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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

       

        

        

        

        

       “시작했나?”

        

       “네, 방금.”

        

        

        

        한편, 그 시각.

        

        8월 말의 아침 첫 스크림 경기가 이제 갓 막을 올리고 있는 사이, 백수십 명 가량의 인원들은 각기 다른 장소에 산산히 흩어진 채, 허공 위에 띄워진 실시간 경기 영상을 관람하고 있었다.

        

        하나의 카테고리로 전부 묶기로는 그들의 사회적 위치와 성별, 그 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각기 다른 이들이었으나, 가장 상위의 카테고리를 통해 이들을 포괄한다면 – 그들은 다크 존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이들이었다.

        

        요컨대, 프로게이머와 코치, 매니저, 인포서, 그 외에도 경기의 관람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에 가까웠다.

        

        

        적잖아 네 개의 화면이 각기 다른 영상과 3D 맵을 홀로그램으로 송출하고 있었다.

        

        백 명에 달하는 붉은 점들이 거대한 연구단지 위로 흩어졌다. 그 양상이 균등하다고는 할 수 없었고, 더 좋은 아이템과 인프라를 확보 가능한 주요 지형지물과 건물로는 더 몰려있었다.

        

        마지막 한 명까지 지면에 발을 디딤과 동시에, 100에서 멈춰 있었던 숫자가 하나둘씩 천천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수군대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울려퍼졌다.

        

        

        

       “지금 죽은 애들 중에 아는 이름 있냐?”

        

       “아뇨.”

        

       

        

        라든가,

        

        

        

       “확실히 스크림 오래 하니까 시작하자마자 맨주먹으로 싸우려고 드는 애들은 없네.”

        

       “이제는 거의 없을걸. 기본 중 기본인데.”

        

        

        

        와 같은 – 어찌 보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대화부터,

        

        

        

       “연구단지라 그런지 확실히 메타가 비슷비슷하네. 저거넛들 나오기 전까지 요충지 선점하면서 교전이 많이 일어나고….”

        

       “고화력 화기들이랑 고관통 탄들이 많이 나오니까 다른 맵보다 교전이 확실히 빨라. 아무리 스크림을 많이 해도 전반적인 사망 템포를 낮추기는 어렵네.”

        

       “이 맵은 모든 대회에 안 나오는 날이 없더라. 여기가 제일 힘들어, 진짜. 경기 한 번 뛰고 나면 정신적으로 지쳐.”

        

        

        

        어찌 보면 프로게이머들이기에, 또는 그에 준하는 분석가들이기에 나올 수 있는 대화들까지.

        

        영상을 관람한다기보단, 그것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 그리고 자유롭게 평론을 한다는 느낌이 더 강한 상태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이러한 상황은 이들 중 대부분은 평범한 게이머가 아니라 말 그대로 프로게이머들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게임은 이들에게 있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오락이 아니었고, 분석해야할 일거리였으니까.

        

        

        한편, 이 경기의 관람을 통해 의미있는 결과를 한 줄이라도 더 뽑아내려는 분석가들 역시도 이를 심도깊게 지켜보며 난상토론을 펼치고 있었다.

        

        이는 글로벌 경기, 즉 본선이라고 할 수 있는 파이널 챔피언십으로 향하는 길이 그야말로 유저들을 체에 치는 형태로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아시아 예선전이 치뤄지기 전만 해도 메인급의 경기가 두 번이나 벌어진다.

        

        프로들을 포함하여, 티어 2 이상의 유저들 중 MMR을 기준으로 상위 100명을 걸러내는 랭크 게임.

        

        대회 랭크와는 달리 이는 예선 랭크라고 불렸다.

        

        그리고 이들 100명을 대상으로 열리는 코리아 셀렉션 매치를 통해, 이 중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상위 20명이 아시아 예선전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 후 열리는 아시아 예선전에서, 파이널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을 가진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네 명.

        

        그야말로 거르고 거르고 거른 인원들만이 나갈 수 있었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로, 스크림에 참여하지 않거나 – 또는 곧 다른 스크림에 들어가게 될 프로게이머들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헤드헌터들 및 아날라이저들은 무서운 집중력으로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한 것들을 유심히 쳐다보았을 때 – 그들이기에 보이는 플레이나, 유달리 눈에 띄는 유저가 있기 때문이었다.

        

        임기응변이 뛰어난 유저. 초반 페이스가 빠른 유저. 고화력 총기를 들고도 안정적인 반동 제어가 가능한 유저나, 모든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인물 등….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많았고, 평가해야 할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그 사이,

        

        

        

       “…야. 저…유진이라고 했나? 쟤 뭐하는 사람이냐?”

        

       “유진? 유진이면 요즘 말 나오는 걔 아냐? 왜, 뭔데?”

        

       “시작하자마자 집어든 무기가 좀…미친 사람 같아가지고.”

        

       “…하이고, 참나.”

        

        

        

        M107 CQ.

        

        다르게 말하면 – 저격총 주제에 12.7mm 탄환을 쓰는 바렛 M82의 근접지원 버전.

        

        화면 너머로 보이는 유진은, 탄창에 열 발을 삽탄한 후 그것을 시원하게 끼워넣는 중이었다.

        

        

        

        

        

        

        

        

        

        

        

        절그럭, 철커덕.

        

        내가 여지껏 손댔던 총들의 장전손잡이를 당겼을 때는 좀 더 높고 빠른 소리가 났다. 이유는 간단했는데, 탄환의 길이가 그렇게 길지 않았기 때문에 장전손잡이가 왕복하는 거리도 그에 맞춰 짧았기 때문이었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대구경에 긴 탄환을 사용하는 총을 장전할수록 비교적 낮고 무거운 소리가 들린다는 말이었다.

        

        그것의 산 증인이, 바로 이 연구단지 맵의 고화력 화기 보관소에서 얌전히 잠들어있던 이 M107 CQ – 쉽게 말해서, 바렛의 파생형이었다.

        

        정확하겐 총열 길이가 확 줄어든.

        

        

        

       “…하아.”

        

        

        

        직사각형이 아니라 정사각형에 가까운 탄창.

        

        그 안에는 보드마카만한 크기의 탄환이 열 발씩 들어차있고, 전부 탄두 끝부분이 어두운 색으로 칠해져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특수 철갑탄이었다. 50구경에 철갑탄이라니, 사람한테 쏠 만한 탄은 아니다.

        

        하지만 난 쏠 것이었다. 그것도 오늘, 지금, 그리고 당장.

        

        

        몇 번이고 말한 적 있긴 하지만, 까놓고 말해서, 나는 인간의 신체 특성 상 어쩔 수 없이 고려해야만 하는 작전지속력을 거의 대부분 무시할 수 있었다.

        

        적정량의 열량만을 공급해준다면, 나는 더 무겁고 더 반동이 강한 총을 남들이 5.56mm 구경 카빈을 쓸 동안 들고 다니며 충분한 화력지원을 해줄 수도 있었고.

        

        과거 내 역할은 탄도 방패를 들고 앞장서는 포인트맨이거나, 분대의 화력지원을 담당하는 역할이었으니.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것만 들고다닐 건 아니었고, 평범한 교전 같은 경우에는 ASh-12.7 같은 비교적 일반적인 화기를 사용할 예정이었다.

        

        왜 이런 것들만 나왔냐고 물어도 크게 할 말은 없었던 것이, 애초에 낙하한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갔을 때 가장 처음 보인 게 고화력/대구경 화기 보관소였는데 뭘.

        

        방탄복과 파우치에 든 탄창과 탄환, 방탄판, 그 외 여러가지를 포함하여 현재 토탈 웨이트는 킬로그램 단위 기준 51.4를 표시하고 있었다.

        

        달리거나 싸돌아다니기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 무게였다.

        

        

        

       -[알림 : 87명 잔존 중.]

        

       -[경고 번역 중…. : 저거넛 순찰이 개시됩니다. 모든 연구팀 직원은 신분을 인증할 적절한 수단을 휴대하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제거될 것입니다.]

        

        

        

        이곳까지 오는 와중, 바닥과 선반 등 곳곳에 널린 연구원들의 PDA에는 이 맵에서 자기장 역할을 하는 저거넛들의 순찰 경로와 인식 범위가 표시되어있었다.

        

        저거넛도 잡으면 유저를 킬한 것과 동일한 점수를 주지만, 사실상 일반적인 유저들이 잡으라고 만든 애들은 아니었다. 2인 1조로 다니는 이들이 여럿이기에 꽤 골치아프기도 하고.

        

        그렇다고 마주쳤을 때 안 잡는다는 건 아니긴 한데….

        

        아무튼.

        

        

        

       ───철컥.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온다.

        

        여태까지 해온 맵들에 비하면 이 연구단지는 비교적 작았고, 건물 외부에서 전투를 한다기보단 안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애초에 바깥은 싸울 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차단문이 제멋대로 닫히거나 열리는 탓에 변변찮은 무장도 없이 외부 순찰조에 걸려 죽을 확률이 더 높았다.

        

        조금 돌아다녀볼 시간이었다.

        

        

        가변 배율 스코프가 달린 바렛을 등 뒤에 맨 채, ASh를 메인으로 들고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맵이 상당히 복잡하여 숨을 곳은 많았지만, 곳곳에 센서가 달린 탓에 한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센서가 울려서 유저와 저거넛 양쪽에 둘 다 타깃이 된다.

        

        유저와 저거넛들이 끊임없이 맵을 순환하며, 자신의 모든 스킬을 동원해 생존하는 것이 이 연구단지 맵에서 상위권을 노리는 방법이기도 했고.

        

        

        

       ───타타타타타!

        

       ───드르르륵!

        

        

        

       “….”

        

        

        

        그것을 뒷받침하듯, 사방팔방에서 교전음이 울려퍼진다.

        

        그야말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는 오감 뿐만이 아닌 육감까지 동원하여 적을 찾는 것이 가장 좋았다.

        

        화기를 획득 가능한 지역은 하층이었고, 순찰은 하층부터 이뤄진다.

        

        나는 삽탄 및 영점 조절까지 내가 해야만 했기에 시간을 좀 잡아먹은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상층에는 이미 요충지에 자리를 잡은 애들이 있을 터였다.

        

        

        일단은 돌아다니면서 낙오자들을 하나씩 보내주도록 하자.

        

        

        

       -사박.

        

        

        

        그와 동시에, ㄱ자로 꺾어지는 복도 앞에서 들리는 사운드.

        

        그 순간 발소리를 줄인다. 서로 발소리를 들었다는 전제를 가정한다면, 저쪽 역시도 시야가 좁아지고 청각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것이었다.

        

        이 시점에선 집중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여유로운 시야를 가지는 것이 중요했다.

        

        과거에 자주 써먹었던 트릭을 응용해보도록 하자.

        

        

        콰직.

        

        

        마치 의도치 않게 소리를 낸 것처럼, 주변에 널린 판자 파편을 발끝으로 건드린다.

        

        복도가 왼쪽으로 꺾어지는 진입점까지는 10미터 남짓. 평범하게 생각해보면 괜히 벌집을 건드린다기보단 수류탄, 조금 요즘 세대적 단어를 써본다면 각폭을 날릴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흔히 하는 착각이 하나 있다면….

        

        잘각거리는 수류탄 핀 뽑는 소리는 어쩔 수 없이 들린다는 점이었다.

        

        그것을 신호 삼아 탄환처럼 앞으로 뛰어나갔다.

        

        게다가 아무런 사전 준비조차 없이도 아니고, 애초부터 작정하고 수류탄 꺼내는 소리에 맞춰 뛸 준비를 했기에 그 속도는 적 유저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다.

        

        

        

        

        

       ───!

        

        

        

       “하윽…!”

        

        

        

        빠르게 거리를 좁혀 진입점에서 몸을 트는 동시에 조준하자, 수류탄을 막 던질 준비를 하던 적과 눈이 마주쳤다. 아바타는 꽤나 이쁘장했단 생각이 먼저 들긴 했다.

        

        퉁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몇 발의 탄환이 이 근방에서 흔히 주워입을 수 있는 고성능 방탄복 내 플레이트에 적중하며 굉음을 냈다.

        

        머리를 노려 쏘지는 않았기에 적을 순식간에 황천으로 보낼 정도의 대미지를 부여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단 확실한 건….

        

        핀이 뽑힌 수류탄을 움켜쥔 적을 뒤로 넘어뜨리기에는 충분한 물리량을 제공했을 것이었다.

        

        

        거의 동시에 엄폐물 뒤에 살짝 숨자, 아주 짧은 섬광과 연기, 파편이 몰아쳤다.

        

        

        

       ───콰아앙!

        

        

        

       “성불하시길.”

        

        

        

        좋은 곳에 가겠지, 뭐.

        

        

        

        

        

        

        

        

        

        

        

        

        

        

       “아이씨이, 뭔 미친…!”

        

       “어, 뭐야. 다이스다! 아니, 무슨 일로 벌써 오셨어요!?”

        

       “와! SSM 아시는구나! 정말 유명합니다!”

        

        

        

        다이스DICE.

        

        프로 구단 중 하나인 SSM Entertainment 소속 1군 유저 중 한 명이, 느닷없이 고작해야 80 중반의 순위로 탈락하여, 디브리핑 룸에서 눈을 떴다.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상대방이 대응조차 하지 못하도록 소리가 나자마자 수류탄을 꺼내들었는데, 그걸 예측하고 덤벼든 건가?

        

        과도하게 놀란 탓에 손에 쥐어진 수류탄을 던질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폭사해버렸다.

        

        감안한다면, 어쩌면 나무판자 치는 소리가 난 것도 일종의 블러핑이 아니었을까.

        

        

        흥분이 좀 가라앉고 나니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애초에 에이펙스 프레데터가 그 모양 그 꼴이긴 했다. 정말 한끗 차이, 그리고 변수 하나 차이로 손쉽게 승패가 갈린다.

        

        그리고 자신은 수 싸움에서 졌다.

        

        슬그머니 몸을 일으킨 후, 조심스럽게 걸어가 디브리핑 룸의 푹신한 의자에 걸터앉은 그녀는, 혼이 나간 듯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아으으야….”

        

        

        

        언제나 그렇듯, 유진에게 당한 피해자의 반응 컬렉션이 새로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것이…슈퍼솔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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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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