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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

       “상황이 급하다. 네 도움이 필요해.”

       “도움, 말입니까?”

       

       뜬금 없는 요청에 안젤리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녀의 시선은 나에 이어서 송수아와 최영웅에게 닿았다 떨어졌는데, 다분히 랭커가 둘이나 있는데 무슨 도움이냐? 라는 뉘앙스다.

       

       ……거기다 과거 죽음을 예언한 송수아가 살아 숨쉬는 모습에 복잡한 심경이 눈에 담긴 것 같기도 하고.

       

       “저, 저기 저거. 그 승천전의……?”

       “맞네! 맞아! 아무래도 아는 사이처럼 보이는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우리에게 쏠리고 있었다. 하기사 승천전이 약물로 인한 소동이란 초유의 사태로 중지되었고, 그 승천전에서 활개치던 놈이 바로 나였으니까.

       

       “저 사람도 혹시 그 약을 먹은 거 아니야?”

       “그, 그럼 위험한 것 아닌가? 분명 경기 영상을 보니 완전히 이성을 잃더군.”

       

       스윽.

       

       그들이 쑥덕거리는 것이 영 불편하게 느껴진 걸까?

       

       안젤리카는 미미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몸을 돌려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 표정의 변화가 지극히 미미해 평범한 사람들은 알 수 없었겠지만, 적어도 나는 알 수 있었다.

       

       “적당히하는 편이 좋습니다. 어찌 죄 없는 어린양을 핍박하려고 하십니까.”

       “죄,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교단의 신도인지, 혹은 ‘게이트 사태’를 피해 신전으로 몸을 피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두 사람은 각 잡힌 태도로 우렁차게 답했다.

       

       “이제 말씀하십시오. 제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 필시 무언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뜻입니다.”

       “……맞아. 하지만 자리를 옮겼으면 좋겠는데.”

       

       작게 중얼거린 나는 주변을 손짓했다. 

       

       최소한 수십, 수백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야 아카데미 최고의 아이돌 중 하나인 <성녀>와, 최근 승천전에 혜성처럼 등장한 D등급이 살갑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신기하겠지.

       

       아무튼.

       

       “알겠습니다. 다행히 <신속>께서 돌아왔습니다. 시민들의 보호는 걱정을 덜었습니다.”

       “그래. 최영웅, 신전 주변 몬스터의 토벌을 맡길게.”

       “음! 맡겨만 두라고. 불과 몇 시간 전에 나는 새롭게 태어났으니!”

       

       아니, 그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나, 나는 혜성이랑 같이 가고 싶은데에…….”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잡몹 처리는 쟤 하나로도 충분할 테니까.”

       “정말? 와!”

       

       와는 무슨 와.

       

       “따라오십시오. 신전 내부로.”

       

       이상할 정도로 만족감 가득한 미소를 피워내는 송수아와 함께. 우리는 우아하게 걷는 안젤리카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흐느적흐느적.

       

       “…….”

       

       세간의 칭송을 받는 안젤리카의 걸음이 매력적이라 느낀 걸까?

       

       송수아는 내 옆에서 열심히 그녀의 걸음걸이를 따라하고 있었다. 미안한데 하나도 안 비슷하다.

       

       …

       ..

       .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나를 비롯한 우리 셋은 신전 내부, ‘기도실’이라고 적힌 커다란 공간 안에 도착했다. 현대 문명은 거부하기로 마음 먹은 건지, 수많은 은촛대 위에 자리한 양초가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말씀하십시오. 도움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한유리가 사라졌다.”

       

       시간은 금이다. 특히나 지금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 사실을 알던 나는 곧장 안젤리카에게 들이박았다.

       

       “……그건.”

       

       기다란 기도실 의자에 앉은 안젤리카가 놀란 표정으로 입을 가렸다.

       

       천하의 <성녀>도 예상하지 못한 일인 거다. 설마하니 랭커이자, 아카데미 학생 중에서 가장 강력한 무소불위의 권력가 한유리가 사라지다니?

       

       “설마 사라졌다는 건?”

       “그래. 납치에 무게를 두고 있어. 적어도 그녀석이 제 발로 잠적할 것 같지는 않거든.”

       “으으음…….”

       

       갑작스러운 사실이 워낙에 충격인 모양이다. 안젤리카는 입술을 깨문채로 고뇌에 빠져들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신성력’의 특징을 이용하고 싶다는 것입니까.”

       “그래. 내가 알기로 ‘신성력’은 사용자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특징을 갖고 있지. 그말인즉슨 사라진 한유리를 네가 찾을 수 있다는 거고.”

       “……저어기! 말 끊어서 미안한데.”

       “말씀하십시오.”

       

       대화 도중 송수아가 훅 치고 들어왔다. 그녀는 자신도 이런 실례를 저지를 생각은 없었던 건지, 민망함에 뺨을 잔뜩 붉히며 말했다.

       

       “으응. 그런데 있잖아. 유리몬은 신성력이 없는데…… 신성력을 이용해 찾을 수가 있는 거야? 유리는 일평생 교회나 성당, 절은 단 한번도 간 적이 없는데.”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또 나만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건가!”

       

       설마하니 <재창조>의 힘이 ‘신성력’조차 창조할 줄 누가 알았겠나. 그러니 송수아가 한유리를 보고 그녀는 신성력 사용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학생회장을 찾는 것. 좋습니다. 돕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 그럼 바로 움직이자.”

       “하지만.”

       

       ……하지만? 여기서 또 뭐가 걸리는 건데?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은 무슨 조건? 사제가 너무 세속적인 것 아니냐.”

       “제게 기브 앤 테이크를 가르친 것은 바로 당신입니다!”

       

       대수롭지 않은, 마치 콧방귀를 뀌는 듯한 대답에 입이 다물어졌다.

       

       빌어먹을.

       

       그건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라, 게임에서 딜교환에 대한 이해를 시켜줬던 것 뿐이잖아.

       

       “하아, 그래서 조건이 뭔데?”

       “그것은 모든 일이 해결된 이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래라.”

       

       설마하니 <성녀>쯤이야 되는 인물이 답도 없는 요구를 하진 않겠지. 보나마나 ‘게임’에 관련된 부탁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자! 어서 가는 겁니다. 학생회장을 구출해야지 않습니까?”

       “…….”

       

       역시.

       

       녀석이 언급한 ‘조건’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설마하니 수락과 동시에 이리 재촉 아닌 재촉을 하는 걸 보면.

       

       “서두르십시오. 이런 상황에서 골든 티어는 매우 중요합니다.”

       “골든 ‘티어’가 아니라 ‘타임’이겠지.”

       “그렇습니까?”

       “…….”

       

       그리 답한 안젤리카는 우릴 지나쳐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여장부처럼 씩씩한 그녀는 어느덧 신전 바깥으로 나섰다.

       

       후우욱!

       

       안젤리카는 이어서 오른팔을 들어올렸다. 이것조차 ‘신성력’을 매개로 한 모종의 의식이던 모양인지, 어느덧 그녀의 들어올린 팔 주변에는 황금빛 휘광이 가득 감겨있었다.

       

       “신성의 흔적이여. 지금 위기에 처한 어린양을 보살피소서. 주의 강건한 뜻이 헐벗은 자를 괴롭지 않게 해주소서.”

       

       파앙!

       

       <성녀>의 시동어가 신전 입구에 낭랑히 울려퍼졌다. 그리고 압축된 공기가 터지는 듯한 소리도 함께였는데, 굳이 물을 필요도 없이 한유리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한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사기 능력이야.’

       

       히어로 아카데미 소속 랭커 중, 가장 해괴한 능력자 둘을 고르라면 모두가 <원소술사>와 <성녀>를 택할 것이다. 그만큼 마나와 신성력이 각각 가진 능력이 워낙에 두루뭉술한 까닭이었다.

       

       “우와아…….”

       

       안젤리카와 같은 랭커인 송수아 역시 직접 ‘신성력’을 사용하는 걸 본 건 처음인 걸까?

       

       송수아는 곁에서 힐끔힐끔 끝도 없이 치솟는 빛의 기둥을 감상하고 있었다.

       

       후우욱!

       

       저 하늘 높이 치솟은 빛은 어느덧 포물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아카데미의 어딘가를 향해서 떨어졌다.

       

       “……저긴가.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었잖아.”

       

       빛이 향하는 곳을 본 나는 허탈한 심정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빛…… 그러니까 ‘신성력’을 이용한 추적 결과 한유리는 예상대로 섬을 벗어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신성 교단이 자리한 같은 중앙지구에 있었다.

       

       물론 대담한 일성 놈들이 이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는했다만, 직접 눈으로 보니 감회가 다르다고 할까.

       

       “황당한 일입니다.”

       “갑자기 그게 또 무슨 소리니 안젤리카야.”

       “으음, 이건 직접 당신이 보는 것이 낫겠습니다.”

       

       잠자코 신성력을 다스리던 안젤리카가 대뜸 내뱉은 소리는 정말 뜬금 없는 것이었다.

       

       황당한 일이라니. 적어도 설명이라도 해줘야 공감을 하든 뭘 하든 하지!

       

       “그런데 저 빛…….”

       

       헌데 나만 모르는 사실을 송수아 역시 간파한 모양이다. 그녀는 잔뜩 긴장 섞인, 경직된 얼굴로 신성력의 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학생회를 향하는 것 같은데.”

       “……뭐?”

       “그렇습니다. 현재 신성력이 추적하는 장소는 아카데미 총학생회 건물. 간단히 말하자면 학생회장, 그녀는 현재 학생회 건물에 있는 겁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설마하니 이제껏했던 가설이 틀렸다는 건가? 일성에 의해 납치된 것이 아니라고?

       

       “<현상거절>. 애석하게도 당신이 생각하는,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휴일엔 게임만 주구장창 하는 줄 알았는데 독심술도 익힌 거냐.

       

       안젤리카는 적대감이 가득한 눈으로 빛을 좇았다.

       

       “느껴집니다.”

       “무엇이?”

       “악의가.”

       “……악의.”

       

       허나 안젤리카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목소리는 지극히 진중한 것이었다. 마치 평소의 성녀처럼. 모두가 아는 그 안젤리카처럼 무게감 가득한 목소리.

       

       “지독한 악의입니다. 이것은…… 절대 평범한 존재가 아닙니다.”

       “네 판단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그 악의는 무척이나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성녀>가 아니라 <성전사>, 혹은 <성처녀>처럼 전장의 선봉을 자처하는 그녀의 몸이 잘게 떨렸다.

       

       그것은 두려움일까, 피가 끓어오르는 호승심일까. 나는 알 수 없었다. 아직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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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Hiding My Power at Hero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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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Author:
Hero. Everyone admires them as they wield supernatural powers that defy the laws of physics. The ability I possess is to 'reject' those p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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