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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마탑 내부에는 다양한 행정부처가 존재한다.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은 거대한 탑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사가 워낙 깊은데다 각 층엔 미개발 구역이나 소유권을 가진 학파에서 출입이 제한하는 장소도 있다.

       그런 곳에서 사고가 터진다면 그만큼 대응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부서는 탑 내부의 위험을 조기 감지하고 정보를 공유와 부처 간의 긴밀한 협력을 위한 ‘원탁회’에 참여한다.

       기숙사 사감의 경우 생활부 소속으로, 회의실의 가장 말석에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한가롭게 갤질하기 좋은 위치였다.

       

       “이번에 글레시아 학파에서 개설한 강의가 수습생들 사이에서 호평이라더군요.”

       “비나 네타니아였던가? 빙궁에서 새로운 인재가 나온 듯 하오.”

       “쯧쯧, 절대영도 이하로는 내려가지도 못하는 얼음마법 따위가 극(極)을 칭하다니. 부끄러운 일이로다.”

       “그런 미티어 학파야 말로 마그마가 불의 완벽한 상위호환 아니오?”

       “뭐라!? 이런 개……!”

       

       본 회의 시작 전부터 수염 난 노인네들이 역성을 내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다들 각 학파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는 마법사들이라서 그런지 모아 놓기만 해도 떡밥이 절로 굴러가는 모습이었다.

       

       “화를 좀 식히시죠. 글레시아의 냉매가 없으면 올 여름은 어떻게 나시려고 그러시오.”

       “그딴 태도 때문에 매년 대륙의 평균 기온이 오르는 거다! 마법으로 터빈도 못 돌리는 것들이 생태계엔 관심도 없고!”

       “터빈 따위 아무래도 좋소. 얼음 마법의 극점인 ‘시간 정지’에 대한 연구만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아이고 두야! 금술인 건 둘째 치고 대체 그게 왜 니들 마법이야!!”

       “바, 바람도 터빈은 돌릴 수 있어요……!”

       

       학파의 규모가 가장 큰데다 각자의 입김도 센 원소학파들의 전야제가 끝나자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었다.

       치안부 부장 슈톨렌 교수가 나와 최근 있었던 정전 사태에 대해 설명했다.

       

       “얼마 전 알 수 없는 마력 반응에 의해 시작의 층 전체에 어둠이 찾아왔었습니다.” 

       “마족의 공격이나 침입에 의한 것입니까?”

       “아직까지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으며 치안부에서는 시설의 노후화 때문은 아닌지 일차적으로 확인 중입니다.”

       

       저들이 말하는 정전 사태란 갤러리의 다크모드가 활성화 되었을 때 벌어진 일이었다.

       지금도 관리자 계정으로 내 위치노트의 다크모드를 켜면 시작의 층 전체의 불이 꺼졌다.

       물론 정확한 원인도, 조명의 통제권을 가져올 방법도 저들은 찾을 수 없었다.

       

       “클락, 우린 이번 일과 전혀 관계 없지?”

       “네, 관계 없습니다.”

       “그래 열심히 하자.”

       

       나 역시 기숙사의 시설 점검 여부를 질문받은 생활부장의 물음에 태연히 답할 뿐이었다.

       

       “다음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시 우선 1층의 수습생들만큼은 대피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외부로부터의 침입이나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으니까요.”

       “1층은 상시 개방되어 있는 만큼 필요한 조치로 보이는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은 연구비 지원 방향성에 대한 최근 황실의 동향을…….”

       

       이어진 주제들은 모두 하품이 나올 만큼 나와는 관련 없는 것들이었다.

       다시 갤러리를 켜서 시간이나 떼우려던 찰나, 누군가와 다리가 부딪혔다.

       

       처음엔 좁은 회의실에서 일어난 실수인 줄 알고 무시했으나 잠시 뒤 한 번 더 툭! 하고 건드려졌다.

       부츠와 스타킹, 반바지 안으로 밀어넣은 상의가 만들어낸 도드라지는 굴곡을 따라 올라가자 날카로운 연녹색 동공과 마주했다.

       신장에 비해 다소 길다고 할 수 있는 검까지 패용한 여인.

       그녀는 내 입탑 동기였다.

       

       

       

       *

       

       “오랜만이네, 시엔.”

       “회의 중에 딴짓 하지 마, 클락.”

       “따로 할 것도 없잖아.”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가 위치 노트를 통해 새어 나가면 어쩌려고. 당장 닫아……!”

       

       아까 그 얼음 마법과 불 마법 같은 거 말인가? 새어 나가도 별 상관 없을 것 같은데.

       기숙사 사감까지 참석하는 회의에서 과연 기밀이 얼마나 잘 지켜질 지 의문이었다.

       

       시엔은 나의 대수롭지 않은 태도가 못 마땅한 듯했다.

       

       “그러니까 네가 언제까지고 시작의 층에 머물러 있는 거야.”

       “넌 지금 어딘데?”

       “39층. 2년 전부턴 정보부에 들어와서 등반을 잠시 쉬고 있지만.”

       

       39층이면 5년차를 기준으로 잡아도 굉장히 높은 경지였다.

       층이 높을수록 더 많은 곳에 출입할 수 있는 마탑에서 정보부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마법사만이 소속되는 부처였다.

       그녀 역시 동기들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탁회에서 얼굴을 다시 보게 되다니 감개무량하군.

       

       “너도 볼래? 지금 한창 재밌는 떡밥이 도는 중인데.”

       “너, 너무 가까이 붙지 마!”

       “검이랑 창 중에 어느쪽이 더 강한지 토론하고 싶지 않아?”

       “뭐? 그야 당연히 검……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주위를 살피더니 나와 황급히 거리를 벌린 그녀는 위치노트를 노려 보았다.

       그리곤 이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어차피 네가 처음 마탑에 들어왔을 때부터 하루종일 붙잡고 있었던 그 갤러리는 곧 폐쇄될 거야.”

       “뭐?”

       

       때마침 그녀의 상사로 보이는 정보부장이 원탁에서 발언 중이었다.

       푸근하게 나온 배와 콧수염이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 갤러리 내에서 발생한 싸움에 휘말려 쿠플란 남작가의 자제가 심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건 절대 묵인할 수 없는 문제이며 명백한 상해 사건으로…….”

       

       수습생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여러모로 쓸데가 많은 갤러리는 마탑 내에서 반쯤 용인된 채 모두가 사용 중이었다.

       그러나 정보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누가 소유한 것인지도 모르고 승인도 나지 않은 커뮤니티를 방치할 수는 없다’였다.

       

       “갤러리가 왜 폐쇄될 거라는 거야?”

       “우리 정보부에서 아주 기막힌 방법을 찾았거든.”

       “그게 뭔데?”

       “계속 들어 봐.”

       

       과연, 이건 나로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정보부라면 마탑 제일의 실력자들이 모인 기관.

       그들의 집중적인 감시와 추적을 받게 된다면 내 활동에도 제약이 생길 게 분명하다.

       최악의 경우 재판에 끌려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겠지.

       

       “저희는 수년 간에 걸친 면밀한 조사 끝에 한 가지 규칙적인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베르농 정보부장?”

       “바로 매년 이맘때쯤, 갤러리의 부관리자를 뽑는 공지가 올라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갤러리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일반인들이 생각해낸 방법은 들어주기가 심히 민망한 수준이었다.

       

       “부관리자는 갤러리의 실세라 할 수 있는 정체 모를 마법사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이들입니다. 임명만 된다면 정체를 밝혀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겠죠.”

       “선별 기준은 어떻게 됩니까?”

       “어디 보자……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으나 관리자의 승인, 그리고 글댓비이? 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저희 요원들의 실력이라면 능히 통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 관리자, 즉 파딱을 이때 모집하는 이유는 수습생들이 들어오는 시기가 내게 있어 가장 바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작년에 뽑아놓은 이들도 있으니 꺼림칙하다면 올해는 안 뽑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애시당초, 나는 현 파딱들을 포함한 누구와도 직접 정체를 공유한 적이 없다.

       갤러리를 조금만 눈팅해봐도 알 수 있는 일인데 마탑 정보부의 수준이 이렇게나 떨어지다니.

        

       시엔도 비슷한 생각인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변명에 가까운 첨언을 보탰다.

       

       “베르농 부장님은 임명된 지 얼마 안 되셔서 그런 거야.”

       “정말?”

       “그, 그렇다니까! 사실 정보부는 몇 년 전에 비해 그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어. 전부 그 탑주를 사칭하는 갤러리 관리자 때문이야!”

       

       단언컨대 난 한 차례도 탑주를 사칭한 적 없다. 다들 멋대로 부를 뿐.

       

       “수습생의 노트에 처음으로 마녀들이 농간이 깃들었을 때, 정보부에선 엄청난 인력과 돈을 쏟아부어 갤러리 주인에게 추적 마법을 거는 걸 시도했어. 6위계 이상의 고위 마법사들이 몇 개월간 달라붙고 재무부와 연구부에서 온갖 지원을 받아서였지.”

       

       확실히 1년차 때 서버가 불안정해서 접속이 잠깐씩 끊겼던 기억이 있는 것 같다.

       그때 평생 먹을 욕의 절반은 먹었었는데, 니들 때문이었구나.

       

       “그래서 성공했어?”

       “아니, 마법은 시전되었지만 어떤 것도 바뀌지 않았어.”

       “무슨 소리야 그게?”

       “타겟의 위치를 알려줘야 할 포인터가 미동도 하지 않았거든.”

       

       마탑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고작 수십 초를 유지하는데도 마력과 재화가 밑빠진 독처럼 빨려 나가는 대단위 마법.

       그러나 일주일 동안이나 이런저런 수치를 바꿔가며 테스트했음에도 붉은 점은 한 곳에 그대로 박혀 있었다.

       결국 한계 이상의 자원을 몰아쓴 결과 정보부는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한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되고 당시 정보부장이 경질될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고.

       

       “마법을 역으로 파훼해서 의도적으로 거짓 좌표를 찍어놓은 거겠지. 갤러리의 주인이라는 자가 고작 1층에, 아니 애초에 사람이 방에서 일주일씩이나 안 나온다는 게 말이나 되냐고……!!”

       “…….”

       “지금은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과거 정보부 전체가 철저하게 농락당했던 사건인 거야. 그놈한테.”

       

       시엔은 분한 듯 무릎에 두 손을 올린 채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차마 거기에 대고 일상이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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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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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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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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