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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연회는 수도의 귀족가 자제들이 전부 몰려온 듯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나와 마리아가 입장했다는 집사의 외침조차 소음에 묻힐 정도로.

        ​

        “후작가에서 개최해서 그런가, 사람이 엄청 많구만.”

        ​

        “뭐, 공작가는 사실상 연회를 안 여니까요. 황실에서 주최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가장 격이 높은 연회에 참석하지 않을 사람은 적지 않을까요.”

        ​

        마리아는 이런 자리가 익숙한 듯 지나가는 시종에게 음료를 받아 마시며 나를 이끌었다. 나는 술이나 음료를 딱히 좋아하지 않아 그저 마리아를 따라 안으로 향하고 있으니, 그녀를 알아본 사람들이 점점 몰려들었다.

        ​

        “전하, 그간 강녕하셨는지요.”

        ​

        “전하, 혹시 저번에 보내드린 선물은-”

        ​

        “처음 뵙겠사옵니다. 저는 동부 로이스게라 출신의-”

        ​

        누가 봐도 마리아에게 잘 보일 생각이 가득한 영애와 공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런 자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낭만과 가장 거리가 먼 단어를 꼽으라면 현실과 이성이 있었고, 정치는 현실을 대표하는 개념 중 하나였다.

        ​

        그렇기에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

        꽈악.

        ​

        “…전하?”

        ​

        마리아가 내 팔을 붙잡아 끌어 팔짱을 끼기 전까지는.

        ​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끌렸다.

        ​

        아, 젠장.

        ​

        “…누구지?”

        ​

        “저 문장은 처음 보는데.”

        ​

        “얼굴도 처음인데? 혹시 저 공자님의 얼굴을 아는 사람 있니?”

        ​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

        “뭐 하는 거야?!”

        ​

        귓가에 작게 속삭이며 따져 물었다. 마리아는 모른 체하며 마찬가지로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

        “뭘 새삼스럽게 그래요. 제 파트너로 연회에 참가했으면서.”

        ​

        “뭐…?”

        ​

        잊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같은 마차에 타고 함께 저택에 들어왔었지. 그녀를 호위할 무렵에는 욕실 빼고는 다 따라다니던 탓에 거리감이 무뎌져 있었다.

        ​

        안 그래도 성인식도 치르기 전에 싸돌아다닌 탓에 이런 사교계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거리감이 망가진 사람과 함께 움직이다 보니 이 상황이 뭘 의미하는지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

        “잠깐만, 그럼 나는 아예 네 파트너로 찍힌 거야?”

        ​

        “그렇죠?”

        ​

        “내 의사는 어쩌고?!”

        ​

        내 반응에 마리아는 나를 힐끗 노려보았다.

        ​

        “제가 붙잡으려 하면 또 도망치려 할 게 뻔한데, 제가 뭘 믿고 당신의 의견을 물어봐요?”

        ​

        “…음, 그래, 전과가 있었지.”

        ​

        아니, 잠깐만, 이건 내가 도망가냐 마냐가 문제가 아니라 내 인생이 걸린 문제 아닌가? 

        ​

        생각해보니 이 상황, 조금만 삐끗해도 부마 엔딩으로 직행할 수 있는 중차대한 상황이었다.

        ​

        내 낭만 판타지 라이프가 위기에 처했다!

        ​

        곧장 따지려 들었으나, 마리아가 내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

        ​

        “빌, 당신이 또 도망가도록 둘 바에야 당신의 발목을 붙잡는 데 제 인생을 걸겠어요.”

        ​

        “…….”

        ​

        그렇게까지 말하면, 나는 또 할 말이 없었다.

        ​

        …어라?

        ​

        “네 인생을 건다니, 그게 무슨-”

        ​

        “그럼, 저는 이만 영애들과 이야기를 나누러 가볼게요.”

        ​

        “어? 어어-”

        ​

        “당신도 간만에 지인들 만나서 이야기 좀 하고 계세요. 금방 돌아올게요.”

        ​

        내가 그녀의 말을 캐묻기 전에 마리아는 빠르게 팔짱을 풀고 손을 흔들며 걸음을 옮겼다. 누가 봐도 아름답게 꾸며진 미소와 휘어진 눈꼬리는 덤이었다.

        ​

        “꺄아악!”

        ​

        “들었어? 당신이래!”

        ​

        “뭐야? 정말 전하의 이거인 거야?”

        ​

        갑자기 터져 나온 이슈에 영애들이 호들갑을 떨며 마리아를 따라 사라졌다. 나는 공자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으며 자리에 남아 우두커니 서 있었다. 대부분은 놀라워하는 눈빛이었지만, 일부 나를 꿰뚫을 기세로 노려보는 이들이 있었다.

        ​

        ‘진짜 많이 능글맞아졌네.’

        ​

        한숨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내뱉진 못했다. 저렇게 노골적으로 나오는데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내가 그녀와 미래에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착각을 뿌려 사회적 인식을 통해 나를 붙잡을 생각이리라.

        ​

        그녀 자신의 평판과 미래를 담보 삼으면서까지 내가 곁에 있기를 바라는데, 또 말도 없이 훌쩍 떠나는 건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물론 정말 이대로 정착할 생각은 없지만, 하다못해 설득하거나 그녀의 마음이 바뀌길 기다리는 정도의 성의는 보여야겠지.

        ​

        설마 정말로 내 미래와 그녀의 미래를 맞바꾸자고 생각할 리는 없을 테니까.

        ​

        “크흠.”

        ​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이 시선을 어떻게든 치우는 게 문제였다. 눈동자를 굴리며 어떻게든 빠져나갈 틈이 있나 살폈다. 그러던 와중, 내 레이더에 목표가 포착됐다.

        ​

        “오, 이게 누구야!”

        ​

        과거 여행을 다니다 만난 자작가의 아들이 눈에 들어왔다. 영지의 이름은 기억이 잘 안 났지만, 가문의 이름은 기억났다. 발데크였지, 아마?

        ​

        “말렉! 오랜만에 보는구나.”

        ​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에 팔을 걸고 사람들의 틈바구니를 빠져나갔다. 여전히 내게 쏠리는 시선이 있긴 했지만, 내가 자리를 비키니 대부분의 사람은 다시 자기들끼리의 모임에 집중했다.

        ​

        아무래도 그들에게 관심 없다는 내 의사는 잘 전달된 모양이었다.

        ​

        “빌, 빌헬름 경.”

        ​

        그저 얼굴 한 번 봤을 뿐 변변한 친분도 없는데 갑자기 내 친구 취급을 당한 말렉만 벌벌 떨 뿐이었다.

        ​

        내가 위협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러나 싶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도 인사만 하고 바로 제 방에 틀어박혔을 정도로 내향적인 성격이었던 것이 떠올랐다.

        ​

        그런 사람이 갑자기 사람들의 시선 한가운데로 내몰렸으니 충분히 그럴 만 한 것 같았다. 괜스레 미안해지네.

        ​

        “음, 고맙다. 덕분에 난처한 상황을 모면했네.”

        ​

        “아, 아닙니다. 제가 무슨….”

        ​

        아무래도 이 친구를 여기서 더 붙들고 있는 건 못 할 짓인 것 같았다. 세상에, 팔다리 덜덜 떨리는 걸 보라지.

        ​

        “나중에 고향 저택으로 귀한 거 하나 보내줄게.”

        ​

        “네? 가, 감사합니다!”

        ​

        적당히 손을 흔들며 그를 뒤로하고 연회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꽤 신기한 광경이었다. 물론 음식 자체야 지구에서 익숙하게 보던 것들과 비슷해서 크게 관심이 가진 않았지만, 저택이 마법과 각종 장치로 꾸며진 모습이나 사람들 돌아다니는 모습은 그 자체로 내 흥미를 이끌었다.

        ​

        중간중간 아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특별히 친분도 없는 이들이 대부분에 다들 자기들끼리 나름대로 무리를 이루고 있었기에 끼어들기엔 애매했다.

        ​

        내 또래가 없어 잠시 의아하긴 했지만, 곧 이들이 성인식을 위해 모여든 이들이라는 것을 새삼 기억해냈다. 그럼 당연히 내 또래는 없겠지. 그 친구들은 이미 몇 년 전에 성인식을 치렀을 테니까.

        ​

        내가 만난 이들 중 올해 성인식에 참가할만한 이들이 없나 한 번 떠올려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리아를 제외하곤 마땅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

        ‘…그래서 마리아가 여기 참석한 건가?’

        ​

        내 또래는 이미 다들 저마다 영지에서 자기 역할을 맡거나 독립을 준비 중일 때니까. 뭐, 나도 언젠가는 기사단장 자리를 이어받기 위해 돌아가야 하긴 했지만.

        ​

        아무튼, 중요한 건 어디서 시간을 때우느냐였다.

        ​

        마리아는 아는 사람들을 만나라고 하긴 했지만, 솔직히 나는 귀족들의 세계에 별 관심이 없었다. 정확히는 우리 가문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제국 귀족계에 별 관심이 없었다. 우리와 별로 상관도 없었고.

        ​

        변경백 작위를 맡고 있긴 했지만, 이것도 제국과 우리 가문의 연결고리를 상징하는 작위일 뿐이었다. 제국의 변경백이라지만,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은 국경 너머 이웃 나라가 아니라 저 너머 초원의 유목민이었다.

        ​

        그렇다고 제국의 지원이 빵빵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요컨대, 우리가 수도에 잘 보여야 할 메리트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

        아버지도 내게 황제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했을 뿐, 다른 이들에게 잘 보이라고 하지는 않았었다. 아버지 본인부터가 딱히 주변 영지를 제외하면 제국 귀족들과 친분이 없기도 했고.

        ​

        “뭐, 적당히 구석에 박혀 있으면 잘 모르겠지.”

        ​

        연회장을 돌며 맛있어 보이는 음식 몇 개를 맛보고 정원 쪽으로 빠져나왔다. 어디로 가야 할까 고민하던 중 내 눈에 아마도 호위를 위해 따라온 기사들이 정원 외곽에 모여 시간을 때우는 모습이 보였다.

        ​

        동종업자들이 모여있다니, 이건 못 참지.

        ​

        곧바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싱글벙글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

        “다들 여기서 뭐 하고 있나?”

        ​

        “헉, 죄, 죄송합니다?”

        ​

        가슴팍에 가문 문장을 새긴 브로치가 달린 것을 본 기사들이 벌떡 일어나 차렷 자세를 취했다. 갑자기 뭐 죄송할 게 있나 싶어서 살펴보니 모닥불을 피워두고 자기들끼리 육포라거나 이런저런 것들을 구워 먹고 있었던 것 같았다.

        ​

        그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

        “왜 이런 걸 먹고 있어? 너희는 밥 안 줬어?”

        ​

        “예, 저희는 초대받은 사람들이 아닌지라….”

        ​

        이런 천인공노할 놈들을 봤나.

        ​

        제아무리 초대받은 당사자가 아니라지만, 집에 손님이 왔는데 밥을 안 줘?

        ​

        이제 알았다. 뷔르템부르크 후작가의 수준. 너희는 이제 내 안에서 스웨덴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다.

        ​

        “잠깐 기다려봐.”

        ​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기사들도 대부분 작게나마 영지를 갖고 있는 귀족이었다.

        ​

        우리 가족처럼 기사단에 소속되면 모든 것을 지원해주는 경우가 아닌 이상에야 기사단이라 해도 장비는 모두 자력 조달하는 것이 이 시대의 평균이었다. 기사가 마력을 쓸 수 있는 이 세상에서, 기사가 착용할 장비의 가격을 부담할 수 있는 이들은 영지를 가진 귀족이나 어지간히 규모가 있는 상인들 뿐이었다.

        ​

        그리고 상인은 보통 그 돈으로 용병단을 고용하니, 기사의 대다수가 귀족 출신일 수밖에 없었다. 그걸 감안하면 이들도 나름 가문을 이을 순번만 아닐 뿐 대부분 귀족가의 자제들이란 뜻이고.

        ​

        그건 곧 이들이 적어도 이 집안의 사용인들보다는 신분이 높다는 의미였다.

        ​

        그럼에도 이들이 제대로 식사조차 대접받지 못한다면, 그건 이들보다 아득히 높은 사람이 명령을 내렸다는 경우의 수 말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

        이런 경우, 범인은 뻔했다.

        ​

        “욤, 또 나쁜 버릇이 도졌군.”

        ​

        이 연회의 주최자인 욤 폰 뷔르템부르크, 용의자는 그뿐이었다.

        ​

        “이봐, 잠깐 나 좀 보자고.”

        ​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가 시종 한 명을 불러세웠다.

        ​

        “저기 저 사람들 보이나?”

        ​

        “예, 호위 기사들 말씀이시지요?”

        ​

        “어, 쟤들 먹을 식사 좀 가져다줘.”

        ​

        내 말에 시종의 고개를 저었다

        ​

        “도련님께서 저분들에게는 음식을 대접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초대받지 않은 이들에게는 연회 음식을 제공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

        역시나, 그놈이 그럴 줄 알았다. 논리야 뻔했다. 호위를 하러 온 이들이 어찌 같이 주인과 연회를 즐길 수 있냐는 생각을 하고 있겠지. 특히 술의 경우 정신을 혼미하게 하니, 돌아가다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핑계도 댈 거고.

        ​

        하지만 그거야 술만 안 주면 되는 거 아닌가. 저택 호위는 뷔르템부르크 가문 휘하의 기사단과 수도경비대가 어련히 알아서 할 테고.

        ​

        하지만 내가 시종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는 없었다. 이건 신분 문제가 아니라 상하관계의 문제였다. 이들은 뷔르템부르크 가를 모시는 이들이지 나를 따르는 이들이 아니었으니까.

        ​

        하지만, 이런 상황에 맞는 방법이 다 있었다.

        ​

        “저들에게 식사를 가져다주면 이걸 주마.”

        ​

        시계를 끌러 시종이 들고 있는 쟁반 위에 올려두었다. 이건 마리아가 준 게 아니라 원래부터 내가 쓰던 물건이었다. 나름 내가 애지중지하는 물건이긴 하지만, 여행을 다닐 때 워낙 험하게 써서 여럿 망가졌기에 여분도 많아 줘도 상관없는 물건이었다.

        ​

        하지만 시종들에게는 다르겠지. 애초에 손목시계 자체가 엄청나게 비싼 시대였다. 보석까지 박혀 있으니 원자재의 가격 자체도 엄청났고.

        ​

        시종 또한 귀족가에서 오래 일하며 쌓은 안목이 있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지요.”

        ​

        얼마 지나지 않아 시종들이 나와 기사들에게 음식을 나눠주었다. 그들이 감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기에 씩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었다.

        ​

        나도 같은 기사로서 이 친구들이 푸대접받는 꼴을 보면 역시 기분이 별로란 말이지.

        ​

        “가, 감사합니다!”

        ​

        “고마우면 일 열심히 하고 너희 주군이나 잘 지켜주고.”

        ​

        “예!”

        ​

        우렁차게 답하는 기사들을 뒤로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정원을 구경하며 시간을 때우던 중이었다.

        ​

        “뭐야? 누가 얘들한테 먹을 걸 줬어?”

        ​

        기분 나쁘게 찢어지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돌아보니 누가 봐도 간신배처럼 얍삽하게 생긴 빼빼 마른 귀족이 기사들 앞에서 땍땍거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음식을 전해준 시종들이 일렬로 선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

        다들 곁눈질로 내 손목시계를 받은 시종을 재촉했다. 그가 결국 주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자진하려 하고 있었다.

        ​

        “내가 시켰는데.”

        ​

        그래서 내가 나섰다.

        ​

        “내가 쟤들한테 밥 주라고 시켰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

        비실이(가칭)는 내가 당당하게 말하자 갑자기 확 움츠러들었다. 내 태도를 보고 아마 고위 귀족일 거라고 지레짐작한 모양이다. 전형적인 강약약강, 내가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

        “호, 혹시 어느 가문의 누구신지 알 수 있겠습니까?”

        ​

        “호엔베른 가의 빌헬름이다.”

        ​

        그래서 일부러 사람들이 잘 모르는 가문명을 댔다. 애초에 내 이름도 그리 유명하지 않았다. 다들 나를 괴물 사냥꾼 빌(간혹 빌리라 부르는 사파들이 있긴 하지만)이라고만 부른 탓에 내 풀네임이 퍼지진 않았으니까. 애초에 그게 내가 의도한 바기도 하고.

        ​

        당연히 수도는 물론 사교계에서도 내 이름과 성을 들어본 적 없었을 테니, 비실이는 어깨를 쭉 펴고 자신만만한 태도로 내게 따져 물었다.

        ​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로군요. 보아하니 이제 막 상경한 말단 귀족 같은데, 지금 뷔르템부르크 후작의 장남이신 욤 공자께서 명령하신 것에 이의를 제기하시는 겁니까?”

        ​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어, 그래. 하도 같잖은 명령이라 내가 시종 시켜서 밥 좀 줬다.”

        ​

        “지, 지금 뭐라고-”

        ​

        그의 말을 끊고 물었다.

        ​

        “그런데, 내가 소개를 했으면 너도 자기 출신을 밝히는 게 기본 예의 아닌가?”

        ​

        비실이는 눈썹을 찌푸리면서도 고개를 치켜들고 이름을 밝혔다.

        ​

        “뷔르템부르크 후작가를 모시는 팔켄하우젠 자작가의 장남, 다니엘 팔켄하우젠입니다. 아버지께서 후작을 곁에서 모시듯, 욤 공자를 곁에서 모시고 있는 측근이지요. 이제 제가 누군지 좀 아시겠습니까?”

        ​

        “그러니까 너는 자작가 아들이란 말이지?”

        ​

        “예, 예, 그렇습니…다…?”

        ​

        그러나 자신의 소개에도 불구하고 내 태도가 달라지지 않자, 다니엘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

        나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한 번 까딱여 턱 끝으로 저택을 가리켰다.

        ​

        “네가 모시는 주군 불러와. 네 무례에 대해 따져야겠으니.”

        ​

        내 말에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깨달은 다니엘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시, 실례가 아니라면, 가문의 작위를 여쭤도 괜찮겠습니까…?”

        ​

        나는 내 가슴께에 달린 브로치를 가리켰다.

        ​

        “내 아버지께서는 브란덴의 변경백이시다.”

        ​

        정확히는, 가문의 문장 위에 새겨진 황금 인장을.

       

       우리 가문이, 수도에 아무런 기반이 없어도 변경백으로서 권력을 잘만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상징하는 바로 그 증표를.

        ​

        “선제후시지.”

        ​

        자고로 선제후 위에는 오직 황제와 왕 외에는 아무도 군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아펠리아 제국에 왕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

        그리고 신분제 사회에서, 신분은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이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건 너의 신분이 낮은 것일 뿐.

        ​

        신분 낮은 다니엘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I Wished for Romance, but it Turned Out to be a Romance Fantasy

I Wished for Romance, but it Turned Out to be a Romance Fantasy

낭만 판타지를 꿈꿨는데 로맨스 판타지였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dreamed of a life filled with romance¹ and romanticism, but I didn’t dream of a romance fantasy… —- ¹ The “Romance” here means a feeling or atmosphere of something new, special and exciting, e.g., a hero’s adven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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