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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든 게 분명한 뱀 모양 석상들.

         

        입을 벌리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 뻔하다. 바보라도 저 입에서 뭔가 튀어나올 거라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피슝!

         

        일제히 발사되는 철제 화살들.

         

        뻔하디뻔했다.

         

        화르르륵.

         

        그와 동시에 내 머리 위를 지나가는 화염.

         

        이건 꽤 괜찮네.

         

        화살을 피하기 위해 도약한다면 화염에 당할 것이고 화염을 피하고자 하면 화살에 당할 것이다.

         

        나름 머리를 쓴 거 같다.

         

        이곳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침입자라면 이 함정 하나만으로도 내쫓을 수 있겠지.

         

        하지만 내겐 안 통한다.

         

        완벽한 공략법을 알고 있으니까.

         

        그건 바로 가만히 있는 것이다.

         

        티디디딩!

         

        철제 화살은 내 비늘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괜히 용린이 아니라고.

         

        “히에에엑!”

         

        [【볼파이톤 lv14】의 신앙심이 상승합니다.]

         

        물론 저 화살이 온전한 상태였다면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저 화살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은 티가 나는 게, 화살에 녹이 잔뜩 슬어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졌다면 아예 삭아 제 기능을 하지 못했을 텐데, 철 화살이라서 그나마 원형을 유지하는 게 아닐까.

         

        뭐가 됐든 내 몸은 뚫지 못하다는 건 바뀌지 않지만.

         

        아예 화살을 쏘는 저 장치조차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손으로 살짝 미니, 갸우뚱거리다가 석상이 엎어졌다.

         

        와장창!

         

        “히엑!”

         

        깜짝 놀라는 쉭쉭이.

         

        입구의 함정은 이렇게 통과했다.

         

        조금 더 걸어가자, 두 개의 갈림길이 보였다.

         

        갈림길이라.

         

        이 문제는 내 신체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파이톤아.

         

        믿고 있을게.

         

        “쉭!”

         

        파이톤이 고개를 빳빳이 들더니, 이내 왼쪽을 가리켰다.

         

        저기로 가라는 거지?

         

        파이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고개를 위로 쳐들었다.

         

        기묘한 모양새가 된 쉭쉭이.

         

        굳이 저런 모습을 한 건 내게 전해줄 말이 있다는 걸 거다.

         

        이건 상태창의 도움도 필요 없다.

         

        위를 조심하라는 뜻이겠지.

         

        질주를 다시 한번 활성화했다.

         

        빠른 속도로 저 구간을 지나가기 위해서다.

         

        소룡등천보를 활용해 빠른 속도로 달릴 때였다.

         

        덜컹!

         

        기계 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천장에서 어떠한 물체가 떨어지겠지.

         

        익숙한 냄새가 났다.

         

        고소하면서도 어딘가 비린 냄새.

         

        …기름!

         

        이건 무조건 피해야 한다.

         

        벽호공으로 벽을 밟고 더욱더 속도를 높였다.

         

        타다다다닷!

         

        아무리 나라도 끓는 기름이 부어지면 어쩔 도리가 없이 도마뱀 튀김이 되는 거다.

         

        파밧!

         

        마지막 순간에 다리에 힘을 주어 하늘을 날 듯 도약해, 겨우 함정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후우….

         

        내가 탈출하자마자 기름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터엉!

         

        …터엉?

         

        터엉소리가 왜 나?

         

        고개를 돌려 내가 지나온 길을 확인했다.

         

        기름이 떨어지긴 했다.

         

       끓는 기름이 아니라, 차갑다 못해 고체로 굳어진 기름이.

         

        …아니, 얼마나 관리를 안 한 거야?

         

        이것 말고도 다양한 함정이 나를 기다렸다.

         

        대부분의 함정은 발동 자체를 하지 않았고 그나마 작동하더라도 누군가를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은 나오지 않았다.

         

        통나무가 날아와야 할 거 같은 함정은 통나무를 묶던 줄이 날아오는 게 전부였다.

         

        “사아아악!”

         

        그나마 위협적인 함정이 작동됐다.

         

        노래기와 지네, 전갈을 위시한 다양한 독충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래도 이 안에 먹을 건 있었는지, 용케 벌레들이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콰카칵!

         

        벌레들의 공격이 무참히 내 몸에 박혔다.

         

        “히에엑!”

         

        파이톤은 깜짝 놀라면서 밑에 있는 벌레를 어떻게든 떼어내려고 하고 있었다.

         

        조금 기특하네.

         

        역시 서열 3위.

         

        당소영보다 쓸모가 많아.

         

        그런데, 굳이 안 그래도 된단다.

         

        쟤들이 내 용린을 뚫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용린이 없는 부분을 문다고 해도, 어차피 백독불침 때문에 독에 당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천천히 벌레들의 종류를 헤아렸다.

         

        지네, 노래기, 전갈, 벌.

         

        거미는 없었다.

         

        즉 마음 놓고 전부 처리해도 된다는 소리였다.

         

        벌레들이 몸을 타고 올라오려 하고 있었다.

         

        더 여유를 부리다간, 파이톤이 물릴 수도 있겠다.

         

        슬슬 처리하자.

         

        비룡섬전.

         

        쩌저저정!

         

        빠른 속도로 뒷발을 휘둘렀다.

         

        다리에 붙은 벌레들이 나가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기어 오던 벌레들도 박살이 나버렸다.

         

        몸에 붙은 건 떼어 냈으니 나머지를 처리해야지.

         

        다리에 강한 힘을 주었다.

         

        느리지만 피할 수 없는 일격.

         

        강룡진폭.

         

        콰아아아아아앙!

         

        벌레 군단은 충격파에 휩싸여 모조리 쓸려버렸다.

         

        “히에에엑!”

         

        [【볼파이톤 lv14】이 당신을 존경합니다.]

         

        뭘 이런 거 가지고.

         

        …그런데 이거 너무 쉬운 거 아니야?

         

        위험한 함정은 작동 자체를 하지 않았고 그나마 작동되는 함정은 내게 전혀 피해를 줄 수 없었다.

         

        마치 날 위해 마련된 훈련장이라 생각될 정도로 너무 쉬웠다.

         

        그래서 백연영이 날 여기로 보낸 건가?

         

        기연을 쉽고 안전하게 가져가라고?

         

        연영교라는 게 있으면 당장 가입해야지.

         

        숭배합니다. 연영.

         

        …마음은 그렇지만, 그럴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나름 4마리나 섬기는 신앙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막상 생각해 보면 여기가 그렇게까지 쉬운 건 아니었다.

         

        이 사원까지 찾아오는 것이 어려웠으니까 말이다.

         

        내가 이 오동통한 뱀을 꼬시지 않았다면 찾지 못했을 거다.

         

        주변을 돌아다니는 검룡을 보고 쫄아서 도망쳤을 가능성이 컸겠지.

         

        이곳을 누군가 찾았다고 하더라도, 평범한 도마뱀은 입구의 녹슨 화살을 맞고 죽었으리라.

         

        그렇게 함정들을 피하면서 계속 걸으니, 여태껏 보던 것과 다른 공간이 나왔다.

         

        탁 트인 정원과 같은 공간이었다.

         

        살짝 뚫린 천장에서 빛이 스며들어왔고 바닥에는 이름 모를 잡초들이 길게 자라 있었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날 기다리고 있는 뱀 조각상.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는 거다.

         

        매우 넓은 공터.

         

        아마도 이곳이 사원의 중심지 정도는 될 거다.

         

        분명 뭔가 숨겨져 있겠지.

         

        “쉭쉭!”

         

        파이톤이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저기 중앙으로 가보라는 듯한 움직임.

         

        파이톤의 말 대로 중앙으로 향했다.

         

        중앙에는 석재로 된 구조물이 있었고 그 주변에는 읽을 수 없는 한자들이 잔뜩 쓰여 있었다. 그나마 읽을 수 있는 건, 이번에도 하늘 천 정도일까.

         

        그런데 내가 원하는 건 없는데?

         

        이 도마뱀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장치가 숨겨져 있는 게 분명하다.

         

        파이톤을 쓱 쳐다봤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쉭쉭이.

         

        스르륵 기어가더니, 구조물의 중앙에 올라갔다.

         

        뭔가 아는구나!

         

        그래.

         

        우리 귀염둥이, 기대하고 있을게.

         

        파이톤이 입을 크게 벌렸다.

         

        뱀이라서 그런가, 내 생각보다 더 크게 벌어진다.

         

        쩌저적.

         

        …좀 많이 벌어지는데?

         

        쩌어억.

         

        “삐약!”

         

        병아리 같은 소리를 냄과 동시에 귀염둥이의 입에서 하얀 광선이 쏘아졌다.

         

        콰쾅!

         

        …그런 것도 쓸 수 있었어?

         

        인면조가 쏘던 그거 아니야?

         

        파괴광선?

         

        물론 인면조가 쓰던 것과는 규모가 다르긴 하지만 그것과 유사하다는 걸 부정할 순 없었다.

         

        인면조는 상상 속의 동물이니 뭘 해도 그런가 보다 할 수 있다. 입에서 파괴광선을 쏘는 것 정도는 그럴 수도 있는 거다.

         

        그런데 내 앞에 있는 이 귀여운 녀석은 뱀이다.

         

        볼파이톤이라는, 현실에서도 존재하는 뱀.

         

        그런 녀석의 입에서 광선이 나간다고?

         

        귀여운 얼굴을 한 이 뱀의 정체를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투둑.

         

        툭.

         

        무언가 내 앞에 떨어졌다.

         

        【중하급 내단】

         

        【하급 내단】

         

        【중급 내단】

         

        그것의 정체는 내단이었다.

         

        등급이 좀 낮은 대신 그 수가 많았다.

         

        게다가 중급이면 조금 아쉽긴 해도 그렇게 낮은 것도 아니고.

         

        이 뱀의 정체가 무엇인지가 뭐가 중요하나.

         

        얜 복덩이다, 복덩어리.

         

        [【볼파이톤 lv14】이 뿌듯해합니다.]

         

        파이톤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줬다.

         

        기분이 좋은지 몸을 배배 꼬는 복덩이.

         

        내 꼬리도 배배 꼬일 거 같다.

         

        단숨에 내단을 세 개나 얻다니.

         

        복덩어리 덕분에 얻게 된 내단을 한입에 삼키려다, 잠깐 멈칫했다.

         

        세 개나 얻었는데 내가 다 먹어도 되는 걸까?

         

        “게게겍.”

         

        너도 한 입 할래?

         

        “쉭!”

         

        복덩어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오늘따라 저 오동통한 몸이 참 예쁘게 느껴지는구나.

         

        절대 내단 때문에 눈이 돌아간 건 아니다.

         

        텁.

         

        눈앞에 놓인 내단 세 개를 꿀꺽 삼켰다.

         

        몸 안에서 내공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꾸구궁….

         

        본래라면 내단을 한꺼번에 많이 먹는 행동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내공이 서로 충돌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난 보통 도마뱀이 아니었다.

         

        공청석유까지 먹어버린, 영약 도둑 도마뱀이란 말이다.

         

        중급 이하 내단 세 개는 가뿐하지.

         

        일단 배에 뒀다가, 나중에 천천히 내공을 흡수하면 된다.

         

        “쉭!”

         

        파이톤은 내 다리에 머리를 비비고 있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꼴이 꼭 강아지 같다.

         

        “게게겍.”

         

        그런데, 복덩어리야.

         

        혹시 뭐 더 없니?

         

        어느 양심 없는 도마뱀은 내단을 세 개나 받아먹고도 아직 부족한 거 같았다.

         

        “히엑….”

         

        파이톤이 눈알을 살살 굴리면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뭐가 더 있구나.

         

        [【볼파이톤 lv14】이 머뭇거립니다.]

         

        에이. 우리 사이에 왜 그래.

         

        [【볼파이톤 lv14】이 안절부절못합니다.]

         

        복덩어리는 내 얼굴을 슬쩍 보더니,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내단 세 개도 되게 좋은 영약이긴 한데 이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그 백연영이 내게 기연이 있다고 말한 곳이다.

         

        최소 공청석유와 버금가는 무언가가 있을 게 분명하다.

         

        “히에엑….”

         

        [【볼파이톤 lv14】이 그래도 이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엉덩이를 살짝 두드려볼까?

         

        거미들은 그런 걸 좋아하던데.

         

        …뱀이라서 그런 건 안 통하려나.

         

        애초에 엉덩이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씁, 어떻게 한담….

         

        거의 다 넘어온 거 같은데….

         

        볼파이톤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내 얼굴을 보는 걸 주저하고 있는 거 같았다.

         

        마음속에서 저울질하는 거겠지.

         

        오늘 처음 보는 못된 도마뱀한테 집문서까지 넘겨주는 게 맞을까라고.

         

        비장의 수를 쓸 수밖에 없다.

         

        ‘꼬리 자르기.’

         

        촤악!

         

        내가 말하기엔 좀 그렇지만, 내 주변 여자들은 이 꼬리를 좋아했다.

         

        거미들은 물론이고, 당소영과 백연영마저 내 꼬리를 좋아했으니 이 통통한 꼬리에는 보이지 않는 마력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영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몸이 되었으니 꼬리에도 영험한 효력이 있는 거겠지.

         

        그게 아니라면 거미와 인간 둘 다 내 꼬리를 좋아하는 게 설명되지 않는다.

         

        이 뱀도 내 꼬리를 좋아할 가능성이 컸다.

         

        몸을 팔아서 영약을 얻는 것이 조금 신경 쓰였지만, 과정이 무엇이 중요할까.

         

        바닥을 보고 있는 파이톤에게 잘린 꼬리를 내밀었다.

         

        “히에에엑!”

         

        깜짝 놀란 파이톤.

         

        나와 꼬리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더니, 갑작스럽게 픽 쓰러졌다.

         

        “히엑!”

         

        곧바로 다시 일어나더니 내가 건넨 꼬리를 몸으로 살살 감았다.

         

        파이톤의 둥근 눈이 날 한참이나 바라봤다.

         

        “히에엑….”

         

        부끄러운 듯 얼굴을 떨군 파이톤.

         

        상태창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볼파이톤 lv14】이 영약도 몸도 마음도 다 주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좋았어!

         

        …응?

         

        [뱀 여왕이 당신의 추잡한 행동에 진노합니다.]

         

        안 좋았어.

         

        아냐.

         

        몸과 마음을 달라는 뜻이 아니었어.

         

        [뱀 여왕이 당신의 얼굴을 대단히 궁금해합니다.]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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