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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

        

       

       

       [현재, ‘멜리나 디비아에’를 관전 중입니다.]

       

       눈 앞에서 멜리나가 흐느끼고 있었다.

       

       ‘…….’

       

       올리비아는 그저 묵묵히 지켜보았다. 998년이 되기 전까지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으니.

       

       ‘벌써 996년이네.’

       

       4년이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멜리나의 기억이 대부분 압축되었기 때문이다.

       

       멜리나가 스스로 아홉 번째 편린에 도달한 것을 빼면, 특별한 일은 전무했다.

       

       가끔씩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나기는 했지만, 큰 틀은 올리비아가 알던 그대로였다.

       

       -콰르르르릉!

       

       창 밖에서 번개가 쳤다. 절대 자연적이라고 부를 수 없는 크기의 번개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거리가 멀었기에 이곳까지 닿는 것은 찰나의 번쩍임과 약간의 소음이 전부였지만, 올리비아는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둠을 집어삼키는 뱀, 대악마 벨페고르와의 전투가.

       

       

       *****

       

       

       멜리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시선은, 어느새 창문 바깥을 향해 있었다.

       

       아카데미 방향에서, 마법의 산물임이 틀림없는 낙뢰가 떨어지고 있었다.

       

       ‘…….’

       

       그 낙뢰를 보며, 멜리나는 문득 그립다고 느꼈다. 당장이라도 저 곳으로 달려가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쳤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기 무섭게,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이상하구나.”

       

       예전과는 다르게, 멜리나는 지금 상황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고 있었다. 다만 그 원인까지는 알지 못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지금 같은 상황을 겪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신계 마법인가?’

       

       인간의 뇌는 매우 복잡하여, 어지간한 경지로는 감히 넘볼 수도 없다. 하물며 그것이 대마법사의 것이라면 어떠하겠는가.

       

       심지어 올리비아를 만날 때를 제외하면 매 순간 정신 방벽을 켜두는 사람이 바로 멜리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할진데…….’

       

       그 때였다.

       

       – 타악!

       

       누군가가 금탑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흑발에 흑안, 그리고 대검.

       

       키엘 공작이었다.

       

       그는 기사단을 밀치고, 지면을 부수며 전진했다.

       

       ‘…….’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언젠가 봤었던 것 같다는.

       

       아홉 번째 깨달음을 얻은 뒤, 멜리나는 세상을 보는 시야가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인지했다.

       

       범인(凡人)들은 느끼지 못하는, 미묘한 시간의 흐름을 깨닫게 된 것도 그 일환이었다.

       

       – 공작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 올리비아가 위험하다.

       

       지금처럼 말이다. 

       

       ‘예지……인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것 같았다.

       

       멜리나는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예상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정확히 네 개의 층계를 내려갔을 때, 예상대로 키엘을 마주할 수 있었다.

       

       – 4년 전에, 내 제자를 겁박한 것으로…….

       

       “4년 전에, 내 제자를 겁박한 것으로는 모자랐나? 도대체 무슨 염치로 여기까지 왔는가.”

       

       멜리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내용대로 말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올리비아가 위험하다.”

       “…….”

       

       멜리나는 대답하는 대신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분하게 가라앉았던 심장이, 다시 맥동하기 시작했다. 

       

       올리비아가 위험하단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리도 흥분하는가.

       

       ‘몇 년 만에 만나는 것도 아니할진데.’

       

       – 고오오오오.

       

       주변에 가공할 기파가 몰아쳤다. 멜리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올리비아를 향해 날아갔다.

       

       “제자야, 어디 다친 곳은…….”

       

       – 쿠웅.

       

       심장이 땅 끝까지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멜리나는 말하는 것도 잊은 채, 푸른 눈동자를 멍하니 응시했다.

       

       – 어깨를…….

       

       무언가 떠오를 것 같았다. 

       

       “스승님?”

       

       어깨를 펴라고 했다. 고개를 들라고 했다. 활짝 웃으라고 했다. 때가 되면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스승님? 괜찮으세요?”

       

       거짓이다. 실재하지 않았던 일들이다. 

       

       올리비아는 제게 어깨를 펴라고 조언한 적도, 고개를 들라고 했던 적도, 웃으라고 했던 적이 없었다. 

       

       무언가를 알려주겠다고 약속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

       

       기억이 이상했다. 이는 분명히 심각한 일이었다.

       

       그런데 왜.

       

       ‘……기다렸단다.’

       

       그런 말이, 입에서 맴도는 것일까.

       

       멜리나를 말 없이 지켜보던 올리비아가, 품 속에서 포션 한 병을 꺼냈다. 

       

       “스승님. 부탁이 하나 있어요.”

       “……어떤 부탁 말이냐.”

       

       멜리나는 불안해졌다. 

       

       – 마, 마셔라. 빨리 마셔라 이것아.

       

       “만약 제가 이걸 못 마시고 쓰러지면, 그때는 스승님이 억지로라도 먹여주세요.”

       “올리비아.”

       “제 마지막 부탁이에요.”

       “……안된다.”

       

       이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에, 허락할 수 없었다.

       

       “스승님.”

       “…….”

       “저 안 죽어요. 어디 가지도 않을거고요.”

       

       멜리나의 입이 달싹였다. 그것은 그녀 나름의 발악이었다.

       

       “저놈은 제가 혼자서 이겨내고 싶어요. 그러니까 옆에서 지켜봐주세요.”

       

       멜리나는 저항했다. 절대로 허락해 줄 수 없었다. 제자를 예정된 파멸로 밀어버릴 수는…….

       

       – 끄아아아아아악!

       

       악마의 비명 소리가 들리자, 흐리멍텅한 정신이 확 깼다. 멜리나는 그제서야, 올리비아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제, 제자야! 어디 있는……!”

       

       그리고 보았다. 힘없이 추락하는 올리비아를.

       

       그 이후부터는 ‘예지’대로 흘러갔다. 그래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멜리나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제자가 부탁했기에 들어주었고, 제자가 정신을 잃었기에 치료했다. 

       

       애초부터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 투콰아아아아앙!

       

       빛의 기둥이 사위를 밝혔다.

       

       대악마는 소멸했다.

       

       그뿐이었다.

       

       멜리나의 시선은, 대악마를 소멸시킨 올리비아를 향해 있지 않았다.

       

       갈 길을 잃고 떨리는 두 손.

       

       이 손에, 방금 전까지 올리비아가 안겨 있었다.

       

       ‘그럼 눈앞의 저 아이는 누구인가?’

       

       모르겠다.

       

       이젠,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

       

       *

       

       *

       

       *

       

       *

       

       

       

       [현재, ‘멜리나 디비아에’를 관전하는 중입니다.]

       

       어느덧 998년이었다.

       

       ‘기억 압축본’을 관전하기 전, 알림창은 이런 말을 했었다.

       

       본 기억에는, 멜리나 디비아에의 마지막 기억이 포함되어 있다고.

       

       인간은 기억으로서 삶을 영위하는 존재다. 세월이 흐르며 그 중 일부를 상실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살아 숨쉬었던 모든 순간을 기억하려 애쓴다.

       

       그렇다면 기억이 끊기는 순간은, 분명 그 인간의 생이 끝나는 지점일 것이라고.

       

       [키엘 로트실드 공작 전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올리비아는 생각했다.

       

       화려한 음악과 함께, 키엘이 여동생의 손을 잡고 연회장으로 입장했다. 그는 답지않게 격식이 넘치는 옷차림을 한 채였다.

       

       연회장.

       

       그러니까 올리비아가 첫 살인을 자행했던 장소도, 분명 연회장이었다.

       

       [금색 마탑주, 멜리나 디비아에님께서 입장하십니다!]

       

       마법사들의 환호와 함께 멜리나가 입장했다. 그녀는 더 나아가는 대신, 그 자리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오늘의 주인공, 아리아 황녀 전하께서 입장…….]

       

       사회자가 말을 멈췄다. 황실 시종장이 그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였기 때문이다.

       

       [명단을 한 명 추가하시게.]

       [……지금 말씀이십니까?]

       [황녀님이 그렇게 명하셨네. 반드시 ‘그 분’과 자신의 이름을 같이 불러달라고 하셨어.]

       [그분이라면…….]

       

       사회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몇 자를 더 끄적였다.  그리고는 목청껏 외쳤다.

       

       [오늘의 주인공, 아리아 황녀 전하와 그 친우, 올리비아 님께서 입장하십니다!]

       

       문이 활짝 열리며, 천진한 얼굴의 황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생 찻잔과 양산만 잡았을 그 손으로, 올리비아의 오른손을 꼬옥 쥐고 있었다.

       

       올리비아의 왼쪽에는 멜리나가 있었고, 그 뒤에는 키엘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늘의 주인공이 올리비아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현재, ‘멜리나 디비아에’를 관전 중입니다.]

       

       아직 관전은 끝나지 않았다. 고로 눈 앞에 보이는 올리비아는, 자신이 아니었다.

       

       ‘…….’

       

       문득 올리비아는 불안해졌다. 분명 마지막 기억의 제한 시간은 84시간이었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그 전부를 멜리나를 가르치는데 사용할 생각이었다.

       

       [황제 폐하의 축사(祝謝)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방금 그 계획이 무너졌다.

       

       [딸아이의 스물 다섯번째 탄신일을 축복해주기 위해, 먼 곳까지 찾아온…….]

       

       올리비아가 이를 악물었다. 이 다음에 어떤 광경이 펼쳐지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젠장할.’

       

       84시간? 아니?

       

       앞으로 1시간도 남지 않았다.

       

       ‘이건……사기잖아.’

       

       관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황제의 축사는 진작에 끝났고, 귀족들은 와인에 볼이 붉어진 채 담화를 나눴다.

       

       태평성대이며, 또한 경사였기에, 취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키엘도 취했고, 멜리나도 취했고, 또한 아리아도 취했다.

       

       취하지 않은 사람은, 경비를 맡은 기사들뿐이었다.

       

       [황제 폐하께 드리고 싶은 선물이 있습니다.]

       

       그 때 한 사람이 황제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오늘 초대받은 객 중에서, 유일하게 취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취할 때까지, 조용히 때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녀의 머리는 눈처럼 희었고, 또한 눈동자는 얼음처럼 시렸다.

       

       [선물? 무슨 선물 말인가?]

       [소인이 새로운 마법을 하나 깨달았사온데, 이 자리에서 시연해도 되겠사옵니까?]

       

       올리비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아주 끔찍한 예감이 들었다. 

       

       어쩌면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찰나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는.

       

       그리고 어쩌면, 몰살 도중에 깨어날지도 모른다는 아주 끔찍한 예감이 들었다.

       

       [허락하겠다.]

       

       다음 순간, 콰직하고 육편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현재 ‘멜리나 디비아에’를 관전 중입니다.]

       [관전 종료까지, 앞으로 10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 님!

    ▪︎곧 선작 1만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 Ilham Senjaya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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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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