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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파스텔은 기사의 사체를 미묘하게 바라봤다.

         

       달콤한 향기가 감돌았다.

         

       고기 푸딩은 맞는데…….

         

       형태가 인간이잖아.

         

       이런 걸 먹어도 괜찮을까?

         

       소녀는 그리 생각하며 고기 푸딩을 우물거렸다. 갑옷이 푸딩처럼 말랑하게 씹혔다.

         

       헉?

         

       언제 입에 들어왔지?

         

       갑옷이었을 고기 푸딩이 입안에서 팡팡 터졌다. 달콤함이 정신을 적셨다.

         

       사체의 팔을 뜯어 물었다.

         

       고기 푸딩이 팡 터졌다.

         

       맛있어?

         

       맛있어……!

         

       아하.

         

       맛이 좋으면 생긴 건 아무래도 상관없구나.

         

       소녀는 사체를 입에 넣었다.

         

       검은 기운이 위장을 거쳐 깊은 곳으로 녹아들었다.

         

       기운은 방황을 멈추고 본래 주인인 파스텔의 영혼으로 돌아왔다.

         

       힘을 강제로 뽑힌 영혼의 공허가 일부 회복됐다.

         

       다 먹은 파스텔은 만족하며 일어났다. 눈을 감고 여운을 즐겼다.

         

       잠시 뒤 검을 주우려 몸을 돌렸다.

         

       부서진 롱소드가 보였다.

         

       아, 내가 부쉈지?

         

       미안 친구. 네 희생 덕분에 살았어. 잊지 않을게.

         

       롱소드 대신 기사가 쓰던 흑빛 검으로 시선을 돌렸다. 검 모양의 검은 푸딩이 보였다.

         

       푸딩으로 변했네?

         

       엑.

         

       나 지금 마땅한 무기가 없어?

         

       부서진 롱소드를 잡았다.

         

       이것도 탁자 다리보단 좋아.

         

       하지만 역체감이?

         

       무기, 무기.

         

       검은 푸딩을 후다닥 먹고 달렸다. 분홍 머리가 휘날렸다.

         

       이상한 거 주워 먹느라 머릿속에서 제대로 된 음식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

         

         

         

       혈통 인증 – 완료.

       가주 인증 – 완료.

       동력실 조작 – 완료.

       지하실 감옥 해제 – 완료.

         

       파스텔은 창살을 붙잡았다. 감옥 안의 검 자루를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봤다.

         

       “악마님! 된 건가요?”

       『흠.』

         

       장검이 연기처럼 흩날렸다. 연기 속에서 정장 차림의 남자가 형성됐다.

         

       악마가 검은 머리를 털었다. 붉은 눈동자가 감옥을 둘러봤다.

         

       “봉인이 풀리셨어요?”

         

       두근두근.

         

       이것이 악마 소환자의 기분?

         

       『그럴 리가. 창살에서 손 떼라.』

         

       손을 뗐다. 악마가 창살을 잡고 좌우로 벌렸다. 강철이 뒤틀리며 공간이 생겼다.

         

       “와아!”

         

       악마가 감옥에서 걸어 나왔다.

         

       『너를 중심으로 행동반경이 넓어진 거다.』

       “아하.”

         

       난 아직 악마 소환자가 아니구나?

         

       기분이 복잡미묘하다.

         

       파스텔은 짜릿한 배덕감을 털어냈다.

         

       그보다 중요한 게 있다.

         

       “검으로 변하실 수 있죠? 마땅한 무기가 없어서요.”

         

       악마가 힐끔 부서진 롱소드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별말 없이 행동했다.

         

       남자의 형상이 연기처럼 흩어지고 검으로 변했다.

         

       오예.

         

       파스텔은 떨어지는 검을 잡아챘다.

         

       탄탄한 무게감.

         

       견고하고 세련된 검을 몽롱하게 살펴봤다.

         

       우와아.

         

       드디어 완전한 무기를 손에 넣었어.

         

       무엇이든 벨 수 있을 거 같다.

         

       후후.

         

       하나, 둘, 셋.

         

       파스텔은 악당처럼 검을 들어 올렸다. 촛불 광원이 마검을 음침하게 비췄다.

         

       “마검!”

         

       말을 해요!

         

       우왕.

         

       마검에서 벙찐 목소리가 들렸다.

         

       『……뭐 하는 거냐.』

         

       정말 말을 해요!

         

       우왕우왕.

         

       파스텔은 득템 기분을 만끽하다가 검을 내렸다.

         

       “뭔가 검이 살짝 작아졌네요?”

         

       착각인가?

         

       『……사이즈를 맞춤 조정했다.』

       “와아.”

         

       엄청난 배려.

         

       “고마워요, 악마님!”

         

       파스텔은 감동하며 지하실을 빠져나왔다.

         

       어둑한 회전 계단을 올랐다.

         

       집무실에 당도하자 정원의 사나운 소란이 들렸다.

         

       “실내는 탈환했는데 밖이 문제네요.”

         

       악마에게 보여주듯이 창가로 향했다.

         

       내려보던 파스텔은 멈칫했다.

         

       정원을 달빛이 비췄다.

         

       보름달 아래에서 2층 높이의 괴수가 울부짖었다. 대기가 울렸다.

         

       괴수를 향해 거대한 원숭이가 달려들었다. 펀치가 괴수의 안면을 쳤다. 충격파가 터졌다.

         

       파스텔은 눈동자가 격렬히 떨렸다.

         

       어라라라.

         

       레벨이 많이 오른 거 같다?

         

       “아, 악마님. 저보다 키가 한 다섯 배는 커 보이는 괴수를 잡는 법 아세요?”

         

       판타스틱하고 그레이트한 방법이 있겠지?

         

       『일단 창가에서 떨어져라.』

         

       파스텔은 후다닥 멀어졌다.

         

       『두 마리가 끝인가?』

       “확인해 볼게요.”

         

       빠르게 저택을 돌아다녔다. 모든 방향을 살펴봤지만 다른 괴물은 없었다. 서로 잡아먹다가 결국 두 마리로 정리됐나.

         

       정원 한복판에서 거대 괴수 혈전이 벌어졌다. 원숭이가 펀치를 날리고 괴수가 물어뜯었다. 뜯긴 상처가 즉시 재생됐다.

         

       으와으와, 뭔 재생력이.

         

       얼마나 잡아먹어댄 거야.

         

       “어떻게 잡죠?!”

         

       악마가 단호히 말했다.

         

       『안 잡는다.』

         

       그럴 수가?

         

       파스텔은 머뭇거렸다.

         

       그러면…….

         

       영혼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소름이 거북함을 만들었다.

         

       도망은 영구적 상실이다.

         

       “다른 방법은요?”

       『최선을 다해 안 잡는다.』

         

       으아.

         

       『자신보다 강한 적은 얼마든지 있다. 재능을 버리지 마라. 피할 수 있을 땐 피해야 해.』

         

       아으으.

         

       “기사가 제 흔적을 뒤쫓아 왔어요. 쟤네도 따라오지 않을까요?”

       『뭐?』

         

       마검이 흩어지고 남자의 형상으로 변했다. 붉은 눈동자가 소녀를 훑었다.

         

       악마의 표정이 점점 굳었다.

         

       『근처에서 대형 마법진을 본 적 있나?』

         

       다른 창가로 악마를 안내했다.

         

       정원의 대형 마법진이 펼쳐졌다.

         

       소녀는 마법진을 노려보다가 악마를 돌아봤다.

         

       악마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추출 의식이다. 미확인 존재를 산제물에 강림시킨 다음 강제로 영혼의 힘을 추출할 때 주로 쓰지.』

         

       미확인 존재?

         

       뭐야 그 미묘한 명칭은.

         

       악마가 파스텔을 훑어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잠깐 등을 봐야겠는데.』

         

       설마?

         

       다가가 뒤돌아섰다.

         

       악마가 겨울 원피스의 목덜미 부분을 슬쩍 당겼다. 한동안 내부를 들여다보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애한테 뭔.』

       “뭐 있어요?!”

         

       설마 나 산제물?

         

       어쩐지 이름 조합이 이상하더라.

         

       악마가 말하려다가 팔짱을 끼고 고뇌에 빠졌다.

         

       『뭔가 이상한데.』

         

       붉은 눈동자가 파스텔을 바라봤다. 순진무구한 소녀가 눈동자에 비쳤다.

         

       『흠, 아닌가. 산제물이 멀쩡하니 미확인 존재는 강림 없이 방문만 했다고 보는 게 맞겠어. 영혼의 힘을 억지로 추출하다가 제압에 실패해 난동이 일어난 모양이군.』

         

       악마가 턱을 쓸었다.

         

       『아니, 영혼의 힘만 추출한 다음 제압과 후속 처리는 포기하고 도망쳤나.』

       “악의적 흑막이 있다는 거죠?”

         

       악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실만 얻은 채 도망쳤다. 괴물은 챙기지 못한 과실의 잔재이자 미확인 존재가 부린 난동이지.』

         

       파스텔은 주머니 속 피 묻은 천 조각을 쥐었다.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신의를…….

         

       『실례.』

         

       악마의 손가락이 빠르게 등을 찔렀다.

         

       톡톡톡톡.

         

       파직파직.

         

       “아야야야! 뭐예요?!”

       『없앴다. 추적은 못 할 거야. 이제 나가지. 저택을 등지고 달리면 어렵지 않게 빠져나갈 수 있을 거다.』

         

       악마가 검으로 변해 손에 잡혔다.

         

       파스텔은 등을 문지르다가 걸음을 옮겼다.

         

       “정말 안 잡아요?”

       『뭘 바라는 거냐. 재능은 만능이 아니야. 도박에 던지지 마라.』

         

       파스텔은 뚱하게 중얼거렸다.

         

       “그렇긴 하지만 뭔가 슈퍼울트라 필살기라던가. 판타스틱그레이트 필살기라던가, 있잖아요.”

         

       허공을 검으로 푹푹 찔렀다.

         

       마검이 한숨을 쉬었다.

         

       『네 나이 땐 그럴 수 있지.』

         

       그리고 말이 없어졌다.

         

       으윽.

         

       정말 안 잡는 게 맞나?

         

       밥그릇에서 반토막 난 바퀴벌레를 발견한 기분이다. 절반은 어디로……?

         

       으아아.

         

       파스텔은 몸을 떨었다.

         

       괜히 밖을 힐끔힐끔.

         

       문득 거대 원숭이가 마법진의 정원으로 날아왔다. 거체가 정원에 충돌했다. 흙더미가 폭발했다.

         

       시야 저편에서 괴수가 나타나 원숭이에게 달려들었다. 괴수의 주둥이가 팔을 물고 뜯었다. 팔이 찢겨 날아갔다.

         

       원숭이가 괴성을 질렀다. 남은 팔로 주먹을 휘둘렀다. 충격파가 터졌다.

         

       얻어맞은 괴수가 힘없이 굴러갔다. 정원수를 부수며 구른 괴수는 일어나지 못하고 숨을 쉬었다.

         

       승리의 괴성이 울렸다.

         

       원숭이가 마무리하러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순간 휘청였다. 뜯긴 팔에서 검은 기운이 쉴 새 없이 빠져나왔다.

         

       원숭이가 비척이더니 무릎을 꿇고 정원에 쓰러졌다. 둔중한 소음이 울렸다.

         

       정적이 찾아왔다.

         

       오잉.

         

       파스텔은 눈이 동그랗게 됐다.

         

       오잉오잉.

         

       괴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사체를 보며 라이벌에게 경의를 표하듯이 울부짖었다.

         

       정당한 승부 끝에 승자가 갈렸다.

         

       사투는 추억이 되리라.

         

       영광은 외로움이 되리라.

         

       괴수는 사체를 향해 걸어가려다가 엎어졌다. 흙먼지가 일었다. 검은 형체가 힘없이 땅을 짚었다. 조금씩 사체를 향해 기어갔다. 정원에 흙 자국이 길게 생겼다.

         

       외로운 정원을 달빛이 비췄다.

         

       우왕.

         

       파스텔은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중력이 찾아왔다. 겨울 원피스가 휘날렸다. 발이 땅에 닿고 힘껏 달렸다.

         

       기어가던 괴수가 멈칫했다. 눈동자가 사체를 가로막은 소녀를 바라봤다.

         

       파스텔은 용사처럼 외쳤다.

         

       “파스텔 러브 크래프트!”

         

       막강한 적수에게 검을 겨눴다.

         

       “긍지 높은 검사로서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겠습니다!”

         

       승부.

         

       파스텔은 달려들었다. 괴수가 앞발을 들었다가 휘둘렀다.

         

       툭.

         

       소녀를 겨누지 못한 일격이 옆을 쳤다. 산들바람이 분홍 머리를 흐트러트렸다.

         

       으윽, 너무 강해.

         

       이것이 최후의 적수인가.

         

       하지만 용사는 포기하지 않는다.

         

       “하압!”

         

       파스텔은 전력으로 도약했다. 괴수의 앞발을 잡고 완전히 올라탔다. 머리를 향해 달렸다.

         

       당도해 검을 역수로 잡았다.

         

       “이야압!”

         

       힘껏 내리꽂았다.

         

       푸욱.

         

       꽥.

         

       파스텔은 숨을 몰아쉬었다.

         

       힘겨운 표정으로 땀을 닦았다.

         

       엄청난 악전고투였어.

         

       두 번 다신 못 할 거 같아.

         

       하지만 목숨을 건 승부 끝에 내가 승리했지.

         

       입꼬리가 스멀스멀 올라갔다.

         

       사체의 머리 위에서 스스로를 가리켰다.

         

       “대저택의 정복자!”

         

       달빛이 소녀를 비췄다.

         

       아하하.

         

       정원에 웃음소리가 울렸다.

         

       문득 사체가 고기 푸딩으로 변했다.

         

       소녀의 발밑이 푹 꺼졌다.

         

       엣.

         

       파스텔은 그대로 푸딩에 퐁당 빠졌다.

         

       와아악.

         

       거대한 푸딩이 몸을 덮었다.

         

       정복자 살려……!

         

       허우적대다가 열심히 개헤엄을 쳐서 빠져나왔다.

         

       “흐어어.”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아, 푸딩.

         

       입안에 들어온 걸 우물우물 씹었다.

         

       『괜찮, 그걸 왜 먹는 거냐.』

         

       악마의 당혹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아 이거요?”

         

       파스텔은 중독자처럼 눈을 굴렸다.

         

       “계, 계속 먹었는데 아무 문제 없어요.”

       『뭔 헛소리를.』

         

       악마가 말하다가 멈칫했다.

         

       그리고 한동안 말이 없더니 중얼거렸다.

         

       『……어려도 어차피 크래프트니 내가 신경 쓸 건 아닌가. 마음대로 해라.』

         

       오예.

         

       보호자의 승인.

         

       방임 속에서 어린 소녀는 사체를 마음껏 먹었다.

         

         

         

       #

         

         

         

       파스텔은 눈동자가 떨렸다.

         

       어라라.

         

       신체가 이상한데?

         

       제자리 뛰기를 몇 번 했다. 생각보다 높이 올라갔다. 몸이 굉장히 가볍다.

         

       이번엔 나무를 맨주먹으로 후려쳤다. 파이며 흔적이 남았다. 주먹은 그리 아프지 않았다.

         

       어라?

         

       문에서 철제 경첩을 뗐다. 경첩을 들고 힘껏 쥐어봤다.

         

       콰드득.

         

       형태가 구겨졌다.

         

       손을 펴자 경첩에 손가락 자국이 남았다.

         

       어라아?

         

       정상이 아닌데?

         

       혹시 나 뭐 잘못 먹었나?

         

       검은 사체들이 머릿속에 번뜩였다.

         

       자, 잘못 먹긴 했지.

         

       파스텔은 끙끙거리다가 구겨진 경첩을 대충 버렸다.

         

       몰라, 나쁜 일도 아니고.

         

       공복감도 살짝 완화됐으니 아무래도 좋은 거 아닐까.

         

       “긍정적 마인드!”

         

       우하.

         

       『식사 준비 끝났다.』

       “아 네!”

         

       파스텔은 후다닥 악마를 뒤따랐다.

         

       드디어 제대로 된 음식이야. 진짜 왕창 먹어야지.

         

       안 팔린 주방 테이블에 음식이 펼쳐졌다.

         

       “우와아! 요리 솜씨가? 잘 먹겠습니다!”

         

       파스텔은 포크를 들었다.

         

       『잠깐.』

         

       악마가 미묘하게 쳐다봤다.

         

       예절에 너무 어긋났나?

         

       『일단 포크는 내려놓고 숨을 참아봐라.』

         

       웬 숨?

         

       파스텔은 얌전히 따랐다. 숨을 들이쉬고 호흡을 멈췄다.

         

       악마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초침이 움직이듯이 일정한 리듬이었다.

         

       60, 120, 180.

         

       숨을 참던 파스텔은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해졌다.

         

       잉?

         

       240, 300, 360.

         

       잉?

         

       『이쯤 했으면 됐다.』

         

       파스텔은 다시 숨을 쉬었다.

         

       가쁘지 않고 평온한 숨을.

         

       붉은 눈동자가 복잡한 감정을 담고 쳐다봤다.

         

       『산제물 상태로 미확인 존재의 힘을 너무 섭취했어. 넌 이제 온전한 인간이 아니다.』

         

       엑.

         

       “하, 하지만 저 싸우면서 숨도 차고 그랬어요.”

       『관성적 습관이다. 안 쉬어도 돼.』

         

       흐어어.

         

       파스텔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나 어떻게 된 거지?

         

       인간 실격인가?

         

       그러다 한가지 생각이 스쳤다.

         

       근데 숨 안 쉬어도 상관없지 않나? 싸울 때 편할 거 같다.

         

       힘도 좋아졌잖아.

         

       오예.

         

       악마가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가리켰다.

         

       『음식도 못 먹지.』

         

       뭐라고요?

         

       『궁금하면 먹어봐라.』

         

       푹 찔러 스테이크 조각을 입에 넣었다. 촉촉한 고기 감촉이 입안을 적셨다. 감칠맛이 폭발했다.

         

       우와, 요리 완전 잘해.

         

       충분히 씹고 꿀꺽 삼켰다.

         

       문득 격렬한 자극이 느껴졌다.

         

       어?

         

       이 세상의 것을 이물질로 치부하는 별세계의 영역. 몸에 침입한 이물질을 몰아내는 정화작용이 일어났다.

         

       파스텔은 피를 토했다.

         

       피 냄새가 진동했다.

         

       아? 아?

         

       나 음식 못 먹어?

         

       악마가 수건을 가져와 피를 닦아줬다. 보드라운 감촉이 입가를 쓸었다.

         

       『물 정도는 마실 수 있을 거다.』

       “전혀 위안이 안 되는데요?!”

         

       이제 뭐 먹고 살지?

         

       고기 푸딩?

         

       남은 괴물이 없는데?

         

       눈동자가 떨렸다.

         

       아사……?

         

       화려한 요리들을 바라봤다.

         

       풍요 속 아사?

         

       악마가 웬 접시를 가져왔다.

         

       검은 보석의 잔해가 나뒹굴었다.

         

       단내가 나는 듯 마는 듯했다.

         

       『먹어봐라. 마석이다.』

         

       파스텔은 냉큼 주워 먹었다. 검은 사탕이 부서졌다. 고기 푸딩보단 월등히 별로지만 먹을만한 단맛은 났다.

         

       완전 불량식품 느낌이네?

         

       『네 상태라면 마석으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지.』

         

       악마가 마석을 손으로 가루 내더니 스테이크에 뿌렸다.

         

       『음식도 같이 먹을 수 있다. 음식은 에너지 보충에 도움이 안 되지만 스트레스 해소는 될 거다.』

         

       스테이크 조각을 푹 찔러 입에 넣었다. 아까와 다르게 거부감 없이 삼킬 수 있었다.

         

       진짜네?

         

       에잉 뭐야.

         

       별거 없잖아?

         

       파스텔은 빵 터졌다.

         

       아하하.

         

       “악마님, 위트 있으시네요!”

         

       해결법을 늦게 알려주다니, 완전 센스 있어.

         

       악마가 안쓰럽게 바라봤다. 귀족답지 않게 황폐한 주방을 훑어보더니 파스텔을 바라봤다.

         

       『같은 부피의 황금과 비슷한 가격이다.』

         

       포크가 떨어졌다.

         

       식기 소리가 울렸다.

         

       파스텔은 손을 떨었다.

         

       검은 보석을 정처 없이 내려봤다.

         

       이, 이 불량식품이 황금?

         

       고기 푸딩보다 저급한 디저트가?

         

       “으아아…….”

         

       파스텔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분홍 머릿결이 손가락에 뭉개졌다.

         

       “저 어쩌죠?!”

       『거주지를 옮기는 게 좋겠지. 마석은 마계 광산에서 채굴된다.』

         

       악마가 창가로 걸음을 옮겼다.

         

       『인간계와 마계 사이에 있는 하늘섬은 마석 가공과 중계 무역의 중심지야. 통제받는 마계보다 오히려 저렴하지.』

         

       오?

         

       “엄청 저렴해요?”

       『확실히 저렴하지만 문제가 있다.』

       “뭐, 뭔데요?”

         

       파스텔은 침을 꼴깍 삼켰다.

         

       두근두근.

         

       『부동산이 감당 못 할 만큼 비싸.』

         

       으아아.

         

       너무 현실적인 문제……!

         

       『네 나이라면 방법이 있긴 하다.』

         

       악마가 별자리를 보듯 밤하늘을 봤다.

         

       『다음 주면 입학 신청 마감이겠어.』

         

       하늘섬 아카데미의.

         

         

         

       #

         

         

         

       “팬티, 양말 그리고그리고.”

         

       파스텔은 정신없이 짐가방을 살펴봤다.

         

       “뭐, 뭔가 빠졌을까요?!”

         

       방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게 어제 미리 싸놓자고 했잖냐.』

         

       악마가 뒤따라붙으며 분홍 머리카락을 빗겨줬다.

         

       “으와으와으와.”

         

       파스텔은 허둥댔다.

         

       『좀 가만히 있어라.』

         

       악마가 입에 물고 있던 머리 끈을 손에 잡았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소녀를 쫓으며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능숙하게 분홍 머리카락이 정리됐다.

         

       “비공정은 처음이란 말이에요! 설레느라 미룰 수도 있는 거죠! 아! 티켓!”

         

       파스텔은 비공정 티켓을 잡아챘다.

         

       “널 깜빡할 뻔했어!

         

       비공정 시간을 확인했다.

         

       『늦잠 잔 누구 덕분에 촉박하군. 뛰어가야 해.』

       “네! 네!

         

       파스텔은 황급히 짐가방을 잠갔다.

         

       짐가방을 들고 문으로 달렸다.

         

       “다녀오겠습니다!”

       『같이 가는 건데 뭔 소리냐.』

         

       악마가 서둘러 검으로 변했다.

         

       “아 맞다!”

         

       파스텔은 돌아와 검을 잡아채고 다시 달렸다.

         

       “같이 가겠습니다……!”

       『하아.』

         

       푸른 하늘이 펼쳐졌다.

         

       창창한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그렇겠지?

         

       “아카데미 비공정에 온 걸 환영한다. 기습 시험을 보겠다. 탈락자는 돌아가라.”

         

       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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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It’s Mental Immunity

No, It’s Mental Immunity

Status: Ongoing Author:
The guardian demonic sword is troubled and in distress, believing it has been ruined because of me. Does striving for advancement through consuming demonic energy seem too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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