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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사실, 펜타곤 아카데미의 입학 시험과 졸업 시험은 동일했다.

        

        각성자라면 응당 갖춰야 하는 기술. 지식. 실전 경험.

        이 모든 게 부족할 신입생 때, 풋내기들은 입학 시험에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실감한다.

        

        각성했으니 이제 세상이 내 것인 줄 알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이런 식으로 콧대가 잔뜩 죽는 것.

        

        이후, 4년간 절차탁마한 생도들은 똑같은 시험에 재차 도전한다.

        몰라보게 성장한 자신의 실력을 체감하며, 단계를 하나하나씩 공략하고.

        결국 10단계에 도달해 졸업장을 거머쥘 때까지.

        

        아카데미에서 일종의 수미상관을 거두라는 의미의 시험이었다.

        

        ———그러나, 서유진은 하나의 의문을 품었다.

        

        

        ‘잠깐. 그럼 신입생 때 다 깨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말도 안 되는 난이도지만, 신입생 때 10단계를 클리어하면?

        이거 대학 수시 면접장에 박사 논문 가져가는 급 아닌가?

        어떻게 되나 궁금하네. 당장 해봐야지.

        

        그가 입학 시험이란 이름의 튜토리얼을 파고들게 된 계기이자.

        회귀 전, 빙의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10단계를 클리어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고이다 못해 썩어버린 실력이 다시 한 번 세상에 펼쳐졌다.

        

        

        -투콰아앙!!!!

        

        

        입학 시험의 보스 몬스터. 처형자.

        무려 A급 게이트에서 출몰하는 난적의 촉수가 허공을 할퀴며 쇄도했다.

        현역으로 뛰는 각성자들이 보면 PTSD를 호소할 정도로 불규칙한 공격이었다.

        

        지켜보던 교관이 고개를 저었다.

        

        

        ‘별다른 모션도 없고, 어딜 노릴지는 마지막까지 랜덤. 저 생도라 해도 회피 불가….’

        

        -까딱.

        

        ‘피했어!!!?’

        

        

        하지만 유진은 고개를 한 번 까딱하는 것만으로 공격을 회피했다.

        마치 그리 공격이 올 걸 알고 있던 사람처럼, 여유롭게.

        

        금색 눈이 요사스럽게 번뜩였다.

        

        

        [스킬 ‘완전 최면’을 발동. 실패했습니다. 현 시전자의 수준으로는….]

        

        ‘피해서 열받지? 이번엔 뻗은 촉수로 녀석의 목을 휘감아 부러뜨려.’

        

        [……상대방의 의도와 일치함을 확인. 격의 차이에도 불구, 대상이 ‘극히 경미한’ 최면에 걸려듭니다!]

        

        ‘어디로 오는지만 알면, 피하는 건 쉽지.’

        

        

        워낙 능력치가 많이 차이나, 본래라면 걸릴 리 없는 최면.

        

        그럼에도 유진은 연달아 최면을 성공시켰다.

        어딜 어떻게 공격할지만 고민 중인 촉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자칭 최면 교배 아저씨다운 활용법이었다.

        

        결과, 극한의 기예가 모두의 눈 앞에 펼쳐졌다.

        

        

        -슈슉, 슈슈슉.

        

        ‘말도 안 돼. 꼭 어디로 공격할지 다 아는 듯이….’

        

        

        촉수가 휘둘러진다. 공기 찢어발기는 소리가 매섭게 울려 퍼진다.

        유진에겐 닿지 않는다.

        공격이 들어오기도 전, 그는 회피 동작에 들어가 있었으니까.

        

        탁, 탁. 일반인이라도 가능할 발걸음.

        촉수에 비하면 느릿하다 못해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움직임.

        고작 그것뿐인데, 촉수는 그를 비껴지나가 애꿎은 허공을 때린다.

        종이 한 장 차이의 저스트 회피였다.

        

        열받은 몬스터가 다시 촉수를 휘두른다.

        속도에 치중한 찌르기가 주요 장기를 노리고.

        범위에 치중한 휘두르기가 채찍 소리를 내며 중단을 휘젓는다.

        교관조차 반응 못 할 변칙적인 공격이 공간을 메운다.

        

        하지만 종이 한 장 차이로 닿지 않는다.

        15년간 쌓은 경험은, 압도적인 피지컬 차이조차 종이 한 장 차이로 능가했다.

        

        

        -저벅, 저벅.

        

        

        어느덧 촉수의 비를 넘어서 본체에 다가선 유진.

        

        그의 손이 허리춤으로 향한다.

        고무줄로 대충 매단 카타나.

        그 검집 쪽으로.

        

        그 틈을 타 촉수가 쇄도했다.

        노리는 곳은 심장.

        혹시나 회피할까, 그의 배후로 돌아가 찌르는 암습.

        

        

        “유, 유진!! 뒤…!!!”

        ‘이번엔 정말 끝이군. 저걸 회피하는 건 아이카라도 불가능해.’

        

        

        지켜보던 앨리스의 비명과 교관의 한숨소리가 동시에 교차했다.

        

        계속 빗나가기만 하던 촉수는…

        그의 등에, 처음으로 닿았다.

       ​

        콰직- 하는 끔찍한 소리가 울렸다.

        

        

        “유진!!!!”

        ‘앨리스도 참. 내가 피하기만 해서 잘 모르나 본데….’

        

        -띠링!

        

        [특성 ‘불굴’의 효과로 피해량이 90% 경감됩니다. 상태이상 ‘관통’이 무시됩니다.]

        

        ‘내가 좀 단단하거든.’

        

        

        모든 걸 꿰뚫어버릴 기세던 촉수는, 오히려 그의 등을 떠밀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동시에, 검집에서 찬란한 보랏빛이 쏟아졌다.

        

        검집에 집중시킨 마력을 폭발시키며 뽑아드는 기술.

        총알이 격발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의… 발도술.

       ​

        격한 마력 소모 탓에 마지막까지 아껴둔 자하검법이었다.

        

        

        ‘———자색무상紫色無傷.’

        

        -서걱.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카타나가 휘둘러지고.

        보스 몬스터, 처형인의 본체에 보랏빛 선이 새겨진다.

        

        그 아름다운 선이 끔찍한 상처로 변하기 전.

        핵이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진 환영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철컥. …스으으.

        

        ‘한 방 컷. 스승님한테 자랑할 거리가 늘었네.’

        

        

        신입생이 졸업 과제를 마쳐버린 순간이었다.

        

        

        * * *

        

        

        파죽지세로 10단계를 클리어해버린 유진.

        

        지켜보던 이들이 경악에 빠졌다.

        

        

        “선배님!! 이거, 그.”

        “입학하자마자 A급…?”

        

        

        10단계의 보스 몬스터. 처형자.

        

        …사실, 졸업생들도 대부분 잡지 못하는 몬스터였다.

        

        애초에 A급 게이트에서나 나오는 몬스터 아닌가.

        처치하려면 A급 각성자는 되어야 하는데, 어찌 고작 졸업 시험에 그런 걸 요구할까.

        

        때문에 10단계의 본래 목적은 생존.

        항거할 수 없는 압도적인 적을 상대로 얼마나 버티고, 생존할 수 있는가.

        

        10분만 버텨도 충분히 각성자로서 한 몫을 한다 보고 통과 처리해 주는 게 10단계였다.

        

        그런데, 그걸 버티는 걸 넘어 아예 토벌해?

        

        A급만 잡을 수 있는 몬스터를 잡는다는 건, 그 생도 본인도 A급이라는 소리 아닌가.

        실제로도 졸업 시험 10단계를 최종 클리어 한 생도에겐 바로 A급 각성자 자격이 주어지고.

        

        그는 지금, 국가 공인 A급 각성자가 된 셈이었다.

        

        ———졸업생도 아니고, 신입생이.

        

        

        “이거, 제가 알기론….”

        “그래. S급 1위, 니노미야 아이카. 입학 시험에서 저런 건 그녀 뿐이었어. 지금까지는.”

        

        

        전무후무한 기록은 아니었다.

        이미 현 S급 1위가 달성한 기록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저 업적을 평가절하할 이유인가?

        전혀.

        

        기자들의 눈에 불이 켜졌다.

        

        

        “그렇다는 건, 저 남자애… 어, 어? 선배님, 어디 가심까!!?”

        “차기 S급 인터뷰 따러 간다!!!”

        

        

        경비들의 제지조차 아랑곳 않고 좀비처럼 몰려드는 기자들.

        

        결과, 대련장이 혼돈에 빠져들었다.

        

        

        “……!!!? 거기, 이해는 하지만 진정하십시오!! 저희가 따로 자리를….”

        “딱, 딱 1분만!!”

        “명함 한 장만 주고 바로 갈 겁니….”

        “더 이상 통제에 따르지 않으시면, 테러로 간주하고 대응하겠습니다!!”

        

        

        어떻게든 시험장으로 난입하려는 외부인들.

        그걸 필사적으로 통제하는 교관과 아카데미 인력.

        

        그리고,

        

        

        ‘저건, 우리 천화만 담을 수 있는 인재야!’

        

        -스르륵.

        

        

        어둠에 숨어 지켜보던 여성, 유시아 역시 행동에 들어갔다.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클랜 ‘천화’.

        그를 담을만한 그릇은 마땅히 한국 1위인 천화가 되어야 한다고 확신하며.

        

        

        -파앗.

        

        “언니, 도와드려요?”

        “아, 시아야!”

        

        

        계속 은신하다 드디어 드러낸 모습.

        익숙한 갈색 양갈래머리를 본 교관이 화색이 되어 반겼다.

        

        교관 역시 전 천화 소속.

        클랜장의 셋째 딸인 그녀의 능력을, 교관은 알고 있었으니까.

        

        

        “민간인들 안 다치게 구속해 줘! 내가 힘 쓰면 뒷수습 안 돼서 그래!!”

        “네.”

        

        -짝.

        

        

        합장하듯 울린 박수소리.

        

        그러자…

        그녀의 그림자에서 검은 밧줄들이 뿜어져 나왔다.

        

        

        -스르륵.

        

        “……유, 유시아!!?”

        “천화 클랜 사람이 왜…!!!”

        

        

        밧줄에 구속당하고 나서야 그녀의 정체를 깨닫고 경악하는 사람들.

        

        그녀는 미소를 흘리며 비웃을 뿐이었다.

        

        

        “지금 난 천화 소속이 아니라 신입생이거든.”

        ‘쟤랑 동기라고. 너희들이랑 달리.’

        

        

        다른 클랜은 4년 동안 손가락이나 빨며 지켜봐라.

        그런 우월감 넘치는 미소.

        

        헤드헌터들의 얼굴에 낭패가 스쳤다.

        

        

        “유시아 님, 그럼 혹시….”

        “아, 김하늘 기자님이셨나? 궁금한 거 있으면 천화 통해서 해요. 제가 ‘동기’로서 물어봐 줄 수도 있으니까.”

        “저, 저희도!!”

        “저도 좀 부탁드립니다!!”

        

        

        그것도 모자라, 천화 클랜에게 친화적인 언론인들에게만 은근히 특종을 물어다 줄 수 있다고 제안하기까지.

        

        덕분에 소란은 빠르게 수습되었다.

        

        기자들은 말 잘 듣는 개가 되어 꼬리를 흔들고.

        헤드헌터들은 천화의 압도적인 행운을 부러워하며 고개를 푹.

        

        그녀가 미소 지었다.

        

        

        ‘이걸 빌미로 말 걸면 되겠네. 어디, 지금쯤….’

        

        

        유시아는 그제야 뒤를 돌아봤다.

        

        자신이 찾던 인재 중의 인재.

        서유진이라는 생도가 있는 곳을 찾아.

        

        

        ———그녀의 미소는, 그를 발견하자마자 깨졌다.

        

        

        “대단했어요, 유진! 한국 웹툰에서도 그런 거….”

        “…하아?”

        ‘저 년은 뭐야.’

        

        

        혼란을 틈타 시험장에서 빠져나온 유진.

        그 옆에 한 여성이 찰싹 달라붙어 있었으니까.

        

        앨리스였다.

        

        

        “으, 으, 응.”

        ‘좀 가깝지 않나?!’

        

        

        중요한 유진 역시 공황에 빠져 어버버대고 있었다.

        

        와. 역시 20대 초반의 피부는 느낌부터가…

        아니, 잠깐. 35살 아저씨가 이러니까 좀 이상하잖아.

        게다가 앨리스 얜 왜 이리 가까워?

        얘는 싸우는 거 그렇게 안 좋아하는데?

        

        이런 생각과, 20살 특유의 솔직한 생리 반응 때문에 어쩔 줄 모르는 것.

        

        그리고, 앨리스는…

        영문모를 감정에 가슴을 두근대고 있었다.

        

        

        -오싹, 오싹.

        

        ‘다들 부러워하고 있네요. 후후.’

        

        

        자신을 노려보는 여자들의 시선.

        거기 섞인 시기, 질투. 부러움.

        

        

        -째릿.

        

        ‘특히… 저기 저, 갑자기 나타난 양갈래머리 여자는 절 죽일 듯이 보고 있어요.’

        

        

        고생만 하고 선수를 빼앗긴 유시아의 살기 어린 시선.

        

        왜인진 모르겠지만, 그게 기분 좋았다.

        

        

        ‘부럽죠? 전 유진한테 음료수도 받았어요. 같은 솔눈 동지예요.’

        

        -꼬옥.

        

        ‘이렇게, 어깨를 맞대고 앉아도 되는 사이예요.’

        

        

        조금 더 엉덩이를 가까이 붙이자 쏟아지는 시선.

        

        특히 유시아의 반응이 제일 격했다.

        

        

        ‘저 불여시 년은 또 뭐야. 왜 내 거에 손 대?’

        

        -빠드득.

        

        “……♡”

        

        

        그에 비례해 올라가는 앨리스의 입꼬리.

        

        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미소 지었다.

        유진이 눈치채지 못하게 몰래. 유시아를 향해.

        

        

        -씨익.

        

       

        ‘그렇게 쳐다보셔도. 당신이 뭘 할 수 있는데요?’

        

        “………!!!!!!!”

        ‘저, 저 불여시 년이!!?’

        

        “그, 저기. 그게. 앨리스. 그으….”

        ‘아직 앨리스는 20대 초반. 반응하면 안 돼. 참자, 참아….’

        

        

        유진만 모르는 새 일어난 전쟁이었다.

        

        

        * * *

        

        

        그날 저녁.

        

        

        “제 고유 능력은 최면. 완전 최면입니다.”

        “……!!!!!?”

        

        

        차기 S급이 확실시되는 인재가, 폭탄 발언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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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2회차 최면교배 아저씨가 능력을 안숨김
Score 5.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Since I regressed, I decided not to hide my abilities.

“Hypnosis, huh? That’s amazing! Hypnotize me too!”

“How about me, instead of that sly fox? If you join our clan… you, you can hypnotize me!”

…Maybe I exposed it to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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