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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

        – 라하!

        – 라하라하

        – 라나님! 하이요!

        – 보고 싶었습니다!!

        – 어제는 공겜이었으니까, 오늘은 썰풀이겠지? 그렇겠지?

        – ㄷㄱㄷㄱ

       

        “반갑구나 아이들아.”

       

        오늘도 시작되는 방송.

        시청자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어느 순간 카메라가 검게 변해 버렸다.

       

        – ?

        – ?

        – ??

        – ?

        – 뭐임?

        – 라나님! 카메라 꺼졌어요!

        – 방송 사고?

       

        “요놈!”

       

        나는 카메라에 딱 달라붙은 슈르네의 뒷덜미를 잡아 떨어뜨렸다.

       

        = 으아아아앙! 엄마!

       

        “가만히 있으래도.”

       

        – 어?

        – 뭐임?

        – 드래곤?

        – 피규어?

        – 묘하게 작은데?

        – 레인보우 드래곤?

       

        나에게 뒷덜미를 잡힌 채 대롱대롱 흔들리는 슈르네의 형태는, 기본적으로 인간들에게 알려진 드래곤의 형태를 따라가고 있었다.

        다만 크기가 자그마한 소형견 정도의 크기였고, 색깔은 마치 무지개를 보는 듯 파스텔톤의 유리 비늘을 가지고 있었으며, 날개는 2쌍의 린넨 천과 같은 반투명한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이 말썽꾸러기 막내딸을 내 아바타의 머리 위에 올려놓자, 막내는 얌전히 내 머리 위에 자리를 잡는다.

       

        = 씡! 엄마 미워!

       

        “그래.”

       

        툴툴거리며 내 뿔 사이에서 머리카락을 와구와구 물어뜯는 슈르네.

        그런 슈르네의 행위를 대충 무시하고 있자니, 이번에는 시청자들이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 그 드래곤은 뭔가요?

        – 애완동물임?

        – 드래곤처럼 생긴 다른 동물?

        – 뭐임?

        – 알려주세요!

        – 해

        – 명

        – 해

        – 해

        – 명!

        – ㄹㅇㅋㅋ

        – 해

       

        하여간에…… 조금의 기다림도 모르는 녀석들이로다.

        뭐, 어차피 슈르네를 여기로 데려온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산란기가 다가와 예민해진 헤니시아를, 슈르네가 괴롭히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

        다른 하나는, 이왕 내가 데리고 있게 된 김에 시청자들에게 소개해 주기 위해서다.

       

        “소개하마. 나의 네 번째 자식이자, 둘째 딸인 요정룡 히르 슈르네라고 한단다.”

       

        – 헉?!

        – 따님?!

        – ㄱㅇㅇ

        – 요정룡이라니?!

        – 페어리 드래곤 떴다!!

        – 오오오오오ㅇㅇㅇㅇ

       

        내 머리카락을 물어뜯고 있는 슈르네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자, 막내는 이내 내 손에 자기 머리를 문지르기 시작한다.

        그러곤 눈 깜짝할 사이에 내 가슴께로 내려오더니, 내 얼굴을 마구 핥기 시작했다.

       

        = 핥기 공격!

       

        할짝할짝할짝할짝…….

       

        내 얼굴이 순식간에 슈르네의 침으로 젖어 버렸다.

       

        – 엌ㅋㅋㅋㅋㅋㅋ

        – 개 웃기넼ㅋㅋㅋㅋㅋ

        – 무슨 우리 집 리트리버 보는 느낌임.

        – 핥는 수준이 어마어마한데?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그 와중에 화장기 하나도 없는 거 실화임?

       

        = 으랴아아아아!!

       

        그리고 내 얼굴을 핥는 것도 질렸는지, 이번에는 사방을 날아다니며 놀기 시작했다.

       

        = 휘스턴? 휴스턴? 아무튼 본부! 여기는 캡짱 대단한 드래곤 슈르네님! 곡예비행 들어간다!!!

       

        슈우우우웅~!

       

        “…….”

       

        이 정신 사나움.

        이 산만함.

        아아…… 슈르네를 키울 적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 엌ㅋㅋㅋ 개 활발하넼ㅋㅋㅋ

        – 사촌 동생들 보는 느낌임ㅋㅋㅋㅋ

        – 갸아아아악!! PTSD 멈춰!

        – 보기만 해도 정신 산만함ㅋㅋㅋㅋ

        – 어우씨.

        – ㅋㅋㅋㅋㅋㅋ

       

        어디서 인간들의 이야기라도 들었는지, 어색한 연기를 하며 날아다니는 슈르네.

        나는 내 근처로 날아가는 슈르네의 뒷목을 턱 잡았다.

       

        = 엑?!

       

        “얌전히 있으라고 하지 않았느냐?”

       

        즉시 슈르네를 내 품에 끌어안고선, 그대로 뱃살을 간지럽힌다.

        대부분의 드래곤들은 비늘이 단단하므로 체벌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연약한 뱃살은 다르지.

       

        = 으햐햐햐햐햑!!!! 가정폭력 반대! 반대닷!

       

        “넌 이게 폭력으로 보이느냐?”

       

        간질간질…….

       

        나의 사정없는 간지러움에 슈르네가 발버둥 치지만…… 어림없지!

        그렇게 나의 간지럼 체벌에 의해 탈진한 슈르네를 다시 내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이제야 좀 방송할 준비가 끝났네.

       

        – 무슨 꽁트 보는 줄?

        – ㄹㅇㅋㅋ

        – ㄱㅇㅇ

        – 축 늘어진 거 엄청 귀엽네.

        – 그런데 저렇게 작은 드래곤도 있구나?

       

        “이 아이는 조금 특이한 경우란다.”

       

        일반적으로 드래곤들은 크기가 크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소비되는 열량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몸집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크기가 작을수록 열량의 소비가 낮은 것이 보통이다.

        물론 생쥐처럼, 크기가 작더라도 활동량 자체가 많다면 그만큼 열량 소비가 많기는 하다.

        다만 드래곤의 경우에는 몸집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소비되는 열량이 존재한다.

        바로 DNA에 인위적인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특성 때문이다.

       

        그러므로 드래곤이 몸집을 줄일 수 있는 마지노선은 일반적인 소나 말 정도의 크기다.

        그 이하로 몸집을 줄일 수 없는 것은 아닌데, 그 경우에는 높은 열량의 먹이가 존재하거나, 혹은 모종의 방법으로 추가적인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슈르네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슈르네는 나의 아이들 중, 유일하게 나의 ‘드래곤 하트’ 유전 인자를 계승한 아이란다.”

       

        슈르네의 알을 낳았을 때는, 사실상 내가 초월을 이루기 직전이었다.

        내가 초월을 이루며 획득했던 ‘드래곤 코어’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유전인자인 ‘드래곤 하트’를 그 당시에 이미 가지고 있었고, 슈르네는 운이 좋게 나로부터 그 유전인자를 물려받았다.

        ‘드래곤 하트’는 내가 가진 ‘드래곤 코어’처럼 먹지 않아도 반영구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관은 아니지만, 에너지의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준다.

        그 덕분에 슈르네는 이처럼 몸의 크기를 줄이고서도 소비되는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 개 신기하네.

        – 이것은 인방인가, 아니면 다큐멘터리인가?

        – 썰풀이 좋소.

        – ㄹㅇㅋㅋ

        – 그럼 요정룡은 무슨 드래곤인가요?

       

        “요정룡이라…….”

       

        이걸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시청자들에게 되물었다.

       

        “너희들은 요정이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느냐?”

       

        – 날파리?

        – 엘프?

        – 팅커벨?

        – 몰?루

        – 글쎄요?

       

        누군가는 엘프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동화를 떠올린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각자 자신들이 생각하는 요정을 떠올리지만, 그것은 내가 묻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차원에 따라 요정의 정의는 달라지고, 정말 각양각색의 요정들이 존재하지.”

       

        어떤 차원에서는 요정이 ‘괴물’의 일종이었고, 또 어떤 곳에서는 천사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리고 슈르네의 신명에 사용된 ‘요정룡’의 ‘요정’은, 일종의 ‘신기루’와 비슷한 현상을 의미한다.

       

        “이 차원에도 존재하지 않더냐? 요정의 장난 같은 것 말이다.”

       

        체인질링이었던가?

        갓난아기를 요정이 자기 아이와 바꿔치기한다는?

        슈르네를 지칭하는 신명인 요정룡은 그것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슈르네는 자신이 원하는 곳 어디든 존재할 수 있고, 원하지 않다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단다.”

       

        아무리 엄중한 봉인이라도 슈르네를 막을 수 없고, 그 어떠한 포박으로도 슈르네를 붙잡을 수 없다.

        그렇기에 마음만 먹으면 슈르네는 그 어떠한 곳으로도 들어갈 수 있고, 어떠한 곳에서도 탈출할 수 있다.

        그 장소에는 제한이 없으니…….

       

        “극단적으로 말해, 슈르네는 너희의 꿈속도 들어갈 수 있지.”

       

        – 헉?!

        – 허크!

        – 헉!

        – 그게 뭐야. 무서워.

        – 꿈속에서 슈르네 쓰다듬을 수 있으면 좋을 듯?

        – 내 꿈에만 안 나와…….

        – 무슨 슈뢰딩거의 드래곤인가?

       

        물론 어마어마한 능력을 갖춘 대신, 슈르네의 전투 능력은 극단적이라고 할 정도로 낮다.

        살상력이 있는 능력은 사실상 거의 없기에, 슈르네는 사냥 대신 열량이 높은 차원에 서식하는 나무 열매를 먹이로 하거나, 혹은 다른 존재의 사냥감을 훔쳐먹는 편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저쪽 캐나다 부근을 돌아다니며 사고를 쳤던 모양인데…….

       

        – 그냥 사고뭉치라는 소리네.

        – 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부디 우리 집 근처만 오지 마라.

        –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슈르네는 신경 쓰지 말거라. 자꾸 헤니시아를 괴롭히려 해서 내가 데리고 있을 뿐이니.”

       

        어느새 내 머리 위에서 쿨쿨 잠이 든 슈르네를 한 번 쓰다듬어 준 후 오늘 콘텐츠를 준비한다.

        본래는 어제 게임을 했으니, 오늘은 먹방을 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슈르네 앞에서 인간들의 음식을 꺼냈다간, 곧바로 깨어나서 모든 음식들을 먹어 치우는 미래가 훤히 보였기에 그것은 나중으로 미루었다.

        그러니 오늘은…….

       

        “음…… 이야기나 해 줄까?”

       

        – 네!!!

        – 썰풀이 왔다!

        – 오늘이야말로 우주선 이야기요!

        – 아니지! 키잡썰!

        – 아무튼 재미있는 거면 다 돼요!

        – ㄹㅇㅋㅋ

       

        시청자들이 활기차게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그들의 의견을 총합하며,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고민해 본다.

        워낙 해 줄 이야기가 많다 보니, 이 중에서 하나를 고르기도 쉽지가 않다.

       

        “흠.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골골거리며 코를 고는 슈르네의 숨소리를 들으며, 무슨 이야기를 해줄지 고민해 본다.

        어쩌다 보니 슈르네를 시청자들에게 소개했으니, 이왕이면 슈르네와 연관이 있는 이야기해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슈르네가 연관된 기억들을 뒤적거리며, 그중 시청자들에게 해주기 적당해 보이는 이야기를 하나 골랐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 와아아아아!!

        – ㄷㄱㄷㄱㄷㄱㄷㄱ

        – 무슨 이야기인가요?!

        – 잠깐만요! 저 팝콘좀!

        – 지금 치킨 시킴.

        – 가즈아!!

       

        나도 팝콘 좀 준비…… 참. 슈르네 때문에 못 먹는구나?

        나는 조금 시무룩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독자 분들은 어떤 이야기를 제일 듣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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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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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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