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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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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왕을 흔쾌히 초대하다니…보통 남자가 아니었군’
    ‘설마 새로운 경지를 본 건가?’
    ‘분위기도 그렇고…악마가 몸을 뺏기라도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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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사천왕을 제 거점으로 초대해버린 오딜의 행동에 경악과 감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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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왕님께선 아샨 왕국을 점령하고자 하신다. 이곳에 참여할 사람은 없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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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회의는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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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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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흐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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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쾌한 아침, 달콤한 냄새가 주방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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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딜 녀석 악몽을 꾼 것 같던데. 달콤한 걸 먹으면 좀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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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식사를 가져갔을 때 창백한 얼굴로 덜덜 떨고 있던 오딜의 모습을 떠올리며 주황빛을 뿜어내는 오븐에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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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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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이머가 멈췄다. 장갑을 끼고 오븐을 열자 달콤한 초코칩 쿠키 향기가 훅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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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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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코칩이 콕콕 박힌 쿠키가 빠르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적당히 식은 쿠키를 하나 들어 반으로 쪼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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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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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구운 쿠키는 무시무시한 맛을 자랑했다. 달콤한 맛을 음미하며 수달 미소를 짓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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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한 입만.”
    “응? 그럴래? 자, 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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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깨를 손톱 끝으로 툭툭 두드리며 걸어오는 말에 반사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반쪽 남은 쿠키를 내밀었다. 뒤늦게 들려온 목소리가 오딜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땐 섹시하게 생긴 여자가 쿠키를 오물거리며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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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으읏! 꺄아아 -..! 너무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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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맛있다는 듯 몸을 흔들자 커다란 마음이 눈앞에서 흔들렸다. 나는 멍한 얼굴로 웅장한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코끝이 시큰거렸다. 자신도 모르게 인중이 길어지려는 순간 그녀가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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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나랑 같이 가자!”
    “예,예? 누,누구십니까?”
    “나? 라니아!”
    “그,그게 아니라…오딜님의 손님이십니까?”
    “응? 뭐 그렇지. 당사자는 없어진 거 같지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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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딜이 사라져버렸다는 말에 깜짝 놀라 주방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굳이 나를 막지 않았다. 나는 다급히 그의 실험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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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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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실험실은 꾸며놓은 게 무색하게 강도라도 든 것처럼 엉망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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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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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넋을 놓던 그때, 등 뒤에 따뜻하고 말랑한 -…세계의 모든 진리가 담긴 지혜의 주머니가 닿았다. 달콤한 과일 향기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동시에 뱀이 먹이를 휘감는 것처럼 허리에 팔이 둘러졌다. 어깨 위에 제 얼굴을 걸친 라니아는 쩌적하고 굳어버린 내 귀에 뜨거운 숨을 후우하고 불었다.
    ​
   
   “히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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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몸에 퍼져나가는 오싹한 소름에 몸을 파드득 떨며 도망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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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퍽! 콰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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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으억..!”
    ​
    ​
    앞으로 넘어지다 못해 빙글빙글 굴러 벽에 부딪혔다. 머리에 혹이 훅하고 솟았다. 나는 익숙하게 혹을 꾹 누르며(누르면 들어간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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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오딜님께서 어딜 가셨는지 아시나요?”
   “아니? 나도 막 와서 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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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작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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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니아는 어느새 내가 구워놓은 쿠키를 야금야금 먹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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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도망가지 않았을까? 그 녀석 겁이 엄청 많으니까.”
   “예? 뭐에게서 도망을 간단 말입니까?”
   “그야 나한테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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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말에 나는 뒤늦게 라니아의 모습을 상세하게 살펴보았다. 비키니를 입은 것이나 다를 없는 옷차림과 가터벨트, 웅 – 장한 가슴과 화려한 화장까지. 틀어 올려 묶은 머리카락 덕분에 드러난 목선을 훑어보자 코가 또다시 시큰거렸다.
    ​
    ​
    “흐응? 왜? 내가 예뻐?”
    “예,예.”
   “뭐? 정말? 꺄하하하! 너 진짜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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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 바로 아래 가장 강한 네명의 부하 사천왕. 그녀가 사천왕의 자리를 차지한 후 모두 그녀를 미친년이라 부르거나 욕정에 불타 탐할 생각만을 했지, 눈앞에 있는 소년처럼 순수하게 부끄러워한 적은 없었다. 그 모습이 꽤 귀여워 군침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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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지? 뭔가 위험한데?’
    ​
    ​
    나는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가슴팍을 가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라니아가 당장 리안을 덮칠 것처럼 두손을 들어 보였다. 그 모습에 나는 헛숨을 삼키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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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타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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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속에 비상벨이 위잉위잉 울리고, ‘변태다!’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
    ‘어? 괜찮을지도?’
    ​
    ​
    라니아가 심각하게 못생긴 추녀나, 굉장히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면 모를까…그녀는 매우 아름다운 외모와 웅장한 것을 가진 멋진 여성이었다. 마음이 본능 쪽으로 기울려던 그때, 시선 끝에 그녀의 귀걸이 시선에 들어왔다.
    ​
    ​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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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에 보석을 문 해골 머리를 뱀이 휘감고 있는 형태의 귀걸이, 굉장히 특이하게 생겨서 한 번 보면 잊기 쉽지 않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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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사천왕 중에 미친년이 차고 있던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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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제야 라니아라는 이름이 익숙하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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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이사람 사천왕…? 오딜은 그걸 알고 도망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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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츄읍, 자 이리 와.”
    “히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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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금슬금 풀리던 손에 힘이 들어가 다시 가슴팍을 가렸다. 나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며 히죽거리는 라니아에게서 도망치려 했다.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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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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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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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질러진 물건 중 하나에 부딪혀 몸이 뒤로 넘어갔다. 그와 동시에 라니아가 달려들었다. 그녀의 눈이 위험하게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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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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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콰앙! 쿠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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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혀,형 이게 무슨 소리야?”
   
    ​
    네로는 연신 들려오는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에 몸을 떨며 노아의 손을 붙잡았다. 노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돌가루가 떨어지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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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이라도 쳐들어온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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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니아에게 붙잡히고 싶지 않아 리안이 발버둥 치며 도망치고 있던 탓이지만 두 사람이 이를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옆 감옥에 갇혀있는 아이들도 똑같이 두려움을 보이며 몸을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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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멈,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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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쿵쾅거리던 소리가 멈추고 불길할 정도의 침묵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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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텁,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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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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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쪽에서 누군가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얼굴이 감옥 앞에 얼굴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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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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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옷이 다 쥐어뜯기고 벌건 손자국이 이곳저곳에 난 리안이 쟁반을 든 채 모습을 드러냈다. 
    ​
    ​
    “죽는 줄 알았네.”
    “…!”
    ​
    ​
    약간은 허탈하다는 듯이 뱉어낸 말이 너무나 끔찍한 의미를 담고 있어 아이들의 몸이 덜컥 굳었다. 처연하게 보일 정도로 낮게 가라앉은 표정을 짓고 있던 그가 시선을 돌려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쳤다고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리안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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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얘들아, 간식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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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쟁반을 내려놓았다. 아이들의 시선이 쟁반 쪽으로 쏠렸다. 달콤한 향기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
    ​
    “와서 하나씩 받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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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그에게 음식을 받아먹는 것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곧바로 그의 앞으로 뛰어왔다. 리안은 한 번도 본적 없는 새카만 무언가가 박힌 과자를 아이들의 손에 쥐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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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부서지니까 조심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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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곤 쿠키를 조금씩 녹여 먹기 시작했다
    ​
    ​
    “흐읍…!”
   “흐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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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도 하지 못한 달콤한 맛에 몇몇 아이들이 딸꾹질하며 몸을 떨었다. 어느새 릴리가 쿠키를 받을 차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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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 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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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릴리는 리안의 손목에 남은 새파란 멍 자국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자 리안이 슥 소매를 내리며 멋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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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 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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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릴리는 쿠키와 리안을 번갈아보다가 조심스럽게 쿠키를 받아 돌아갔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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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키를 전부 나눠준 리안은 아이들이 쿠키를 깔끔하게 먹어 치우는 걸 웃으며 바라보다가 감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옆 감옥으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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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아가 리안의 엉망인 꼴에 입을 벌린 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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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누가 때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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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직설적인 질문에 리안이 처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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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일도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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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그리 말하며 ‘캬~ 이 거지. 이 대사 해보고 싶었다고!’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그저 험한 꼴을 보고 최대한 버티고 있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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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것보다 이거 먹어. 너희들 먹으라고 쿠키를 구웠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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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상처는 전혀 돌보지 않고 남을 먼저 챙기는 모습에 노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울컥거리는 감정을 느꼈다. 이는 네로 또한 다르지 않았다. 네로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노아의 품을 벗어나 리안에게 다가가 그의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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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혀,혀엉. 아프면 아프다고 해도 돼.”
    “…? 응, 그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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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세계에서 이 정도 상처는 상처 축에도 끼지 않았기에, 리안은 네로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네로가 유독 착하고 순한 아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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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거 먹어. 너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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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입술을 우물거리며 감사하단 말을 건넨 후 리안에게 다가왔다. 처음보다 훨씬 누그러진 모습에 리안은 슬며시 웃음이 지어졌다.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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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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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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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옥 구석에서 붉은색의 덩어리가 훅 날아올라 리안에게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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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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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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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차에 치인 것처럼 훅 날아 벽에 처박혔다. 그의 허리에 붉은 머리를 가진 소녀가 매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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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킁킁,킁킁! 마싯는..내앰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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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녀가 리안의 몸에서 나는 냄새에 코를 킁킁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휙 돌렸다. 잘 구워진 쿠키가 소녀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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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글거!”
    ​
    ​
    소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쿠키에 달려들었다. 노아와 네로는 벽에 기댄 채 쓰러져있는 리안에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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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쿨럭쿨럭.”
    “…! 너!”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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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이 왈칵하고 피를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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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본 작품은 전체이용가로..수위는 없을 예정입니다 :ㅇ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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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왕을 흔쾌히 초대하다니…보통 남자가 아니었군’

‘설마 새로운 경지를 본 건가?’

‘분위기도 그렇고…악마가 몸을 뺏기라도 한 건가?’

다들 사천왕을 제 거점으로 초대해버린 오딜의 행동에 경악과 감탄을 보내고 있었다.

[ 마왕님께선 아샨 왕국을 점령하고자 하신다. 이곳에 참여할 사람은 없는가? ]

이후 회의는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

“흐흐흥.”

상쾌한 아침, 달콤한 냄새가 주방을 가득 채웠다.

‘오딜 녀석 악몽을 꾼 것 같던데. 달콤한 걸 먹으면 좀 낫겠지?’

아침 식사를 가져갔을 때 창백한 얼굴로 덜덜 떨고 있던 오딜의 모습을 떠올리며 주황빛을 뿜어내는 오븐에 다가갔다.

띵!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이머가 멈췄다. 장갑을 끼고 오븐을 열자 달콤한 초코칩 쿠키 향기가 훅 퍼져나갔다.

“맛있겠다.”

초코칩이 콕콕 박힌 쿠키가 빠르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적당히 식은 쿠키를 하나 들어 반으로 쪼갰다.

“어디…합.”

막 구운 쿠키는 무시무시한 맛을 자랑했다. 달콤한 맛을 음미하며 수달 미소를 짓고 있을 때.

“나도 한 입만.”

“응? 그럴래? 자, 아 -….응?”

어깨를 손톱 끝으로 툭툭 두드리며 걸어오는 말에 반사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반쪽 남은 쿠키를 내밀었다. 뒤늦게 들려온 목소리가 오딜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땐 섹시하게 생긴 여자가 쿠키를 오물거리며 먹고 있었다.

“끄으읏! 꺄아아 -..! 너무 맛있어!”

정말 맛있다는 듯 몸을 흔들자 커다란 마음이 눈앞에서 흔들렸다. 나는 멍한 얼굴로 웅장한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코끝이 시큰거렸다. 자신도 모르게 인중이 길어지려는 순간 그녀가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했다.

“너! 나랑 같이 가자!”

“예,예? 누,누구십니까?”

“나? 라니아!”

“그,그게 아니라…오딜님의 손님이십니까?”

“응? 뭐 그렇지. 당사자는 없어진 거 같지만.”

“네?”

오딜이 사라져버렸다는 말에 깜짝 놀라 주방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굳이 나를 막지 않았다. 나는 다급히 그의 실험실로 들어갔다.

“허…”

그의 실험실은 꾸며놓은 게 무색하게 강도라도 든 것처럼 엉망이 되어있었다.

물컹.

넋을 놓던 그때, 등 뒤에 따뜻하고 말랑한 -…세계의 모든 진리가 담긴 지혜의 주머니가 닿았다. 달콤한 과일 향기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동시에 뱀이 먹이를 휘감는 것처럼 허리에 팔이 둘러졌다. 어깨 위에 제 얼굴을 걸친 라니아는 쩌적하고 굳어버린 내 귀에 뜨거운 숨을 후우하고 불었다.

“히익!”

온몸에 퍼져나가는 오싹한 소름에 몸을 파드득 떨며 도망갔다.

퍽! 콰광!

“억,으억..!”

앞으로 넘어지다 못해 빙글빙글 굴러 벽에 부딪혔다. 머리에 혹이 훅하고 솟았다. 나는 익숙하게 혹을 꾹 누르며(누르면 들어간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오딜님께서 어딜 가셨는지 아시나요?”

“아니? 나도 막 와서 잘 몰라.”

와작와작.

라니아는 어느새 내가 구워놓은 쿠키를 야금야금 먹으며 말했다.

“아마 도망가지 않았을까? 그 녀석 겁이 엄청 많으니까.”

“예? 뭐에게서 도망을 간단 말입니까?”

“그야 나한테서?”

“…?”

그녀의 말에 나는 뒤늦게 라니아의 모습을 상세하게 살펴보았다. 비키니를 입은 것이나 다를 없는 옷차림과 가터벨트, 웅 – 장한 가슴과 화려한 화장까지. 틀어 올려 묶은 머리카락 덕분에 드러난 목선을 훑어보자 코가 또다시 시큰거렸다.

“흐응? 왜? 내가 예뻐?”

“예,예.”

“뭐? 정말? 꺄하하하! 너 진짜 마음에 든다!”

마왕 바로 아래 가장 강한 네명의 부하 사천왕. 그녀가 사천왕의 자리를 차지한 후 모두 그녀를 미친년이라 부르거나 욕정에 불타 탐할 생각만을 했지, 눈앞에 있는 소년처럼 순수하게 부끄러워한 적은 없었다. 그 모습이 꽤 귀여워 군침이 돌았다.

‘뭐지? 뭔가 위험한데?’

나는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가슴팍을 가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라니아가 당장 리안을 덮칠 것처럼 두손을 들어 보였다. 그 모습에 나는 헛숨을 삼키며 생각했다.

‘쇼타콤!?’

머릿속에 비상벨이 위잉위잉 울리고, ‘변태다!’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 괜찮을지도?’

라니아가 심각하게 못생긴 추녀나, 굉장히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면 모를까…그녀는 매우 아름다운 외모와 웅장한 것을 가진 멋진 여성이었다. 마음이 본능 쪽으로 기울려던 그때, 시선 끝에 그녀의 귀걸이 시선에 들어왔다.

‘저거…’

입에 보석을 문 해골 머리를 뱀이 휘감고 있는 형태의 귀걸이, 굉장히 특이하게 생겨서 한 번 보면 잊기 쉽지 않게 생겼다.

‘분명…사천왕 중에 미친년이 차고 있던 거 아닌가..?’

나는 그제야 라니아라는 이름이 익숙하다는 걸 깨달았다.

‘설마…이사람 사천왕…? 오딜은 그걸 알고 도망친…’

“츄읍, 자 이리 와.”

“히이익!”

슬금슬금 풀리던 손에 힘이 들어가 다시 가슴팍을 가렸다. 나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며 히죽거리는 라니아에게서 도망치려 했다. 그 순간.

툭.

“아.”

어질러진 물건 중 하나에 부딪혀 몸이 뒤로 넘어갔다. 그와 동시에 라니아가 달려들었다. 그녀의 눈이 위험하게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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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콰앙! 쿠르릉!

“혀,형 이게 무슨 소리야?”

네로는 연신 들려오는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에 몸을 떨며 노아의 손을 붙잡았다. 노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돌가루가 떨어지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괴물이라도 쳐들어온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라니아에게 붙잡히고 싶지 않아 리안이 발버둥 치며 도망치고 있던 탓이지만 두 사람이 이를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옆 감옥에 갇혀있는 아이들도 똑같이 두려움을 보이며 몸을 움츠렸다.

“…? 멈,췄나?”

쿵쾅거리던 소리가 멈추고 불길할 정도의 침묵이 내려앉았다.

텁,턱.

“..!”

위쪽에서 누군가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얼굴이 감옥 앞에 얼굴을 내밀었다.

“하아…”

옷이 다 쥐어뜯기고 벌건 손자국이 이곳저곳에 난 리안이 쟁반을 든 채 모습을 드러냈다.

“죽는 줄 알았네.”

“…!”

약간은 허탈하다는 듯이 뱉어낸 말이 너무나 끔찍한 의미를 담고 있어 아이들의 몸이 덜컥 굳었다. 처연하게 보일 정도로 낮게 가라앉은 표정을 짓고 있던 그가 시선을 돌려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쳤다고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리안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얘들아, 간식 먹자.”

그는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쟁반을 내려놓았다. 아이들의 시선이 쟁반 쪽으로 쏠렸다. 달콤한 향기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와서 하나씩 받아가.”

이미 그에게 음식을 받아먹는 것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곧바로 그의 앞으로 뛰어왔다. 리안은 한 번도 본적 없는 새카만 무언가가 박힌 과자를 아이들의 손에 쥐여주었다.

“잘 부서지니까 조심히 먹어.”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곤 쿠키를 조금씩 녹여 먹기 시작했다

“흐읍…!”

“흐끅!”

상상도 하지 못한 달콤한 맛에 몇몇 아이들이 딸꾹질하며 몸을 떨었다. 어느새 릴리가 쿠키를 받을 차례가 되었다.

‘멍 자국…’

릴리는 리안의 손목에 남은 새파란 멍 자국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자 리안이 슥 소매를 내리며 멋쩍게 웃었다.

“자, 여기.”

“..”

릴리는 쿠키와 리안을 번갈아보다가 조심스럽게 쿠키를 받아 돌아갔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쿠키를 전부 나눠준 리안은 아이들이 쿠키를 깔끔하게 먹어 치우는 걸 웃으며 바라보다가 감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옆 감옥으로 향했다.

“…!”

노아가 리안의 엉망인 꼴에 입을 벌린 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형…누가 때렸어요?”

네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직설적인 질문에 리안이 처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일도 없었어.”

리안은 그리 말하며 ‘캬~ 이 거지. 이 대사 해보고 싶었다고!’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그저 험한 꼴을 보고 최대한 버티고 있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것보다 이거 먹어. 너희들 먹으라고 쿠키를 구웠거든.”

제 상처는 전혀 돌보지 않고 남을 먼저 챙기는 모습에 노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울컥거리는 감정을 느꼈다. 이는 네로 또한 다르지 않았다. 네로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노아의 품을 벗어나 리안에게 다가가 그의 품에 안겼다.

“혀,혀엉. 아프면 아프다고 해도 돼.”

“…? 응, 그래. 고마워.”

개그 세계에서 이 정도 상처는 상처 축에도 끼지 않았기에, 리안은 네로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네로가 유독 착하고 순한 아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자 이거 먹어. 너도.”

“…고,마워.”

노아는 입술을 우물거리며 감사하단 말을 건넨 후 리안에게 다가왔다. 처음보다 훨씬 누그러진 모습에 리안은 슬며시 웃음이 지어졌다. 그 순간.

“머글거!”

슈욱!

감옥 구석에서 붉은색의 덩어리가 훅 날아올라 리안에게 날아왔다.

쿵!

“커헉..!”

리안은 차에 치인 것처럼 훅 날아 벽에 처박혔다. 그의 허리에 붉은 머리를 가진 소녀가 매달려있었다.

“킁킁,킁킁! 마싯는..내앰새에..”

소녀가 리안의 몸에서 나는 냄새에 코를 킁킁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휙 돌렸다. 잘 구워진 쿠키가 소녀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머글거!”

소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쿠키에 달려들었다. 노아와 네로는 벽에 기댄 채 쓰러져있는 리안에게 달려갔다.

“쿨럭쿨럭.”

“…! 너!”

“형!”

리안이 왈칵하고 피를 토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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