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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

       * * *

       

       

       러시아 군사고문단, 많은 러시아제 무기를 지원받으면서 돌아오게 된 천중밍을 쑨원은 양팔을 벌리고 환영해 주었다.

       

       

       “하하하. 천중밍 자네가 잘해내 주었군!”

       

       

       오죽하면 정말 품에 끌어안을 정도였다.

       

       그만큼 지금 호법정부에게 러시아의 지원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였다.

       

       

       “차리나도 만주일은 감히 언급하지 못했습니다. 하하하하!”

       

       

       천중밍은 속으로 조소를 흘리며 겉으로는 차리나 앞에서도 당당했다고 선포하고 있었다.

       

       

       “그렇겠지. 제국주의자 차리나 역시 결국 우리 호법 정부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겠지.”

       

       

       레닌은 그래도 볼셰비키의 아이돌이며 최후는 아이돌답게 ‘폭.발 엔딩’으로 끝나, 백계 러시아에서 공산주의 몽상가로 불린다면, 쑨원은 정말로 몽상가 그 자체였다.

       

       원래 역사와 달리 이쪽에서는 워낙 힘든 고비를 넘나들면서 겨우 호법정부를 구성한 만큼. 그는 자기 호법정부가 정의롭고 대의를 갖췄음을 확신했다.

       

       마치 조선이. 성리학으로 일본과 여진을 교화시키려고 한 것처럼. 쑨원은 자기 뜻이 모스크바에 있는 제국주의 수괴 여제를 감격시켰다고 확신했다.

       

       

       ‘두고 보자.’

       

       

       천중밍은 얼굴에 환히 웃는 스마일 가면을 건 채. 뒤로는 쑨원을 향해 조소를 아낌없이 흘렸다.

       

       러시아의 힘을 등에 업은 천중밍은 군대를 무장시키면서 순식간에 호법정부의 영웅으로서 부상했다.

       

       장제스는 천중밍의 행보에 위협을 느꼈다.

       

       이거 딱 봐도 수상하지 않은가.

       

       마치 무언가에 의도한 대로 천중밍은 호법 정부 내에서 입지를 키우고 있으니까.

       

       하여 그는 직접 천중밍을 따로 찾아갔다.

       

       혹시라도 러시아 여제에게 중국을 팔아먹은 건 아닌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만주로 끝낼 것을 중국 전체를 팔아먹는 한간짓을 했을지도 모르니까.

       

       지금까지의 행보로 볼 때. 장제스가 아는 천중밍은 쑨원에게 순종한 인물은 아니니까. 더욱 수상한 거다.

       

       

       “차리나가 그 무기를 다 지원했다는 말이오?”

       “그렇소. 무슨 문제라도 있소?”

       “정말 만주일은 상관없이 지원을 하겠다 했다는 것이오?”

       “러시아 차리나는 우리에게 그거랑 상관없이 지원해 준다 하셨으니 문제 될 건 없소.”

       

       

       천중밍은 모른 척 잡아뗐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 줄 리가 없을 터인데.”

       

       

       이상하지 않은가.

       

       차리나가?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데.

       

       만주와 관련해서 마찰이 있는 차리나가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하지 않나.

       

       

       “물론 만주와 몽골 일이 남긴 했지만, 차리나도 일본이 돤치루이의 북양정부와 합작하는 건 싫어하는 모양이오.”

       “허.”

       

       

       그러니까 장제스는 그게 좀 이상했다.

       

       러시아가 뭣 하러 중국 일을? 만주 관련 협력하는 처지에 러시아와 일본이 몽골과 만주를 강점한 러시아와 일본을 비난하는 쑨원의 호법정부를 지지할 리가 없을 텐데.

       

       특히나 장제스는 직접 러시아로 가보지 않았으나, 그 내전을 겪은 차리나가 유럽 일을 생각하면 아시아를 방비하기 위해서라도 후일 귀찮게 굴지 모를 호법정부를 지원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으음.”

       “아니면 내가 중국을 차리나의 치마 폭에 갖다 바쳤다고 생각하시는 건가?”

       

       

       능글 맞은 얼굴을 보라.

       

       자기 입지가 날로 좋아지니 저런 얼굴을 하는 것이다.

       

       아니, 장제스도 거기까지 생각지는 않았다.

       

       애초에 내전을 승리하고 그 저 유럽 영토들을 수복하는 차리나가 뭐 하러 중국 본토에 군침을 흘리겠나.

       

       그러니 한간으로 몰 것도 없긴 하지만.

       

       

       “아니, 그것은. 딱히 그런 의미로 한 말은 아니오.”

       

       

       장제스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러시아 합중국과의 창구 역할을 맡은 천중밍과 선을 그을 필요가 없다.

       

       괜히 예민해져 있는 것인가.

       

       지금 저 유럽은 붉은 독일 때문에 중국을 신경 쓸 틈도 없고, 오로지 러시아만이 지원해 줄 만한 세력이다.

       

       천중밍이 가서 무엇을 내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뭘 어쩔 처지가 아니라는 것.

       

       아마 중국 내 이권 몇 개를 던져 줬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만일 한간짓을 한 게 밝혀지면 그때 천중밍을 쳐 내고, 러시아에 만주만 용인해 주는 수준이면 어떻게 될 것이다.

       

       

       

       * * *

       

       

       개혁이 진행되면서 나는 내 얼굴을 거의 팔다시피 하고 다녔다.

       

       무엇을 하든 나를 앞세우면서.

       

       특히 제국군을 간호했던 올가 황녀처럼. 나는 직접 나서서 움직였다.

       

       차리나가 직접 이래도 되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가능하겠냐?

       

       그냥 하지 말라는 거 내가 하는 것 뿐이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건 아니고. 표면상으로는 관리들에게 니콜라이 2세가 망친 민심. 전후에 이도 저도 아니게 된 민심을 붙잡기 위해서 라고 말했다.

       

       그리고.

       

       

       “차리나께서 직접 건설 현장에 오시다니. 이게 무슨.”

       

       

       나도 설마 현장에 나와서 히틀러를 보게 될 줄은 몰랐지.

       

       옆에서 내가 인부들을 위해 수건을 주거나 물을 주면서 돕고 있는데, 콧수염이 놀란 얼굴로 나타났다.

       

       이 콧수염 현장에서 직접 관리 감독하는 쪽인가.

       

       그냥 건물 계획에 따른 그림만 그리라고 시켜 먹었는데. 그래서 건축가들도 옆에 붙여놨고. 왜 이 자리에 있나.

       

       젊은 히틀러의 놀란 얼굴을 보니, 이 얼굴과 훗날 나치독일 퓌러와는 영 매칭이 안 된다니까.

       

       역시 사람은 시작선이 달라야 하는 법인가.

       

       

       “이 정도는 해야 아버지가 나락으로 떨군 민심도 돌릴 수 있으니까. 적어도 합중국 국민을 위해 일하는 차리나 타이틀은 달 수 있을 테니.”

       

       

       20세기에 직접 움직이는 군주.

       

       이게 얼마나 놀랄 일인지 내가 모르지는 않는다고. 그런 선례를 내가 만들면 그만이다.

       

       

       “사실상, 폐하께서는 지금 러시아의 유일한 희망 아니십니까? 만일 불순한 세력이라도 나타난다면.”

       

       

       불순한 세력.

       

       그게 지금 남아 있을 리 없지.

       

       가족들이 죽어 나에게 분노를 품은 자가 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내가 직접 나와 이러는 거 아닌가.

       

       카자크 출신 몇 명만 데려와서 건설 현장에 와 있으니, 뭐 나를 노릴 인물은 그전에 카자크에게 죽을 터.

       

       아니면 뭐. 아직은 총에 죽을 거 같진 않거든.

       

       게다가. 나를 뒤따라온 오흐라나도 있다.

       

       

       “그런 놈들은 진작 다 죽었지. 그보다 아돌프 상병은 이곳에서 직접 건물을 확인하고 있던 것인가?”

       “건축가들과 타협하여 모스크바 도시 계획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리 봐도 미관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아, 외관 말인가.”

       

       

       히틀러를 생각하면 그럴 만하지.

       

       워낙에 미관을 중시한 인물이니까. 어느 정도 타협선이라면.

       

       

       “아무래도 좀 그런 것이 있습니다. 그냥 실리만 중시하면 도시 외관이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나름 수도의 역할을 맡을 도시 중 하나라 그럴 만하지.”

       

       

       뭐 모스크바는 그래도 게르마니아 급은 아니니 말이다.

       

       그나마 건축가들에게 미관에 대해 제시만 한 것을 보면 아돌프 열사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거겠지.

       

       마침 잘되었다. 히틀러에게도 이제 새로운 길을 열어 줘야지.

       

       모스크바 도시 재건은 계속하면서 이제 어느 정도 윤곽은 잡았으니까. 히틀러도 이제 그때가 다가왔음은 알 거다.

       

       

       “체코 군단이 곧 오스트리아로 가게 되겠지. 아마 카이저의 친위세력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이제 자네도 갈 곳을 정해야겠지.”

       “네. 오스트리아로 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돌아가기 전에 한 번 확인해본 것입니다.”

       

       

       그래. 뭐 들은 대로다.

       

       오히려 히틀러가 내가 그냥 겉치레로 한 말에 불가 독일로 가 불가 독일의 퓌러가 되고 두마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 귀찮아졌을 거다.

       

       그때가 되면 오흐라나로 뒤에서 잡아야 했을지도.

       

       그럼 오스트리아로 가는 우리 아돌프상병에게는 뭐라 하는 게 좋을까.

       

       

       “오스트리아는 사방에서 붉은 역병이 침을 질질 흘리고 있지. 아마 자네는 나보다 더 힘들 것이네. 나야 황녀라는 타이틀이라도 있어 구심점이 되었지.”

       

       

       나야 로마노프 타이틀이 있었으니 되었다.

       

       하지만 과연 이 세계의 히틀러가 독일이 아닌 오스트리아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가이다와 짠 것을 보면 가이다의 무력을 기반으로 뭔가 해 보려는 거 같기는 한데. 어떤 식으로 할지 궁금하네.

       

       

       “제가 무엇을 할지 아십니까?”

       

       

       그러게. 나도 궁금해서 한번 떠보려고 한다.

       

       

       “예를 들면, 우리 러시아 내전을 언급하며 사람들을 반공의 깃발을 세우면서 끌어모으겠지. 그러면서 사방에서 제국 구성원이었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 붉게 물들이려는 붉은 물결이 몰려온다고.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말이지.”

       

       

       지금 히틀러가 뭔가 해 보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

       

       독일도 아닌 오스트리아를 일단 다시 볼셰비키에 맞서기 위해서는 반공을 정신으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를 제국 내에 다시 편입시키겠지.

       

       체코의 민심도 달랠 테고.

       

       시절이 나쁘지는 않다.

       

       오스트리아 다음은 헝가리 체코라면서, 적당히 대오스트리아 합중국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하나로 끌어모으고.

       

       나라 이름이 오스트리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뭐. 도나우 연방이나 그런 것도 나쁘지 않겠지.

       

       결국 합쳐지기 어려운 것을 합치게 만드려면 공동의 적을 만들어야 한다.

       

       공산 독일이나 이탈리아는 좋은 촉매제가 되어주겠지.

       

       그렇다 해도 독일 보다 난이도는 높을 것이다.

       

       

       “그냥 감이지. 대전쟁 참전 용사인 자네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를 다시 오스트리아 구성국으로 만들어야 할 테니. 나보다 더 힘들 거야.”

       

       

       나야 그냥 군벌들 주운 것뿐이고.

       

       무적 치트를 친 몸을 가졌을 뿐이고.

       

       히틀러는 이제 공산 독일을 약소국이 된 오스트리아로 상대해야 하는 몸이다.

       

       오스트리아에 건 조약은 아마 공산 독일 때문에 영국과 프랑스가 쉽게 풀어 주지 않을까.

       

       당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전쟁에서 싸우던 적국 출신 의용군과 싸우면서 히틀러의 심경에 변화가 온 것도 있겠지.

       

       

       “그래도 반드시 해내야만 합니다.”

       

       

       아돌프 열사는 손을 꽉 쥐며 두 눈에 의지를 불태운다.

       

       보내기 전에 한 가지 더 확인할 게 있다.

       

       

       “유대인에 안 좋은 감정이 있던 것 같은데. 아직도 그런가?”

       

       

       이놈이 이게 문제거든 결국.

       

       몇 번이고 생각하는 거지만, 내가 걱정되는 건 하나다.

       

       나중에 또 레벤스라움. 친 유대정책을 펼치는 러시아는 유대인의 나라 등등 외치면서 침략해 올지 모를 일이잖아.

       

       소련을 침공한 이유 구구절절이 따져 보면 단순 레벤스라움 때문은 아니니, 내가 이렇게 걱정할 거까지는 없지만.

       

       이놈 사상이 후일 러시아에 반한다면. 그게 문제지.

       

       내 말을 어떻게 알아들은 건지 모르겠지만, 우리 콧수염 군은 품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제목은 ‘멸공을 향해.’라는 책인데.

       

       

       “‘멸공을 향해’라는 책을 아인랜드라는. 유대계 여자가 썼다더군요. 모스크바 국립대학에 재학 중이라던데.”

       

       “아, 있지.”

       

       

       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니, 대체 그건 언제 쓴 거지. 교육부에서 반공 관련해서 책을 낸다더니, 알리사 로젠바움을 시켜 먹은 건가.

       

       설마 알리사 로젠바움이 멸공을 향해라는 책을 쓸 줄은 몰랐다.

       

       분명 필명이 아인랜드였던 것 같으니까. 아마 맞을 거다.

       

       

       “제가 이곳에서 보았던 공산주의의 본성을 이 작가는 정말 어린 나이에 뼈저리게 느꼈더군요. 그걸 보고 유대인이라도 다 같은 볼셰비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즉, 우리 콧수염의 머리에서는 볼셰비키>유대인이 된 건가.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

       “위대한 독일을 망친 볼셰비키란 족속 자체를 말살하고, 오스트리아. 빈이 주도하여 독일을 통일하는 겁니다.”

       

       

       그래. 그렇다는 말이지.

       

       그렇게 되면 후일 공산독일이 무너져 제국 구성원이 다시 독립한다고 해도. 독일을 통일하면 밑지는 장사는 아닐 거다.

       

       조금도 거짓이 담겨 있지 않은 눈이다.

       

       유대인에 대한 분노도 전부 공산당이 뒤집어쓴 것인가.

       

       실제 역사에서 유대인들을 다 죽이겠다고 홀로코스트를 일으킨 작자가 아닌가. 이제 그 유대인 대신에 세계의 모든 빨갱이가 히틀러의 분노를 받게 되겠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건 차라리 히틀러를 지원하는 쪽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일만 잘한다면야 히틀러를 반공의 방패로 세워 빨갱이들을 모조리 죽이게 하는 거지.

       

       나는 손대지 않고 코 푸는 것을 좋아하고 누가 밥을 해주는 것은 좋아하거든.

       

       내가 빨갱이들을 다 죽이겠다고 하면, 아무래도 성녀 체면이라는 게 좀 있지 않은가.

       

       반대로 히틀러가 그걸 다 해 줘도 좋은 것이고.

       

       

       “다시 이중 제국을 건설하는 것도 힘들 텐데. 참 대단하네. 앞으로 붉은 물결이 오스트리아를 집어삼키려고 들겠지. 그때 내 오스트리아의 입장을 지지하지.”

       “감사합니다.”

       “볼가 독일 출신들이 자네를 돕도록 내 따로 편의도 봐주지.”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건설현장을 벗어났다.

       

       과연 저게 제대로 될지가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히틀러가 제대로 방파제를 만들어 주길 바랄 뿐인데. 그게 안 된다면 정말 따로 히틀러에게 힘을 실어 줄 수밖에.

       

       이쪽은 아시아에 중국과도 국경을 하고 있어서 히틀러의 오스트리아가 제대로 해 줘야 할 것이다.

       

       물론 향후 수십 년간은 중국은 걱정 없겠지만.

       

       걱정 없게 만들려면 중국 쪽에 수작질을 벌여야 하니까.

       

       자, 그럼 다음 내 행선지는. 한 곳이었다.

       

       솔직히 우리 아돌프 열사씨가 보여 준 그 알리사 로젠바움의 ‘멸공을 향해’라는 책도 걸리고 말이지.

       

       그래.

       

        알리사 로젠바움을 만나볼 때가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그. 총통 각하는 절대 아닙니다…

    아나스타샤 팬클럽 다른 비공개 회원분이 또 100코인 후원! 두 번째 감사합니다!

    조만간 폴란드 쪽이나 헝가리가 나올듯하네요.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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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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