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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그러니까 자네는 무당이라는 사람이군?”

       

       

       “맞아요.”

       

       

       차려진 음식이라고는 과일 몇 가지와 말린 육포, 가벼운 스튜 뿐이었다.

       

       

       배고픈 나에게는 이마저도 진수성찬이었다.

       

       

       말린고기에서 치킨맛이 난다고 하면 믿어지겠는가?

       

       

       그 만큼 배가 고팠단 소리다.

       

       

       “이 밑에 있는 백작령에 살고 있고? 사냥으로 먹고 살고?”

       

       

       “예. 그 사냥꾼은 방금 그만뒀어요.”

       

       

       “으음?”

       

       

       나는 대답 대신 시위가 끊어진 활을 흔들어 보였다.

       

       

       “무당은 다른 일을 못해요.”

       

       

       “허어?”

       

       

       파라몬의 눈에는 여전히 궁금증이 남아 있는 듯했지만, 더 이상 물어보지는 않았다.

       

       

       오래 산 노인의 이해심일까?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 하는 표정이었다.

       

       

       “그럼 무당이라는 것을 할 셈인가? 그 점집이라는걸 차려서?”

       

       

       “예. 뭐 쉽지는 않겠지만…”

       

       

       다시 말하지만 이 세상에 무당이라는 직업은 없다.

       

       

       한국에서야 ‘용한 무당’이라고 하면 입소문을 타서 어디선가 찾아오겠지만, 여기서는 그럴 일도 없다는 것이다.

       

       

       완전히 맨바닥에서부터 만들어야 했다.

       

       

       그것도 땡전 한 푼 없이.

       

       

       “미래를 봐주고 한을 풀어 준다고?”

       

       

       “아 그렇다니까요. 밥 먹는데 자꾸….”

       

       

       밥 먹는데는 개도 안 건드는 게 상식이었다.

       

       

       여기서는 상식이 아니지만.

       

       

       아무튼 이틀 만의 첫끼인데 자꾸 방해를 하니 짜증이 안 날 수가 없었다.

       

       

       누구 때문에 더 배가 고픈 건데….

       

       

       “그러니까 그걸 봐주고 복채라는걸 받는다는 거구만.”

       

       

       “예예….”

       

       

       대충 대답하고 스튜를 후루룩 마시니 파라몬이 일어나서 어딘가로 향했다.

       

       

       “나에게도 큰일을 해줬으니 그 복채라는 것을 줘야겠군.”

       

       

       “예…..?”

       

       

       “따지고 보면 내가 자네 첫 번째 손님 아닌가?”

       

       

       굴락이라는 오크가 있으니 처음이 아니기는 했다.

       

       

       하지만 어디 오크새끼를 사람에게 비비겠는가?

       

       

       아까 빙의했을때 보면 어디 기사단의 단장이라는 것 같았다.

       

       

       그렇다는 건 돈 꽤 있는 사람이란 소리다.

       

       

       비루한 오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진짜 손님인 것이다.

       

       

       쩔그럭.

       

       

       내 예상대로 파라몬이 가지고 온 주머니는 제법 두둑했다.

       

       

       “오십실버네. 지금은 가진 게 이것밖에 없군. 어떤가? 이 정도면 그 복채라는 것으로 충분하겠는가?”

       

       

       나는 그만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말았다.

       

       

       50실버.

       

       

       말 그대로 은화가 50개라는 소리다.

       

       

       이 세상에서 은화 하나는 한국 돈으로 약 10만원 가량의 가치를 가졌다.

       

       

       생각보다 비싼 거 아니냐고?

       

       

       은이라는 것이 어디 땅만 파면 나오는 금속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오십실버?”

       

       

       어마어마하게 큰 금액이었다.

       

       

       저게 있으면 점집을 차리는 게 훨씬 수월해 질 것이다.

       

       

       역시 어디 외상이나하는 오크 쫌생이랑은 다르게 통이 큰 사람이었다.

       

       

       이게 바로 종족의 품격이란 것이겠지.

       

       

       “충분하고말고요!!!”

       

       

       “흐음….그럼 다행이군.”

       

       

       주머니를 직접 들어 보니 묵직한 게 아주 든든하기 그지없었다.

       

       

       절로 웃음이 나오는 무게랄까?

       

       

       “흐흐흐….영감님 어디 뭐 더 필요한 건 없어요? 미래를 알고 싶다거나?”

       

       

       나름 첫고객에 대한 서비스였다.

       

       

       이미 복채도 두둑이 받았으니 신점 한 번 더 봐주는 거야 문제가 아니었다.

       

       

       “허허….내 벌써 나이가 구십이 넘어가네.”

       

       

       “예?”

       

       

       내가 되물은 이유는 간단했다.

       

       

       파라몬이라는 영감은 구십이 넘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젊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주름하나 없는 피부에 심지어는 갈색의 머릿결도 고운 편이었다.

       

       

       영감의 몸 또한 근육이 옷을 뚫고 나올 듯 부풀어 있었다.

       

       

       하기야 아까 방울을 흔들면서 느끼기로 영혼이 큰 사람이었으니까.

       

       

       뭔가 큰 재주가 있겠지.

       

       

       “이만큼 살아 놓고 무슨 미래가 궁금하겠는가?”

       

       

       파라몬이 씁쓸한 듯이 말했다.

       

       

       “어떻게 살아가냐에 따라 바뀔것을….”

       

       

       맞는 말이었다.

       

       

       그렇게 잘 살아가라고 열심히 한을 풀어줬으니까.

       

       

       “어찌 되었든 자네의 앞날을 응원하네. 큰 도움을 받았네.”

       

       

       “영감님 덕분에 앞날이 수월할 것 같네요.”

       

       

       생각보다 큰 보상을 받았다.

       

       

       받을 거라는 생각도 못 했고, 달라고 할 생각도 없었다.

       

       

       만신이신 스승님께서는 항상 물욕을 멀리하라 하셨으니까.

       

       

       싫어도 그렇게 된다나?

       

       

       그렇다고 주는 걸 안 받을 수도 없었다.

       

       

       당장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이제 밥도 다 먹었으니…. 가 볼게요.”

       

       

       “벌써 가려는가?”

       

       

       “점집 차려야 하니까요!”

       

       

       “그렇구먼…. 인연이 닿으면 또 보세나.”

       

       

       또 보면 반갑기야 하겠지만 좋을 건 없었다.

       

       

       무당하고 인연이 닿아서 뭘 하겠는가?

       

       

       그리고 무당의 인연은 신이 맺어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저랑 인연이 닿으려면….흠…아니예요.”

       

       

       돈이 든 주머니를 작은 가방에 대충 찔러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방에 든 사냥용품들은 돌아가는 즉시 팔아 치울 작정이었다.

       

       

       어차피 쓰지도 못할 테니까.

       

       

       조각상들을 지나 길을 나오는 발걸음 무척이나 가벼웠다.

       

       

       “아 참, 또 인사를 까먹었네.”

       

       

       인사를 해야 할 사람은 파라몬만 있는 게 아니었다.

       

       

       뭐가 그리 걱정인지 아직도 남아 있는 영혼들이 있었다.

       

       

       꾸벅.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든 나는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팔이 없던 영혼에 팔이 생겨 있었으니까.

       

       

       파라몬이라는 영감이 조각해 놓은 것과 똑 닮은 팔이었다.

       

       

       “무당 팔자 나쁘지 않을지도….?”

       

       

       ***

       

       크리스를 떠나보낸 파라몬이 가볍게 짐을 챙기며 일어났다.

       

       

       “간만에 마음에 드는 청년이구먼….”

       

       

       신비로운 청년이었다.

       

       

       이름이 크리스라고 했던가?

       

       

       “영혼과 소통하는 사람이라니…껄껄….”

       

       

       대충 지어놓은 집 밖으로 나서던 파라몬이 조각상들을 한번 훑어보았다.

       

       

       “행복하라고 했는가? 내 그거 한번 해 보겠네….”

       

       

       한층 후련해진 눈으로 파라몬이 다시 발을 떼었다.

       

       

       길을 따라 나가던 파라몬이 조각상 하나를 지나치려다 멈춰 섰다.

       

       

       팔이 하나 없이 태어났으나 누구보다 훌륭했던 기사.

       

       

       머릿속에 크리스의 음성이 스쳐 지나갔다.

       

       

       – 팔도 없는 사람 팔을 깎아서 무엇하누?

       

       

       “흐음….잘라야 하려나?”

       

       

       잠시 고민하던 파라몬이 고개를 휘휘 저으며 마저 길을 나섰다.

       

       

       “간만에 영지로 돌아가겠군….”

       

       

       평생을 떠돌아다녔으니 간만에 영지로 돌아가 볼까 싶은 생각이었다.

       

       

       아들놈이 훌륭히 잘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집이었으니까.

       

       

       “흐음?”

       

       

       파라몬이 바닥에서 무언가를 주워 올렸다.

       

       

       “허…돈 욕심이 많은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구만.”

       

       

       아까 크리스에게 준 돈주머니였다.

       

       

       묶어두었던 입구가 풀려 있는 것을 보니 몇 개 정도만 빼고 그대로 놓아 두고 간 것 같았다.

       

       

       자신이 발견하라고 이렇게 길 중앙에 둔 것이겠지.

       

       

       “대충 오 실버 정도 되겠군.”

       

       

       잠깐 대화를 나눈것만으로 사람의 됨됨이가 보였다.

       

       

       남의 아픔을 위할 줄 알며, 돈 욕심조차 없는 젊은이.

       

       

       영혼과 소통한다는 전무후무한 능력을 지녔음에도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청년.

       

       

       갈수록 마음에 드는 청년이었다.

       

       

       “점집을 만든다 그랬었지? 도움을 줘야겠구만.”

       

       

       오 실버로는 그가 입은 은혜를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가방 속으로 손을 넣은 파라몬이 작은 수정구를 하나 꺼냈다.

       

       

       스으으-

       

       

       손끝으로 마나가 흘러 들어가며 수정구에서 작은 불빛과 함께 사람의 얼굴이 나타났다.

       

       

       “….나일세, 잘 지냈는가? 다름이 아니고 마음에 드는 젊은이를 만나서 말이지.”

       

       

       수정구를 들여다보며 파라몬의 발이 다시 움직였다.

       

       

       “자네 자식놈의 영지에 산다더구만.”

       

       

       ***

       

       

       지글지글.

       

       

       꼬챙이에 꽂아 놓은 고기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드디어 제대로 된 고기를 먹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내 입에서는 계속해서 욕이 나왔다.

       

       

       “이 씨발거…..개 같은 팔자….”

       

       

       욕이 안 나올수가 없었다.

       

       

       파라몬에게 받았던 돈이 사라졌다.

       

       

       결계를 뚫고 나와 걸으며 가방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한참이나 늦은 후였다.

       

       

       달랑 오실버를 남겨두고 주머니가 통째로 사라졌었다.

       

       

       황급히 돌아가 결계를 열고 들어가려 했지만, 그조차도 불가능했다.

       

       

       아무리 방울을 흔들어도 결계가 열리지 않았다.

       

       

       미친놈 처럼 방울을 들고 춤을 춰 봐도, 방울에다 대고 간곡히 빌어봐도 그대로였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는가?

       

       

       복채로 허락된 것이 단돈 오 실버라는 말이다.

       

       

       “줬다가 뺐는 게 어딨냐고….”

       

       

       아무래도 나와 연결된 신이 오실버 이상을 허락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이렇게 또 세상의 억까를 받으며 내 전 재산은 오십실버에서 오실버로 줄어들었다.

       

       

       “무당 팔자가 나쁘지 않기는….염병…”

       

       

       익어가는 고기를 보며 다시 손을 움직였다.

       

       

       내 손에는 제법 큼지막한 나무판자가 쥐어져 있었다.

       

       

       바로 새로 차릴 점집의 간판이었다.

       

       

       – 운명을 봐 드립니다. 5쿠퍼.

       

       

       “오천 원쯤인데….너무 싼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신점이라곤 본 적도 없을 사람들이 비싼 값을 지급하겠느냔 말이다.

       

       

       이 좋은 능력으로 이것밖에 못벌다니….

       

       

       “한국이었으면 떼돈을 벌었을 텐데….”

       

       

       당분간 먹고 살 돈은 생겼으니 일단 내일부터 영업을 해 보고 판단해볼일이다.

       

       

       어찌 되었든 지금은 식사를 할 시간이었다.

       

       

       판타지 세계의 고기맛을 즐길 시간인 것이다.

       

       

       하지만 내 식사는 끝내 이루어 지지 못 했다.

       

       

       고기를 집어 드려고 손을 뻗는 순간.

       

       

       철컥 –

       

       

       철컥 –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이건 또 뭐야?”

       

       

       여러 명의 발 소리였다.

       

       

       그것도 들리는 갑옷소리들을 보아 병사와 기사로 추정되는.

       

       

       곧 집 밖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 영주님의 명을 받으라!!

       

       

       “음?”

       

       

       뭘 받으라구요?

       

       

       이곳의 영주는 백작이고 나는 평민이다.

       

       

       절대로 백작이 일개 평민 하나를 콕 짚어서 무언가를 지시하는 일은 없다.

       

       

       다급하게 문을 열어 재낀 나는 그만 보고 말았다.

       

       

       집 앞을 가득 채운 기사들과 병사들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인생은 인맥.

    선작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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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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