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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그저, 보답하고 싶었을 뿐이다.

       

       

       자신을 구해준 아이작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미치도록 검을 휘둘렀다. 손목의 핏줄이 터져서 피가 흐를 정도로. 덕분에 지크는 매우 빠르게 강해졌다.

       

       

       “재수 없는 새끼.”

       

       

       그러나 정작 아이작은 지크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때부터 서서히 지크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건 그저 시기와 질투에 불과했을까. 아니면 경계심이었을까?

       

       

       지크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아직까지 찾고 있다.

       

       

       <추방자들의 길드에 어서 오세요!> 2권 75p에서 발췌.

       

       

       * * *

       

       

       한 달.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먼저 철의 방패에 새로운 신인들이 합류했다. 그것도 무려 두 명씩이나 말이다. 당연히 여론은 처음에는 별로 좋지 않았다. 항상 투덜거리는 디그는 일단 제외해도.

       

       

       아이작과 함께 길드를 설립한 한스와 소피아는 물론이고. 심지어 마스터를 존경하는 라스마저 난색을 표했다. 이는 기드온의 방식과 상충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약육강식.

       

       

       적자생존.

       

       

       오직 승자만이 정의.

       

       

       그것이 바로 기드온의 방식이다. 명백한 악이 눈앞에 있다고 해도, 누군가가 그것을 정의라고 규정한다면. 또 그 자가 기드온에서 최강으로 군림하는 존재라면.

       

       

       그것은 악이 아닌 정의다.

       

       

       그리고 지금 기드온에서 군림하고 있는 길드는 바로 하데스 길드였다. 그들은 일찍이 3대 재앙 중 하나인 심해의 마왕 레비아탄을 토벌하며 그 힘을 증명했다.

       

       

       [여자와 돈을 취해라. 그것이 바로 영웅이다.]

       

       

       하데스가 기드온의 패권을 차지하면서 자연스레 기드온의 영웅들은 하데스 길드의 성향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 이득도 없이 고아들을 받아주었다고?

       

       

       본래 모난 돌이 정 맞는 것처럼. 괜히 튀었다가 자칫 잘못하면 찍혀버려서 온갖 견제란 견제는 다 당할지도 모른다. 특히 신생 길드라면 더더욱 견제가 심할 터.

       

       

       “더 힘차게 휘둘러라!!”

       

       

       “네!!”

       

       

       그러나 그 사실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아이작은 오늘도 평화롭게 지크를 훈련시키고 있었다. 지크는 아이작의 말대로 검을 휘둘렀다. 아이작은 혀를 찼다.

       

       

       ‘보면 볼수록 물건이군. 크게 될 녀석이야.’

       

       

       괜히 주인공이 아닌 모양인지. 검을 배운지 고작 한 달 만에 지크는 벌써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무려 고작 한 달 만에 디그와 대련에서 승리를 취하고 말았다.

       

       

       [반칙이야! 반칙! 마스터가 필살기를 알려준 거죠?!]

       

       

       [그럴 리가 없잖냐.]

       

       

       [이제 고작 한 달 배운 아이다. 필살기를 어찌 가르치겠느냐.]

       

       

       [이이이익!!!]

       

       

       물론 디그가 단련을 게을리하는 편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기드온에서 영웅이라고 불릴 수준은 되었다. 적어도 생초짜에게 한 달 만에 따라잡힐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지크는 그것을 직접 해냈다. 심지어 지금도 하루가 무색하게 매일 성장하고 있었다. 이는 재능도 재능이지만, 광기에 가까운 노력이 가장 큰 까닭이었다.

       

       

       지금도 봐라. 너무 강하게 휘두르는 바람에, 손아귀는 물론. 심지어 손목에 핏줄까지 터져버리고 말았지 않았나. 그것을 확인한 아이작은 혀를 차면서 말했다.

       

       

       “충분한 휴식도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네 몸은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

       

       

       “단련이 끝난 뒤에도, 쉬는 날에도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군. 그렇지 않나?”

       

       

       정말 당연하게도, 아직은 현대인에 가까운 아이작에게 그런 눈썰미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아이작이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소설 덕분이다.

       

       

       소설에서 지크는 아이작에게 보답하고자, 말 그대로 피땀을 흘려가며 매일 죽어라 노력했다. 덕분에 빠르게 강해질 수 있었지만. 반작용으로 몸이 약해졌다.

       

       

       그래서 원작 시점에서는 싸울 때마다 피를 토했는데. 덕분에 병약 미청년 어쩌구 하며 밈이 되지 않았던가. 그러나 아이작의 생각이 전부 맞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빨리 마스터처럼 되고 싶어……!!’

       

       

       영웅이 되고 싶다는 열망은 원래 있었다. 그러나 그게 불꽃이 되어버린 계기는 바로 아이작이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꿈을 긍정해준 사람이, 그것도 영웅이다?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덕분에 지크는 원작보다 훨씬 더 무리하고 있었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동경하는 저 사람의 뒤를 따라가고 싶었기에.

       

       

       “오늘은 여기까지다.”

       

       

       “아직 더 할 수 있습니다!”

       

       

       “…….”

       

       

       “저는 더 노력해야만 합니다! 그래야지, 마스터에게 닿을 수 있습니다!”

       

       

       아이작은 머릿속으로 고민했다. 노력하는 것은 그렇게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과한 것은 부족하니만 못하는 법. 하지만 강제로 그만두게 할 수도 없는 노릇.

       

       

       ‘머리로 이해를 시켜야한다. 그래야지 자기가 납득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마침 잘 됐군, 설정 좀 풀어볼까.’

       

       

       겸사겸사 자신이 짠 아이작의 컨셉을 풀어주면서. 동시에 납득까지 시킨다면. 그거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니던가. 아이작은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에 앉았다.

       

       

       “네가 보기에 나는 강하더냐?”

       

       

       “네?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요?”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지크는 재빨리 대답했다. 길드를 창설하고 마스터의 자리에 있는 아이작이다. 당연히 강했으면 강했지. 절대로 약할 리가 없지 않나?

       

       

       “나도 처음부터 강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재능은 있지 않았나요?”

       

       

       “아니, 없었다.”

       

       

       “네?”

       

       

       “오히려 심할 정도로 재능이 없었지.”

       

       

       그러나 지크의 대답에 아이작은 고개를 저었다.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대답에 지크는 당황했다. 엄청난 재능으로 바로 강해졌을 거라고 단정지었기에.

       

       

       “내가 발도술만 단련하는 것을 본 적이 있지 않느냐.”

       

       

       “그러고 보니, 발도술만 계속 연습하셨었죠.”

       

       

       “그래. 네가 보기에 어떻게 보였지?”

       

       

       “솔직히 말하면…… 비효율적으로 보였습니다.”

       

       

       검을 뽑으면서 베고 다시 검집에 집어넣는다. 이것은 어린 지크가 보기에도 너무 비효율적인 방식이었다. 차라리 그냥 검을 휘두르는 게 더 강하지 않을까?

       

       

       그래, 이제 막 검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애조차 알 수 있는 당연한 사실을. 아이작이라고 당연히 모를 리가 없었다. 아이작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건 내게 허락된 것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네? 그게 무슨…….”

       

       

       “나는 검을 제대로 휘두르는 것조차 할 수 없는 둔재다.”

       

       

       검에게 증오받는 재능. 평생을 노력해도 기초적인 검술조차 구현하는 것이 허락되지 못한 둔재. 아이작의 말에 지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 그게 가능한 겁니까?”

       

       

       “아무래도 전생에 상당한 죄를 짓지 않았을까 추측은 하고 있다만. 자세한 것은 나도 모른다.”

       

       

       “그런데 마을에서는 검으로 고블린을 베지 않았습니까?”

       

       

       “그게 내가 발도술만을 단련하는 이유다.”

       

       

       그제야 지크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검을 칼집에서 뽑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검술이라 부르기에도 뭣한 그것만이 오직 아이작에게 허락된 검술의 전부라는 걸.

       

       

       “마음껏 절망하고, 얼마든지 꺾여도 좋다.”

       

       

       “…….”

       

       

       “그러나, 조급해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아라.”

       

       

       때는 언젠가 반드시 찾아오는 법이니.

       

       

       지크는 아이작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 마을에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무력한 자신의 모습을. 필히 마스터 또한 수많은 절망을 삼키며 성장했겠지.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결국 결과로 모두에게 증명했다. 그건 분명히 뛰어난 업적임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째서 마스터는 검만을 고집하셨습니까?”

       

       

       그러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도저히 입밖으로 내뱉지 않고서야 버틸 수 없는 의문을, 기어코 지크는 입에 담고 말았다. 어째서 검만 고집한 걸까.

       

       

       검이 안 된다면 다른 길도 있지 않나. 창, 도끼, 망치 등등.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마스터는 오직 검만을 고집했었다. 대체 어째서 그런 걸까.

       

       

       “어쩌겠느냐.”

       

       

       지크의 황금색 눈동자가 아이작에게 고정되었다. 무슨 남자 새끼가 이렇게 얼굴이 이쁘장하냐고 생각하면서도, 아이작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바로 답했다.

       

       

       “이미 사랑해버린 것을.”

       

       

       마치 과거의 저편을 꿈으로 떠올리는 것처럼. 눈을 감으며 대답한 아이작의 입가에는 어렴풋한 미소가 맺혀있었다. 그래,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고집했던.

       

       

       바보 같은 남자의 솔직한 대답.

       

       

       “……사랑.”

       

       

       지크의 입이 자기도 모르게 멋대로 움직였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지크가 영웅이라는 꿈을 포기하지 못했던 것처럼. 분명히 마스터 또한 그런 것이 분명했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덕분에 깨달았습니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압도적인 격차에 절망을 느끼고, 마음이 꺾여도 된다. 그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그렇다면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작 덕분에 지크는 그 사실을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재능이 없어도, 그저 자신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만을 고집한 마스터 덕분에 겨우 깨달은 것이었다.

       

       

       ‘휴, 위험했다.’

       

       

       정작 아이작은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마지막에 지크의 질문은 아이작에게 치명타였다. 그렇게 재능이 없으면 그냥 다른 걸 하면 되잖아요 라고?

       

       

       이 새끼.

       

       

       천재인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원챔충 X

    장인 O

    아 그래도 노파심에 말씀드립니다

    BL 절대!!!!!! 절!!!!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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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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