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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촉수가 되고 싶다.

   아일레의 의뢰를 들은 나는 눈두덩이를 감싸메며 생각에 잠겼다.

     

   지금 내가 뭐라고 들은 거지?

     

   나는 입 바깥으로 튀어나오려는 생각을 애써 틀어막으며 조심스레 되물었다.

     

   “음…… 그러니까 촉수를 갖고 싶다는 건가요?”

   “아뇨. 전 촉수가 되고 싶어요.”

   “아하- 촉수가 갖고 싶은 게 아니라 되고 싶다…….”

     

   그게 되겠냐.

   그러나 나는 매몰차게 거절하지 않았다. 십대 소녀 아닌가. 대부분 머리가 꽃밭인. 눈앞에 있는 소녀는 꽃밭이 아니라 파리지옥밭인 모양이었지만 어쨌건…….

     

   아무튼 촉수를 거절했다가 다음엔 뭐가 날아들지 모르지 않은가. 막무가내로 거절했다가 더 심각한 게 날아들기 전에 상담이 필요했다.

     

   “왜 하필 촉수가 되고 싶은 거예요?”

   “……그게 가장 기억에 남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기억에 남는다?”

   “네. 마법소녀의…… 그녀들의 기억 속에.”

   “흐음- 기억에 남는다라.”

     

   다행히 이건 적절한 대화로 해결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세계로 넘어와 읽었던 마법소녀에 대한 서적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마법소녀들은 이계에서 넘어온 세계의 적이랑 싸운다고 하던데, 맞나요?”

   “네? 네에… 맞아요.”

   “그리고 그 세계의 적이란 것들은 이 세상 생김새가 아니라 웬 촉수 괴물처럼 생겼다고.”

   “그것도, 맞아요.”

   “아일레가 촉수가 된다면, 그냥 그 세계의 적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마법소녀의 기억에 남기는커녕 매일 보던 놈들 중 하나구나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어요.”

   “윽-.”

     

   그 말이 정곡에 찔렸는지 아일레는 미약한 신음을 내뱉었다. 그녀의 심각한 표정을 보아하니 본인도 내 말에 공감하는 듯 했다. 좋았다. 이대로 내가 만들기 쉬운 방향으로 유도하면 되겠다.

     

   “그래도 아일레가 촉수가 되고 싶다면, 최대한 노력해볼게요. 하지만 마법소녀의 기억에 남고 싶은 거라면…… 지금까지 나타난 적 없는 존재가 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존재한 적 없는 존재가 된다……?”

   “네. 예를 들어 악의 마법소녀라든지.”

   “아, 악의 마법소녀……!”

     

   지구에서 본 여러 마법소녀 애니메이션에서는 흔히 등장하는 설정이었지만, 놀랍게도 이 세계에선 나타난 적 없는 존재였다. 하기야 물리적으로 나타날 수 없는 세계이기도 했다.

     

   마법소녀는 정령인가 뭔가 하는 녀석들이 힘을 주는 존재요, 그놈의 정령들은 이계의 적을 막아내기 위해 탄생한 반대급부 같은 녀석들인지라 인류의 적이 될 이에게 힘을 주고 있을 이유가 없다.

     

   이계의 적과 싸우다가 악으로 타락한다? 그런 건 불가능하다. 아까도 말했듯이 이계의 적이라는 건 지성 있는 존재라기보다 크툴루-신화에 나오는 괴물들에 가깝다. 마법소녀가 싸우다 죽었으면 죽었지 그런 쪽으로 각성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다.

     

   그리고 악의 마법소녀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아일레에게 있어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들린 모양이다.

     

   “과, 과학자 씨! 저, 저 되고 싶어요…! 악의 마법소녀가!”

   “음. 좋아요. 원하는 디자인은 있나요?”

   “이, 있어요!”

     

   아일레는 그리 외치더니 어디론가 후다닥 달려갔다. 잠시 후, 그녀는 노트 하나를 들고서 다시금 나타났다. 

     

   “여, 여기…….”

     

   본인의 노트를 남에게 보여주는 게 퍽 부끄러운지 말을 더듬고 얼굴을 붉히며 내밀기는 했지만, 촉수를 만들어달라는 것보다야 나았으므로 나는 그 노트를 건네받은 뒤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평소에도 마법소녀가 되고 싶었나?’

     

   노트 안에는 중2병에 걸린 소녀가 끄적일 법한, 시커멓고 레이스에 치장 치렁치렁달린 자작 드레스가 그려져 있었다. 미학적이라고 해야 할지 자학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모습의 드레스가.

     

   조용히 노트를 구경하고 있자, 아일레가 손발을 꼼지락거리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 어떤가요……?”

   “─잘 만들었네요. 멋진데요? 이렇게 만들어드릴게요.”

   “네, 네…! 감사합니다…! ……그, 그런데. 저 같은 게 이런 걸 입어도 될까요? 마법소녀들은 다 예쁘고 귀여운 애들밖에 없는데. 저, 저는 예쁘지도, 귀엽지도 않고…….”

   “아일레는 충분히 귀여워요. 제가 보증할게요.”

   “네, 네혜엣-!? 제, 제가 귀엽다니…….”

     

   칭찬을 받는 게 어색한지, 마구 얼굴을 붉히던 아일레는 안절부절못하다가 연구실을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한숨을 내쉬며 노트로 눈길을 돌렸다.

     

   “요즘 애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네…….”

     

   촉수가 되고 싶다느니 마법소녀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느니-.

   저건 빌런이 아니라 정신병원에 먼저 가야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뭐, 그런 건 보스가 알아서 하겠지. 나는 노트 안에 있는 드레스를 어떻게 실현시킬지만 고민하면 된다.

     

   당장 이 디자인을 똑같이 따라서 만드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디자이너한테 의뢰하면 되려나…….’

     

     

   * * *

     

     

   이 세상에는 지구와 다르게 초능력이 존재한다. 그 초능력을 활용한 히어로도 존재하고, 당연히 빌런도 존재한다. 뿐만이랴. 인간이 아니라 짐승의 특성을 따라한 수인, 마법소녀와 그 대적자인 세계의 적, 또 뭐냐 아무튼 씹덕 오타쿠 같은 존재들이 가득…….

     

   그러니까 눈앞에 있는 이런 녀석도 존재할 수는 있다는 뜻이었다.

     

   “오호호- 저를 불러주시다니, 뭘 좀 아시는 분이군요.”

   “아, 예…….”

     

   보스에게 옷 만드는 디자이너 한 명이 필요하다고 그랬더니, 다음 날 가위 인간이 찾아왔다. 가위손이 아니었다. 가위 인간. 커다란 가위가 두 발로 걸어다니는 괴상한 존재였다.

     

   나는 저런 게 어떻게 실존하느냐, 그리고 저런 게 어떻게 걸어다니냐에 대해 한참 고민하다가 길게 생각하면 내 손해라는 사실만 깨달았다. 

     

   “에이트입니다. 성함이?”

   “시저스-지저스라고 합니다. 자, 그래서 제가 만들 작품은 어떤 거죠?”

   “이건데…… 조금 조잡합니다.”

     

   조심스럽게 노트를 건네자 대체 시저스의 동체가 반짝였다. 대체 뭘로 앞을 보는 건지 모르겠건만 노트를 확인한 시저스는 후후- 웃음을 내뱉었다.

     

   “재밌는 디자인이군요. 이걸 저에게 맡기시겠다고?”

   “……아, 너무 어려웠나요?”

   “어렵다니-! 제가 만들지 못 하는 옷은 없습니다! 다만, 정말 이런 걸 만들기 위해 저를 불렀냐 하는 겁니다.”

     

   다시금 가위가 반짝인다. 무언가 날카로운 살기 같은 게 느껴졌다. 입안이 쩍쩍 마르는 걸 느낀 나는 헛기침 몇 번을 내뱉으며 이 디자인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었다.

     

   “이건 저희 조직 간부가 입을 마법소녀 복장입니다.”

   “……마법소녀?”

   “예. 저희 기술력으로 마법소녀를 재현할 수 있을까란 실험을 하는 지라…… 실험자 본인이 요구한 디자인입니다만. 문제가 된다면 바꾸겠습니다.”

   “─아니, 선생님. 그렇게 쉽게 포기하시면 안 되지요.”

   “네?”

     

   중학생이 끄적인 것같은 허접한 디자인이라 못 만들겠다면 다른 디자인으로 바꿔주겠단 말이었는데, 시저스는 자신을 자르겠다고 알아듣기라도 한 건지 내 손 위에 차가운 가위손을 얹으며 입을 열었다.

     

   “오호호, 좋습니다! 단순히 옷 나부랭이를 만드는 게 아니라 특별한 힘을 가진 복장이라면, 이 시저스-지저스! 흔쾌히 손을 빌려드리지요!”

   “감사합니다. 아, 재료는 이걸 사용해주세요.”

     

   나는 미리 만들어둔 실을 내밀었다. 이 세상에는 초능력이 존재한다. 그 중에는 제 힘을 담아서 보관할 수 있는 능력도 존재한다. 레갈리아가 아끼던 로봇 R…어쩌고도 그런 능력을 담은 전지가 들어가 있었다.

     

   이 실에도 마찬가지. 힘을 담을 수 있는 능력자를 찾아 실 자체에 힘을 부여했다. 이 실로 만들어진 옷에는 자체적인 에너지가 담길 것이요, 그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장치를 여럿 달아 마법소녀를 흉내낼 것이다.

     

   뭐, 그러기 위해선 우선 옷부터 만들어져야겠지만…….

     

   “얼마 안 걸립니다. 이 옷을 입을 간부라는 사람이나 불러주시길!”

   “아, 예.”

     

   전신이 가위요 칼인 가위인간답게 그는 순식간에 실을 재봉하기 시작했다. 과연 저 정도 속도라면 어지간한 재봉틀보다 재봉 속도가 빠른 것 같았다.

     

   레갈리아가 괜히 부른 게 아니라는 듯, 드레스는 정말 눈에 보이는 속도로 완성되어가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면 옷 한 벌이 완성될 수준. 적당히 옆에서 드레스에 달 무구를 연구하던 나는 완성될 기미가 보이자 슬슬 아일레를 찾아 떠났다.

     

     

     

   “이, 이건…….”

   “오호호- 아가씨가 이 드레스의 주인? 슬슬 완성될 차례니 한 번 입어봐요. 안 맞는 부분이 있으면 고쳐야 하니.”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아일레는 완성된 드레스를 보며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던 물건이 눈앞에 나타났으니 놀라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시저스의 도움을 받아 드레스를 시착했다. 시저스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고칠 부분을 순식간에 파악, 마무리 조정을 끝냈다.

     

   그렇게 완성된 드레스는 정말이지 악의 마법소녀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과, 과학자 씨…! 어, 어떤가요?”

     

   “멋져요.”

   “으흐음- 칭찬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랍니다? 사랑스럽고 귀여워요. 아가씨.”

     

   “네, 네에에…….”

     

   옆에서 가위인간이 무어라무어라 중얼거리긴 했지만 그닥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신경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 시선은 온전히 아일레에게 향해 있었다.

     

   ‘저렇게 좋아할 줄이야…….’

     

   마법소녀복을 입고 빙글빙글 도는 아일레는 드레스자락을 이리저리 들어올리거나 마법봉 따위를 휘두르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저리 좋아하는 걸 보니 이제와서 악의 마법소녀 같은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간 정말 크게 실망하겠지. 펑펑 울고서 보스에게 달려가 나를 자르라고 말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만들 수 있겠지?

   나는 무사히 마법소녀복을 완성할 수 있도록 기도했다.

   왠지 이 세계라면 실존하고 있을 거 같은 머신-스피릿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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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vil Scientist is Too Competent

The Evil Scientist is Too Competent

Status: Ongoing
I became a scientist for an evil organization. …But I’m too compe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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