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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

       무기를 잃은 남자의 배에 김수한의 검이 관통했다.

       

       남자는 작은 신음 하나 흘리지 않고,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뒤에 서있던 다른 범죄자들은 하나둘 얼굴을 붉혔다.

       

       살벌한 무기를 꺼내드는 남자들.

       

       “저, 저 새끼들이 감히 우리 사장님을···!”

       “산개해서 한 번에 들이덮쳐!”

       

       내가 알기로는.

       방금 전 김수한에게 제압당한 남자가 이 영업장에서 제일 실력이 뛰어나다.

       

       그러니까.

       나머지는 직업이 있든 없든 오합지졸이라는 뜻.

       

       깨비는 물론 밥통이가 나설 필요도 없다.

       

       다른 소환수들의 전력을 시험해 보거나,

       아니면 김수한에게 맡기고 편히 쉴까 하던 중.

       

       “기억났어···. 기억났다고······.”

       

       녀석이 금발 머리에 온몸을 태닝 한 남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한눈에 봐도 금태양이라는 단어를 연상케 하는 남자였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이 세계로 전이된 김수한에게 어깨를 부딪치며 시비를 걸었던 양아치가 저놈인듯했다.

       

       ‘명단에는 없던 놈인데. 저 무리에 섞여있는 걸 보면 일반인은 절대 아닌 것 같고.’

       

       트라우마의 원흉이지만.

       범죄자 명단에는 없는 남자였다.

       

       깨비에게 명령했다.

       

       “깨비야. 일단 저 금발 남자 빼고 전부 환상 속으로 집어넣어.”

       ─응! 이번에도 하렘 환상 속으로 넣을게!

       

       깨비가 환상을 발동했다.

       

       ─나쁜 놈들아! 혼내주마!

       

       남자들은 전원 환상에 빠져 눈의 초점을 잃고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멀쩡한 정신으로 남은 남자는 금발 양아치 혼자였다.

       

       그를 보고 있는 김수한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겁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

       머릿속에는 저 양아치를 죽일 생각만 가득 찬 것 같았다.

       

       악인을 죽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내기 좋은 기회이기는 하지만···.

       

       “김수한 잠깐만. 저 녀석은 명단에 없던 놈이니까 일단 생포해야 할 것 같아.”

       

       정황으로만 봐서는 운반책이 확실했다.

       다만 살인 허가가 나지 않았기에 섣불리 죽일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때.

       

       ─오류. 명단에 있었습니다.

       

       철밥통이 내가 건네주었던 명단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검은 머리 남자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응? 머리색은 그렇다 쳐도 얼굴이 다른데?”

       ─성형한 것으로 추정. 사진 속 얼굴과 72퍼센트 일치함.

       

       철밥통의 렌즈가 윙윙 돌아가며 금발 양아치를 스캔했다.

       

       ─사진과 비교합니다. 목덜미 점 위치, 일치. 귀밑 흉터, 일치. 동공 형태, 일치. 같은 인물일 확률 98퍼센트.

       

       이건 예전사진이었나?

       

       어찌 됐든.

       범죄자 명단에 올라와있는 인물은 맞다는 얘기.

       

       그렇다면 죽여도 아무런 후환이 없다는 말이었다.

       

       김수한도 철밥통의 말을 들었는지.

       거침없이 금발 양아치를 향해 튀어나갔다.

       

       푹.

       

       작열의 검이 양아치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일반인에 불과한 양아치는 반응하지 못했다.

       

       김수한은 던전의 보상으로 인해 민첩 능력치가 일반인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고위 탐색꾼에도 뒤처지지 않는 김수한의 속도를 눈으로 좇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김수한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천천히 자신이 찌른 양아치를 올려다봤다.

       

       시선이 마주한 둘.

       

       김수한의 눈은 분노에 어려 충혈됐고.

       양아치의 눈은 생기를 점점 잃어갔다.

       

       푸욱.

       

       김수한이 검을 비틀고 뽑아냈다.

       

       양아치는 왼쪽 가슴이 꿰뚫린 채.

       생명을 잃고 뒤로 맥없이 쓰러졌다.

       

       “내가···. 해냈어···.”

       

       이렇게, 김수한의 복수가 마무리되었다.

       

       

       

       

       

       ***

       

       

       

       

       

       

       불법 영업장 소탕이 끝나고.

       

       김수한은 범죄자들을 협회 측에 인도하는 이현성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원래 세계에서는 히어로였다고 했지.’

       

       히어로.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영웅.

       

       그 말이 퍽 어울리는 듬직한 뒷모습이었다.

       

       ‘그때 이현성이 구하러 오지 않았으면···. 난 분명 죽었겠지.’

       

       추하게 도망쳤을 때.

       자신을 농락하며 쫓아오던 흉수.

       

       김수한은 그 흉수에게서 트라우마를 떠올렸다.

       

       [진짜 애벌레 같은데 이 새끼?]

       

       시골 초등학교의 방과 후.

       팔과 다리를 청테이프로 구속당한 채, 엉금엉금 기어가던 과거.

       

       [빨리 가야지, 안 그러면 바싹 타버린다?]

       

       동급생들은 라이터와 벌레 스프레이를 결합해, 유사 화염방사기를 만들어 김수한의 발바닥에 불을 뿜어냈다.

       

       그런 김수한 옆에는 진짜 애벌레도 하나 있었다.

       

       일종의 놀이였다.

       

       김수한과 애벌레 둘 중 누가 먼저 결승점에 도달할 것인가.

       

       그런 시시하면서도 잔혹한 놀이.

       

       그때와 흉수에게 쫓기던 때는 비슷했다.

       

       자신은 바닥을 기며 도망가고.

       괴물은 나지막이 웃으며 쫓아오는 상황.

       

       마치 초등학교 시절의 악몽이 재현된 것 같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며.

       아무도 구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김수한은 언제나 늘 혼자였으니까.

       부모님마저 도와주지 않았으니까.

       

       무서웠다.

       

       아픈 것도 두렵고,

       죽는 것도 두려웠다.

       

       제발 누군가 구해주길 바랐다.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따뜻한 손길을 건네주었으면 했다.

       

       그렇게 삶을 염원하고 있을 때.

       

       혜성과 같이 한 남자가 나타났다.

       

       칠흑으로 물들었던 세계에 빛이 내려왔다.

       

       그날.

       이현성은 김수한의 영웅이 되었다.

       

       

       

       

       

       

       

       *

       

       

       

       

       

       

       

       김수한은 이 세계가 현실이라는 것을 자각한 뒤.

       

       이현성과 다시 재회했을 때 겁을 먹었다.

       

       사나운 얼굴.

       190의 키.

       동굴같이 낮은 목소리.

       

       전에 살던 세계에서는 범접할 수 없었던,

       단순 무력만으로 다른 학생들을 휘어잡는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의 모습 그 자체였으니까.

       

       가상 속 인물이라면 상관없지만.

       실존 인물이라고 인식해버리니 덜컥 두려움이 맴돌았다.

       

       아무리 생명의 은인이라고 해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무서운 남자가 자신을 위로해 주고, 도와주며, 같은 편이 되어주겠다고 했다.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물론 원래였다면 이현성을 의심했겠지만.

       이곳이 현실이라는 것과,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혼란에 빠져있던 것이 뒤섞여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거기에 더해.

       영웅처럼 자신을 구해준 인간이었으니 의심 없이 믿어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보답받았다.

       결국 이현성 덕에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떨쳐낼 수 있었으니까.

       

       ‘···수민 선배한테 정체를 밝힌 건 실수 같지만, 이현성한테 밝힌 건 역시 실수가 아니었어.’

       

       김수한은 이현성에 대한 믿음이 더욱 견고해졌다.

       

       

       

       

       

       

       

       

       

       

       

       ***

       

       

       

       

       

       

       

       

       소탕 보고를 올리기 위해.

       협회에 방문했던 나와 김수한은 백소아의 배려로 직원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빙의자라고 정체를 밝혔을 때도.

       이를 납득시켜주기 위해 여러 대화가 오갔지만, 아직도 서로에 대해 물어볼 것이 한참 남아있었다.

       

       김수한은 내가 어느 시점에 빙의했는지 질문했다.

       

       나는 커피를 홀짝이며 대답했다.

       

       “네가 나를 구타했을 때, 딱 그 시점이었어.”

       “아?”

       

       안절부절못하는 김수한.

       녀석은 조심스레 나와 시선울 마주했다.

       

       “미안해···.”

       

       원작에서 한석호는 적당히 손만 봐줬는데.

       자신은 너무 심하게 구타했다며 진심으로 사죄했다.

       

       오리지널 원작도 궁금했기에.

       한석호는 나를 어떤 식으로 대처했는지 물어봤다.

       

       “그냥 팔을 꺾었어.”

       “그게 끝?”

       “···응.”

       

       음. 그 정도만 하면 되는 걸 갖다가 굳이 얼굴을 걷어찬 거였구나 그럼.

       

       살짝 괘씸해졌지만.

       그냥 훌훌 털어버리기로 했다.

       

       지난 일로 따져서 뭐 하겠어.

       

       “근데 개똥이 말인데, 그래도 마물인데 밖에 데리고 다녀도 되나? 내가 잠깐 한눈팔면 토벌당할 것 같은데.”

       

       김수한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소환수는 문제없다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개똥이가 그냥 마물인지 소환수인지 분간할 수 없을 터.

       

       나는 잠시 고민한 뒤 답했다.

       

       “옷이라도 사 입혀.”

       “옷?”

       “강아지 옷 같은 거 있잖아. 그거 하고 개목걸이도 차면 일반 강아지랑 똑같이 보일 걸?”

       “그런가?”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아니면 애견샵에 가서 미용을 해주거나.

       

       나는 이야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좀 더 쉬었다가 천천히 돌아가. 나는 먼저 가볼게.”

       “어, 어 가볼게···. 아니, 가봐.”

       

       그렇게 협회를 나서고 돌아가던 중.

       

       탁재환 교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주변이 소란스러워 통화에 지장이 있을까 봐 인적이 드문 건물 뒤편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전화를 받았다.

       

       “이현성입니다.”

       [지금 통화 가능하냐?]

       “네 가능합니다.”

       

       용건은 사립 아카데미에 대한 내용이었다.

       

       

       [갑작스럽지만, 사립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건에 대해 문제가 조금 생겼다.]

       “문제요? 설마 설립 허가가 취소 됐다든가···.”

       [그건 아니다. 아무튼 이야기가 복잡해질 것 같으니 조만간 만나서 대화하자.]

       

       이후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통화를 종료했다.

       

       ‘···이것도 나 때문인가?’

       

       미래가 또 바뀌었다.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좋은 방향은 아니리라 짐작한다.

       

       약속 날짜는 바로 내일로 잡았다.

       

       장소는 내가 사는 곳.

       파사삭 맨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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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살이인생사리 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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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Only Monster Summoner

The Academy’s Only Monster Summoner

아카데미 유일급 마물 소환사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a madman in the novel who confessed to the heroines and was dump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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