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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

    <60 – 입맛이 뚝 떨어지는 강의>

     

    어린 모험가지망생들은 머리가 좋지 않다.

    열등생들의 모험학부라고 불릴 정도이니 접근법이 시시한 것도 당연했다.

    그래서 시시한 강의에는 그도 관심이 없었다.

    상급반에 강의에 접근조차 하기 힘든 제약을 걸어 강의를 극렬히 기피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명색이 전대용사의 강의인데 아무나 이런 기연을 붙잡아서는 희소성이 없지 않은가.

     

    ‘한 명쯤은 재밌는 학생이 나올 거라더니 교장의 말이 맞았군. 오크노디. 이 학생은 재밌어.’

     

    디스트로이어는 신선함을 느꼈다.

    일개 신입생 따위가 <줄지 않는 양>의 비밀에 100점 만점의 정답을 내놓다니.

    이 아이가 만약에 현역 용사였다면 15년 전의 자신들보다도 훨씬 빠르게 정답에 도달해서 문제의 근원을 해결했을지도 모른다.

     

    “진상을 듣고 싶나?”

    “당연하죠!”

    “그럼 알려주지.”

     

    디스트로이어는 5년 전, 자신이 도달한 진상을 떠올리며 목가적인 일상의 배후에 감추어진 살육의 흔적들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 *

     

     

    15년 전, 처음 모험가길드에 의뢰한 사람은 자신의 양을 잃은 양치기였다.

    범인은 같은 양치기들.

    먹을 것이 적은 벽촌에서 괴물의 소행인 것 마냥 몰래 양을 죽여 잡아먹었고, 그 흔적을 쫓다가 지친 모험가들은 시시한 몬스터를 잡거나 성과 없이 돌아가고 말았다.

    그러던 사이, 범행을 저지른 양치기는 점점 손속이 대담해졌다.

    도둑맞은 양의 주인인 양치기를 죽이고 그의 시체를 양의 가죽 속에 숨긴 것이다.

     

    야생동물들은 그 범행을 가장 먼저 눈치 챘다.

    양들 사이에 숨어있는 시체의 냄새.

    그것이 그들을 두렵게 만들었다.

    죽음의 냄새는 피식자 사이에 숨은 포식자의 존재를 암시하니.

    갈비뼈가 앙상할 정도로 굶주린 늑대들조차도 비정상적인 양들의 방목장을 덮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렇게 계절이 지나고 해가 흐른 뒤.

    범인은 또 다른 양치기의 양에 손을 댔고, 그들의 주인을 해치웠다.

    그렇게 생긴 빈자리를 영주에게서 도망친 새로운 피난민들로 채워 넣었다.

     

    백날 양을 키워봤자 돌아오는 수당은 적다.

    벽촌의 양치기 따위에게 제대로 된 가격을 약속하는 상인은 찾기 힘들다.

    그런 이유로 양치기가 사라지는 이유도 값을 주고 양을 넘기고 떠났기 때문이라고 납득시킬 수 있다.

     

    이상함을 느낀 양치기들은 거듭 모험가를 부르지만 모두가 있을 리 없는 괴물을 쫓아 벽촌 너머의 야생을 헤맬 뿐.

    끝내 모든 양치기가 당하고 양들과 시체들의 기묘한 동거는 계속되었다.

    양들은 울지 않고, 풀을 뜯지도 않고, 제대로 앞을 보고 걷지도 못했다.

    가난과 배고픔에 굶주린 주민들은 마을의 촌장이 된 살인자에게 협조하며 비밀을 지키는 대가로 식량을 나누어받았다.

    그렇게 촌장은 ‘양’들을 키웠고, 이따금 양의 탈을 벗고 도망치던 생존자들은 한끼 식사로 전락했다.

    그리고 의뢰를 보낸다.

    양이 사라진 이유를 찾아달라고.

    그렇게 또 다른 양들이 마을을 찾아온다.

    그것이 10년에 걸친 <줄지 않는 양>의 비밀.

     

    “거참 뒷맛 나쁜 의뢰로군.”

     

    보수가 매번 다른 이유도 알 수 있었다.

    희생‘양’들의 소지금에 따라 보수가 달라진 것이다.

    모험가길드는 깜빡 속아넘어갔다.

    가끔 하찮은 몬스터를 잡아도 보수를 인정하며 발품은 좀 팔아도 난이도는 쉬운 의뢰라는 인식이 10년 간 길드에서 세워졌으니, 이를 어찌 간파하랴.

    수많은 초보파티가 양들의 마을을 거쳤다.

    더러는 돈을 벌고 마을을 떠났고, 더러는 실종되어서 새로운 양이 되었다.

    그 기나긴 양들의 마을의 역사는 디스트로이어에게 적발되어 종지부를 맞이한 것이었다.

     

     

    * *

     

     

    “무섭지는 않냐? 괴물보다 더한 인간의 악의로 이루어진 모험기담이.”

    “오싹하긴 하죠. 그래도 재밌었어요!”

    “…재밌어? 사람이 잔뜩 죽어나간 이야기가?”

    “모험가는 보통 몬스터를 잡거나 미지의 지역을 탐사하는 그런 직업이라고만 생각하잖아요. 그런 모험학부에서 흔치 않은 경험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그게 왜 기쁜데?”

    “인간사회에 숨어든 *괴물*을 찾아내어서 처단하는 것 같고, *일상 속의 미지*를 탐험하는 것 같잖아요. 용사도 모험가구나, 모험가도 용사 같은 모험을 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오크노디의 정말로 두근거렸다는 설렘 가득한 표정에 디스트로이어는 피식 웃었다.

     

    “맹랑한 녀석. 너는 용사는 몰라도 좋은 모험가가 될 자질이 있군.”

    “그게 뭔데요?”

    “겁먹지 않는 것.”

    “우우. 뭐에요 그게. 하나도 대단하게 들리지 않잖아요.”

    “사람은 곧잘 겁을 먹지. 실력이 부족해서 스스로 사건을 해결을 해결할 자신이 없을 때, 상상하고 싶지 않은 추악한 진실에 압도당할 때. 미지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이 두려울 때.”

     

    디스트로이어는 겁 없는 소녀에게 손을 뻗었다.

    악수를 하겠다며 마주 뻗는 손을 탁 치고는 염동력으로 종이를 잡아당겨 회수했다.

    머쓱해하는 오크노디에게 그는 경고했다.

     

    “그래도 넌 조금은 두려움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군. 신입생 따위가 겁 없이 활개치고 다닌다면 어디서 희생양이 될지 모르니까.”

     

    악질스러운 이야기와 함께 그는 손을 휘휘 저었다.

     

    “강의는 끝났다. 정답이 맞았으니 해설 강의는 여기까지다. 우등생을 치하하는 의미에서 포인트를 조금 넣어줬으니 굶지 말고 식당이나 다녀라.”

    “감사합니다!”

    “아참. 오늘 점심에는 양고기 꼬치구이가 나온다고 하더군.”

    “…….”

    “크크큭. 많이 먹으라고. 먹을 수 있다면.”

     

    강의는 재밌지만 교수님 성격이 너무 나빠.

    그런 감정이 또렷이 담긴 불만스러운 얼굴로 오크노디가 강의실을 떠났다.

     

    “저렇게 표정이 빤히 보여서야 저건 죽었겠지.”

     

    신입생의 첫 강의에는 들려주지 않은 전대용사의 뒷이야기.

    그가 정체를 간파해낸 촌장은 그저 생존만을 위해 인육에 심취한 일반인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촌장은 자신의 시체를 눈독들인 떠돌이 흑마법사와 만나 시체와 마법을 교환했다.

     

    부패방지.

    죽은 자의 망령된 걸음걸이.

    발설금지의 저주.

     

    온갖 마법을 통해 양들의 관리를 보다 편리하게 유지하였다.

    정체가 드러난 뒤에는 더욱 가관이었다.

     

    양들의 기상.

    부패의 숨결.

    시체폭탄.

     

    평범한 모험가 따위는 순식간에 핏물로 만들 수 있는 마법이 연속으로 쏟아졌다.

    미숙했던 과거로부터 10년의 세월이 지난 사이, 강해진 것은 용사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모처럼의 인재가 자신감 과잉으로 뛰쳐나가 덜컥 죽기라도 하면 곤란하지.”

     

    그런 꼴을 보지 않기 위해서 교장도 1학년에게는 원칙적으로 실습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꿈 속’에서 습격을 당하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쌓는 것은 실습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디스트로이어는 연금술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갔다.

     

    “1학년에게 꿈으로 간접경험을 쌓고 싶다고?”

    “어.”

    “강의하기 싫어서 발악을 하던 네가?”

    “그래.”

    “별난 일이네. 당신이 그렇게 재밌어하다니.”

     

    연금술 교수가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똘똘한 애면 내 강의도 들으라고 꼬셔볼까?”

    “아서라. 얜 아직 1학년이다.”

    “월반하면 되지.”

    “시끄러. 남이 먼저 침 바른 애 건들지 마. 상도덕은 지키라고, 이 마녀야.”

    “치사하네. 같이 쓴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이 꿈은 언제 꾸게 할 건데? 다음 강의시간에?”

    “강의시간엔 내 강의를 가르쳐야지. 그걸 왜 그때 꾸게 해?”

    “…너 설마.”

    “오늘 밤에 꾸게 할 거다.”

     

    10년의 기다림으로 마을 하나의 참상을 보았던 이후로 그는 다짐했다.

    생각난 일은 바로바로 해치우자고.

     

     

    * *

     

     

    [은퇴한 전대용사 디스트로이어의 강의에서 사건의 진상을 맞췄습니다.]

    [상황파악 경험치+30]

    [사고력 경험치+20]

    [의지력 경험치+10]

    [도전과제 달성 보너스로 3000포인트를 습득합니다.]

     

    히든 강의는 보수가 좋다.

    하지만 대가도 혹독했다.

     

    “오크노디. 어디 아파?”

    “아니요.”

    “근데 왜 양꼬치구이를 안 먹고 나한테 줘?”

    “먹기가 좀 그래서요.”

    “느끼해서?”

    “그냥 양이 좀 그래요.”

    “알 것 같긴 해. 양이 좀 귀엽긴 하지.”

     

    이사벨은 오크노디의 편식을 이해했다.

    이해는 하지만 자신의 앞에 옮겨놓은 양꼬치를 하나하나 들어서 오크노디의 접시에 도로 옮겼다.

     

    “그래도 다 먹어. 키 크고 싶으면 많이 먹어야지.”

    “2m 30cm는 여자가 갖기엔 너무 큰 키였던 것 같아요. 그냥 2m 20cm로 만족하려구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면서 꼬치를 도로 이사벨의 앞접시에 덜어놓는 오크노디.

     

    “여전히 말도 안 되게 크거든?”

     

    그런 오크노디를 아니꼽게 보면서도 이거 먹고 정말 2m가 넘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이사벨은 쉽사리 꼬치를 돌려주지 못했다.

     

    “뭘 그리 미적거리고 있어? 쥐방울 녀석이 먹기 싫다면 나나 주면 될 것을.”

     

    손오천이 냅다 접시를 뺏어가 양꼬치를 와구와구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용케도 식욕이 있으시군요.”

     

    지젤이 한 마디 거들었다.

     

    “뭐야. 댁도 양꼬치가 싫나?”

    “점심식사 뒤에 누구 강의가 기다리는지 벌써 잊었습니까?”

    “아. 교장.”

     

    손오천은 좋다고 뺏어들던 지젤의 앞접시를 그대로 내려놓았다.

    식탐 많은 원숭이수인도 드래곤 교장의 강의를 들을 생각을 하니 입맛이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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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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