. 이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속도라고.”

       

        다들 만반의 준비를 했던 것 같았지만 역시나 인터넷에서 봤던 그대로 뭔가를 미처 해보기도 전에 곧바로 돌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아이. 좆같은 년. 저 스킬만 없어도 족밥인데.”

       

        어느 헌터가 절규하며 소리쳤다.

        그의 말이 맞았다.

       

        돌로 변하게 하는 것 외에는 별 다른 공격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니까.

        다만 돌로 변하게 한 뒤 다시 복구하지 못하도록 파괴를 해버린다고는 했다.

       

        으아아악.

       

        여기저기서 동시 다발적으로 비명이 들려왔다.

        물론 대부분의 비명은 끝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돌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동굴과도 같은 던전 구조 때문에 비명 소리가 울려퍼지며 더 으스스한 분위기가 되었다.

        집단 고문 현장과도 같은 느낌.

       

        짧은 시간 동안 전체의 10% 정도 되는 헌터들이 돌이 되어버렸다.

        그리고는 점점 가까이 우리 쪽으로 빠르게 이동해오며 조여드는 중이었다.

       

        “하. 외… 외부에서 도움은…”

        “가까스로 연락이 되기는 했는데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아잇. 던전 관리국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잔뜩 찌푸린 표정의 이수아가 짜증을 냈다.

       

        “수아씨. 잠시만요. 제가 좀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나는 반드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이 끔찍한 광경을 눈앞에 두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은 인간으로서 말이 안되는 것이었으니까.

       

        “지훈 씨!! 멈추세요. 나서지 마시라고요!”

       

        분명 나를 붙잡으려고 했던 것 같지만 지금 그런 걸 신경쓸때는 아니었다.

        이미 그 짧은 시간동안 40%에 달하는 헌터들이 돌이 되고 말았다.

       

        ‘분명히 내성 스킬은 찍었고.’

        ‘그럼 사실상 무적에 가까운 거지.’

        ‘내가 기본 스텟은 나쁘지 않거든.’

       

        인벤토리에서 적당한 칼을 꺼냈다.

        사실 적당하다라는 표현도 웃기긴 했다.

        게임으로 치면 기본 검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오빠. 어차피 오빠는 무기에 별로 투자 안해도 되지 않아? 나만 일단 성공하면 돼. 내 쪽에 빨리 투자를 하는게 낫지. 쓸데없이 투자하지는 말자.’

        ‘다른 남자들 보니까 이거로도 잘 싸우던데? 오빠도 그 정도 능력은 되지 않아? 그치? 오빠 고마워~’

       

        시발년.

       

        매 순간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타다다다닥.

       

        일단 가장 가까운 메두사에게로 향했다.

       

        “지훈 씨!!!! 멈추라고요!!!!!죽을 지도 모른다고요!!!!”

       

        뒤에서 벌벌 떨며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이수아의 절규가 들려왔다.

       

        으아아아아악.

       

        동시에 다른 헌터들의 비명소리도 뒤죽박죽 섞여있었다.

        이젠 70%에 달하는 헌터들이 돌이 되어버린 상태.

       

        ‘좆됐네. 빨리 처리해야지.’

        ‘괜찮아. 나는 내성 스킬이 있으니까.’

       

        캬아아아!

       

        분명히 내 정면을 바라보며 메두사가 스킬을 사용했다.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는 것을 느꼈다.

       

        살짝 당황하는 메두사의 얼굴.

        이상하게도 메두사의 얼굴에서 채수현의 얼굴이 살짝 비춰졌다.

       

        하도 채수현에게 당했던 것들을 떠올려서 그랬던 것인가.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했다.

       

        ‘좆같은 건 채수현이나 너나 같네.’

       

        순간 메두사를 보며 강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앞으로 던전을 돌 때는 이렇게 해야겠다.’

       

        나는 자신의 스킬이 먹히지 않아 당황해하는 메두사를 앞에 두고는 검을 강하게 쥐었다.

        그리고는 골프를 치는 것 마냥 풀스윙을 하며 메두사의 머리를 치며 마음 속으로 강하게 외쳤다.

       

        ‘잘가라 이 좆같은 채수현. 시발년아.’

       

        서걱.

       

        아주 부드럽게 목이 잘려나갔다.

        그리고는 메두사의 몸은 빠르게 돌로 굳어지더니 괴상한 소리와 함께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휴…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것 같다.’

       

        참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채수현의 1위 달성을 기뻐했다가, 헤어지는 바람에 분노하기도 했다가, 블루 길드에 가입하며 열의를 다지기도 하고, 메두사의 출현에 당황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는 방금 전엔 아주 시원하게 채수현의 머리를 날려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좋은데?”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서 가볍게 말을 내뱉었다.

       

        으아아악.

       

        던전에 울려퍼지는 비명소리에 금새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지금은 이런 거로 좋아할 때가 아니니까.

        다른 사람들이 아직 위험하다.

        돌로 완전히 변해버린 사람들이 부숴지기라도 한다면 끔찍하다.

       

        타타타탁.

       

        나는 여기저기를 다니며 메두사의 머리를 베기 시작했다.

       

        ‘이 시발년.’

        ‘좆같은 년.’

        ‘당장 꺼져.’

        ‘저리 가 이 시발년아.’

       

        너무 오랜 시간 채수현에게 투자를 했던 탓일까.

        나는 아주 깊은 분노에 가득차 있었다.

       

        아주 강력한 풀 스윙으로 메두사의 목을 쳐대며.

        신나게 스트레스를 풀어댔다.

       

        “어억.. 뭐… 뭐야..”

        “당신 E급 아니었어…요?”

        “가… 감사합니다!!”

       

        아직 돌로 변하지 않은 헌터들은 나의 등장에 당황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구세주를 만났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는 알아서들 다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메두사를 처리하다보니 어느덧 1마리 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일로 와. 어딜 가려고.”

       

        분명 등장할 때는 기세등등하게 나타났던 메두사였지만, 자신의 동료들이 사라진 것을 보고 크게 당황하는 것이 분명해보였다.

        살짝 벌벌 떠는 모습을 보이며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중이었다.

       

        ‘응. 어딜 도망가. 못 도망가.’

       

        채수현, 아니 메두사는 몸을 움츠린 채로 방어적인 자세를 하고 있었다.

        물론 몇 번을 스킬을 사용했지만 나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응. 계속 해봐. 나한테는 안통해.’

       

        스르릉.

       

        칼을 땅에 질질 끌며 메두사에게 다가갔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내가 점점 다가가자 메두사는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었다.

       

        “야. 이 좆같은 년아. 잘 가라.”

       

        채수현에게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을 하고 난 뒤 세로로 쪼개버렸다.

       

        돌이 되어 흩어져버린 메두사의 잔해를 보며 꽤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진짜 진심이었는데. 시발.’

        ‘가지고 놀았냐?’

       

        고개를 떨구고 있었는데 뒤쪽에서 생존한 헌터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저… 지훈 씨? 괜찮아요?”

       

        가장 먼저 들려온 목소리는 이수아였다.

       

        “네. 저는 괜찮습니다.”

        “저 지훈 씨 혹시 돌이 되어버린 헌터들을 풀어주실 수 있을까요.”

       

        살짝 정중한 태도로 다른 관리자 헌터가 말을 해왔다.

       

        “넵.”

       

        재빠르게 돌아다니며 이미 돌이 되어버린 헌터들을 터치하고 다녔다.

        내 손길에 다들 금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으아아악… 시… 시발… 어..? 뭐… 뭐지..? 나 살았나?”

        “아아아악..엥? 뭐야?”

        “오잉? 뭐야? 던전 관리팀이 왔나?”

        “오. 사… 살았다. 오오.”

       

        다시 되돌아온 사람들은 상황을 깨닫고는 환호하는 중이었다.

       

        ‘휴… 뭔가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나름 잘 끝난 것 같네.’

       

        많은 땀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슬쩍 닦아냈다.

       

        “저… 지훈… 씨…?”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복구를 하던 나를 뒤쫓았던 건지, 내 등 뒤로 이수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앗. 너무 깝쳤나.’

       

    다음화 보기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