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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

       *** ***

         

       탁.

         

       점심을 든든히 먹은 두 사람의 도박이 재개되었다. 풍영대주는 초조한 안색으로 입술을 씹었다.

         

       ‘내가 왜 그랬지.’

         

       풍영대주는 원망스러운 눈길로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강한 자신감을 내뿜으며 담담히 미소 짓는 호천안의 모습에 홀린 듯이 풍영대에게 당도경에게 암기를 털린 직계들을 불러 모으라는 명령을 내리고 말았다.

         

       어차피 암기를 털린 직계들이 가주전 앞을 서성이고 있었으니 일부가 모이나 전부가 모이나 그게 그거였지만 괜히 호천안이 원망스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일주일간의 강의를 옆에서 보며 풍영대주는 호천안이 그냥 도박을 잘 하는 사람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다. 수법부터 그 근간이 되는 원리를 정리한 이론까지. 그가 야 낭인이라 부르는 호천안이 도박에 있어서는 일대 종사(宗師)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야 낭인의 부탁을 들어 주었을꼬…! 내 너무 조급했구나.’

         

       무슨 복안이 있는 줄 알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당의 직계들을 불러 모았더니 호천안은 그 소식을 듣고도 그저 ‘무리한 부탁을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허허롭게 웃으며 인사나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당광렬이 잔을 잡을 순번이 돌아왔다.

         

       풍영대주는 암담함을 느꼈다. 당도경은 당광렬의 완급조절에도 주사위를 잘 따라왔다. 당광렬의 주사위 적중률이 5~6할인 것에 비해 당도경의 주사위 적중률은 7~8할에 달했다. 당광렬의 암기첩이 벌써 절반이나 비어 있었으니 당도경이 암기를 몇 개 거느냐에 따라 이번 순번에 승부가 결정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 잔입니다.”

         

       “틀렸구나.”

         

       “첫 번째 잔입니다.”

         

       “아니다.”

         

       “두 번째 잔입니다.”

         

       갑자기 당도경이 세 번 연속으로 주사위를 간파하지 못했다.

         

       이변.

         

       풍영대주가 갑작스럽게 반전된 상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판을 바라보았다. 일견 평안해 보이는 당도경의 얼굴이었지만 그런 당도경의 이마에는 이미 땀이 한가득이었다.

         

       ‘언제…?’

         

       흐름이 당광렬에게 넘어왔다.

         

       “동남풍이 왔군.”

         

       “뭐라 하셨소?”

         

       “아, 무심코 혼잣말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두 사람의 승부에 방해되지 않도록 호천안이 멀찍이 물러서며 같이 풍영대주를 불렀다.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이니 두 사람이 집중할 수 있도록 두시지요.”

         

       당광렬은 생각했다.

         

       ‘동남풍이라…’

         

       호천안이 흘린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당광렬 역시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맞물리기 시작하는구나.’

         

       당광렬은 일주일동안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들을 익혔다. 머리로는 계획을 세우고 눈으로는 상대를 쫓으며 손으로는 상대를 속이는 방법을 매일 새로 습득했다.

         

       실력이야 일취월장했지만 아직 실전에서의 사용은 미숙했다.

         

       뭐든지 최소한의 경험은 있어야 하는 법이었고 당광렬의 경험치는 당도경과의 도박판에서 점차 채워지고 있었다.

         

       헛돌던 톱니바퀴들이 하나 둘 맞아떨어지기 시작한다. 기술, 이론, 손재주…바탕은 훌륭하나 삐걱이며 불협화음을 일으키던 것들에 경험이라는 윤활유가 뿌려지자 부드럽게 회전한다.

         

       비로소 호천안의 입과 손 그리고 당광렬의 땀과 노력으로 빚어진 ‘도박사 당광렬’이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당광렬은 잔을 잡고 여덟 번을 방어하고 두 번은 주사위를 간파당했다.

         

       그리고 당도경이 잔을 잡고 있는 동안 열 판 중 여섯 판을 따냈다.

         

       ‘흔들리는구나.’

         

       당도경은 계속해서 기술에 변화를 주었다. 당도경 역시 직감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잔을 잡고 있는 동안 수비에 성공하지 못하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허허, 도경아 이론이 부족하구나.’

         

       당광렬은 당도경의 모습을 보며 호천안의 말을 떠올렸다.

         

       [처음에 가주께서는 손재주만 보충하면 된다 여기셨습니다. 그러나 언제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구명절초를 익힌다 한들 목숨을 구할 기회를 판별하지 못한다면 무슨 쓸모가 있겠습니까?]

         

       당도경은 오직 호천안의 손기술을 답습하는 것으로 호천안의 도박을 배웠다. 그 이후 당가에서 직계들과 실전경험을 통해 도박의 감각을 보충해 왔으나 야성적 감각만으로는 당광렬의 머릿 속에 박힌 체계적인 이론을 넘어갈 수 없었다.

         

       ‘내 고집을 부렸다가는 평생 도경이의 그림자만 밟았겠구나.’

         

       호천안이 그저 스승으로서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서 무자비하게 딱밤을 놓았다 여기고 원한을 품었지만 당광렬은 대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호천안의 판단이 옳았음을 인정했다.

         

       도박의 흐름을 보는 야성적 판단은 당광렬보다 당도경이 몇 수는 위였다.

         

       흐름이 넘어감을 직감하자마자 조여오는 올가미를 풀기 위해 자신의 우위마저 내던지고 활로를 찾는 모습은 당광렬의 뒷목이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냥 감각에 맡긴 도박을 했다면 어땠을까. 당광렬은 젊고 기력이 펄펄 넘치는 호랑이인 당도경을 찍어 누를 자신은 없었다. 잘 짜여진 성긴 그물이 아니라 몸으로 당도경을 억눌렀다면 분명 놓치고 말았겠지.

         

       반 시진이 흘렀다.

         

       당도경과 당광렬은 여전히 야바위를 주고 받았다.

         

       그러나 승패는 확연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도경의 수많은 암기는 다 당광렬 쪽에 놓여 있었고 당도경에게 남은 암기는 일곱 개.

         

       당광렬이 잔을 잡고 있는 상황.

         

       당도경은 돌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잔이 멈출때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 당광렬도 그리고 지켜보고 있던 풍영대주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도경의 손에 일곱 개의 암기가 모두 들렸기 때문이었다.

         

       본디 암기를 몇 개를 거는지는 자유이지만, 두 사람은 마치 암기를 한 개씩 걸어야 한다는 규칙이 존재하는 것처럼 한 개의 암기만을 걸었다. 내기의 결과도 결과이지만 오늘의 승부는 진정 두 사람의 우열을 가리는 승부였기 때문이었다.

         

       “승부를 볼 생각이냐?”

         

       “예. 가주님께서는 저보다 더욱 뛰어난 도박 실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당도경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동원해 당광렬의 그물을 뚫고자 했다. 당광렬이 잔을 잡았을 때 천운에 걸고 크고 작게 걸기를 반복하며 당광렬의 동요를 유도하려고 했으며 본인이 잔을 잡았을 때는 자신이 아는 모든 수법은 기본이오 당광렬이 쓰는 수법까지 즉석에서 복제해 사용해 보았으나.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보았음에도 결국 당광렬이 드리운 그물을 뚫을 수 없었다. 뚫릴 듯 뚫리지 않은 그물에 당도경은 당광렬의 우위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으니 천운에 걸어보는 수밖에요.”

         

       당도경의 눈이 세 잔을 살피기 시작하자 당광렬 역시 눈을 감아버렸다. 긴장감을 못 이겨 당도경에게 어느 잔에 주사위가 들어 있는지 단서를 줄 것 같았기에.

         

       그야말로 운의 승부. 자신이 이길 확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당도경이 이길 확률 역시 삼 분의 일이나 된다.

         

       당도경은 스스로 졌다고 말하고 있으나 당광렬은 이 승부가 사실 한끝 차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당도경의 몸부림이 그물을 찢지는 못했으나 그야말로 그물을 찢기 직전까지 갔다.

         

       ‘만약 운이 도경이에게 붙는다면…’

         

       그럼 당광렬은 지금의 흐름을 이어갈 자신이 없었다. 간신히 그물에 가두어 놓은 호랑이가 그물을 찢고 나가게 된다면? 당광렬은 패배라는 두 글자가 목전에 놓인 듯한 착각이 들었다.

         

       당광렬도, 풍영대주도, 그리고 호천안도 당도경의 선택에 주목했다. 운 역시 도박의 일부. 정말로 당도경은 행운을 거머쥐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행운이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에 당내의 모두는 당도경의 선택을 기다리며 숨을 죽였다.

         

       당광렬이 놓은 그물을 찢고 나가기 위한 당도경의 최후의 선택.

         

       탁.

         

       당광렬은 눈을 뜨지 않고 말했다.

         

       “걸었으면 열어보거라.”

         

       당도경 역시 말없이 잔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가 졌습니다.”

         

       당광렬은 눈을 번쩍 떴다. 당도경이 선택한 것은 첫 번째 잔. 그 첫 번째 잔에 주사위는 없었다. 당광렬은 쿵광거리는 심장을 달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긴장을 놓지 않았다.

         

       “아직 품에 암기첩이 하나 남아 있지 않으냐.”

         

       “예. 그렇지요.”

         

       역시 가주님. 내놓지 않은 암기첩마저 꿰어 보셨는가. 당도경은 그리 생각하며 큼지막한 암기첩을 꺼내놓았다.

         

       당도경의 연 암기첩에는 몇 가지 암기가 들어 있었다. 그 중 당광렬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투교비가 아니냐.”

         

       “예.”

         

       당도경은 웃으며 투교비를 쓰다듬었다.

         

       “이것은 려아가 준 것입니다. 제가 암기술을 다시 수련한다 하니 두 눈 질끈 감고 내밀더군요. 어찌 오라비가 되어 그런 아이의 마음을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군.”

         

       “이것은 아버지께서 주신 것이고. 이것은 숙부가 주신 것이고 이것은 도연이가 건넨 것입니다. 어찌 이런 물건들을 도박판에 올릴 수 있겠습니까.”

         

       “허허. 허허허..”

         

       당광렬은 몰려오는 부끄러움에 눈을 감았다. 가주로서 걸지 말아야 할 가주 전용 암기까지 넘겨버렸던 자신에 비하면 당도경의 태도는 어떠한가. 호천안의 말이 맞았다.

         

       “내 정말로 도박이라는 독에 중독(中毒)되어 있었구나.”

         

       광렬은 몰려오는 부끄러움을 애써 떨치며 손을 움직였다.

         

       당도경의 앞에 암기첩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것은..?”

         

       “내 너에게 주는 것이다. 가주 전용 암기는 아니나 네가 충분히 수련할 수 있는 상급 암기들이다.”

         

       “도박의 패자가 어찌 이런 것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니, 아니다. 이것은 사천당가의 가주인 당광렬이 당가의 방계인 당도경에게 내리는 선물이자 사과이니라.”

         

       당광렬이 당도경의 어깨를 토닥였다.

         

       “규정상 도경이 너는 아직 방계지. 그러나 단지 규정만으로 가문이 돌아간다면 어찌 가주란 자가 있을 필요가 있겠느냐. 암기술을 익히는 자라면 당연히 암기를 주었어야 했거늘 내 너를 기특하게만 여기고 있었지 너의 어려움을 살피지 못했구나.”

         

       “가주…!”

         

       “못난 가주를 두어 네가 고생하게 했으며 직계들과의 불화를 일으키게 되었으니 내 너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겠지.”

         

       “아닙니다. 가주님! 그런 가주님의 마음 만으로도 이 당모 충분히 감격스럽습니다!”

         

       당도경은 눈물을 글썽이며 포권해 보였고 당광렬은 그런 당도경의 어깨를 연신 토닥거렸다.

         

       “감축드립니다 가주!”

         

       풍영대주가 격양된 어조로 당광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풍영대주야말로 당광렬과 함께 일주일간 마음고생을 같이 한 사람이었으니 지금 풍영대주의 마음은 기쁨에 벅차오르고 있었다.

         

       “고맙소..! 풍영대주도 고생이 많았네!”

         

       “하하하하! 어디 가주님의 노고만 하겠습니까!”

         

       당광렬은 풍영대주의 너머에 서 있는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호천안의 미소를 보며 당광렬은 복잡한 마음에 휩싸였다. 호천안에게 딱밤을 맞은 것은 사실이고 지금도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절로 이마가 시큰거렸다.

         

       호천안의 강의는 그야말로 도박의 집대성이라 부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당광렬은 일주일간의 강의를 들으며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의뢰비가 꽤나 거액인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 돈조차도 고작으로 만들어 버릴 강의였다.

         

       다만 딱밤을 때리는 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한 처사이니 딱 한 대 정도는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가시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늘의 대전을 겪고 나니 또 생각이 달라졌다. 딱밤을 맞고 모든 것을 내려놓지 않았더라면, 호천안의 모든 것을 다 흡수해서 딱밤을 되갚아 줄 각오를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당도경에게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을까.

         

       승리 자체는 압도적이었지만 승리의 분수령은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였다. 그런 굴욕을 설욕하겠다는 강한 원동력이 없었더라면 정말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을까.

         

       ‘그래 인정하지. 선생의 판단은 모두 옳았소.’

         

       “감축드립니다. 가주.”

         

       “고맙소 야 선생. 선생이 없었다면 이 짧은 시간에 도경이를 이길 실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오. 그리고 이 당모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는 것을 평생 모르고 살았겠지.”

         

       당광렬은 마음 속으로 호천안을 은인으로 인정하기로 결심했다. 당광렬이라는 개인으로서 그리고 당가의 가주인 당광렬으로서도 마찬가지였다.

         

       당도경의 ‘당가맹호암룡투법’을 위해서 자신의 비전기술을 거침없이 공개해 준 것은 당가 전체의 은인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며 개인으로서는 당광렬 자신의 작은 생각과 도박중독을 치료해 주었으니 은인 중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딱밤은 되갚아 줘야지!’ 

       

       

       은인에게 할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당광렬은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딱밤을 때리고 싶다는 충동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수십 대를 맞더라도 상관 없었다. 딱 한 대! 딱 한 대만 되돌려 주자!

         

       그렇게 결심하며 입을 열려는 찰나였다.

         

       호천안의 입이 열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비공개]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벌써 여러번 코인을 후원해 주셨네요. 늘 감사드립니다.

    [3초소설]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도박! 그것은 목숨만큼이나 소중한 재물을 잔 위에 올리고 서로의 기술과 운을 겨루는 것! 이것은 신성한 결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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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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