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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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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 그는 노예에게 친절한 남자였다.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투기장에서 보기 힘든 다정한 말과 웃음에 수많은 노예들이 경계하거나 감동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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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계하던 이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앙쇼에게 마음을 열고 제 모든 것을 앙쇼에게 내어주려 한다. 그때쯤 앙쇼는 작업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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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루뭉술한 말로 상대를 제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천천히 세뇌한다.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의심스럽지 않습니까? 그 사람이 당신의 모든 불행의 시작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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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예들은 이미 나락까지 떨어진 인간들이다. 자신을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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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기에 앙쇼의 유혹이 술술 먹혀들었다. 앙쇼는 멍청한 노예들을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마치 신이 된 것처럼 그들의 몰락을 구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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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이를 제 손으로 헤치고 돌아온 노예가 앙쇼에게 구원을 해달라 매달리면 그때 서야 자신이 한 말이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과 너는 결국 소중한 사람을 죽인 살인자라는 걸 머리에 박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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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경험을 한 노예들은 10명 중 10명이 다 자살해버려 앙쇼의 악평은 쉽게 퍼져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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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 수백 명의 노예들을 가지고 놀았던 희대의 쓰레기 앙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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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예들을 가지고 놀기의 달인인 그조차 리안은 처음 만나보는 유형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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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하신다면 돌아가실 때 음식을 포장해 가셔도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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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의에 호의로 답하고 웃음에 웃음으로 답한다. 노예 투기장에서 볼 수 없는 올곧은 모습이었다. 앙쇼는 토토겐과 반숙이 왜 리안에게 집착하는지 곧바로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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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물건은 구하기 힘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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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락에 떨어진 노예들은 이미 정신적으로 무너진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을 괴롭혀봤자 살아있는 송장처럼 꿈틀거릴 뿐 재미있는 반응을 보여주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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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예의 정신이 멀쩡하면 멀쩡할수록 망가뜨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기에 토토겐은 정신이 무너지지 않아 맑은 이를, 반숙은 오래 가지고 놀 수 있는 정신력이 강한 이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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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두 조건 모두를 충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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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이번에는 정말 재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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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단순한 모습에 공략이 쉬울 것이라 예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른 노예들보다 공략 난이도가 높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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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에 구멍이 있어야 파고들기 편하니까.’
    ​
    ​
    정신이 어느 정도 건강해야 그의 다정한 접근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건강하면 자신의 속삭임을 전부 차단할 터다.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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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는 리안을 그렇게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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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가 무슨 생각을 하든 리안은 일절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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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는 뭘 좋아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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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머릿속에 포장해 갈 음식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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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으면 내가 먹으면 되니까 그냥 여기 있는 거 그대로 포장해달라고 할까? 아, 그러면 들고가기 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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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인상은 굉장히 중요하다. 처음 머릿속에 새겨진 인상은 충격적인 자극을 주지 않는 이상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앙쇼는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 귀족 집안 부럽지 않은 식사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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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음식들이 식탁을 가득 채운 모습에 압도되는 노예까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리안에겐 그저 맛있는 한 끼 식사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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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세계에선 팔뚝 소매 좀 걷고, 각 잡고 만들면 이 정도 식사는 얼마든지 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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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며 이어진 식사는 접시가 텅 비게 되면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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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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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는 짧은 탄성을 내뱉으며 식탁을 바라보았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화려한 음식이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더 무서운 건 리안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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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끅,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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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제 몸보다 더 크게 부풀어 오른 배를 내보인 채 행복한 표정으로 반쯤 내려앉은 의자에 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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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저게 뭐야? 설마 인간이 아니었나? 키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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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현실적인 장면에 앙쇼는 표정 관리조차 실패한 채 멍청한 표정으로 리안의 배를 바라보았다. 리안은 제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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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잘 먹었습니다.”
    “아…그걸 어떻게 다..?”
    “너무 맛있어서 그런지 정신없이 먹다 보니 전부 먹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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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수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기괴하게 부푼 배처럼 볼도 포동포동하게 부풀어 오른 모습에 앙쇼는 몸을 작게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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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잠깐 사이 어떻게 살이 찐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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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문을 가져도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앙쇼가 직접적으로 ‘그 배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입니까?’라는 말을 입에 담으려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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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포장해두었습니다.”
    “앗!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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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의 하녀가 나타나 리안에 7첩 도시락을 내밀었다. 식사가 끝나면 곧바로 노예가 부탁했던 음식을 건네주는 건 오랜 규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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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가 불러 잔뜩 풀어진 노예에게 곧바로 선물을 쥐여주면 쉽게 호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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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저 이만 가봐도 될까요?”
   “아,네. 도,돌아가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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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질문에 앙쇼는 반사적으로 대답하고 말았다. 첫 식사 후 아무런 요청도 하지 않고 노예를 돌려보내던 게 습관처럼 남아있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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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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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입구보다 더 큰 배를 꾸욱 눌러 밀어 넣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이 신기할 정도로 잘 눌려 문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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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식당에 홀로 남은 앙쇼는 나사가 빠진 로봇처럼 의자에 축 늘어져 “허어..”하는 신음을 흘렸다. 한참 동안 멍한 표정을 짓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세를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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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는 진지한 표정으로 가볍게 생각하던 마음을 버리고, 토토겐과 반숙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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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해서 두 사람의 취향이 기분 나쁘기는 하지만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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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능력까지 떨어졌으면 상종도 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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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두 사람이 몇 번이고 실패했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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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는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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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를..찾아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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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가 리안을 괴롭히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을 때 리안은 도시락을 든 채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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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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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억..? 어쩌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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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뜩 살이 오른 탓에 목소리가 둔하게 흘러나왔다. 내 뱃살 때문에 엘리베이터에 들어갈 수 없자, 한숨을 쉬고 숨을 흡하고 들이쉰 후 길게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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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우우우우우우! 하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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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풀었던 몸이 순식간에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매끈해진 배를 몇 번 문질러준 후 엘리베이터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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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가 좋아해 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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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나는 도시락통을 소중히 안고 아이리스가 기다리고 있을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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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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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 오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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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하게 웃으며 방으로 들어가자 아이리스가 우다다 달려와 내 품에 안겼다.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높이 들어 도시락을 지켰다. 아이리스는 내 가슴팍에 말랑한 볼을 비비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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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 안 고파?”
    “….꼬르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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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락 냄새가 무시무시했는지 아이리스가 볼을 옅게 붉히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아이리스와 함께 거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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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 테이블에 7층짜리 도시락을 쫙 펼쳐준 후 아이리스의 손에 포크를 쥐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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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식사해.”
    “…리안..오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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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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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모르게 심장을 부여잡을 뻔한 걸 겨우 막았다. 아이리스는 내가 피범벅이 되어 돌아온 이후 저렇게 꼬박꼬박 오빠라고 불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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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아이가 성장했어요! 라고 동네방네에 소리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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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먹고 왔으니까 많이 먹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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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이 더부룩할 정도로 먹어서 숨쉬기 힘들 정도였다. 아이리스는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듯 머뭇거리다가 끝내 작은 목소리로 “응”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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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양념 된 고기를 포크로 콕 찍어 입가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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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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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란 토끼처럼 동그랗게 떠진 눈, 오므려지는 입술이 눈동자에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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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으,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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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달콤한 디저트를 먹은 아기의 반응처럼 격렬한 표정 변화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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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하읍!”
    “천천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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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에는 내가 먹여주던 것만 먹던 녀석이 서투르지만 포크 질을 하며 식사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찡해졌다. 눈가가 촉촉해지는 걸 느끼며 아이리스가 음식에 정신이 팔린 사이 눈물을 닦았다.
    ​
    ​
    “오빠..”
    “응?”
    ​
    ​
    한참 정신없이 먹던 아이리스가 갑작스럽게 덜컥 멈추더니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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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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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의 포크가 말랑한 고기를 가차 없이 찔러넣었다. 그리고는 포크를 번쩍 들어 내 입가에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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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어 이거. 먹,어.”
    “아니야 괜찮아.”
    ​
    ​
    한 입만 더 먹으면 무지개를 뿜어낼 수 있을 것 같아 격렬하게 손을 저어주었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듯 더욱 포크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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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
    ​
   무지개를 뿜어낼 수는 없어서 아이리스의 포크를 뺏어 들었다. 아이리스는 아직 포크를 잡는 게 서툴러서 쉽게 뺏어들 수 있었다. 나는 포크 손잡이를 잡고 고기를 당황으로 벌려진 아이리스의 입에 쏙 넣어주었다.
    ​
    ​
    “으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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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가 반사적으로 입을 오물거리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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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는 아이리스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
   
    ​
    그 말에 아이리스가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이내 천천히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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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너무 낯간지러운 말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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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후원해주신 익명F님! 혈소연님! 흙군님! 익명G님! 모두 감사합니다! 연재 열심히 하겠습니다 😀
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기선 제압을 당한 건 리안이 아니라 앙쇼였고..

하녀 : (빈 접시 보고 뿌듯)

아이리스:(오빠는 고기가 싫다고 했었어𝅘𝅥𝅮 노래 재생중)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앙쇼, 그는 노예에게 친절한 남자였다.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투기장에서 보기 힘든 다정한 말과 웃음에 수많은 노예들이 경계하거나 감동을 하기도 했다.

경계하던 이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앙쇼에게 마음을 열고 제 모든 것을 앙쇼에게 내어주려 한다. 그때쯤 앙쇼는 작업을 친다.

두루뭉술한 말로 상대를 제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천천히 세뇌한다.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의심스럽지 않습니까? 그 사람이 당신의 모든 불행의 시작이지 않습니까?

노예들은 이미 나락까지 떨어진 인간들이다. 자신을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앙쇼의 유혹이 술술 먹혀들었다. 앙쇼는 멍청한 노예들을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마치 신이 된 것처럼 그들의 몰락을 구경한다.

소중한 이를 제 손으로 헤치고 돌아온 노예가 앙쇼에게 구원을 해달라 매달리면 그때 서야 자신이 한 말이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과 너는 결국 소중한 사람을 죽인 살인자라는 걸 머리에 박아준다.

그런 경험을 한 노예들은 10명 중 10명이 다 자살해버려 앙쇼의 악평은 쉽게 퍼져나가지 않았다.

수십, 수백 명의 노예들을 가지고 놀았던 희대의 쓰레기 앙쇼.

노예들을 가지고 놀기의 달인인 그조차 리안은 처음 만나보는 유형의 사람이었다.

“원하신다면 돌아가실 때 음식을 포장해 가셔도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호의에 호의로 답하고 웃음에 웃음으로 답한다. 노예 투기장에서 볼 수 없는 올곧은 모습이었다. 앙쇼는 토토겐과 반숙이 왜 리안에게 집착하는지 곧바로 눈치챘다.

‘이런 물건은 구하기 힘들지.’

나락에 떨어진 노예들은 이미 정신적으로 무너진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을 괴롭혀봤자 살아있는 송장처럼 꿈틀거릴 뿐 재미있는 반응을 보여주진 않는다.

노예의 정신이 멀쩡하면 멀쩡할수록 망가뜨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기에 토토겐은 정신이 무너지지 않아 맑은 이를, 반숙은 오래 가지고 놀 수 있는 정신력이 강한 이를 좋아한다.

리안은 두 조건 모두를 충족했다.

‘아아, 이번에는 정말 재밌겠어.’

리안의 단순한 모습에 공략이 쉬울 것이라 예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른 노예들보다 공략 난이도가 높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에 구멍이 있어야 파고들기 편하니까.’

정신이 어느 정도 건강해야 그의 다정한 접근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건강하면 자신의 속삭임을 전부 차단할 터다.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남자.

앙쇼는 리안을 그렇게 결론 내렸다.

앙쇼가 무슨 생각을 하든 리안은 일절 관심이 없었다.

‘아이리스는 뭘 좋아하려나?’

리안의 머릿속에 포장해 갈 음식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남으면 내가 먹으면 되니까 그냥 여기 있는 거 그대로 포장해달라고 할까? 아, 그러면 들고가기 힘든가?’

첫인상은 굉장히 중요하다. 처음 머릿속에 새겨진 인상은 충격적인 자극을 주지 않는 이상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앙쇼는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 귀족 집안 부럽지 않은 식사를 차렸다.

화려한 음식들이 식탁을 가득 채운 모습에 압도되는 노예까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리안에겐 그저 맛있는 한 끼 식사일 뿐이었다.

개그 세계에선 팔뚝 소매 좀 걷고, 각 잡고 만들면 이 정도 식사는 얼마든지 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며 이어진 식사는 접시가 텅 비게 되면서 끝이 났다.

“어?”

앙쇼는 짧은 탄성을 내뱉으며 식탁을 바라보았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화려한 음식이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더 무서운 건 리안의 모습이었다.

“끅, 잘 먹었습니다.”

리안은 제 몸보다 더 크게 부풀어 오른 배를 내보인 채 행복한 표정으로 반쯤 내려앉은 의자에 늘어져 있었다.

‘저,저게 뭐야? 설마 인간이 아니었나? 키메라?’

비현실적인 장면에 앙쇼는 표정 관리조차 실패한 채 멍청한 표정으로 리안의 배를 바라보았다. 리안은 제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말 잘 먹었습니다.”

“아…그걸 어떻게 다..?”

“너무 맛있어서 그런지 정신없이 먹다 보니 전부 먹어버렸네요.”

리안이 수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기괴하게 부푼 배처럼 볼도 포동포동하게 부풀어 오른 모습에 앙쇼는 몸을 작게 떨었다.

‘그 잠깐 사이 어떻게 살이 찐 거지?’

의문을 가져도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앙쇼가 직접적으로 ‘그 배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입니까?’라는 말을 입에 담으려던 그때.

“여기, 포장해두었습니다.”

“앗! 감사합니다!”

앙쇼의 하녀가 나타나 리안에 7첩 도시락을 내밀었다. 식사가 끝나면 곧바로 노예가 부탁했던 음식을 건네주는 건 오랜 규칙이었다.

배가 불러 잔뜩 풀어진 노예에게 곧바로 선물을 쥐여주면 쉽게 호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저 이만 가봐도 될까요?”

“아,네. 도,돌아가셔도 됩니다.”

리안의 질문에 앙쇼는 반사적으로 대답하고 말았다. 첫 식사 후 아무런 요청도 하지 않고 노예를 돌려보내던 게 습관처럼 남아있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버렸다.

“정말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리안은 입구보다 더 큰 배를 꾸욱 눌러 밀어 넣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이 신기할 정도로 잘 눌려 문을 통과했다.

텅 빈 식당에 홀로 남은 앙쇼는 나사가 빠진 로봇처럼 의자에 축 늘어져 “허어..”하는 신음을 흘렸다. 한참 동안 멍한 표정을 짓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세를 바로잡았다.

앙쇼는 진지한 표정으로 가볍게 생각하던 마음을 버리고, 토토겐과 반숙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솔직히 말해서 두 사람의 취향이 기분 나쁘기는 하지만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지.’

만약 능력까지 떨어졌으면 상종도 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이 몇 번이고 실패했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앙쇼는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정보를..찾아봐야겠군.”

앙쇼가 리안을 괴롭히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을 때 리안은 도시락을 든 채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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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억..? 어쩌지이..”

잔뜩 살이 오른 탓에 목소리가 둔하게 흘러나왔다. 내 뱃살 때문에 엘리베이터에 들어갈 수 없자, 한숨을 쉬고 숨을 흡하고 들이쉰 후 길게 내뱉었다.

“후우우우우우우! 하아,됐다.”

부풀었던 몸이 순식간에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매끈해진 배를 몇 번 문질러준 후 엘리베이터에 탔다.

‘아이리스가 좋아해 주면 좋겠는데.’

속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나는 도시락통을 소중히 안고 아이리스가 기다리고 있을 방으로 향했다.

달칵.

“아이리스! 오빠 왔다!”

환하게 웃으며 방으로 들어가자 아이리스가 우다다 달려와 내 품에 안겼다.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높이 들어 도시락을 지켰다. 아이리스는 내 가슴팍에 말랑한 볼을 비비적거렸다.

“배 안 고파?”

“….꼬르륵해.”

도시락 냄새가 무시무시했는지 아이리스가 볼을 옅게 붉히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아이리스와 함께 거실로 향했다.

거실 테이블에 7층짜리 도시락을 쫙 펼쳐준 후 아이리스의 손에 포크를 쥐여주었다.

“자, 식사해.”

“…리안..오빠는?”

크흐흑.

나도 모르게 심장을 부여잡을 뻔한 걸 겨우 막았다. 아이리스는 내가 피범벅이 되어 돌아온 이후 저렇게 꼬박꼬박 오빠라고 불러주고 있었다.

우리 아이가 성장했어요! 라고 동네방네에 소리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난 먹고 왔으니까 많이 먹어.”

“…”

속이 더부룩할 정도로 먹어서 숨쉬기 힘들 정도였다. 아이리스는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듯 머뭇거리다가 끝내 작은 목소리로 “응”이라고 대답했다.

아이리스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양념 된 고기를 포크로 콕 찍어 입가로 가져갔다.

“…!”

놀란 토끼처럼 동그랗게 떠진 눈, 오므려지는 입술이 눈동자에 새겨졌다.

‘크으, 귀여워!’

처음 달콤한 디저트를 먹은 아기의 반응처럼 격렬한 표정 변화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합,하읍!”

“천천히 먹어.”

전에는 내가 먹여주던 것만 먹던 녀석이 서투르지만 포크 질을 하며 식사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찡해졌다. 눈가가 촉촉해지는 걸 느끼며 아이리스가 음식에 정신이 팔린 사이 눈물을 닦았다.

“오빠..”

“응?”

한참 정신없이 먹던 아이리스가 갑작스럽게 덜컥 멈추더니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쿡.

아이리스의 포크가 말랑한 고기를 가차 없이 찔러넣었다. 그리고는 포크를 번쩍 들어 내 입가에 가져갔다.

“맛있어 이거. 먹,어.”

“아니야 괜찮아.”

한 입만 더 먹으면 무지개를 뿜어낼 수 있을 것 같아 격렬하게 손을 저어주었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듯 더욱 포크를 내밀었다.

“아!”

무지개를 뿜어낼 수는 없어서 아이리스의 포크를 뺏어 들었다. 아이리스는 아직 포크를 잡는 게 서툴러서 쉽게 뺏어들 수 있었다. 나는 포크 손잡이를 잡고 고기를 당황으로 벌려진 아이리스의 입에 쏙 넣어주었다.

“으응?”

아이리스가 반사적으로 입을 오물거리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빠는 아이리스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

그 말에 아이리스가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이내 천천히 고개를 푹 숙였다.

‘어…너무 낯간지러운 말이었나?’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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