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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그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품으며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위장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에 집중했다.

        

       “ॐ-”

        

       그는 영력을 집중해 검지에 휘감은 뒤, 위장이 있는 위치의 뱃가죽에 집게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문양을 그리기 시작했다.

        

       뭉뚝한 선. 선이 세로줄을 그리고, 원과 흡사한 곡선을 그리며 다시 가로줄을 그린다. 가로줄은 다시 세로줄을, 그리고 다시 가로줄을. 그렇게 해서 원과 한없이 흡사한 네모가 완성되었으니, 그 형상은 마치 전서체로 적은 입 구(口)와 닮았다.

       진성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손가락을 네모 안으로 집어넣고 다시 작은 네모를 그렸다. 그리하여 원 안에 원, 네모 안에 네모가 담긴 것 같은 문양이 영력으로 그려지며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였으니, 그 형상이 마치 돌아올 회(回)의 형상과도 흡사했다.

        

       입안의 입.

       갇힌 울타리 안의 울타리.

       그것은 한자로 그려진 미궁이요, 상징으로서 끝없이 이어진다는 뜻을 품은 문자였다.

        

       문양은 푸르스름하게 빛나며 위장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위장은 감옥이 되었고, 위장에 고여있는 산은 맹렬하게 끓어오르며 이치를 거스르며 벽을 타고 휘감았다. 위액은 마치 산(酸)으로 이루어진 구체처럼 변했고, 위장으로 흘러 들어간 뱀의 고기는 그 위액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녹아내리는 고기 속에 있던 자그마한 무언가는 위액이 아닌 위장에 스며든 영력에 의해 녹아내리며 하나의 의미가 되었다.

        

       “하나는 모았다.”

         

       진성은 뱀을 먹은 것을 시작으로 산을 쏘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눈을 감고 돌아다니며 허공을 격하며 여러 가지 생물들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어떤 것은 징그러운 애벌레였고 어떤 것은 자라다 만 버섯이었다. 그는 채집한 것들을 대충 손질하고 입에 넣으며 산을 쏘다녔고, 이윽고 산 깊숙한 곳에 있는 작은 계곡까지 도착했다.

         

       “ॐ.”

       

       그는 계곡에 도착하자마자 신발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허공에 손을 움켜쥐었다.

         

       첨-벙!

         

       그가 한 번 허공을 쥘 때마다 바위틈에 숨어있던 물고기와 가재들이 속속들이 끌려왔고, 진성은 그것들의 목만을 쥐어뜯은 다음 거침없이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콰득! 콰득!

         

       가재의 갑각은 진성의 치아에 사정없이 분쇄되었고, 날카롭게 부서진 파편은 진성의 입안 그 어디에도 상처를 입히지 못한 채 그의 위장으로 녹아들었다. 생선 역시 머리만을 제외하고 모조리 진성의 뱃속으로 들어갔고, 들어가기 무섭게 슬라임처럼 변해버린 위산에 의해 순식간에 녹아버리고 말았다.

         

       진성은 그런 작업을 한참이나 반복했고, 이윽고 계곡에 있는 물고기 대부분과 가재가 다 잡혔을 때야 그 작업을 멈추며 중얼거렸다.

         

       “하나, 둘, 그리고 셋.”

         

       진성은 그대로 바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향을 피웠다. 향은 정상적으로 피어나는 듯 하다가 바람이라도 부는 것처럼 진성을 향해 흘렀고, 진성에게로 향하는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에 막힌 듯 그의 주변에 연기로 된 벽을 만들었다.

         

       “하나.”

         

       진성은 연기의 벽 속에서 정신을 집중하며 배에 그렸던 회(回)의 문양을 지우고 다른 문양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앞서 그렸던 문양과 비슷하지만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앞서 그렸던 것이 원의 형상을 한없이 닮은 네모였다면 지금 그가 그리고 있는 것은 네모를 한없이 닮은 원.

         

       도형일 뿐 하나의 의미가 되지 못한 문양이었다.

         

       “뱀 속의 뱀, 하나이자 다수.”

         

       그려진 원은 피부를 자극하고, 혈관을 툭 튀어나오게 하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혈관이 문양이 그려진 부분에만 자극이 된 것처럼 붉고 푸르게 튀어나오고, 그것이 보라색으로 변색하며 멍이라도 만들어진 것처럼 그 형상을 드러냈다. 그 모습은 평범한 도형처럼 보이다가도 뱀이 혈관을 기어 다니며 형상을 그린 것도 같았고, 뱀이 아닌 더 원초적이고 작은 어떤 생물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샤아악-!

         

       혈관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무언가가 튀어나오려 하는 것처럼 울룩불룩 움직이고 있었다. 그 움직임이 어찌나 격렬한지 마치 그가 먹어치운 뱀이 그의 뱃속에서 다시 태어나 움직이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불러일으켰지만, 진성은 태연하게 손가락을 목 뒤로 움직였다.

         

       그는 목에 척추를 따라 세로줄 하나를 그었다.

         

       그의 손가락이 흘렀던 곳은 이번엔 회색빛으로 변했다. 마치 살이 썩어가기라도 한 듯, 그것이 아니라면 피부에 무언가 부정한 것이 들러붙기라도 한 듯 그가 손가락으로 가져다 댄 부분만 시체를 연상케 만드는 회색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 회색빛에는 각질과는 뭔가 다른 가루들이 묻어나왔고, 이윽고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듯 가루들은 순식간에 녹아들며 다시 피부를 매끄럽게 만들었다.

         

       “셋.”

         

       진성은 마지막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배 쪽으로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의 손가락은 폐, 간, 장을 거쳐 다시 폐로 이동하며 삼각형을 그렸다. 그의 손가락이 닿았던 부위는 이번에는 안에 살점이 없어진 듯 푹 패이며 이질감을 드러냈지만, 다시 무언가로 차오르는 듯 원상복구 되었다. 하지만 그 흔적만은 여실히 남아 관찰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부분의 피부가 탄력을 심하게 잃었음을 알 수 있으리라.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셋으로. 모든 숫자가 모여 여섯. 시작한 것이 균형을 찾았으니 그것에 날개가 달려도 이상하지 않으리.”

         

       진성의 주언(呪言)과 함께 그의 몸에 새겨졌던 흔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튀어나왔던 원은 자취를 감추고, 목 뒤에 새겨진 회색빛은 연기처럼 흩어졌으며, 탄력을 잃은 피부에는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윽고 향이 다 타고 그 잿가루가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진성의 코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제야 그는 눈을 뜨고 웃을 수 있었다.

         

       “기초는 세웠구나.”

         

       끄응-차.

         

       진성은 나이 먹은 노인네처럼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축지를 사용했다.

         

       끼-익.

         

       허공이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진성은 순식간에 저택에 돌아왔다.

         

         

         

        * * *

         

         

       “이상해.”

       “그치, 이상하지.”

         

       저택의 구석에 있는 방.

       자매는 그곳에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세린은 까마귀가 그려진 잠옷을 펄럭이며 말했다.

         

       “요새 오빠가 너무 이상해.”

         

       평소의 음침해 보이는 인상은 동물 잠옷 덕분인지 졸리고 피곤해 보이는 인상으로 변해있었고, 그 덕분인지 팔을 파닥파닥하는 행위도 마녀가 무언가 수상한 의식을 치르는 모습이 아닌 물에 빠져서 힘을 잔뜩 소진한 까마귀가 뭍으로 올라와서 하는 기쁨의 몸짓 정도로만 보였다.

         

       “이상하긴 해. 원래부터 이상하긴 했지마는.”

         

       맞은편에 있는 이아린은 머리를 풀고 장식을 다 없애서 그런지 평범한 소녀처럼 보였지만, 노란색 잠옷 덕분인지 암사자를 떠올리게 만드는 면모가 있었다.

         

       “그, 언제지? 나는 저주술의 일인자가 될 거라면서 이상한 벌레들 잔뜩 가져온 적이 있었잖아.”

       “응.”

       “그때 벌레 중에 바퀴벌레가 껴 있어서 난리가 났고. 그때 기억나?”

       “기억하기 싫어….”

         

       두 동물은 푹신한 침대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다만 이야기의 주제가 갑자기 혐오스러운 무언가로 변하자, 이세린은 기분이 안 좋아졌는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 하하하, 그때 꼬맹이의 맹랑함이 참으로 귀여웠지. 제가 들고 온 벌레들도 통제 못 하면서 저주술을 늘어놓는 것이 참으로 어린 소년 같았다. ]

       “윽.”

       “대체 벌레들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아~ 그때만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니까? 무슨 바퀴벌레가 약에도 저항하고, 전기 파리채를 맞고도 멀쩡하고. 그거 그대로 놔뒀으면 공포 영화 같은 거 찍을 뻔했다고 하더라. 그 뭐지. 내 친구가 그러는데 바퀴벌레가 나오는 이상한 공포 영화들 많다며.”

       [ 고양이가 사냥감을 자랑하다가 놓치는 경우가 있다지? 딱 그런 모습이었지. 참으로 맹랑하면서도 귀엽지 않은가? 특히나 벌레 같은 것을 잡아 오는 일도 잦았다고 하니, 그야말로 그 꼬맹이는 고양이 그 자체였도다. ]

         

       특히나 자신과 계약한 악마가 다른 곤충들까지 언급하자, 이세린은 그때 진성이 들고 왔던 수많은 곤충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끔찍하리만큼 다리가 많거나 더 끔찍하게도 다리가 아예 없었던 그것들을 떠올리며 얼굴을 더 일그러뜨렸다.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아린의 회상 역시 그 끔찍한 형상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으니 더 끔찍한 일이었다.

         

       “그거 말고도 다른 벌레도 징그럽긴 했지만~ 아, 내가 말하려는 건 그게 아니라. 요새 너무 이상하다는 거야. 알지? 어?”

       “알아….”

         

       오히려 너보다도 더 잘 알걸.

         

       이세린은 자신의 쌍둥이에게 내뱉으려는 말을 목구멍 안으로 간신히 집어넣었다. 하지만 말은 집어넣을 수 있어도 복잡한 표정이 떠오르는 것은 막을 수 없었는지, 그녀의 얼굴을 본 이아린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 계약자야, 나의 계약자야. 너는 보았을 것이다. 그 저급하기 짝이 없고 근본도 품위도 없던 그 주술 의식의 장면을 말이다. ]

         

       이세린은 자신과 계약한 악마가 속삭이는 소리에 한숨을 쉬었다.

         

       ‘그래,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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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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