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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스윽.

       

        기숙사, 집으로 돌아온 나는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가 이상하리만큼 시린 기운을 품고 있어, 괜스레 핸드폰을 꺼내든다.

       

        [ 뭐해? 자? ]

       

        수신자는 뻔했다.

       

        송수아. 갑작스레 내게 나타나 한유리와 엮이지 말라는 헛소리를 해대더니,  오해해서 미안하다며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신청한 당돌한 녀석.

       

        띠링!

       

        [ 아니-! ]

       

        피식.

       

        음성지원이 될 것 같은 활기찬 대답이 곧장 돌아왔다. 낮게 웃은 나는 답장을 보냈다.

       

        [ 벌써 열두시가 다 됐는데? ]

        [ 내일 입을 옷 고민하고 있었어. 내일은 크리스마스 이브잖아! 특별히 이벤트 코스튬을 준비했어! ]

       

        “……이벤트 코스튬?”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연인들이 입은 커플룩, 뭐 그런 건가?

       

        “…….”

       

        이상한 건지, 놀라울 정도로 멘탈이 튼튼한 건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송수아, 그 녀석이 어찌이렇게 멀쩡할 수가 있는 건지 말이다.

       

        <성녀>의 예언은 미래의 가능성을 점치는 간단한 행위가 아니다.

       

        한마디로, 신이 내리는 사망선고와 흡사한 것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형장으로 들어서는 사형수처럼 말이다.

       

        [ 아까 내가 한 말, 아직도 유효해. ]

       

        헤어지기 전, 송수아에게 내가 그녀를 도울 수 있다는 말을 했었다.

       

        내가 가진 <현상거절>의 한계는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물론 일선을 넘으면 곧장 몸에 한계가 찾아오지만, 조금의 무리 정도는 감내할 자신이 있었다.

       

        “…….”

       

        메세지를 읽었다는 숫자 1이 사라진다. 하지만, 좀처럼 답장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띠링!

       

        [ 혜성아, 있잖아. ]

       

        송수아의 메세지 답장이 돌아왔다.

       

        [ 그래. 아직 안 자고 있어. ]

        [ 나는 랭커다? 그러니까… 아카데미 내에 몇 없는 Z급 능력자야! ]

       

        “……?”

       

        핸드폰을 보다말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말이다.

       

        랭커, <비를 내리는>송수아. 그녀가 랭커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당장 대한민국이 아니라, 저 옆나라 숲속 오지의 늙은 부부도 알게 뻔한데.

       

        [ 그래서… 그러니까 한마디로, 네가 감당해야할 무게가 눈에 선해. 나는 혜성이가 나 대신에 짐을 짊어지는 건 싫어. ]

       

        “……무게.”

       

        썩 괜찮은 통찰이다.

       

        송수아, 이 녀석은 자신의 ‘불치병’을 치료하는 것이 제법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병. 그걸 능력을 활용해 치료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뭐…… <성녀> 안젤리카가 그러하듯,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하는 것이 어마어마한 부담을 야기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 나는 그 무게가 괜찮다고 말했어. ]

        [ 음음. 혜성이는 괜찮을 수 있지. 너는 착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내가 싫은걸? ]

       

        “……착한 사람.”

       

        미안하지만 일평생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말이다.

       

        ‘재수 없다’, ‘밥맛이다’ 같은 말은 꽤나 수집했던 건 기억나는데.

       

        [ 태어나서 처음 듣는 칭찬이다. ]

        [ 혜성이가 솔직하지 못할 뿐이지, 착한 사람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다구! ]

        [ 참 대단하신 능력입니다. ]

        [ 헤헤, 나 이제 졸려. 잘래! 안녕! 내일 저녁에 봐! ]

       

        송수아의 메세지를 읽은 나는 컴퓨터 의자에 앉았다.

       

        내일은 크리스마스 이브. 한마디로 송수아의 마지막이 훌쩍 다가오는 날이다. 자연히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아서 한 행동이었다.

       

        컴퓨터가 켜지자, 나는 곧장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 불치병 ]

       

        그리고 궁금하던 검색어를 쳐 보았다. 그러자 온갖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병 목록이 주르륵 나온다.

       

        “송수아가 앓는 불치병이 뭐지? 급성 마나 중독, 이게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영화를 보던 송수아는 마치 세상을 잃은 것처럼, 자신이 그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것처럼 슬피 울었다. 

       

        거기다 별다른 증상도 없이, 팔팔해 보이는 녀석이 금새 죽음을 맞이한다는 점도 영화의 여주인공과 유사했고.

       

        워낙 <히사있>에서의 정보가 극히 적었기에 ‘송수아’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지만…… 충분히 유추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생각 후에 링크를 클릭했다. 곧장 방대한 정보가 눈앞에 펼쳐졌다.

       

        “강력한 초능력을 가진 자에게만 발병하는 희귀 불치병으로,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대자연에 존재하는 ‘마나’가 체내의 세포와 결합해, 세포가 경화되는 현상을 포괄적으로 이르는 단어이다.”

       

        한마디로 상식을 초월한, 경이로운 힘을 가진 능력자에게 발병하는 질병. 뭐, 이건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드륵!

       

        마우스 휠을 내린다. 

       

        송수아, 그 녀석이 곧죽어도 자신의 병명을 말하지 않았기에 짐작만했을 뿐이지만, 그녀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

       

        나는…… 평범한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등장인물’이 아니다. 원래의 나는 <히사있>을 읽던 독자이자, 나름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자’란 소리다.

       

        방법을 찾는다. 아니, 찾아야만한다.

       

        뭐, 물론 송수아 본인이 내 능력을 사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면 할 말이 없어지는 건 매한가지.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내가 사랑하는 세계의 등장인물이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 마나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수많은 노력이 있었다. 가장 유명한 일은 이전 세대의 랭커, <생명을 노래하는> 테일러 블레어가 환자에게 능력을 사용한 사건이다[2]. ]

       

        “능력을 사용해 치료하려고 했었다고?”

       

        멍하니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는데, 믿지 못할 이야기가 시야에 밟혔다.

       

        생명이니, 테일러 블레어…… 그따위 정보가 궁금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서둘러 휠을 내렸다.

       

        [ 그 결과, 그는 ‘처참하게’ 사망했다. 능력을 사용한 즉시 온몸의 세포가 환자의 몸에 침입한 마나의 영향으로 섬유화되기 시작했으며, 그 대단한 히어로 종합 병원에서 이틀간 집중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을 거두었다. 한마디로 ‘테일러 블레어’, 그가 마나중독을 앓게 된 것이다. ]

       

        “…….”

       

        만약 송수아가 앓는 병이 ‘마나 중독’이고, 그녀가 내 능력을 사용해 치료를 시도하는 걸 승낙했다면.

       

        “……지금 내가 저렇게 됐을 거라는 소리인가?”

       

        절로 오금이 저리는 일이다. 환자를 치료하고자 능력을 사용한 사람이 그 마나중독에 빠진다니? 지독할 정도로 고약한 병이다.

       

        “후.”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건 헛다리다. 그것도 제대로 잘못 짚은, 최악의 실수가 될 뻔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컴퓨터 책상 앞에서 팔짱을 낀 나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약 사흘의 시간. 그 시간동안 나는 송수아와 함께했다.

       

        나름대로 무정하고 이성적인 놈이라고. 스스로에게 내린 평가와 달리 조금…… 아니 많이. 송수아, 그녀와 정이 들었다.

       

        ‘혜성! 이거 머거바, 엄청 마시써!’

        ‘네가 다 처먹고 뭘 먹으라는 건데?’

        ‘히히.’

       

        피식.

       

        추억의 일부를 되새김질 하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톡톡 튀는 매력을 가진 녀석이다. 생긴 것도 귀여움과 아름다움이 함께 공존해, 분명 <히사있>의 메인 시나리오에 진입하는 캐릭터였다면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녀석이 죽는단다. 그런 주제에 내게 기대기는 싫고, 가장 친한 친구인 한유리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고싶지 않단다.

       

        절로 가슴이 무거워졌다.

       

        그래, 솔직하게 인정하겠다. 나는 그 녀석을 잃기 싫다. 오해에서 비롯된 첫만남이 거짓말처럼, 그녀도 나를 소중히한다는 걸 매순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녀를 죽게 두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마땅히 그녀를 지킬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이잉-!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기분나쁜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

       

        아니, 12월 말에 웬 모기냐고.

       

        내 주변을 배회하던 놈이 툭, 내 손등에 앉는다. 얌전히 그꼴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속이 답답해져 반대쪽 손으로 풀스윙을 날렸다.

       

        짝!

       

        대단한 효과음도 없이 모기가 내 손등 위에서 죽었다. 다행히 빨대를 꽂기 전인지, 손을 들어보니 납작해진 모기에서 피가 보이진 않았다.

       

        “……어라.”

       

        컴퓨터 옆의 티슈를 한 장 뽑아 죽은 모기를 치우려는 순간. 불현듯 하나의 가능성을 보았다.

       

        <현상거절>은 강력하고, 매력적인 놈이다.

       

        이유야 많았지만, 내가 가장 높게 사는 것은 능력이 가진 ‘융통성’이다.

       

        ‘현상’과 ‘거절’이 능력의 주요한 부분일 것 같지만, 사실 <현상거절>의 진짜 힘은 ‘발현’이다. 한마디로 이 세계의 법칙을 뒤트는 논리의 오류가 아닌 이상, 알아서 내 의지대로 능력이 써진다는 것이다.

       

        “설마.”

       

        단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던 가능성에 몸이 잘게 떨렸다.

       

        <현상거절>.

       

        그 현상이란, 아니…… 이 능력의 융통성 안에는 ‘죽음’도 포함되어 있을까?

       

        곧장 눈을 감은 나는 능력을 개방했다.

       

        [ 현상거절, 이름 없는 모기의 죽음을 거절한다. ]

       

        그리고 진언을 읊는다. 이것이 정말 가능할까, 하는 반신반의한 생각이 들었지만, 속마음은 간절히 성공을 기원하고 있었다.

       

        그러자.

       

        “웨에에엑!”

       

        배 깊은 곳에서 헛구역질이 올라온다. 어마어마한 충격에 바닥에 엎어진 나는 크게 소리쳤다.

       

        “젠장!”

       

        과거의 내가 우주의 법칙을 뒤흔들려고했던 것처럼, 또 ‘선’을 넘은 건가?

       

        숨이 턱 막히는 ‘리스크’가 내 전신을 강타했다. 곧장 입에선 스멀스멀 피가 흐른다.

       

        “역시, 불가능한 일인가.”

       

        대수롭지 않게 시행한 방구석 실험에 씁쓸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렇게, 몸을 뒹군 바닥에서 슥 일어나는데.

       

        웨에엥-!

       

        “……어?”

       

        믿기지 않는 일이 눈에 들어왔다.

       

        짝, 소리와 함께 으스러진 모기. 

       

        그 모기 녀석이…… 날고있다. 손바닥의 충격에 압사되어 죽은 것이 거짓말처럼, 내 피를 훔치기 위해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친.”

       

        물론, 한낯 미물에 불과한 모기를 되살리는 일에도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아야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가능성.

       

        나는 지금 가능성을 보았다. 죽은 생명을 건강하게 되살리는 일이, 정말 가능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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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Hiding My Power at Hero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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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Author:
Hero. Everyone admires them as they wield supernatural powers that defy the laws of physics. The ability I possess is to 'reject' those p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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