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

       “저기…”

       “……”

       “서, 선배?”

       “……”

       

       젠장.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실수다.’

       

       응, 실수다.

       너무 큰 실수야.

       

       아무리 내가 마하나와 5년이나 함께한 세월이 있다고 하여도 그건 어디까지나 ‘고스라’에서의 이야기.

       

       이 세상의 마하나랑은 이제 겨우 10분 마주친 사이이다.

       

       ‘…그런데 다짜고짜 볼따구 이야기에, 손을 잡고 아깝니 뭐니 했으니…’

       

       저런 반응인 것도 어쩔 수 없는 거겠지.

       

       그치만, 그치만, 어떻게 호들갑을 안 떨겠는가.

       

       ‘저 작은 것이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설령 그것이 본인 손으로 한 것이라고 하여도 난 용납할 수 없다.

       

       전투 중에 다친 부상은 ‘헌터’로서의 명예로 넘길 수 있지만, 그 외는 인정 못 한다.

       

       ‘끄으응…그래도 아무런 말도 안 하니 좀 마음 아픈데.’

       

       그렇게 쭈뼛쭈뼛 눈치를 보며 5분 정도 걸어가자 저 멀리 직원이 말했던 게이트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동시에 팔짱을 낀 채 손가락을 까닥거리는 한 여성이 눈에 띄었다.

       

       보랏빛의 윤기 있게 흐르는 장발.

       160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성 평균보다 조금 더 큰 신장.

       마지막으로 차가운 인상의 미인……?

       

       어라, 잠시만.

       

       ‘…가 여기서 처음 등장하는 거였어?’

       

       *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죠.’

       

       총 20분.

       

       문보라. 그녀가 게이트 앞에서 묵묵히 다른 파티원을 기다린 시간이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배짱도 좋다고.

       

       ‘…감히 저를 20분이나 기다리게 하다니…’

       

       문보라 그녀는 기본적으로 예의가 없는 사람을 싫어한다.

       

       예의란 가정에서 배워온 기본적인 것.

       

       그리고 상대를 존중하는 방식의 기초 중 하나.

       

       따라서 그녀는 어느 약속이건 최소 10분 이상은 빨리 나오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었다.

       

       다만 그렇다고 그게 시간이 언제나 넉넉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기도 바쁜 사람이다. 해야 할 게 천지인데 이리 시간을 낭비하게 하다니.

       

       ‘…오기만 해봐요.’

       

       한소리 해줄 테니까!

       

       씩씩거리던 그때였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두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틀림없이 오늘같이 던전에 들어갈 일행일 것이다.

       

       “…이봐요! 왜 이렇게 늦었……?”

       

       그러나 문보라는 말을 이으지 못했다.

       

       눈앞에 보이는 한 남성.

       

       그의 첫인상에 문보라는 예의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저절로 벌어지는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어, 저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기요?”

       “네?”

       

       그리고 예의가 아니라는 걸 더더욱 잘 알고 있음에도 그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헌터 왜 해요?”

       “……네?”

       “……아니, 그냥 얼굴로 먹고살면 되지. 왜 굳이……앗!”

       

       거기까지 내뱉자 뒤늦게 자신의 무례함을 깨달은 문보라는 ‘실례…’라는 작은 말을 흘리며 고개를 옆으로 휙 돌렸다.

       

       붉어진 얼굴을 달래는 그녀만의 작은 처세술이었다.

       

       ‘…저답지 않게 무슨 소리를……’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무례했다.

       이정도로 본심이 일말의 필터링 없이 과감하게 나온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혹시 눈앞의 이 남자가 [정신계] 스킬을 쓴 거 아닐까 오해할 정도였다.

       

       ‘…후우, 냉정해집시다.’

       

       당황하는 것도 잠시, 문보라는 냉철하게 두 사람을 평가하였다.

       

       일단은 자신을 당황하게 한 눈앞의 남자.

       

       아무리 눈부시게 잘생겼어도 결국은 남성. 사실상 전략 외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했다.

       

       ‘…이정도는 상정 내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가 공략의 핵심일 거다.

       

       조금 더 살펴본다.

       자신과 머리하나 차이 나는…조금만 한 체구의 작고 귀엽게 생긴 묘인족 소녀였다.

       

       검은색 털인 걸 보면 흑묘족 같은데……

       

       ‘아니 성인인가요?’

       

       잘 모르겠다.

       

       묘인족은 수인들 사이에서도 특이하게 ‘정신연령’에 의하여 육체가 추가로 성장하는 케이스인지라…저리 보여도 생각보다 나이가 많을지도 모른다.

       

       ‘…작은 체구, 묘인족, 등 뒤에 방패…그렇다면…’

       

       자주 ‘길드’에 들리지 않았던 문보라 또한 들어본 적 있는 사람.

       

       일명 ‘낙오자’라고 알려진 헌터 중 한 명이라고 추측했다.

       

       하아―

       

       문보라는 속으로 치밀어오르는 한숨을 겨우 삼켰다.

       

       이거 아무리 봐도 두 사람 모두 제 몫을 못하는 존재잖아?

       

       ‘…할 수 없지요.’

       

       좋든 싫든 ‘협회’에서 내려온 ‘의무 토벌’이다.

       

       파티원이 어떻든, 중간과정이 어떻든, 헌터라는 이름을 단 이상 해내는 것이 사명.

       

       그녀는 자신이 이끌어야겠다는 심플한 결론을 내며 손을 내밀었다.

       

       “아까의 무례는 죄송합니다. 자기소개부터 하지요. 문보라입니다. 포지션은 특수, 마법사입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려요.”

       

       

       *

       

       

       유세하는 자기소개를 하는 문보라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것 참.’

       

       그리운 얼굴이었다.

       

       문보라.

       태생 4★ 마법사 캐릭터.

       《클래스》는 【소서러】.

       

       보통 마법사 하면 생각하는 다양한 유틸기와 변수 창출기를 거의 포기한 채 ‘화력’에만 몰빵한 클래스를 가진 마법사 캐릭터다.

       

       ‘뭐 그런 주제에 화력은 애매하지만 말이야.’

       

       솔직히 말해 그녀는 성능이 좋은 캐릭터는 아니다.

       

       4★ 중에서 그냥 무난하게 중위권을 가는 캐릭터로 오히려 딜러보다는 서포터로 더 유용한 인물이었다.

       

       다만, 성능과는 별개로 지도관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드높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고 냉철해 보이는 주제에 은근히 허당끼가 많다는 점.

       잔정이 많아서 손해 보는 역할을 스스로 자처한다는 점.

       계산적인 면모가 강한 주제에 결국 심성이 고와서 도와준다는 점.

       그러면서 정말 뜻밖에도 ‘개인 스토리’가 암울하다는 점까지.

       

       여러 가지 매력을 갖춘 점이 크게 와닿았으니까.

       

       나 또한 열심히 키웠던 지라 정말 오랜만에 헤어진 친구를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저기.”

       “네?”

       “…제 얼굴에 뭐…묻었나요? 왜 자꾸 히죽히죽…웃으시나요?”

       

       아, 이런 또 마하나처럼 너무 오래 본 모양이다.

       

       ‘기분 탓입니다.’라고 둘러대자 겸연쩍어하는 문보라.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나간다.

       

       “그래서…제 소개는 하였으니 이제 각자 말씀해주시겠어요?”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건가.

       

       “마하나입니다. 포지션은 메…인 탱커. 전위입니다.”

       

       가장 먼저 나서서 말을 하는 마하나.

       자연스럽게 쏠리는 두 여성의 시선에 나 또한 바로 이었다.

       

       “유세하. 포지션은 근거리 메인 딜러. 클래스는 검성입니다.”

       “구성은 나쁘지 않네요. 메인 탱커랑 메인 딜러…그리고 검성……네? 잠시만요. 검성이라고 하셨나요. 지금?”

       “어, 네…맞습니다.”

       

       나의 반응에 문보라는 물론 마하나까지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아, 이거 또 이런 반응이야?

       

       “…흐…음.”

       

       얼마 지나지 않아 문보라는 팔짱을 낀 채 미묘한 도끼눈을 치켜세웠다.

       

       별다른 말은 안 하지만 태도와 표정에서 ‘하아…이 거짓말쟁이를 어떻게 해야 하지? 역시 아까의 눈빛도 그렇고…수상한 사람인가?’ 하는 불신의 기색이 가득하였다.

       

       “……”

       

       덤으로, 마하나까지.

       심지어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문보라 옆에 섰다.

       

       아, 안돼! 이 이상 호감도를 깎을 수는 없어!

       

       “아니에요! 거짓말 아니에요!”

       

       나는 부랴부랴 소리치며 품에서 ‘헌터증’을 꺼내 들었다.

       직원이 갓 뽑아준 따끈따끈한 헌터증을 받아든 문보라는 조심히 읽어내려갔다.

       

       “……!”

       

       곧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 【검성】이라는 클래스.

       

       옆에서 힐끗 지켜보던 마하나도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지, 진짜로?”

       “……와.”

       

       여러 놀라움과 당황이 섞인 감탄사가 지나간다.

       

       그리고 큼큼거리며 ‘헌터증’을 돌려주었다.

       

       “그, 의심해서 미안해요. 아무래도 쉽게 믿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아, 아닙니다.”

       “일단은…알겠어요. 다만 유세하씨?”

       “네?”

       “혹시 이번에 처음 게이트를 도시는 건가요?”

       

       고개를 끄덕이자 문보라는 이마를 짚었다.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방금처럼 아무렇게나 클래스를 밝히는 건 좋지 못해요. 여기 마하나씨도 탱커라는 포지션만 말씀하셨잖아요?”

       

       “…아하?”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가장 큰 건 특정 <클래스>는 기피 대상이 되어서요. 반대로 좋은 대우를 받는 <클래스>도 있고요.”

       

       “…어 그러면 아예 밝히지 않고 진입하는 건가요?”

       

       상식적으로 그러면 안 될 텐데?

       

       같은 포지션이어도 《클래스》마다 할 수 있는 일은 천지 차이니까.

       

       나의 의문에 문보라는 고개를 저으며 차분히 설명해주었다.

       

       “그건 아닙니다. 그래서는 던전 내에서 제대로 된 전략을 짜기 어렵지요. 따라서 보통은 ‘맹세의 언약’을 체결하고 서로 보여주는 편입니다. 그다음 이견을 조율하지요.”

       

       들어본 적이 있다.

       

       원작에서 캐릭터끼리 서로의 ‘근원’을 걸고 약속을 보장하는 일종의 맹세 시스템.

       

       어긴다면 큰 패널티에 걸려 골골거리게 만들어서 ‘적휘석’으로만 살 수 있는 비약을 먹여야 하는 등 꽤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었다.

       

       “유세하씨는 전형적인 좋은 대우를 받는 클래스입니다. 하지만 필시 득보다는 실이 클 거예요. 아니, 그냥 관심 자체가 질이 좋지 못해요.”

       

       “…어, 왜요?”

       

       “너무 귀하거든요. 성능이 좋아도 귀하지 않은 클래스라면 크게 상관없지만, 검성은 그냥 그거 자체가 찬란하게 빛나는 보물과도 같습니다. 여기에 모든 클래스를 통틀어 가장 높은 성장 보정치를 가진…사실상 강해지는 게 당연한 클래스. 심지어 [천도일제]라고 불리는 사기적인 스킬트리까지 있으니 여러모로 파리들이 들끓을 겁니다.”

       

       어, 음. 나는 그 최강의 스킬트리.

       

       못 배우는데……당분간은.

       

       아무튼, 이정도나 말하니 좀 궁금해졌다.

       

       “대체 검성이 얼마나 희귀한데요?”

       

       “제가 알기로 국내에서 검성 클래스를 가진 이는 2명…이번에 유세하씨까지 포함하여 3명이겠네요. 해외를 따져도 50명이 채 넘지 못할 겁니다.”

       

       “오…”

       

       “……반응이 그게 끝인가요?”

       

       “…음. 귀, 귀하다?”

       

       나의 싱거운 반응에 문보라는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네, 뭐 알겠습니다. 이제 그만 들어…아니지. 잠시만요.”

       

       문득, 중요한 걸 깨달았다는 듯 나와 마하나를 휙휙 둘러보는 문보라.

       

       “…그럼 ‘백업’은 누가 하시는 거죠? 여기 ‘고블린 부락지’의 입장 조건은 ‘백업’ 1명 필수일 텐데요…?”

       

       그녀의 질문에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어깨를 으쓱거리는 마하나.

       ‘우웅? 그게 뭐예요?’ 하는 나까지.

       

       그제야 문보라는 자신이 흔히 ‘짬 처리’라고 불리는 것을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으으익! 끄이익! 당했군요…!”

       

       아득바득―!

       

       문보라는 제삼자가 봐도 아플 정도로 이를 갈아댔다.

       

       부들부들! 거리는 모습이 참으로 귀엽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한숨을 내쉬었다.

       

       “…할 수 없죠. 우선 시간이 없으니 급한 대로 제가 할게요. 다만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특수 포지션. 정확하게는 [빙결] 마법이 특화입니다. 따라서 ‘백업’은 기본 소양만 갖췄지. 여러모로 미숙합니다. 이 점 양해해 주시기를…”

       

       스스로의 몸에 손을 가져다 대자, 딱 봐도 복잡해 보이는 기하학적인 마법 문양이 펼쳐진다.

       

       그리고 투명한 빛과 함께 나타난 것은……

       

       “음…여전히 익숙하지 않네요.”

       

       응? 어라?

       

       “…어디 갔지?”

       “…농담하지 마세요. 유세하씨. 바로 보이잖아요.”

       “어 응?”

       

       귓가에 선명하게 울리는 문보라의 목소리.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여러모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던 찰나, 옆에 있던 마하나가 내 옷자락을 당겨 밑을 가리켰다.

       

       “여기…”

       “응?”

       

       자연스럽게 시선을 내리자 보이는 것은……약 15cm 크기로 줄어든 문보라였다.

       

       다만 그냥 문보라가 아니라 엄청난 대두를 가진 2등신에 SD 캐릭터 특유의 데포르메 인형 같은 모습이었다.

       

       뭔가 확 깬다는 느낌과 엄청 귀엽다는 생각이 공존하였다.

       

       “와……”

       “정말이지. 반응이 느리시네요.”

       

       나는 그제야 직원도 그렇고 문보라도 그렇고 자꾸만 언급하던 ‘백업’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게 이렇게 구현되었구나!?’

       

       《고니스 아카이브 라이프》에서 가장 독특하고 말이 많은 시스템.

       

       일명 《백 포지션》 시스템.

       

       전위에서 싸우는 캐릭터도, 특수 효과를 가진 서포터로 변신하게 하는 포지션 변경 시스템이었다.

       

       물론, 다 되는 건 아니다.

       

       관련된 스킬을 가지고 있거나 배워야만 가능했고, 어떤 캐릭터는 이리 쓸 때 오히려 패널티만 가득한 꽝도 있듯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쓸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또한, 생각보다 자주 쓰이지도 않는다.

         

       대다수의 캐릭터는 ‘백포지션’ 보다는 순정 ‘스트라이커’ 상태가 더 강했으니까.

       

       어찌 되었건 굉장히 독특한 시스템이라서 다른 서브컬쳐 게임과는 차별되는 요소로서 고평가받는 부분이다.

       

       ‘인 게임에서도 갑자기 작아져서 다른 캐릭터들 어깨 위에 타고 다니는 걸 보기는 했다만은…’

       

       실제로도 이럴 줄 꿈에도 몰랐다.

       

       당연히 게임적 허용이라고 생각했거든.

       

       옆을 돌아보니 마하나는 놀라는 기색 없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세상에서는 이게 기본 상식이 모양이다.

       

       “유세하씨? 그만 감탄하시고 절 마하나씨의 어깨 위에 올려주시겠어요? 결속 과정을 진행해야 제대로 된 ‘백업’이 가능해집니다.”

       

       “아, 네!”

         

       나는 문보라의 양 겨드랑이를 붙잡고 천천히 마하나의 어깨에 올려주었다.

         

       그대로 미련 없이 마하나의 목 주변에 앉는 문보라.

       

       아, 아쉽네.

       

       ‘…조금만 더 오래 붙잡고 싶었는데.’

       

       인형임에도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게.

       정말이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고마워요.”

       

       올려준 것에 감사를 표한 문보라는 목을 가다듬으며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그러자 나타나는 반투명한 색의 상태창.

       

       그것을 바라본 마하나가 깜짝 놀란다.

       

       “…상태창 공개는 웬만해서는 안 하는 거로 아는데요.”

       

       마하나의 말대로다.

       

       ‘클래스’ 공개도 그리 말이 많은데 그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간직한 ‘상태창’은 말 다 한 셈이다.

       

       하지만 문보라는 오히려 이리 해야 한다는 듯 팔짱을 끼었다.

       

       “비록 오늘 처음 만났다고 하여도…저는 당신과 결속을 진행한 백업입니다. 아실 거로 생각합니다. 스트라이커인 당신이 다치면 저 또한 피해를 공유받는다는 것을.”

       

       사실상 목숨을 공유하는 사이.

       따라서 호흡을 맞춰야 하며, 이를 위해서 서로의 정보를 아는 것은 필수였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던전을 무사히 깨기 위해서는 서로 신뢰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이건 그 신뢰성에 대한 저의 답입니다.”

       

       “……”

       

       문보라를 바라보던 마하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본인의 상태창을 공개하였다.

       

       나 또한 서둘러 공개하려 했으나-

       

       “-유세하 씨는 필요 없습니다.”

       “……어.”

       “이건 같이 함께하는 스트라이커와 백업이기에 필요한 과정. 구태여 당신까지 정보를 더 할 필요는 없지요.”

       

       별다른 감정 변화 없이 지극히 합리적인 말이었지만, 나는 왠지 모를 서운함이 느껴졌다.

        

         

       *

         

         

       같은 시각, 문보라는 건네준 상태창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녀는 앙증맞은 손가락으로 턱을 괸 채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었다.

       

       ‘……듣기로 1년 정도 헌터 활동을 하였다고 하던데…’

       

       마하나.

       클래스는 【가디언】.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지만.

       

       그녀의 능력치는 솔직하게 말해 평균 미달이었다.

       

       그나마 속도가 조금 높다 정도 일려나.

       

       특히나 ‘탱커’로서 가장 중요한 [도발] 스킬이 전무한게 뼈아팠다.

       

       아마, 재능의 부족으로 【가디언】임에도 불구하고 배울 수 없었던 거겠지.

       

       ‘…이렇게 되면 어그로 관리가 사실상 던전 공략의 핵심이겠군요.’

       

       유세하도, 문보라도 전형적인 메인 딜러.

       

       자연스럽게 쏠리는 어그로를 적절히 해결하는 것이 리더로서 1순위로 명심할 사안이었다.

       

       ‘…여기에 한가지가 더 걸리는군요.’

       

       바로 마하나의 상태.

       

       눈가에 생긴 다크서클과 딱 봐도 피로해 보이는 얼굴은 그녀가 요 며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혹사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컨디션 난조’는 모든 파티원에게 치명적이지만, 특히나 ‘탱커’에게 가장 치명적이었다.

       

       아주 잠깐의 실수로 파티 전체가 무너질 수 있으니까.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만하면 ‘고블린 부락지(D)’를 소탕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토벌도 아니고 소탕인 만큼 어렵지는 않으니까.

       

       본인의 실력에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는 문보라는 설령 <백업>으로 인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없어도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얼마나 오만하고 어리석은 생각인지 잘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짝―!

       

       “좋습니다.”

       

       손뼉을 쳐 두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킨 문보라.

       

       2등신에 SD라는 조금도 위엄 업는 모습으로 근엄하게 소리쳤다.

       

       “그럼……”

       

       어디 한번 출발해볼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예약을 걸어놓은 건, pc로 1번 고치고, 모바일로 1번 더 퇴고하기 때문에 걸어둔 겁니다. (즉, 정시 오픈하기 전까지는 미완성 상태입니다.)

    최대한 쉬는 날 없이 정해진 시간에 원고를 올리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