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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

   아돌프가 아슬란을 불길로 죽이려던 그때.

     

   “아슬란 님!”

     

   리리나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가 죽는다는 사실에 무심코 발을 내뻗으며 앞으로 달려가려는 순간.

     

   그녀보다 먼저 움직인 것은 다름 아닌 까마귀였다.

     

   ‘크림?!’

     

   놀란 그녀가 날아오른 까마귀를 보았을 때 그녀는 보았다.

   까마귀가 크라슈로 변함과 함께 아돌프의 불꽃의 구체를 갈라 버리는 모습을 말이다.

     

   크라슈는 크림슨가든의 마법을 이용해 모습을 변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아슬란을 낚아챈 크라슈는 곧장 리리나 쪽으로 달려왔고.

     

   “리리나, 달려!”

     

   평소와는 다른 급한 말투와 함께 리리나도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뛰었다.

   그사이 아슬란은 마치 종이 인형처럼 크라슈의 손에서 휘날렸다.

     

   “……이러다 죽겠군.”

     

   크라슈가 목덜미에 있던 옷을 잡아당기며 뛰던 탓에 숨 막혔던 아슬란이 말하자 크라슈는 그를 툭하니 내려 두었다.

     

   “그럼 네 발로 뛰던가.”

     

   조였던 목이 겨우 풀린 아슬란은 몸을 비틀거리면서도 크라슈와 리리나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리리나는 놀란 표정으로 크라슈를 보고 있었다.

     

   “크림이 크라슈 님이셨어요?”

   “예, 원래 모습으로 곁에 있기에는 너무 눈에 띄었으니까요.”

     

   리리나는 그걸 듣고, 살짝 불만 섞인 표정을 지었다.

     

   “저한테 말이라도 해주시지 그랬어요.”

   “깜짝 이벤트인 셈 치죠.”

   “그런 이벤트는 사양할래요. 다음에는 다른 이벤트로 준비해주세요.”

   “큰 거 준비할 테니 기대하셔도 될 거 같네요.”

     

   리리나가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아슬란은 둘을 보면서 고개를 기울였다.

     

   “둘이 꽤 친한 모양이네.”

     

   리리나와 크라슈가 직접 대화하는 것을 처음 들은 아슬란이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대화가 생각보다 더 친숙해 보여 말하자 리리나와 크라슈는 서로를 잠깐 돌아볼 뿐 별말 안 했다.

     

   콰아아앙!

     

   둘을 보며 아슬란이 묘한 기분을 느끼는 사이 뒤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그 폭발음의 정체는 다름 아닌 아돌프와 애가사가 맞붙으며 생긴 폭발이었다.

     

   잡담이나 할 때가 아님을 눈치챈 아슬란은 서둘러 리리나에게 물었다.

     

   “리리나, 도로시의 결정은.”

   “아, 여기 있어요.”

     

   리리나는 치마 주머니를 뒤져 결정을 꺼냈다.

   그것을 본 아슬란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분신자살인 척 소동을 벌인 것이 확실히 도움 됐기 때문이다.

     

   “정령왕의 알은 내가 가지고 있어. 남은 건 정령왕의 숲으로 가는 것뿐이야.”

     

   정령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정령왕의 숲에 깃든 힘이 필요하다.

   그런 만큼 도로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정령왕의 숲에 가야만 했다.

     

   그러니 세 사람은 곧바로 이그리트 가문의 저택을 나와 정령왕의 숲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아슬란의 체력 부족이었다.

   리리나야 평소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니 그럭저럭 달릴 만했지만, 아슬란은 지난 몇 달간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허억, 허!”

     

   그러다 보니 저택을 나올 때쯤부터 시작해 그의 걸음은 점차 느려지고 있었다.

     

   “쯧, 그냥 업혀라.”

     

   크라슈는 그걸 보고, 아슬란을 들어 강제로 업어 버렸다.

   괜히 시간 끌려서 아돌프가 쫓아오게 둘 생각 없다.

     

   “아, 치사하네요. 저도 달리는 거 힘든데.”

   “그러면 리리나 씨는 먼저 돌아가 계세요. 리리나 씨까지 굳이 따라올 필요는 없잖아요.”

   “저도 끝까지 볼 의무는 있어요.”

     

   리리나는 절대 물러나지 않을 거라는 의사를 보였다.

   여기까지 관여된 일이다.

     

   적어도 끝이 어떻게 될지는 그녀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미안.”

   “됐어. 어차피 넌 말라서 업어도 느낌도 없으니까.”

     

   사내 녀석 업는 게 썩 달갑지는 않아도 리리나에게 업으라고 할 수도 없잖는가.

     

   “그 말은 전 업어도 무겁다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크라슈는 리리나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리리나가 살짝 심통 난 표정을 지었지만, 아슬란이 자기보다 무게가 덜 나갈 것 같다는 생각에 더 말하지 못했다.

     

   콰아앙!

     

   그러는 순간 이그리트 가문 쪽에서 또 한 번 폭발음이 들렸다.

   보아하니 아직도 염주와 염왕이 싸우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결과는 머지않아 날 것이다.

     

   ‘염주로 염왕을 막을 수 있을 턱이 있나.’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경지는 한 끗발 차이 하나가 무척이나 크다.

   그 한 끗발 하나가 얼마나 큰지 크라슈는 지금껏 창공의 세대를 보면서 배웠다.

     

   그러니 머지않아 염왕은 염주를 꺾고, 이쪽으로 올 것이다.

   그 인간이라면 염주를 꺾은 정도로 화가 사그라지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러는 사이 세 사람의 눈에 서서히 정령왕의 숲을 두른 성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벽 입구 앞에는 잠든 듯 축 늘어진 병사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성벽 앞에 서있는 것은 다름 아닌 크림슨가든의 종 미르시스였다.

     

   “늦게도 오는구나.”

     

   붉은색 머리카락을 촤락하고 넘긴 크림슨가든이 곧장 호흡기를 던져 주었다.

   호흡기를 낚아챈 크라슈는 리리나를 돌아보았다.

     

   “리리나 씨는 여기까지예요.”

   “아.”

     

   리리나도 안다.

   아슬란이야 그래도 마법을 익혔으니까 괜찮지만, 그녀는 일반인이다.

     

   정령왕의 숲에 마나나 오러도 다룰 줄 모르는 이가 들어간다면 생죽음이다.

   리리나는 아쉬운 듯 두 사람을 보곤 크라슈와 아슬란의 어깨를 꾹 잡았다.

     

   “두 분 다 절대로 다치지 마요.”

     

   크라슈와 아슬란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더 이상 걱정을 끼칠 생각은 없었다.

     

   그러는 사이 크라슈는 크림슨가든 쪽을 힐끗 보았다.

   크림슨가든은 이미 준비되었다는 듯이 호흡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아이야, 너도 알겠지만, 이 몸으로는 염왕은 못 막는다.”

     

   그야, 잘 안다.

   애초에 염주와 맞서는 것까지는 생각했어도 염왕과 맞서는 건 크라슈도 계획에 없었다.

     

   설마하니 그 타이밍에 염왕이 돌아올 거라고 크라슈도 생각했겠는가.

   아슬란이 죽을 것 같으니 어쩔 수 없이 움직였지, 크라슈도 원래 원만하게 넘어가고 싶었다.

     

   “나 때문에 미안하다.”

     

   그러자 아슬란이 침울한 얼굴로 사과했다.

   염왕 앞에서 급발진한 것은 본인도 아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크라슈도 딱히 그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었다.

   염왕에게 아슬란이 지독하기 그지없는 원한을 맺고 있는 거야 잘 알고 있었으니까.

     

   자기 인생 전반을 망쳐 버린 인간이 제멋대로 지껄이는데 참으면 그게 성자지 어디 사람이겠는가.

   크라슈도 아서가 앞에서 그렇게 지껄이면 참을 자신 없었다.

     

   “도주 마법 정도는 되지.”

     

   그러니 크라슈가 크림슨가든을 보며 묻자 그녀는 혀를 찼다.

     

   “나원, 이 몸으로는 마법 쓰는 게 안 익숙하건만. 이럴 거면 다른 종을 데려왔지.”

     

   투덜거리면서도 못 하겠다고 하지 않는 걸 보면 크림슨가든다웠다.

     

   “들어간다.”

     

   세 사람은 리리나의 배웅을 받으며 성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러자 흩날리는 정령의 빛가루가 그들을 맞이해 주었다.

     

   황홀하기까지 한 빛가루의 흩날림 속 크라슈는 리리나에게 받아 두었던 결정과 정령왕의 알을 꺼내 들었다.

   그러곤 그걸 아슬란에게 건넸다.

     

   “이쪽을 직선으로 달리면 빛이 은은하게 나는 호수가 있어. 거기에 알 속에 결정을 넣고, 담그면 해결될 거다.”

     

   이 방법은 다름 아닌 크라슈의 기준 과거 아슬란이 알아낸 방법이었다.

   그는 연구 끝에 도로시를 되살릴 방법을 알아냈었다.

     

   비록, 그게 시간이 너무 흘러 그때는 불가능한 일이 되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의 연구는 헛고생이 아니었다는 듯 크라슈를 통해 현재로 이어졌다.

     

   “……알았어.”

     

   아슬란은 크라슈가 어떻게 그 방법에 관해 알고 있는지 묻지 않았다.

   오직 도로시를 살리기 위해서 그는 뭐든 할 수 있었다.

     

   크라슈와 아슬란, 그리고 크림슨가든은 그 뒤로 계속 달렸다.

   정령왕의 숲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깊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나타나는 정령들도 꾸준하게 주의해야 했다.

   녀석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전투가 벌어질 게 분명하니 말이다.

     

   그렇게 정령왕의 숲을 지나기를 한참.

   얼마 후 크라슈와 아슬란의 두 눈에 황금빛의 빛가루가 보이기 시작했다.

     

   주위는 나무가 우거진 탓에 밤의 느낌이 나는 공간.

   나무에 붙은 황금빛 가루들은 마치 밤하늘처럼 빛났다.

     

   그리고 그런 나무들의 아래 지평선 끝까지 아슬하게 이어져 있는 호수 위.

   수많은 황금빛 정령의 가루들이 수면 위를 천천히 떠다니고 있었다.

     

   아름답다.

   그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몽환적인 호수는 정령의 안식처라 불리는 곳이었다.

     

   아슬란은 그런 안식처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도로시를 다시 볼 수 있다는 마음에 괜스레 울컥한 기분도 들었다.

     

   「똑똑.」

     

   아슬란의 기억 속 자신의 창문을 두드리며 목소리를 내는 한 소녀가 떠올랐다.

     

   얼음 같은 푸른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

   거기에 예쁘장한 미소를 거닌 소녀는 리리나를 통해 몰래 방문해 아슬란을 찾았다.

     

   「좋은 아침, 아슬란.」

     

   달이 떠오른 밤임에도 불구하고, 아침이라 해주는 그녀를 보며 아슬란은 웃었다.

   그 기억 속 그녀를 아슬란은 다시금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아슬란이 호수를 향해 발을 내딛는 찰나였다.

     

   화르륵!

     

   타오른 불길과 함께 붉의 벽이 치솟아 올라 아슬란의 앞을 막았다.

   아슬란의 두 눈이 크게 띄워진 순간.

     

   쿵!

     

   크라슈와 아슬란의 등 뒤에서 누군가 착지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슬란의 두 눈이 서서히 뒤로 향하기 시작했다.

     

   붉은 기가 확연한 머리카락이 나무들 사이에서 조용히 흔들렸다.

   그 머리카락 사이로 아슬란을 내려다보는 타오르는 붉은 눈동자는 분노를 담고 있었다.

     

   염왕, 아돌프 이그리트.

   그가 기어코 염주를 꺾은 뒤 크라슈와 아슬란을 쫓아온 것이었다.

     

   “어린 애들 장난에 어울려 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정령왕의 숲까지 도망을 쳐?”

     

   아돌프는 심기가 불편한 듯 흰색의 굵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숨결에는 화가 잔뜩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화를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이곳은 정령왕의 숲, 너무 소란을 피웠다간 정령들이 날뛰어 그 또한 귀찮아질 수도 있었다.

     

   “아슬란, 그리고 그 옆에 꼬마. 둘 다 따라와라.”

     

   크라슈는 그 말을 듣고, 주위를 슬쩍 살폈다.

   크림슨가든 녀석, 눈치 빠르게 아돌프가 등장하자마자 몸을 숨겼다.

     

   크라슈는 검을 꾸욱 눌렀다.

   어쩔까.

     

   이대로 도망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아돌프가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그는 화염 마법의 대가지 크림슨가든과 같이 모든 마법에 능통한 자는 아니다.

   실제로 크림슨가든이 어떤 마법을 사용하는지 알고 있는 크라슈는 그녀의 마법이라면 어떻게든 도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았다.

     

   ‘하지만.’

     

   아직 도로시를 부활시키지 못했다.

   정령왕의 숲에 이런 식으로 침입하는 것도 한두 번이다.

     

   확신하건대 다음은 기약할 수 없다.

   애초에 이번 일이 끝나고 나서 아슬란이 이그리트 가문에서 어떤 처우를 받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 말이다.

     

   ‘아까야 눈이 뒤집혀서 죽이겠다니 했지만.’

     

   그나마 딸인 애가사와 직접 맞부딪치고 나니 그래도 화가 좀 식은 것 같았다.

     

   그는 가문을 끔찍하게 여긴다.

   제 딸과 손자를 죽였다는 말이 세간에 돈다면 가문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거란 건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아슬란에게 죄를 묻되 죽이지는 않을 거다.

     

   단지, 아슬란에게 형벌이 내려져 그가 더 이상 이그리트 가문에서 영영 나오지 못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러니 지금이 사실상 도로시를 살릴 마지막 기회였다.

     

   “크라슈 발하임.”

     

   그 순간 크라슈를 따라오던 아슬란이 그의 풀네임을 직접 불렀다.

   뜬금없는 풀네임 선언이었지만 크라슈는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눈치챘다.

     

   “뭐, 발하임?”

     

   아돌프가 부릅뜬 눈으로 크라슈를 돌아보았다.

     

   붉은 마탑 마도사들은 오러와 저주와 같은 마법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무시한다.

   그러나 아돌프는 천하십강으로서 세계를 직접 돌아보았다.

     

   마법보다도 더한 괴물들이 즐비한 세상이다.

   그러니 그는 마법 만능주의 대신 오러를 쓰는 이들을 경계했다.

     

   특히 그런 오러 사용자 중에서도 최고에 올라가 있는 발하임은 더더욱 경계선상에 두고 있었다.

     

   ‘그냥 아슬란 녀석의 아는 사이쯤 되겠거니 생각했더니.’

     

   설마 발하임이라니.

   생각지 못한 녀석이 이곳에 있었다.

     

   동시에 아돌프의 머리가 한차례 빠르게 굴러갔다.

   세계정세 정도야 항상 체크하고 있는 아돌프다.

     

   특히, 발하임의 이야기는 늘 주시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그는 최근에 돌던 소문 하나를 떠올렸다.

     

   ‘분명.’

     

   발하임의 막내가 세계 침식자의 종을 꺾고, 재기에 성공했다고 했던가.

     

   그의 눈에 비추는 크라슈의 나이는 10대 중반의 남자아이였다.

   그렇다면 소문의 막내와 나이도 얼추 맞는 모양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발하임의 직계가 왜 여기에 있나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발하임의 청해 기사단의 추가 인원 배치 보고는 부가주인 염주가 처리했었으니 그가 모를 법도 했다.

     

   “나는 솔직히 네가 왜 월음지체를 가져가려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사이 아슬란이 자기 앞에 타오르는 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크라슈의 면모를 본다면 분명 월음지체도 그에게 쓸모가 있을 거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주와 같은 월음지체를 왜 필요로 하는 건지 잘 알 수 없었다.

     

   아슬란의 인생이 이 꼴이 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월음지체가 가장 크게 한몫했으니까.

     

   “그렇지만 네게 정말로 필요한 거라면. 혹은 지금 필요한 거라면.”

     

   아슬란은 예전에 생기 없던 눈 대신 의지에 차오른 눈동자로 크라슈에게 외쳤다.

     

   “가져가 줘.”

     

   그 말을 기다렸다.

   크라슈의 손에 담긴 빛이 들어 올려진 순간과 함께 아슬란이 화염의 벽을 향해 발을 내밀었다.

     

   “뭣.”

     

   사실상 분신자살과도 같은 짓에 당황한 아돌프가 급히 아슬란을 붙잡으려 들었다.

   그러나 그의 앞을 막아선 것은 다름 아닌 크라슈였다.

     

   아돌프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방심했다곤 하나 생각보다 그의 몸놀림이 더 빨랐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그의 눈에 크라슈의 모습이 선명히 비추었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연기와 함께 그의 몸 전체가 마치 용암처럼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다.

     

   자기 몸 내부에서 불이라도 붙은 듯 거세게 타오르는 육체에서 흘러나온 활기는 그의 한계를 강제로 돌파시킨 듯한 모습이었다.

     

   ‘빠르다.’

     

   도저히 그 나이대라고 볼 수 없는 속도.

   이 정도면 마스터의 영역에 발을 들인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크라슈는 빨랐다.

     

   동시에 그의 검집 안에서 휘몰아치고 있는 기운을 아돌프도 명백히 느꼈다.

   천하십강이라 불리는 아돌프조차 무심코 눈길이 향할만한 강대한 기운.

     

   그러한 기운이 담긴 크라슈의 검집에서 그 순간 검은 불꽃이 폭발하였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크라슈의 검이 아돌프의 몸에 항상 둘려 있던 방호 마법에 부딪히며 맹렬한 소리를 내었다.

   그 거센소리가 울려 퍼짐을 따라 아돌프의 두 눈이 거세게 일그러졌다.

     

   당연히 방호 마법은 깨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돌프의 방호 마법이 진동할 만큼 거센 충격이었다.

     

   아슬란을 붙잡으려던 손을 회수할 만큼 말이다.

     

   “허어?”

     

   입에서 무심코 감탄사가 흘러나오고 말았다.

   고작해야 성인도 되지 못한 것 같은 꼬마가 보여준 위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터무니없었다.

     

   ‘발하임이 괴물을 낳았구나.’

     

   분명 검성이라는 새로운 별이 태어났음을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또 다른 별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

   발하임의 핏줄에는 정말 신의 축복이라도 깃들어져 있는 건가.

     

   ‘아니, 이쪽은 뭔가 다르군.’

     

   특히 저 불길하기 짝이 없는 새까만 불꽃.

   저건 저주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놈, 몸에 뭘 담아 놓은 거지? 아주 저주를 진득하게 농축시킨 느낌인데.’

     

   그 이름 유명한 샬롯이 검성이라 불릴 정도로 숭고하고 새하얀 별이라면.

   이쪽은 어둠이 뚝뚝 떨어지는 새까만 별이란 느낌이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사이 아슬란이 불꽃의 장벽을 넘고 말았다.

   크라슈에게 시선이 팔렸던 아돌프가 아슬란을 힐끗 보았다.

     

   불에 휩싸이자마자 아슬란은 호수에 뛰어든 상태였다.

     

   물에서 거품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다행히 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아슬란이 뛰어듦과 동시에 장벽을 대충 거두긴 했으니 크게 상처 입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대로 둘 순 없다.

   아슬란을 건져 돌아가야 했다.

     

   카가가가가강!

     

   그러나 또 한 번 그의 방호 마법이 거세게 진동했다.

   크라슈의 검이 재차 그의 방호 마법에 휘두른 것이었다.

     

   “천하십강이 후기지수 앞에서 등을 돌려서야 쓰겠습니까?”

     

   그러곤 아돌프의 나이대에 맞춘 듯이 고리타분한 도발을 내뱉었다.

   아돌프가 기막힌 숨을 내쉬었다.

     

   “내 손자가 못된 친구를 사귀었군.”

     

   아돌프가 한쪽 주먹을 두둑 풀었다.

   아무래도 손자를 잡을 겸 손자 친구의 버릇도 대충 고쳐 놔야 할 것 같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삽화 및 일러스트를 총정리해서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인스타에 ‘무화꽃란’ 입력하시면 업로드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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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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