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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그럼, 대련을 시작한다. 다들 준비하도록. 앞 순서의 학생들이 대련하는 모습을 보고, 어땠는지 감상을 나눠보는 것도 좋겠지.”

       

       [드디어 시작이에요! 와!]

       

       “우선 정해진 순서대로 시작하도록.”

       

       

       손에 들려있는 종이를 바라보았다.

       

       10이라고 쓰여 있는 종이. 마지막 번호였다.

       

       

       [헤헤, 역시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괜찮죠?]

       

       “괜찮네요.”

       

       

       제비뽑기로 정해지는 대련 순서였지만, 작가님과 나에게는 아무 의미 없다.

       

       우리에게 확률은 확률이 아니니까.

       

       작가님이 원한다면, 우린 개연성이 허락하는 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주인공의 활약을 위해 순서를 맨 뒤로 미루는 것쯤이야 쉽지.

       

       

       “어떤 것 같아요?”

       

       “어?! 뭐, 뭐가요···?”

       

       

       뭐야, 왜 이렇게 놀라?

       

       뭔가 숨이 거친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열심히 유혹했나? 설마 진짜 반한 거 아니지?

       

       

       “지금 대련하고 있는 학생들이요. 잘 싸우는 것 같나요?”

       

       “···글쎄. 저 창을 든 녀석이 강한 것도 있지만, 상대가 너무 약해. 금방 끝날걸.”

       

       

       얘는 존댓말 했다가 반말했다가 뒤죽박죽이네.

       

       뭐, 그건 넘어가더라도 내가 봐도 금방 끝날 것 같긴 하다.

       

       금발 소녀가 창을 들고 그 긴 사거리로 압박을 가하는데,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다.

       

       금방 끝나겠는데?

       

       소녀의 속도를 따라잡기는커녕, 시야에 넣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아, 끝났다.”

       

       “···전혀 대처하지 못했는데. 능력이 뭐지?”

       

       “글쎄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어떤 능력일지는 느낌이 오네요.”

       

       

       마력을 두르면 신체 능력이 빨라지긴 하지만, 저건 그 수준을 넘어섰거든.

       

       아무리 봐도 능력이다.

       

       신체 강화 쪽이겠지.

       

       

       [둘 다 히로인 후보에요! 예쁘지 않나요?]

       

       “흐음···.”

       

       

       금발의 창을 쓰는 쪽은 알겠지만, 저 아이도?

       

       하긴, 대기만성형이라 초반에 고구마를 들이붓는 히로인도 자주 등장하니까.

       

       그런 쪽이겠지.

       

       무언가 히로인의 문제점을 유시우가 찾아내고, 구원해주는 전개로 흐르지 않을까?

       

       

       “···다른 후보는요?”

       

       [으음, 지금 시점에는 없어요. 같은 반에서 너무 많이 나오면 조금 그래서···. 검술 수업 때 나오지 않을까요?]

       

       

       흐응.

       

       그러면 딱히 관심 가질 필요는 없겠네.

       

       두 번째 대련이 시작하는 걸 심드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확실히 아까 전보다 대련의 수준이 높아지긴 했네.

       

       그래도 부족해.

       

       아무리 봐도 아까 그 히로인 후보 소녀보다 강한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어느새 여덟 번째 대련이 시작했음에도, 맨 처음 보았던 그 소녀보다 강해 보이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조금 더 버텼겠네, 아까 그 아이.

       

       우울한 분위기를 흩뿌리고 다니던데. 조금 신경 쓰였다.

       

       

       “다음, 마지막 대련이다! 이것만 끝나면 수업은 없을 테니, 나머지는 푹 쉬고 있도록!”

       

       “아, 저희 차례네요. 올라갈까요?”

       

       “···응.”

       

       [꺄아, 꺄아! 주인공이 멋있게 싸우는 모습! 빨리요!]

       

       

       그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금방 볼 수 있을 텐데.

       

       단상 위에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다.

       

       주인공, 유시우도 검을 쥔 채로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준비는 됐나? ···시작!”

       

       

       혹시 시작하자마자 내가 패배하지는 않을까?

       

       주인공이 얼마나 강한지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혹시 시작하자마자 져버리면 너무 쪽팔리니까 어느 정도 싸움은 되면 좋겠다.

       

       잔뜩 긴장하며 유시우가 언제 달려들까 가슴을 졸이고 있었는데, 한참을 지나도 오지를 않는다.

       

       ···뭐지?

       

       

       “뭐냐, 너희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뇨.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알겠다.”

       

       

       담임도 당연히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 모양이다.

       

       적당히 넘어가긴 한 모양이지만, 슬슬 움직여야겠지.

       

       

       “오지 않으시나요?”

       

        “···.”

       

       

       대답하지 않고 검을 겨눈 채로 집중하는 유시우.

       

       아무래도 직접 올 생각은 없어 보이네.

       

       

       [우으으, 시작한다면서요!]

       

       “이거, 어쩔 수 없네요···. 제가 먼저 가도록 할게요.”

       

       

       선생의 눈치도 보이고, 작가님도 언제 시작하냐며 징징거리고.

       

       유시우는 올 생각이 없어 보이니 어쩔 수 없나.

       

       내가 가야지.

       

       체육복 안쪽에 입었던 토시의 실이 풀리며 그에게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어요. 칭찬해 드리죠.”

       

       

       빠른 속도로 달려드는 실을 피하는 유시우를 보며 감탄했다.

       

       이걸 쳐내려고 하지 않고 피하네?

       

       무기에 실이 닿았으면 순식간에 휘감겨서 강탈당했을 텐데.

       

       살짝 놀라고 있자니 그가 대련 중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마수를 묶은 걸 내 눈으로 봤는데, 그걸 쳐내려고 할 리 없잖아.”

       

       “흐응···. 그럼, 이건 어떨까요!”

       

       

       실을 한 번 더 풀어내 공격했다. 이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볼까.

       

       팅!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며, 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피하지 않고 쳐내셨네요?”

       

       “네가 콘크리트를 자르는 걸 보기도 했지.”

       

       “이거, 생각보다 더 눈썰미 있으신 분이네요.”

       

       

       그걸 보고 있었나?

       

       마음에 드네.

       

       역시 주인공, 이라고 해야 하나?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이 빨라.

       

       

       [엣헴, 우리 주인공의 능력은 직감이니까요! 물리적인 위협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요!]

       

       “직감, 이라···.”

       

       

       좋은 능력이다.

       

       설사 투명 인간이 공격해도 반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

       

       내 실은 겉보기에는 똑같은데도 구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고평가다.

       

       물리적인 잠재력은 뛰어나지 않다는 점이 문제지만, 그거야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해결할 수 있겠지.

       

       

       “네, 네가 내 능력을 어떻게···!”

       

       “자아, 더 갑니다! 이번에는 막을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피할 수 없을 정도의 공격을 가하면 어떨까.

       

       토시 한쪽을 모두 소모하여 유시우가 아닌 주변의 공간을 무턱대고 공격했다.

       

       피할 수 없는 공격은 직감이 알려줘도 무의미하니까.

       

       

       “후, 후우···. 깜짝이야.”

       

       “···생각보다 더 뛰어나신 분이네요. 마음에 들어요.”

       

       

       우와아, 저게 말이 돼?

       

       직감이라길래 피할 수 없게 때리면 그만 아닌가, 했는데.

       

       실로 충분히 공간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부족했던 모양이다.

       

       튕겨낼 수 있는 실을 튕겨내서 다른 실과 부딪히게 하고, 그 틈새로 피하네.

       

       저거 인간 맞아? 다른 능력 있는 거 아냐?

       

       기본 스펙이 압도적인 놈이 저런 능력 가지고 있으면 사기잖아!

       

       

       “좋아요, 그럼 다음은···.”

       

       [마음에 안 들어요.]

       

       

       나머지 한쪽의 토시를 사용해 공격하려던 찰나, 작가님의 우울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음에 안 든다···?”

       

       “···?”

       

       

       갑자기?

       

       도대체 작가님의 기분이 왜 이렇게 안 좋은지 모르겠네.

       

       공격이 오지 않자 의문을 표하며 숨을 고르는 주인공을 주시하며 작가님의 말을 들었다.

       

       평소와는 달리 가라앉은 목소리. 뭔가 정말로 실망한 것 같으니까, 장난이라도 쳤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주인공의 첫 등장씬도 못 보고. 첫 대련인데, 그런데···! 이게 뭐에요! 주인공이 강해 보이기는 커녕, 독자님에게 밀리는 모양새잖아요!]

       

       “아, 아차차···.”

       

       

       아앗.

       

       가장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기왕 짝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주인공의 강함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나한테 올 생각도 없어 보이고, 능력을 마음껏 써본 것도 처음이라 너무 흥분했다.

       

       유시우를 띄워줬어야 하는데···!

       

       

       [저는 화났어요···! 흥!]

       

       “이거, 이거···. 정말 곤란하네요···.”

       

       

       어떡하지?

       

       작가님이 잔뜩 화가 났다.

       

       이번에는 내 실수라서 작가님에게 뭐라고 할 말이 없는데.

       

       

       “기권하겠습니다.”

       

       “···뭐? 진심이냐, 아르테?”

       

       “네, 진심이고 말고요.”

       

       [주인공 첫 대련을, 독자님이 망쳤어! 우아아아아앙!]

       

       

       당황한 학생들과 선생님의 황당하다는 듯한 시선이 몰려들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울어버린 작가님을 달래줘야 하거든.

       

       일단 주인공이 이긴 거로 해 둬야 나중에 끼워 맞추기도 편하고.

       

       

       “이거, 수습하기 힘들겠는데요···.”

       

       [와아아아아아아아앙!]

       

       

       

       ***

       

       

       

       “저 여자, 실을 쓰는구나.”

       

       

       마수를 쓰러트렸다는 이야기의 남자와 대련해보고 싶어 다가갔는데, 무언가에 발이 걸려 넘어졌었다.

       

       다시 일어났을 때는 어느새 그도 조를 짜버린 상황.

       

       어쩔 수 없이 다른 조를 구해보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버려 남은 아이와 대련하게 되었다.

       

       ···넘어졌을 때, 언뜻 검은 실이 보였던 것 같았지만 내가 잘못 본 거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었는데.

       

       설마···?

       

       

       “게다가 저게 뭐야. 다 이겨놓고 기권이라니.”

       

       

       시종일관 저 남학생을 몰아놓고 압도하고 있었다.

       

       저대로 계속 체력만 빼도 승리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하질 않나, 곤란하다고 하질 않나.

       

       이상한 이야기를 중얼거리더니 기권을 선언했다.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다들 얼떨떨해 보였지만, 나는 화가 났다.

       

       정정당당하게 가진 수를 보여주지는 못할망정, 상대를 농락하고 승리를 던져버리다니!

       

       

       “아르테 이시스···. 마수 습격 사건을 해결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했지.”

       

       

       다른 학생들이 모두 대피하고 있을 때 두 사람이 마수를 쓰러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해지고 싶었는데.

       

       설마 저런 파렴치한 사람일 줄이야.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마수를 쓰러트린 게 아니었던 걸까?

       

       실력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저 수상쩍은 행동거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도저히 아카데미의 학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이 아멜리아가, 지켜봐 주겠어···!”

       

       

       아카데미에 어울리는 학생인지 지켜봐 주마!

       

       아멜리아는 그렇게 다짐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기습적으로 받는 연참빔. 여태까지 이걸 맞고 살아남은 독자는 없었다.

    과연 당신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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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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