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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6. 이름

       

       

       치이익- 치이익-

       

       프라이팬 위에 고기가 자글자글- 소리를 내며 노릇노릇하게 익어갔다.

       불판이 없어 아쉽기는 해도, 고기를 굽는 것은 후라이팬으로도 충분했다.

       사실 지하라서 환기가 안 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지만.

       

       ‘맛있으면 그만이지.’

       

       연기랑 냄새를 아주 잠깐 맡는다고 해서 죽지는 않잖아?

       오래 맡으면 죽겠지만.

       그냥 노릇하게 익은 고기를 맛있게 먹으면 되는 거다.

       나는 다 익은 고기들을 젓가락으로 집어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녀석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바닥에 접시를 내려 놓았다.

       

       “일단 이거부터 먹어. 더 구워서 줄게. 내가 고깃집 알바도 1년 정도 해봐서 맛있을 거야.”

       

       삼겹살이 아닌 앞다릿살이긴 해도.

       대충 소금으로 간도 맞췄으니 먹을 만 하겠지.

       녀석들은 접시를 향해 순간 경계하긴 했지만.

       이내, 고기를 향해 코를 가져다 대며, 냄새를 깊게 음미했다.

       모습을 보아하니 꽤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가만히 두면 자기들끼리 알아서 잘 먹겠지.’

       

       고정 관념이긴 해도 드래곤이 고기를 싫어할 리 없으니까.

       나는 다시 후라이팬 앞으로 돌아가, 고기 굽기 작업에 집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빨간 도마뱀이 내 바지 밑단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벌써 다 먹었어?”

       “샤아악-“

       “빨리도 먹네.”

       

       힐끗-

       나는 곁눈질로 접시를 확인했다.

       한 입도 먹지 않아, 처음 줬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다.

       

       ‘냄새 잘 맡아서 금방 먹을 것 같았는데. 왜 안 먹었지?’

       

       뭐가 문제일까?

       나는 작업을 중단하고 자세를 낮춰 녀석과 눈을 마주했다.

       이유를 알기 위함이었다.

       

       “왜 도마뱀. 무슨 문제야. 내가 구운 건 먹기 싫어?”

       “샤아악-!”

       “그건 아니야? 그럼, 양이 너무 적어서 입에 대기도 싫어?”

       “샤아악-!”

       

       빨간 도마뱀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럼 뭔데?”

       “샤아악-”

       

       녀석은 식탁과 접시를 번갈아 쳐다봤다.

       

       “아하.”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당장 저 접시를 식탁으로 올리라는 무언의 어필인가.

       나는 그 정도의 단순한 어필을 못 알아챌 만큼 눈치 없는 사람이 아니다.

       

       “식탁에서 밥 먹고 싶다는 거지?”

       “샤아악.”

       

       그제서야 빨간 도마뱀이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를 바닥에서 하고 싶지 않은가 보다.

       역시 드래곤은 드래곤인가?

       

       “하긴 바닥에서 밥을 먹는 건 짐승들이긴 하지. 빨간 도마뱀아, 이걸 본능으로 안 거야. 아니면, TV에서 배운 거야?”

       “샤아악-!”

       

       녀석은 아무런 움직임 없이 울음소리로 답했다.

       

       “그렇게 대답하면 뭐라고 하는지 몰라, 임마.”

       

       아무튼 바닥에서 식사하기 싫다는 거다.

       드래곤답게 품위를 지키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그 의견은 반영해, 접시를 들어 식탁 위로 올렸다.

       그러자, 녀석들이 기다렸던 것처럼 의자를 향해 펄쩍- 뛰어올랐다.

       

       “샤아악-!”

       “…”

       “샤아아-!”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녀석들은 4족 보행을 하기에, 머리가 식탁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입이 접시에 닿지 않았다.

       의자에 앉았다기보다는 의자에 올라간 느낌이다.

       나는 녀석에게 친절히 물었다.

       

       “그래 봤자 식탁에 입이 안 닿잖아. 그냥 다시 바닥에 내려줄까?”

       “샤아악-!”

       

       빨간 도마뱀이 가만히 있으라며 나를 위협했다.

       절대 바닥에서 식사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녀석은 잠시 가만히 고민하더니 상체를 일으켜, 짧은 다리로 의자 위에 섰다.

       

       “샤아악-!!”

       

       짧은 두 다리로 허리를 곧게 편 빨간 드래곤.

       그러나, 그 다리로는 무거운 상체를 지탱하기 힘든 걸까.

       자꾸만 몸이 넘어지려 위태롭게 휘청거렸다.

       

       “샤아악-!”

       

       그러나, 녀석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허리를 세웠다.

       녀석은 휘청거리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짧디 짧은 팔을 식탁에 기대었다.

       그제서야 몸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을 되찾았다.

       불가능처럼 보이는 일을 결국 현명하게 성공하고 말았다.

       

       “캬- 너 대단하다? 드래곤이긴 하네!”

       “샤아악-! 샤아악-!”

       

       녀석은 내게 무시하지 말라는 듯이 화를 냈다.

       다른 드래곤도 조금 전에 빨간 드래곤의 행동을 따라 해, 안전하게 식탁에 머리를 내놓았다.

       4족 보행에서 2족 보행.

       진화를 성공한 드래곤에게 남은 일은 고기를 향해 머리를 들이미는 것뿐이었다.

       

       “샤아악-!!”

       “…”

       “샤아아-!!

       

       와구와구-

       

       짭짭-

       

       녀석들은 입에 넣은 고기를 천천히 이빨로 씹었다.

       꽤나 입맛에 맞는 것처럼 보였다.

       

       ‘드래곤이 식탁에서 고기 먹는 모습을 다 보네.’

       

       세상을 오래 살지는 않았고, 적당히 살고 볼 일이다.

       

       “아, 맞다. 고기 구워 놨는데.”

       

       다 태워 먹을 뻔했네.

       나는 재빨리 돌아가 고기를 뒤집었다.

       고기를 잘 구우려면 이 뒤집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춰야만 했다.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고기를 앞뒤로 한 번씩만 뒤집으면 편하기는 해도. 두 번씩 뒤집는 편이 더 맛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방식으로 고기를 구워왔다.

       이유는 모르지만 이렇게 먹는게 가장 맛있다.

       

       ‘사실 제일 맛있는 건 남이 구워주는 고기지만.’

       

       아무튼.

       나는 고기를 구우면서도 가끔 고기를 내 입에 넣어서 익었는지 확인도 하면서 비어있던 배를 채웠다.

       당연히 일회용 밥 같은 건 없었다.

       돈이 어디 있다고.

       애초에 이렇게 고기를 구워 먹는 것만 해도 기적에 가까웠다.

       

       ‘가스비도 연체됐었는데. 불이 안 끊겨서 다행이야.’

       

       내 경험상 연체가 6개월 정도 되면 빠른 시일 내에 가스를 끊겠다며 협박을 해온다.

       그렇게 되면 집에서 더 이상 불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내가 집을 비웠던 게 6개월 전이니까…’

       

       곧 연락이 오고.

       가스가 끊기겠군.

       지금 이 고기를 굽고 있는 불이 사라지기 전,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듯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다 봐도 무방했다.

       

       “마지막으로 고맙다, 불아.”

       

       나는 마지막 만남이 될 불을 향해 애도의 말을 전했다.

       이제는 익숙한 혼잣말을 내뱉으며 놀고 있던 사이.

       빨간 도마뱀은 벌써 고기를 다 해치웠는지, 입을 벌린 아기 새처럼 울음소리를 냈다.

       

       “샤아악-! 샤아악-!”

       “샤아-”

       

       재촉하기는.

       드래곤이 먹기에도 맛있는 모양이다.

       

       “누가 구웠는데. 당연히 맛있겠지.”

       

       더 먹고 쑥쑥 커라.

       나는 녀석들의 접시에 다 익은 고기를 부어줬다.

       녀석들은 접시에 머리를 처박고서 맛있게 고기를 먹었다.

       그걸 지켜보는 나의 입가에는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렇게 식탁이 꽉 찼던 적이 언제였더라.’

       

       이 녀석들의 진짜 아빠는 아니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빠가 된 기분이었다.

       

       “천천히 먹어라. 체 하겠다.”

       “샤아악-!”

       “…”

       

       

       ***

       

       

       사실 집에서 고기를 구우면 크나큰 단점이 존재한다.

       그건 바로 냄새라는 녀석이다.

       그 녀석은 집의 온갖 곳에 들러붙어, 고기 특유의 꿉꿉한 냄새를 나게 한다.

       그렇기에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행위를 피하고는 한다.

       

       그런데.

       

       “왜 오늘은 아무런 냄새도 안 나지?”

       

       이상하다.

       반지하도 아닌, 지하라서 환기가 안 되는데?

       그러고 보니 문을 열어두지도 않았는데 연기도 없던 것 같은데?

       

       그리고.

       

       왜 곰팡이의 습기도 느껴지지 않는 거지?

       환기가 불가능한 구조인데, 환기를 시킨 것처럼 공기가 뽀송뽀송한 느낌이다.

       

       “공기 청정기가 풀가동하고 있는 느낌이야. 써본 적은 없지만.”

       

       집에 들어올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밥 먹고 이제 좀 바닥에 앉아서 쉬려고 하니까, 이상한 부분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예상해 볼 수 있는 경우는 단 하나.

       

       “드래곤의 능력인가.”

       

       나는 저 멀리에 위치한 드래곤 패밀리를 쳐다봤다.

       어제와 다르게 거리가 조금 줄어들어 있었다.

       그중에서 내 딸이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나를 향해 화사한 울음소리를 내주었다.

       

       “샤아아-!”

       “흠.”

       

       대화가 안 통해서 물어볼 수는 없겠네.

       누가 이런 변화를 끌어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좋은 일은 내 딸이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그냥 내 딸이 한 일이라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저 멀리 있는 내 딸을 향해 소리쳤다.

       

       “잘했다, 내 딸아!”

       “샤아아-!”

       “너는 커서 휼륭한 공기청정기가 될 거란다.”

       “샤아아-!”

       

       내 딸은 영문도 모르는 채, 내 칭찬을 마구 받았다.

       아까 밥을 먹을 때 고기를 그리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녀석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존재하기만 해도 주변 공기를 맑게 하는 기운을 가진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슬슬.

       

       “이 아빠가 이름을 지어주도록 할까.”

       

       이제 슬슬 녀석들에게 이름을 지어줘야 할 것 같다.

       언제까지 빨간 도마뱀, 파란 드래곤, 초록 드래곤이라 부를 수 없으니 말이다.

       나는 몸을 일으켜 뭉쳐있는 드래곤들을 향해 다가갔다.

       빨간 도마뱀은 전보다 덜 경계하며 뒷걸음을 쳤다.

       

       “샤아악-!”

       “크흠. 다들 집중.”

       

       나는 헛기침으로 관심을 끌어모은 뒤, 목소리에 무게를 실어 말했다.

       

       “언제까지 너희를 색깔로 분류할 수 없으니. 이 아빠가 너희들에게 이름을 지어줄까 한다. 다들 불만은 없겠지?”

       “샤아악-! 샤아악-!”

       

       빨간 도마뱀은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어차피 불만을 가지든 말든 소용없다.

       일을 열심히 하면서 이름을 생각해놨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름이 없으면 어차피 서로가 불편하다.

       

       “가장 먼저. 첫째. 빨간 도마뱀.”

       “샤아악-!!”

       “너의 이름은 화련(火蓮). 내 성을 따서 이화련이다.”

       “샤아아악-!!”

       

       그렇게나 좋은 건가.

       화련이는 이름이 생겨 기분이 좋은지, 아주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아이 참.

       나는 내게 강렬히 항의하는 화련이를 건너뛰고, 옆에 가만히 서 있는 파란 드래곤에게 말했다.

       

       “둘째. 파란 드래곤.”

       “…”

       “너의 이름은 수련(水蓮). 이수련이다.”

       “…”

       

       수련이는 평소처럼 입을 꾹 닫고 있었다.

       아마 속으로는 이름이 생겨 기분이 좋겠지.

       그럴게 분명하다.

       나는 그리 생각하고는 마지막 내 딸을 향해 말했다.

       

       “막내. 초록 드래곤!”

       “샤아아-!”

       “너의 이름은 초련(草蓮)! 이초련이다!”

       “샤아아-!!”

       

       초련이는 이름이 생겨 기쁜지 제자리에서 방방-뛰었다.

       그 옆에 화련이도 기쁜 건지 화난 건지 모르지만 방방-뛰고 있었다.

       화목한 가족이 아닐 수가 없었다.

       

       “너희들이 이름을 받아들여서 참 다행이구나.

       “샤아악-!”

       “내가 일하면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이름이니.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된단다.”

       

       이건 정말이다.

       나름 녀석들의 이름에는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화련이 같은 경우에는 빨간색이기도 하고, 성격이 불같기도 하고…

       수련이 같은 경우에는 파란색이기도 하고, 성격이 차갑기도 하고…

       초련이 같은 경우에는 초록색이기도 하고, 성격이 화사하기도 하고…

       

       공통으로 들어가는 연꽃 연(蓮)은 녀석들이 나중에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만의 꽃을 피웠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있다.

       불이든, 물이든, 풀이든.

       녀석들이 약속대로 성체까지 잘 자라기만 하면 된다.

       

       ‘잘 클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야 하겠지.’

       

       성체가 될 때까지.

       자신만의 둥지로 떠날 때까지.

       안전하게 키워주면 된다 말하기는 했지만.

       딱히 그렇게만 할 생각은 없다.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받지 못한 채로 커서 그런 건지 몰라도.

       최대한 내 능력이 닿는 선까지 키워보려 한다.

       나는 그편이 남는 후회도 없을 테고, 약속도 지킬 수 있어 옳다고 생각한다.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나를 바라보는 드래곤들을 눈에 담았다.

       

       “화련, 수련, 초련.”

       

       너희들.

       

       “앞으로 잘 지내보자.”

       

       나는 녀석들을 드래곤과 같은 종족이 아닌, 이름으로 불렀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제서야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두꺼운 벽이 살짝 얇아진 느낌이 들었다.

       관계는 서로의 이름을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법이니까.

       나와 드래곤의 관계는 지금부터 시작이라 봐도 무방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느린 다르팽이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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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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