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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잘 됐다. 그렇지, 언니?”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은 좋은 사람 같았다.

        

       클레어는 그게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비록 아직 몇 살 되지 않은 그녀였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안 굴러가지는 않았다.

        

       가장 오래된 기억에서부터 그녀는 뒷골목을 전전했다. 골목 깡패들에게 붙잡혀서 찌그러진 깡통을 들고 대로변에서 구걸하던 것이 클레어가 기억하는 자신의 가장 오래된 모습이었다.

        

       깡패들은 클레어에게 경찰한테 잡히면 좋지 못한 꼴을 당할 거라고 늘 겁을 주었기 때문에, 그녀는 대로변에서 구걸하다가 저 멀리 경찰이 보이면 골목 안으로 슬쩍 들어가 숨곤 했다.

        

       클레어는 아직 어렸기에 할당량이 없었지만, 클레어보다 조금만 더 나이가 많다면 할당량이 생겼다. 깡패들이 나이에 따라 정해준 할당량을 채워오지 못하면 얼굴이 붓도록 얻어맞았다. 그리고 그 얻어맞은 얼굴은 보통 구걸하는 데 꽤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어린아이에게 할당량을 정해주지 않았던 것은 깡패들에게 최소한의 연민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할당량을 정해준다고 해도 다 채워오지 못할 게 뻔하니 그랬을 뿐이다.

        

       만약 그들에게 최소한의 연민이 있었다면, 돈을 받고 클레어를 고아원에 팔아넘기지도 않았을 테니까.

        

       깡패들을 정기적으로 찾아오던 노파는, 클레어를 보더니 곧장 깡패들에게 돈을 건네고 클레어를 샀다. 아직 어린 클레어였지만, 자신이 팔려 갔다는 것 정도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돈을 주고 물건을 받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았으니까.

        

       물론 깡패 밑에 있는 고아들은 깡패들한테 돈을 아무리 가져다주어도 곰팡이 핀 빵 정도밖에는 받지 못했지만.

        

       “너는 비싸게 팔리겠구나.”

        

       클레어는 자길 고아원으로 데려가면서 웃던 노파의 얼굴을 기억했다. 하긴, 그게 잊힐 정도로 오래된 기억은 아니긴 했다.

        

       고아원 생활은 그래도 깡패들 아래 있을 때보다는 나았다.

        

       종이를 물에 푼 것 같은 식감의 포리지였긴 했지만, 적어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나와서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노파가 하는 말을 잘 듣기만 하면 얻어맞을 일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얻어맞더라도 어딘가 터지거나 흉터가 남을 정도로 맞는 일은 드물었다.

        

       게다가, 고아원에서 클레어는 처음으로 ‘좋은 사람’을 만났다.

        

       실비아.

        

       ‘블랙’이라는 성을 가진 그 사람은 아무래도 아이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모양이었다. 그래봐야 클레어와 큰 차이가 나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니, 얼핏 보면 거의 동갑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노파가 그렇다고 했으니, 클레어는 그냥 그렇다고 믿기로 했다. ‘언니’라는 호칭으로 불려도 실비아는 딱히 싫은 표정을 지어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짓긴 했어도 그걸로 끝이었다.

        

       처음 무리의 대장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실비아도 다른 아이들을 때리는 사람일 줄 알았다. 깡패들이 정해주었던 ‘행동대장’은 언제나 그랬던 것이다. 얻어맞지 않으려면 일단 말을 잘 들어야 했다.

        

       하지만…… 실비아는 어딘가 달랐다.

        

       “배고파? 자, 여기. 더 먹어.”

        

       정시에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혼자 먹기에는 적은 양이었는데, 자기 몫을 다 먹고 멍하니 그릇만 보는 아이들에게 자기 몫을 조금씩 나누어 주었다.

        

       누군가를 때리지도 않았고,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웃음소리를 냈다고 화를 내지도 않았고, 아이들이 칭얼거리면 최대한 좋은 말로 타일렀다.

        

       그런 사람을 인생에서 처음 만나본 클레어는 실비아라는 존재가 정말 신기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고아원에 사는 아이들의 나이를 전부 합친 것보다 더 오래 살았을지 모르는 노파보다 실비아가 더 ‘어른’ 같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아이들은 실비아를 따랐다.

        

       평소에는 조용한 실비아였지만, 아이들이 칭얼거리면 서툴게나마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 대부분은 거의 다 내용이 겹쳤고, 등장인물의 이름과 결말, 배경 정도만 달라졌지만, 마땅히 놀거리가 없는 아이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사실 따지자면 실비아가 아이들의 우두머리로 있었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클레어가 고아원에 와서 고아원이 불탈 때까지는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클레어는 그 한 달간의 기간이, 그때까지 살아본 삶에서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기간이었다.

        

       고아원이 불타고, 노파가 죽고, 아이들과 함께 탈출한 뒤.

        

       실비아는 아이들을 이끌고 도시 중심부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기적의 연속이었다.

        

       대로변 어디에나 있는 경찰들의 눈에 단 한 번도 들어가지 않고, 골목길의 깡패들에게 단 한 번의 시비도 걸리지 않고 실비아는 거침없이 도심 한가운데를 나아갔다.

        

       그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아이들 상태가 아주 좋지 못하군.”

        

       턱수염을 멋지게 기른 남자가 자기 앞 아이의 소매를 걷어 보이며 말했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 같아요.”

        

       옆에 서 있던 귀부인이 말했다.

        

       종종 길거리에서 클레어의 깡통에 돈을 넣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클레어에게 연민하는 시선을 보내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서 상태를 확인하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본 적은 없었다.

        

       “너희들, 어디서 왔지? 너희 같은 아이들이 더 있니?”

        

       “모르겠어요.”

        

       남자에게 손이 잡힌 아이가 겁먹은 채 그렇게 말하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놓았다.

        

       “너희들을 데리고 온 사람이 있니?”

        

       “아, 그건—”

        

       실비아 언니.

        

       클레어를 포함한 모든 아이를 여기까지 데리고 온 사람은 실비아 언니였다.

        

       “잘 됐다. 그렇지, 언니?”

        

       두 사람은 좋은 사람 같았다.

        

       아마 실비아 언니는 그 사실을 알고 아이들을 여기까지 데리고 왔으리라. 몸을 의탁할 곳을 찾아서.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실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아마도, 이 순간부터는 고아원에 있을 때보다도 훨씬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테니까.

        

       “……언니?”

        

       하지만 언제나 말을 걸 때면 들리던 상냥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았다.

        

       분명 언니는 일행의 제일 뒤에 서 있었는데—

        

       클레어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

        

       급하게 몸을 휙 돌렸다.

        

       대로변을 걷는 사람들이 있었다. 도로에는 마차가 지나다니고, 상점에는 수많은 사람이 드나들고 있었다.

        

       하지만, 실비아 언니는 보이지 않았다.

        

       “언니!”

        

       클레어가 소리쳤지만,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무슨 일이니?”

        

       어느새 다가온 부인이 말을 걸었다.

        

       “누가 더 있었어?”

        

       “언니, 언니가 없어요!”

        

       클레어가 말하자, 부인의 얼굴이 바로 심각해졌다.

        

       “원래 한 명이 더 있었다는 말이니?”

        

       “네, 언니가 제일 뒤에 있었는데…….”

        

       부인은 바로 시선을 돌려 남편과 눈을 마주쳤다.

        

       “걱정하지 말렴.”

        

       부인이 무릎을 굽혀 클레어와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

        

       “우리가 찾아볼게. 분명 찾을 수 있을 거야.”

        

       “정말요?”

        

       평소라면 클레어는 그런 식으로 되물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클레어가 지금까지 만나온 거의 모든 어른은 되물어보는 것을 엄청나게 싫어했으니까.

        

       클레어는 그만큼 불안했다.

        

       실비아가 갑자기 찾아왔던 것처럼, 자기 곁을 갑자기 떠나버릴까 봐.

        

       “그래. 우리가 꼭 찾아줄게.”

        

       하지만 부인은 클레어를 나무라지도 않았고, 귀찮게 군다고 욕설을 내뱉지도 않았다. 하물며 때리지도 않았다.

        

       그저 손으로 클레어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클레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로도 일은 잘 풀렸다.

        

       두 부부가 각각 그레이스 남작과 그레이스 남작 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남작령 안에는 이제 막 지은 고아원이 있었고, 남작 부부는 자기들 영지 앞까지 찾아온 고아 무리를 기꺼이 받아주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나지도 않았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고아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고아들은 모두 깨끗한 옷을 입고 깨끗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으며 건강하게 자라났다.

        

       교육도 확실했다. 고아원의 고아들은 다들 출신이 뒷골목이었지만, 개중에서 일부는 황립(皇立) 룬다리움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게 자랄 수 있었고, 검술 실력도 그에 못지않을 수 있었다.

        

       심지어 개중 한 명은 그레이스 가의 장남과 거의 남매나 다름없을 정도로 관계가 돈독해질 수도 있었다.

        

       클레어가 그랬다.

        

       열 살에 그레이스 남작가에 입양되어 ‘클레어 그레이스’가 된 클레어는, 범재였던 그레이스 가의 장남보다 더 뛰어난 검술 실력으로 열다섯, 귀족가의 모두가 고등 교육받기 시작하는 나이에 제도 룬다리움에서 가장 뛰어난 이들만 모인다는 황립 아카데미에 차석으로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클레어는 몇 차례나 새로 들어온 고아들 사이에서 실비아를 찾지 못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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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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